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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스테이플러 씨 / 이규정
그는 서류들을 한 코에 제압하고 있다
바람의 두께에 따라 뒤집어질 수도 있지만
이미 꿰인 코는 염기서열을 갖는다
하얀 낱장에 뼈대들 두고 있는 얼굴들
묶인 것으로 질서가 된 몸이지만
위아래 각을 맞추는 것은 복종의 의미
자세를 낮추고 하나의 각도와 눈높이로 서열되어
제왕에 예의를 갖추듯 손발을 맞추고 있다
어떤 묶음도 첫 장 머리에서 움직이고
펄럭이는 팔과 다리를 갖게 된다
간혹 흩어질까 묶인 것들끼리 권卷이 된다
날개를 갖고 있어도
그 손에 한 번 잡히면 그만이다
입이란 하나의 입구
무엇이 채워졌을 때
뜬구름이라도 소화하게 만든다
솜사탕과 뜬구름은 종이 한 장 차이
단정하게 정리된 그의 입에
꽉 올려서 봉투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적 있다
흐트러진 낱장들을 함구시키며 제압하는
일침으로 조용히 봉할 줄 아는 그는
서류의 제왕이다
따악, 그 소리
매일신문
사과를 따는 일 / 권기선
나는 아버지 땅이 내 것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런 마음을 먹은 뒤부터 아버지 땅에 개가 한 마리 산다 깨진 타일조각 같은 송곳니는 바람을 들쑤신다 비옥한 땅은 질기고 촘촘한 가죽의 눈치를 살피다 장악되고 과잉된다 갈라진다 아버지는 땅을 방치하고, 나는 그것을 납치한다 깊은 목젖을 끌어올려 목줄을 뜯은 늙은 개가 간신히 사과 하나를 놓고 엎드렸다 세상 혼자 짊어지려던 남자는 무게를 견디다 어깨가 굽었다 힘은, 무기의 정차역 같았다 엎드린 개가 일어서지 못하고, 사과는 지하의 고요한 관을 기억해낸다
아버지 땅에 몰래 사과나무 한 그루 심은 날 그해 사과는 한 개도 달리지 않았다 아버지 땅이 내 땅이 되던 날 나는 사과나무 아래 아버지를 묻었다 병 걸린,
아버지를 먹고 자란 사과나무
붉은,
사과 따는 일을
세계일보
역대 가장 작은 별이 발견되다 / 박신우
별이 깃든 방, 연구진들이 놀라운 발견을 했어요 그들은 지금까지 발견된 별 가운데 가장 크기가 작은 별을 발견 했습니다 그 크기는 목성보다 작고 토성보다 약간 큰 정도로, 지구 열 개밖에 안 들어가는 크기라더군요 세상에 정말 작군요, 옥탑방에서 생각했어요 이런 작고 조밀한 별이 있을 수 있다니 하고 말이죠 핵융합반응 속도가 매우 낮아서 표면은 극히 어둡다고 합니다 이제야 그늘이 조금 이해되는군요
이 별의 천장은 매우 낮습니다 산소가 희박하죠 멀리서보는 야경은 아름다울지 몰라요 어차피 낮에는 하늘로 추락하겠지만 그래도 먼지가 이만큼이나 모이니 질량에 대해 예기할 수 있군요 그건 괜찮은 발견이에요
먼 곳에서 별에 대해 말하면 안 돼요 다 안다는 것처럼 중력을 연구하지는 말아야죠 피아노 두드리듯 논문을 쏟아내지 말아요 차라리 눈물에 대해 써보는 게 어때요 별의 부피를 결정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입니다, 중요한 것은 둘레를 더듬는 일이죠 옥상난간을 서성거리는 멀미처럼 말이에요
여기 옥탑에서는 중력이 약해서 몸의 상당부분이 기체로 존재해요 그래요 모든 별들은 항상 지상으로 언제 떨어질지 숨을 뻗고 있는 거죠
조선일보
당신의 당신 / 문혜연
새들의 울음은 그들의 이름이 됩니다
우리는, 어떤 이름을 갖게 될까요
원래 인간은 제 이름보다 남의 이름을
더 많이 부르는 종이잖아요
나는 당신의, 당신은 나의 이름을
새들에게 우리는 우리일까요
우리를 대신할 말을 찾아요
수많은 단어들이 사라져요
뻐끔거리던 입술들이 짝을 짓습니다
