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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완의 기찬여행- 푸른길 공원 산수 굴다리의 문화공간들 |
입력시간 : 2014. 06.20. 00:00 |
추억의 그 길을 거닐면 맞는 작은 행복
옛 서민들 흔적 고스란히 문화공간으로 재탄생
남광주역서 백운동까지 소음·매연 넘쳐 아쉬움
조선대 출신들 추억 담긴 길에 먹거리촌 '불야성'
2구간은 '배움길'로 명명된 1.7㎞ 구간으로 산수동 굴다리에서 남광주역까지다.
산수오거리에서 시장통 골목을 지나 산수도서관 앞 지하도까지 지나면 계림오거리 나무전거리가 나온다.
땔감이 화목으로 사용하던 시절, 이 길목은 무등산에서 지게를 지고 넘어오던 중요한 통행로였다.
넓이 4~5m 정도에 높이가 2~3m정도인 굴다리 위로는 경전선기차가 지나다니고는 했다.
옛 주민들은 이곳이 터널처럼 생겨서 굴다리로 불렀다. 지금은 표지석만 남아 있으며 그 앞에는 정자와 소나무 동산이 만들어져 쉼터가 놓여있다.
얼마 전부터 인근의 낡은 집과 거주하지 않은 주택을 구청이 매입했다. 동구는 '동명2동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실시하며 푸른길을 걷는 시민들 위한 편익시설을 설치하게 됐다.
'산수문화마을 조성사업'은 지난해 말까지 공중화장실, 모유수유시설, 공연장과 출연진들의 휴게시설 등이 조성될 예정이었으나 주민, 환경전문가, 이 길을 걷는 시민 등과의 분분한 의견 충돌과 발생된 잦은 민원 등으로 2016년까지 공사가 연장됐다. 이 때문에 이곳은 흉물스럽게 가림천막으로 쳐놓은 볼상 사나운 꼴이 돼버렸다.
산수동, 계림동, 동명동 등의 푸른길 주변은 광주 서민들의 정서와 삶의 흔적이 철도길과 함께 남아있는 공간이다.
사업이라는 미명 아래 그 흔적이 지워지고 있어 반대여론이 거세다.
이곳의 여러 주민들은 옛 서민들의 흔적이 이어짐과 동시에 푸른길이 개발되길 주문하고 있다.
여기에 얼마 전 양림동 문화마을에서 여러 채의 한옥이 철거돼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은 철골조립식 주차장을 공사하다 주민과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이 때문에 공사계획이 변경됐고 현재는 흉물스럽게 놓아 둔 상태다.
굴다리부터는 도심 속 서민들의 삶이 문화로 자리잡아 있다.
다닥다닥 창문과 대문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듯 붙어져 있고 옛 주택이 현대적 감각과 어울려 휴게시설로 마련돼 있다.
이곳에는 신시와 산울림, 푸른길, 한옥카페 봄날은 간다 등 몇 군데 공간이 휴게시설로 문을 열었거나 준비하고 있다.
주말이면 길목 공간에서는 작은음악회가 수시로 열리고 있어 이곳은 문화예술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옆으로는 농장다리가 놓여 있다. 이름부터 뭔가 촌스런 느낌이 온다. 다리의 원 이름은 동지교다. 농장다리로 불리게 된 동기는 좀 얄궂다. 1908년 전남여고 옆을 지나던 동계천 건너편에 지금의 동명2동 200번지에 ‘광주감옥’이 들어섰다.
1971년 이전까지 재소자들은 교도소에서 운영하는 채소농장에서 강제노역을 했다.
어찌보면 이곳은 재소자들의 고단했던 역사가 담긴 곳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다시 푸른길과 어울리는 작품으로 재탄생되기 위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으며 지금은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곳에서 주변 시민들은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작은 텃밭을 꾸며놨다.
이 때문에 이곳은 또 하나의 공간 활용 사례가 됐고 동명동 건널목까지는 싸묵싸묵 걸으면서 수다도 떨고 연인과 다정한 사랑 나눔 이야기도 할 수 있는 모정의 쉼터가 됐다.
그러다보니 이곳에서는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가족도 많이 보이고 노부부, 외국인들까지도 보인다.
여기를 벗어나 도심 속으로 이어지는 곳에서는 맘 놓고 쉬어가기가 애매해지기 시작한다.
푸른길을 벗어나면서부터는 교회의 넓은 주차장 공간을 만나며 이곳부터 순환도로와 마주하게 된다.
포근한 안식처에만 있다가 소음의 공간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옛 남광주역부터 백운동 로타리까지는 그렇다.
특히 살레시오여고의 버스승강장부터는 소음과 매연 등으로 옆 사람과 대화조차 힘들어진다.
힐링(Healing)이 아닌 킬링(killing)의 길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할테다.
이곳저곳 젊은이들이 마시고 버린 일회용 플라스틱 음료수 용기가 사방에 뒹굴고 있다.
조선대 앞 승강장을 지날 때면 노상에서 흡연하는 젊은이들 때문에 역겨운 냄새도 맡게 된다.
또 여기서부터 남광주 고가도로를 오르기 위한 차량들의 소음과 매연이 만만치 않다. 마음의 여유가 사라져버려 남광주 시장까지 가기 위해서는 불편함을 감수하며 걸어야 한다.
그래도 이곳의 푸른길은 50~60대 이상 조선대 출신들의 추억의 도로였다.
지금의 조선대 치대병원 근처에 꽤 유명했던 도내기 시장이 있어서 이 근처에서 생활했던 자취생에게는 덧없이 좋은 공간이었다.
지산동, 산수동, 동명동 일대 한옥 집들은 하숙생과 자취생들의 생활공간이었다.
경전선이 다니던 시절에 이 일대에서 생활하던 학생들은 시내와 학교를 오가기 위해 이곳 일대의 길을 자주 애용했다.
철길이 마치 시내와 학교를 잇는 소통의 연결고리나 다름없었다.
지금은 필로대로의 큰길이 생기면서 도내기 시장시장 골목에는 30여개의 상가 건물들이 들어서게 됐다.
하지만 이제는 겨우 10여개의 과일가게, 야채가게 등이 운영되며 명맥만 겨우 유지되는 상황이다. 골목 사이사이 보기 드물게 숨겨져 있는 한옥이 운치를 더하기도 한다. 이곳은 이제 저녁이면 불야성을 이룬다. 골목이 원룸타운과 먹거리 골목으로 바뀌면서부터다. 친구들과 어울려 지산동 골목에서 오랜만에 대포 한잔하면 딱 좋을 성 싶다.
앞서 푸른길공원이 시민들의 편안한 쉼터마련을 위해 조성되기 했지만 드문드문 그렇지 못한 곳도 있다.
그럼에도 시민들이 팍팍한 일상 가운데 잠시나마 이 같은 쉼터에서 쉼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일테다.
아직 조성되고 있는 곳도 있지만 하루빨리 시민들을 위한 공간조성이 완료되서 시민들이 추억의 그 길을 거닐며 행복한 일상을 보낼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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