입술을 부딪치며, 서로에게 옮아가는 인간들
새들은 인간과 상관없이 날아다닙니다
새들은 새들이고, 우리는 우리입니다
부리를 부딪치는 새들은
정다운 만큼 가벼운가 봐요
자신을 닮은 사람을 세 번 만나면 죽는다는 얘기
들어본 적 있어요
지렁이와, 지렁이 모양 젤리
그걸 공포라 할 수 있나요
머리와 꼬리를 알 수 없는 젤리는
달콤하고 모호한, 주인모를 관계들
우리는 점점 닮아 가는데
누가 누굴 닮은 건지 모를 때는
어떻게 할까요, 당신은 지금
2%의 당신 자신과, 98%의 당신의 당신
순도 높지 않은 당신, 그리고 나
끝 모를 바닥으로 가라앉아요
새들은 언제나 아득한 높이에서 웁니다
그림자도 생기지 않을 물에는
새의 밑면만 지나갑니다
깊이 가라앉은 바닥, 그곳에서 우리는
떠오를 수 없는 낮은 음, 낮은 울음
새들의 이름은 그들의 인사가 됩니다
우리의 울음도 우리의 내일이 될까요
안녕, 당신, 안녕
유언 같은 안부를 주고받아요
우리는 새들의 세계에서도, 서로의 이름만 부르고
인간은 역시, 새들에게는 이해받을 수 없나봅니다
농민신문
부드러운 시간을 어느 곳에 쓰면 좋을까 / 이성배
미선나무 가지마다 밤알 같은 꽃들이 총상꽃차례로 수북하다
이 부드러운 시간을 어느 곳에 쓰면 좋을까,
십여 년 전 겨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무차별 폭격이 있을 때
나는 군고구마를 사 들고 눈 오는 거리를 걸었지싶다
재빨리 움직이지 못하는 아이들과 그 어머니들은 사락사락 죽어갔다
하굣길에 장벽 쪽으로 돌을 던진 팔레스타인 소년 사마르 아와드가 아스라엘
군인들의 총격으로 현장에서 즉사한 2013년 1월,
나는 따뜻한 거실에서 유치원에서 돌아올 네 살배기 딸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총상꽃차례 같은 폭탄다발을 투하하는 인간적인, 그 인간적인 인류에
엉뚱하게 우리 집 마당에 던져진 밥다발을 두고
고슬고슬한 밥알에 어머니 젖가슴 냄새 비릿하게 스며있는
이 질기지 않은 의미를 어찌하면 좋을까,
햇볕 좋은 마당에 과분한 꽃
장벽 아래 양지바른 팔레스타인의 언덕에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의 폐허 사이에 수북수북 피어
덤불 사이를 뛰노는 아이들 얼굴에 밥알이 하얗게 붙는다면
꽃 하나가 그럴 수 있다면
*꽃이 촘촘히 피는 형태의 하나
한국경제
물고기의 잠 / 설하한
뜰채에서 튀어 오른 물고기가 수조로 돌아간다 물고기는 잠을 잔다 비가 수면을 두드린다 물살이 물고기를 조금씩 밀어낸다 한 물고기는 뭍에서 헐떡거리다 죽는다 물고기들의 미래에 놓인 얇고 길고 번쩍이는 흰 것
물고기는 꿈을 꾼다 롤러코스터는 트랙을 달린다 정해진 낙차를 따르는 플롯 눈이 먼 늙은이는 젊었을 때 괴물이 낸 문제를 풀어 왕이 되었다 비가 끝없이 내렸다 그는 진창이 된 길 위에서 지쳐버렸다 자신을 이끄는 어린 딸의 손을 잡고 눈물 흘린다 그는 쓰러져 숨을 몰아쉬다 죽었다
몸 위로 칼날이 떨어지는 꿈을 자주 꾼다 어떤 사람들은 물로 뛰어 내린다 바깥은 있습니까 나는 잠에서 깬다 마적 떼는 도착하지 않았다
비는 그치지 않는다 딸은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녀는 오빠를 땅에 묻고 죽는다 죽은 반역자와 왕좌에 앉은 사람은 하나의 트랙을 번갈아 달리는 열차들 비가 무덤의 흙을 다진다 나는 슬프지 않으면 두려워진다 우리가 신의 손등 위에 있는 공깃돌이라면 어쩌지? 끝도 없이 떨어지는 꿈을 꾼다
나는 하루에 세 번 약을 먹듯 떠올린다
죽은 늙은이의 볼에 비늘처럼 일어난 피부, 그것을 적셔주는 빗물 같은 것, 가축의 숨통, 물고기의
깊은 잠.
유안진 손택수 이재훈
부산일보
거미 / 권영하
하늘 끝 마천루 정수리에
밧줄을 꽁꽁 묶는다
동아줄 토해내며 낙하하는 몸으로
건물의 창을 닦으며 절벽으로 내려간다
빌딩들 눈부시게 플래시를 터트려도
허공 길 유리블록 사뿐히 밟으면서
수족관 물고기처럼
살랑살랑 물 호수를 흔들며 헤엄친다
뙤약볕 빨아먹은 유리성이 열을 뿜고
빌딩허리를 돌아온 왜바람이
목숨줄을 무섭게 흔들지만
구슬땀을 흘리며 내려간다
아이스링크에 정빙기같이
생채기를 지운다
유리벽에 갇힌 사람들에게
푸른 하늘도 열어주고
유리창에 비치는 현수막의 사연도
살포시 보듬어 닦는다
의지할 곳도 없는 허공에서
작업복 물에 젖어 파스내음 진동하고
피로가 줄 끝에서 경적처럼 돋아나지만
또다시 하늘에 밧줄을 묶는다
땀 흘린 줄 길이만큼 도시는 맑아지고
유리벽에 그려진 풍경화도
깨끗해지니까
강은교 강영환
경향신문
너무 작은 숫자 / 성다영
도로에 커다란 돌 하나가 있다 이 풍경은 낯설다 도로에 돌무더기가 있다 이해된다
그린벨트로 묶인 산속을 걷는다
끝으로 도달하며 계속해서 갈라지는 나뭇가지
모든 것에는 규칙이 있다 예외가 있다면 더 많은 표본이 필요할 뿐이다 그렇게 말하고 공학자가 계산기를 두드린다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지만 그렇기에 더 중요합니다 너무 작은 숫자에 더 작은 숫자를 더한다
사라져가는 모든 것은 비유다
망할 것이다
한여름 껴안고 걸어가는 연인을 본다 정말 사랑하나봐 네가 말했고 나는 그들이 불행해 보인다는 말 대신 정말 덥겠다 이제 그만 더웠으면 좋겠어 여기까지 말하면 너는 웃지
그런 예측은 쉽다
다영 씨가 웃는다
역사는 뇌사상태에 빠진 몸과 닮았다
나무 컵 받침이 컵에 달라붙고 중력이 컵 받침을 떼어낸다
물이 끈적인다 컵의 겉면을 따라 물방울이 아래로 모이는 동안 사람과 사물은 조금씩 낡아간다
조용한 공간에 금이 생긴다
되돌릴 수 없다
장석남 김민정 신용목
한라일보
소(沼) / 김운진
고양이소에서 정말 고양아 우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당신은 물웅덩이를 지켰다. 짙은 녹색이 고양이소처럼 당신의 집은 고양이의 눈처럼 깊고 고요하다
가만히 있다가도 다이빙하거나 발을 헛디뎌서 누가 그 깊이를 만지면, 털을 바짝 세우고 물보라를 일으키며 가릉, 하고 울어댔다. 몸을 으스스 떨며 건져 올린 신발의 개수를 일지에 적어 넣는 것이 여름 당번의 일. 개학 후 신발의 개수만큼 책상이 비고, 당신이 지키지 못한 동생들은 집을 떠나고
당신은 항상 깊이를 알 수 없어 두근대는 소에서 산다. 꿈속에 당신의 아비는 칼을 들고 당신을 쫓아오고. 또 하나 당신의 아비는 발목이 부러진 당신을 부축하고. 한 손에는 칼을 한 손은 당신 어깨를 감싸고, 파도가 되었다가 호수가 되었다가 그저 무지개 장화를 신은 아이들의 퐁당거리는 빗물이 되었다가, 당신마저 발을 담그면 세숫대야 물은 심층을 알 수 없었다.
늪소
장석주 허영선
전북일보
재개발지구 / 한경선
강남로 집현전 부동산 내벽에는
매물로 나온 낯선 문자들이 새겨져 있다
푸른 종이 속 세종대왕을 사랑한 삼촌은
강남로에 집현전을 차려놓고
그 안에 가득 바람을 풀어놓았다
이곳의 바람은
타워팰리스 하늘과 내통한 지 이미 오래다
성층권에서 내려온 별똥들의 수다가 한창이다
별똥별의 방언도 이곳에서는
종종 새로운 훈민정음으로 인정된다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던 소문의 지도를 따라
북두칠성이 제 궤도를 돌 때
궤도를 벗어난 뭇별들은 지하로 숨어들어
각진 상자 한 귀퉁이에 지친 제 하루를 누인다
모양과 크기가 다른 상자 속의 상자
앰뷸런스 소리가 빈번한 이곳
곽에서 관으로 이동하는 길목에도 훈민정음이 있다
흐린 불빛을 달고 수직으로 오르내리는 관은
언젠가는 땅속 깊이 스며들어 더 이상
길어 올릴 수 없는 검은 우물을 만질 것이다
노숙에서 돌아온 아버지는 이미 그 우물의 색깔을 알고 있다
종종 허름한 지하방으로 스며들던 그 우물의 예언을 사람들은 한때
언문이라고 불렀다는 것도,
순식간에 곽이 관으로 변하는 것은 집현전의 소관이 아니다
ㄱ자로 꺾인 길을 돌아 ㄴ자로 통하는 길은
강남로 후미진 골목 도처에 널려 있다
나랏말싸미 세상인심과 달라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주위에 이상한 소문의 울타리를 친다
바람이 곽을 슬쩍 밀면 순식간에 관이 되는 이 새로운 골목에서
세종대왕을 사랑한 삼촌은 집현전 벽면에 새로운 훈민정음을 붙이고
네모난 상자곽 안의 잠을 사랑한 아버지는 오늘도
당신의 잠 속에 칠성판을 그려 넣고 일찍 잠자리에 드셨다
아버지에겐 종종 잠도 또 다른 언문이다
유안진 소재호
한국일보
엄마는 저렇게 걸어오지 않는다 / 노혜진
예순두 살에 뽀얀 속살입니다 시야각으로도 알아볼 수 있습니다 다 벗고 만날 수 있고 온몸을 훑고도 괜찮아요 엄마는 때수건과 우유를 손에 들고 옵니다 우리는 깨끗해집니다
두꺼운 발톱과 무좀을 병이라 부릅니다 탕의 수증기는 소리와 이야기를 불러 모읍니다 “그 발톱으로 네일숍에 왔대” 동료들이 웃었습니다
회사에서 엄마 얘기만 합니다 아빠 얘기만 하는 동료에게 묻지 않았습니다 “엄마가 없니?” 질문은 되돌려집니다 알고도 모르는 것들을 생각합니다
동료를 엄마라고 불렀습니다 아차 하면서 재채기처럼 웃었습니다 자꾸 새어 나오는 웃음만큼 웃음거리들이 쉽게 배어나오는 회사입니다 제가 오늘 재채기를 했던가요
바디 클렌저에서 수영장 냄새가 납니다 미즈노 루리코의 ‘헨젤과 그레텔의 섬’이 떠오릅니다 카페 화장실 앞에서 스콘을 먹어야 했어요 열고 닫히는 문은 섬이었다가 여름이다가 코끼리였습니다 삼십 분 동안 읽었는데요 시 한 편을 오래 보았습니다
매일 달라지는 책을 동료에게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쓰는 몰입을 알 리 없어요 동료가 농담을 던졌습니다 “등단을 못 하겠구나” 엉뚱한 발언을 잘 하는 저의 별명은 소설가입니다 “시를 씁니다” 말하지 않아요 동료들은 알고도 모르는 것일까요
“친구들은 어때요?” 하면 엄마가 떠오릅니다 저의 벗입니다 같은 원 안의 피자를 먹고 다른 날 같은 구두를 신습니다 즐거운 시간은 떼어 두었다가 서로에게 선물합니다 기억이 풍성해지면 쪼그라드는 현재를 진짜 벗들은 기억의 원 안에 있어요
항공사는 부도 직전이라는 소문이 돕니다 엄마는 키위를 반으로 자릅니다 포도를 씻고 귤을 깝니다 키위의 씨만큼 늘어나는 의혹들 과일 열한 통을 들고 출근합니다 회사일까 집단일까 궁금합니다 급여가 들어오지 않았으니 과일은 엄마에게 달아 두는 외상입니다
조금만 당돌해집시다 구호가 필요합니다 동료는 잘난 척을 하다 동료들에게 혼쭐이 났습니다 저도 잘난 척의 기질이 있습니다 그러니 많이는 말고 조금만요
늙어도 우리는 무섭습니다 엄마는 겁보입니다 매일 밤이 오다니 엄마는 차를 몰고 저를 데리러 옵니다 보조석의 방석은 꽃무늬입니다 여성이 되기 위해 꽃을 사들이고 무늬를 사들입니다 우리는 부분적으로 우아합니다 스무 살에 꾸었던 꿈의 일부를 이룬 것 같아요
머니투데이 경제신춘
당산나무 연대기 / 정지윤
마을이 사라지면 그뿐,
그 누가 전설을 남겨두겠는가
마을보다 먼저 뿌리내렸을 당산나무
나이테에 지나간 그림자들이 기록되어 있다
황량한 벌판의 바람이 주인이었던 때가
아름드리 등고선에 박혀있다
할머니의 할머니가 드린 치성이
깊은 주름 골로 새겨 있다
점차 들어오는 발길보다 나가는 발길 잦아진
내리막 황톳길 희미하게 새겨 있고
사십 넘겨 맞선 보러 간 큰집 삼촌
퇴짜 맞고 거나하게 부르던 ‘목포의 눈물’이 묻어 있다
고모가 맡기고 간 젖먹이를 업어 키우는 할머니
아이가 칭얼거릴 때마다
해거름 당산나무 가지에 자장가를 걸어두었다
족보의 어디쯤 마디를 잘랐는가
흔적을 찾을 수 없는 내 가지들
당산나무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수백 년 전 어느 그림자 내 지문을 닮아있다
마을은 캄캄한데 당산나무만 밤새
팔이 근질거린다
전북도민일보
명옥헌 별자리 / 최재영
원림에 드니 그늘까지 붉다
명옥헌을 따라 운행하는 배롱나무는
별자리보다도 뜨거워
눈이 타들어가는 붉은 계절을 완성한다
은하수 쏟아져 내리는 연못 속 꽃그늘
그 그늘 안에서는 무엇이든 옥구슬 소리로 흘러가고
어디선가 시작된 바람은 낮은 파문으로 돌아와
우주의 눈물로 화들짝 여울져 가는데,
기어이 후두둑 흐드러지는 자미성
연못 속으로 어느 인연이 자맥질 해 들어왔나
문이란 문 죄다 열어젖히고
한여름 염천에 백리까지 향기를 몰아간다
그 지극함으로 꽃은 피고 지는 것
제 그림자를 그윽히 들여다보며
아무도 본 적 없는 첫 개화의 우주에서
명옥헌 별자리들의 황홀한 궤도가 한창이다
한 생을 달려와 뜨겁게 피어나는 배롱나무
드디어 아무 망설임 없이 안과 밖을 당기니
활짝 열고 맞아들이는 견고한 합일의 연못
눈물겹게, 붉다
명옥헌: 전남 담양군 소재 조선중기 오이정이 세움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옥구슬소리 같다하여 명옥헌이라 함
자미성: 자미는 백일홍나무, 배롱나무라고도 하며 하늘의 은하수를 본따 명옥헌 연못 주위에 28그루의 배롱나무를 심었다
대전일보
그녀가 뛰기 시작했다 / 임호
출근길, 그녀가 뛰기 시작했다
은행알들이 비좁은 그녀의 구두에 밟혀 터진다
“헬로 에브리바디 ~ 근데 내가 좀 바쁘거든요~!”
우리의 그녀는 바쁘다
우리의 그녀는 뛰지 않을 수 없다
어깨에 당겨 맨 앙증맞은 가방엔
있어야 할 약간의 센스와
없어도 될 약간의 의심을 담고
우리의 그녀는 뛴다
한꺼번에 많이 벌릴 수 없어 조금씩 뛴다
누군가에게 잡히지 않을 만큼씩 뛴다
먹이를 쪼는 비둘기처럼 뒤뚱거리며 뛴다
그녀는 뛴다
늦지 않기 위해, 울지 않기 위해, 모자라지 않가 위해 같아지기 위해?
그녀의 치마는 그녀가 선택할 수 없는 바람에 흩날리고
그녀의 가슴은 어딘가로 가고 있다는 안도로 출렁이고
그녀의 뺨은 뿌듯함으로 달아오른다
우리는 이런 그녀를 흐뭇하게 바라본다
우리는 그녀의 페이드런
그녀의 협잡꾼, 그녀의 앞잡이
상처의 방향이 다를 뿐
우리는 한 이불에서 뛰기 시작했다
명랑한 그녀의 부주의를
누가 그녀를 모른 체 할 수 있겠는가
자꾸만 예뻐지는 그녀의 미래를
누가 그녀를 손가락질 할 수 있겠는가
그녀만의 달콤한 모멸을
그러므로 우리는 그녀의 피앙세
도려낸 시간에서 흐르는 육즙을 받아 마시며
저 푸른 초원 위에 녹초가 되어 쓰러질 때까지 달려나가
돌아와 그녀가 사라진 엘리베이터 앞에 앉아
포크를 움켜쥐고 그녀의 퇴근을 기다리는
우리는, 우리는 모두
그녀의 그녀
이시영, 박수연
광남일보
혀를 삼키는 나무 / 조경환
그를 떠나보낸 건 혀였다
혀가 어른이 된 나무를 스튜디오에 불렀다
머나먼 이국으로 흙 한 줌, 물 한 모금 보자기에 싸여 보내졌다
어른의 모습으로 그가 돌아왔다
-어머니 찾으러 왔어요
1번 카메라 앞에서 젖은 가지를 후드득 턴다
붉은 혀가 더듬더듬 어떻게 살았느냐며 묻는다
허공에 파노라마처럼 나무의 성장과정이 실금처럼 얽히고 설킨다
-누굴 원망한 적은 없는 걸요
심호흡 한번으로 다 풀 수 없다는 듯이 고개 떨군다
-우는 법도 잃어버렸어? 혀가 묻는다
-오는 내내 비가 내렸어요
더 가벼워지지 않으려고 무너지지 않으려고 날아왔죠
뿌리를 내리기까지 나무는 살아 있는 것이 아니더군요
새 뿌리에서 새 말이 고인다 새 흙이 덮이고
세 잎이 수북이 쌓인다
혀가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꺾꽂이 된 거군요
혀가 목소리가 갈라진다 혀가 3번 카메라를 보는 사이
내가 어미라는 말이 들린다
혀가 눈치 채지 못할 만큼 저음이다
아랫입술 밑에서 나오는 작은 소리다
갑자기 그가 꺼이꺼이 운다
혀가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그의 등을 두드린다
어른이 된 나무가 몸속 깊이 혀를 꿀꺽 삼킨다
이은봉시인
영주일보
기도 / 원기자
일면식도 없는 햇살이
평화의 소녀상 앞에 십자가로 세워집니다
아무도 보듬어주지 않는 상처를 온몸으로 끌어안은 할머니가
외줄 위의 어름사니처럼 아슬아슬하게 넘어갑니다
헐렁한 약속을 꿰어보자고
옷고름 풀고 앉아 빈 하늘에 보내는 침묵을
귀 세워 듣는 이 없네요
열세 살 어린 꽃송이
군용트럭에 실려 어둠의 터널로 들어섰지요
속살 드러낸 허공에 이제 막 달거리 시작한 꽃잎으로
휘파람을 불며 달려들던 밤에는
비린내가 사라질 때까지 노래를 불렀지요
그 노랫소리 배경삼아 스스로 껍질이 된
한 여자의 붉은 생, 반듯한 체면을 따라가면
목숨처럼 그러안은 기도가 쏟아집니다
인생이란 단막극을
주연으로 살아본 적 없는 몸, 숨이 멈추면
“미안합니다”
듣고 싶은 그 말 한 마디 염원으로 남기고
십자가 꼭대기 푸른 하늘에 한 줌 햇살이 되리
김성주시인
서울신문
램덤박스 / 류휘석
내겐 매일 허들을 넘다 실패하는 광대들이 살아요
불필요한 기념일이 빼곡한 달력, 숨 쉴 날이 없어요
나대신 종이에 누워 숨 쉬는 사람들
밤이 되면 광대는 잠을 자고 나는 일어납니다
나는 허들을 치우고 부서진 광대들을 주워 종이 상자에 집어넣습니다
그늘을 뿌리는 거대한 인공 나무, 물을 줘요 잘 자라서 더 크고 뾰족한 허들을 만들어내렴
그렇지만 모든 게 나보다 커져서는 안 돼,
광대들은 일도 하지 않고 아침마다 이불을 걷어냅니다 나는 토스트처럼 튀어 올라 침실을 접어 내던져요 나를 어지럽히는 벽시계와 발목에 생긴 작은 구멍들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커집니다
방이 비좁아서 나는 밖에 있습니다 밖이 끝나면 집에 돌아가 상자를 만들어야 해요 재사용 종이는 거칠고 단단해서 반성에 알맞습니다
천장에 붙어 기웃거리는 가녀리고 얇은 나의 광대들
반성이 시작된 집은 무덤 냄새가 나는 요람 같아요
나는 탄생부터 기워온 주머니를 뒤집습니다 바닥은 먼지로 가득합니다
도무지 채워지질 않는 상자는 좀처럼 변하지 않는 실패와 실종
내가 죽으면 광대들은 혀들을 넘을까요
궁금해서 죽지도 못합니다
안도현 나희덕
경인일보
숲에서 깨다 / 하채연
등을 받치고 잠들었던 나무기둥에서
새벽이슬 냄새가 훅 끼쳐온다
사방에 울울창창하게 뻗은 녹음들
현시를 잊은 채 창공에 닿아 빛나고
꿈결처럼 말을 거는 선선한 바람에
나는 나무들이 지어놓은 미몽 속으로 걸어들어간다
새소리로 엮어놓은 문패를 열고 들어가자
억겁의 땅으로부터 솟은 나이테의 내력이
기둥을 키우며 나의 발목에 작고 푸른 원주를 새기고
육신과 나무, 나무와 육식 사이를 비집고 난 샛길 사이로
와본 적 있는 것만 같은 울렁이는 향수가 지천에 빛난다
목피들이 전생을 벗겨내는 소리가 알싸한 그 길목에선
곤줄박이 한 마리가 잎새 한 장을 전해준다
해독할 수 없는 이끼들의 필체로 쓰인 문장들
지워지지 않을 나의 태곳적 이름을 발설하고 있다
무한한 혈맥으로 엮인 나무 그늘 속
편안히 누워 흙이 된 이름들을 짚어본다
끝없이 이어져 불거진 이 뿌리들은 나를 이어주는 끈이었을까
억겁의 계절을 지나도 숨 쉬는 숲은
태양과 달을 이고 은빛 땀을 대지로 흘려보내고
나는 한 장의 연서를 쥐고 숲에서 깬다
뒤돌아보면 푸른 질경이 등허리에 축축하다
동아일보
캉캉 / 최인호
발목이 세상을 바꿀 것이다
불란서 댄서들은 하이힐에 올라야 비로소
태어나지
발끝을 모으지
분란은 구두 속에도 있고
탁아소에도 있고 어쩌면
내리는 눈의 결정 속에서도 자라고
오후 세시에는 캉캉이 없다
모르는 사람이랑 대화하려면 쓸데없는 말들이 필요해요
식탁 아래서 발을 흔들고
유쾌해졌지 아무 것도 흔들리지 않는 것 같아서
몰래 휘파람 부는 것 같아서
뉴스를 튼다
신은 인간을 만들었고
인간은 가십을 만들죠
상반신만 보이는 아나운서의 팔을 믿으며
캉캉은 감춰지는 중
양말 속에 주머니 속에
불란서 댄서들의 스포티한
팬티 속에
빨간 주름치마가 되어
덤블링이 되어
지구가 돌아간다
구세군 냄비에 눈이 쌓이고 내년에는
내년의 근심이 기다리겠지 고향이 어디입니까 묻는다면
제왕절개 했습니다 답하겠지 아무것도 흔들리지 않는 것 같아서
마음은 캉캉
발끝을 들어올릴 때마다
불거지는 중
강원일보
측백나무 울타리 / 송연숙
누가 아무도 없는 벌판에
측백나무 울타리 세워놓았나
안쪽도 바깥도 없는 그 울타리 드나들며
나는 안쪽에서 바깥을, 또 바깥에서
안쪽을 넘겨보거나 내다보곤 했다
또 아주 오래전 허물어진 옛집을 수습해서
울타리에 기대 놓았다
그럴 때면 앞마당과 뒤란이
저희들끼리 순서를 정하곤 하였다
집을 품지 않은 울타리는 울타리가 아니어서 벌판에서 벌판으로 몇천리 가면 기차가 떠나는 간이역이 있고 또 어느 쪽에서 몇 시간 동안 그 기차를 타고가면 어리둥절한 양떼들이 있다 양들에게 측백나무 울타리에 관해 물으면 예전 자신들이 구름의 일족으로 흘러 다닐 때 언뜻 본 것도 같다는 말을 하였다
측백나무 울타리에
오래전에 무너진 집을 다시 세운다
거미는 아침이슬로 기둥을 세우고 처마도 만드는데
머리가 먼저 이슬에 들어가 집을 짓는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둥근 배마저 이슬의 방을 하나씩 차지한다
안쪽도 바깥쪽도 없는 집
순서도 모서리도 신음도 만들지 않는 집
측백나무 울타리엔
거울 하나 둥실 매달려 있다
52세
이상국 이영춘 시인
경남일보
명왕성 유일 전파사 / 김향숙
모든 가전엔 명왕성 하나 두둥실 들어있다고 했다 목숨 다하면 망가지는 것이 아니라 제 몫을 못하는 것이 제명이라고, 별명이 백과사전인 그 사내는 모르는 게 없다 이 빛나는 지구도 저 없으면 돌지 않는다고 사십 년 기름 때 묻은 공구함을 가리킨다 공구들의 명칭마다엔 알파벳 하나씩 휘어지고 벗겨진 곳곳에 일본식 표현이 살짝 묻어있다
오일마다 망가진 것들이 몰려드는 난전, 배운 적 없는 어깨너머의 기술로 만지작거리면 고장 난 밥솥이 빨간 눈을 켜고, 커피포트 녹음기 선풍기와 마음 고장 심하게 난 이웃까지 불러 앉혀놓고 막걸리 한 잔 따라주면서 다독다독 고친다
십자와 일자, 플러스와 마이너스만 있으면 퇴출당한 명왕성도 거뜬히 고친다고 큰소리치는 명왕성 유일 전파사 그 사내
봄날이어서 수리 마친 가전들
저러다 파란 이파리들 막 돋아날까 걱정스러운데
고친 카세트 들고 집으로 가는 사람들
흥겨운 듯 절절한 트로트가 그 뒤를 따라간다
54세
성선경 김경복 시인
문화일보
마지막 할머니와 아무르 강가에서 / 조온윤
할머니가 있어
아직 사라지지 않은
가판대 위 물고기의 눈알처럼
죽어가면서도 시선을 잃지 않아서
그 아득한 세월의 흔들의자에 앉아 여전히
이승의 장경을 관망하고 있는
아무르 강가에서 늙고 지친 호랑이가
밀렵꾼들에게 가족을 잃은 마지막 호랑이가
수면 위로 얼굴을 비추는 순간
마르고 거친 혓바닥을 내밀고 적시는 순간
늙은 호랑이는 마주하게 되지
마지막 할머니를
초원 위를 뛰어가는 사슴들을 멀리서
그저 멀리서 바라보고만 있는 위구르족 여자의 시선을
그 시선의 수심을 도무지 헤아릴 수가 없어서
심해어의 눈처럼
어딘가에 있겠지만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무언가 보고 있겠지만 무얼 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초점이 없이도 자전하는 지구본처럼
물고기의 눈알이 빨간 국물에 적셔졌지만, 지금쯤 식탁 위에서
눈알을 도려냈다면 어두컴컴한 하수구 어디쯤에서
삼켰다면 고래의 뱃속에서
여전히 관망하지
세계를
그곳의 공감각을
머지않아 모든 할머니들이 사라진 시대가 온다고 해도
목을 축이러 찾아간 아무르 강가에서
저 멀리 초원 위를 뛰어다니는 사슴들밖에 바라볼 수 없다고
호랑이는 그 눈을 죽는 순간까지 기억하지
죽은 뒤에도 시선을 잃지 않아서
흔들의자는 혼자서도 오랫동안 흔들거리지
27세 조선대
정호승 김기택
무등일보
경운기를 부검하다 / 임은주
그는 차디찬 쇳덩이로 돌아갔다
움직이지 못할 때의 무게는 더 큰 허공이다
돌발적인 사건을 끌고 온 아침의 얼굴이 쾡하다
피를 묻힌 장갑이 단서를 찾고 일순 열손가락이 긴장한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망치와 드릴이 달려들어
서둘러 몸을 빠져나간 속도를 심문한다
평생 기름밥을 먹은 늙은 부검의 앞에 놓인 식은 몸을
날이 선 늦가을 바람과 졸음이 각을 뜨는 순간,
그의 흔적이 남아있는 진흙탕과 좁은 논둑길이 나타난다
미궁을 건너온 사인에 집중한다
붉게 녹슨 등짝엔 논밭을 뒤집고 들판을 실어 나른
흔적이 보인다 심장충격기에도 반응이 없는 엔진
오랫동안 노동에 시달린 혹사의 흔적이 발견되고
탈, 탈, 탈, 더 털릴 들판도 없이 홀로 2만km를 달려 온 바퀴엔
갈라진 뒤꿈치의 무늬가 찍혀있다
가만히 지나간 시간을 만지면
그 속에 갇힌 울음이 시커멓게 묻어나온다
소의 목에서 흘러나온 선지 같은 기름이 왈칵 쏟아진다
임종의 안쪽에는 어느새 검은 멍이 튼튼히 자리잡았다
길이 간절할 때마다 울음이 작동되지 못하고 툴툴거린 흔적이다
죽어도 사흘 동안 귀는 열려 있다는 말을 꼭 움켜쥔
얼굴의 피멍이 희미한 눈빛부터 쓸어내렸다
이제 습골의 시간이다
정든 과수원 나무들이 마지막 악수를 청했는지 뼈마디마다 주저흔이 보인다고 기름 묻은 손이 넌지시 일러주었다
경상일보
광고 / 김길전
파라킨사스 너는 뼛속까지 시린 밤에도 쇄골을 드러낸 가난한 여인의 입술에 걸린 광고 가진 것이 그저 빨강 밖에 없네요
추운 것들은 늘 번지려는 색 뿐이에요
낡은 예식장이 생각과 모자를 바꿔 장례식장이 되자 눈이 많이 내리고 대기하던 사람들이 죽었어요
간밤
그 신장개업의 담벼락에 어지럽게 나붙은 광고
생고무 신발 재고 정리 새 신발 신고 가세요
추운 것들은 늘 발이 젖어요
몸 전체로 광고인 갈치는
나무 상자 위 값이 치워진 나부처럼 누웠어요
그 은빛 몸을 쓸어 간을 보는 시선에도 동그랗게 뜬 눈
추운 것들은 늘 눈이 커져요
광고는 붉은 과장
광고는 춥고 따스함의 의도적 대비
광고는 움츠리는 불빛의 촉수
추운 것들은 언제나 끝에 있어요
오늘 파라킨사스는 눈 속에서도 드러낸 가슴이 너무 붉고
몇 낱알 쌀을 물고 누운 자는 신발이 없어요
단지 겨울이라는 그 이유만으로 모두 돌아섰네요
타인의 추위를 수긍하지 않는 이들의 등 뒤로 드러냄이 참 스산한데요
첫댓글 세계일보는 표절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