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기(4) : 사사 입다의 서원

[이천우]

사사 입다의 서원

사사기 11장 34-40절 / 34입다가 미스바에 돌아와 자기 집에 이를 때에 그 딸이 소고를 잡고 춤추며 나와서 영접하니 그의 무남독녀라 35입다가 이를 보고 자기 옷을 찢으며 가로되 슬프다 내 딸이여 너는 나로 하여금 참담케 하는 자요 너는 나를 괴롭게 하는 자 중의 하나이로다 내가 여호와를 향하여 입을 열었으니 능히 돌이키지 못하리로다 36딸이 그에게 이르되 나의 아버지여 아버지께서 여호와를 향하여 입을 여셨으니 아버지 입에서 낸 말씀대로 내게 행하소서 이는 여호와께서 아버지를 위하여 아버지의 대적 암몬 자손에게 원수를 갚으셨음이니이다 37아비에게 또 이르되 이 일만 내게 허락하사 나를 두 달만 용납하소서 내가 나의 동무들과 함께 산에 올라가서 나의 처녀로 죽음을 인하여 애곡하겠나이다 38이르되 가라 하고 두달 위한하고 보내니 그가 동무들과 함께 가서 산 위에서 처녀로 죽음을 인하여 애곡하고 39두 달만에 그 아비에게로 돌아온지라 아비가 그 서원한 대로 딸에게 행하니 딸이 남자를 알지 못하고 죽으니라 이로부터 이스라엘 가운데 규례가 되어 40이스라엘 여자들이 해마다 가서 길르앗 사람 입다의 딸을 위하여 나흘씩 애곡하더라.

암몬 자손이 이스라엘 땅을 부당하게 침략하고 물러가지 않음으로 이스라엘 땅을 더럽히고 있는 악행에 있자 하나님의 영이 입다에게 임하여 그를 길르앗 지파와 므낫세 지파 전지역을 다녀 전열을 다지게 하였습니다. 그런 뒤 다시 길르앗 지파 지역에 있는 미스베로 되돌아와 거기서 암몬군의 진영 쪽으로 쳐들어갔습니다. 그때 입다는 하나님께 서원하기를 “주께서 과연 암몬 자손을 내 손에 넘겨주시면 내가 암몬 자손에게서 평안히 돌아올 때에 누구든지 내 집 문에서 나와서 나를 영접하는 그는 여호와께 돌릴 것이니 내가 그를 번제물로 드리겠나이다”(30-31절)라고 하였습니다. 그러고 나서 입다는 암몬의 군대와 싸우러 나갔으며, 하나님께서는 암몬의 군대를 입다의 손에 넘겨주셨습니다. 그 결과 입다는 이십 곳이나 되는 성읍을 차지하는 대승을 거두었으며, 암몬의 왕은 이스라엘 자손 앞에 항복하여 무릎을 꿇음으로 수치를 당하였습니다.

암몬과의 전쟁을 치러 승리를 거머쥔 사사 입다는 미스바에 있는 자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입다가 집 입구에 이를 때 그의 무남독녀인 딸이 소고를 치고 춤추며 그를 맞이하였습니다. 그 딸을 보는 입다는 그 순간 발이 얼어붙었습니다. 그리고는 옷을 찢으며 부르짖었습니다. “어찌할꼬 내 딸이여 너는 나를 참담하게 하는 자요 너는 나를 괴롭게 하는 자 중의 하나로다 내가 여호와를 향하여 입을 열었으니 능히 돌이키지 못하리로다.” 이는 입다가 자신이 한 말인 서원을 한 것을 후회하면서 어떻게 할지를 몰라 발을 동동 굴리는 것에서가 아닙니다. 입다는 하나님께 한 서원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을 잘 알기에 반드시 행함에 있을 것을 표하는 것인데, 그 딸이 처녀인 아직 어린 나이에 있는 몸으로 하나님께 바쳐져 일생을 하나님의 일을 위해 처녀로 살아야 할 것에서 딸에 대한 애처로움을 갖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입다는 자신이 한 말대로 이행하여 딸을 하나님의 사람으로 바치고자 합니다. 입다의 이러한 사정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딸은 아버지에게 부탁하였습니다. 아버지가 하나님께 서원한 것은 그대로 행하시는데, 다만 자기에게 두 달의 말미를 주면 그동안에 동무들과 산에서 지내면서 자신이 처녀로 하나님을 위하여 살게 되는 마음을 풀며 그 준비에 있겠다는 것입니다. 즉, 마음과 신변을 정리하여 하나님을 위해서 살 준비에 있겠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입다의 딸 또한 입다가 하나님께 한 서원을 따르고자 하는 것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입다와 약속한 대로 두 달 만에 딸이 집으로 돌아오자, 입다는 하나님께 서원한 대로 그 딸을 하나님께 번제로 바쳐 하나님의 소유로 삼았습니다. 그에 따라서 “두 달 만에 그 아비에게로 돌아온지라 아비가 그 서원한 대로 딸에게 행하니 딸이 남자를 알지 못하고 죽으니라”는 두 달 동안의 산 속 생활을 마치고 아버지에게로 돌아온 딸을 서원한 대로 행하여 번제의 제물로 바치므로 그 딸이 남자를 알지 못하고 처녀로 죽었다는 것을 의도하는 것이 아니라, 입다의 딸이 희생제사를 드리는 번제를 통하여 하나님께 바쳐짐으로써 하나님의 소유된 자로 일생동안 남자를 알지 못한 채 처녀로 하나님을 섬기며 살다가 죽었다는 것을 의도하고 있습니다. 31절에서의 “번제로 드리겠나이다”란 말과 39절의 “아비가 그 서원한 대로 딸에게 행하였다”는 말은 문자적으로는 서원한 대로 딸을 번제로 바쳐서 하나님께 드린다는 뜻을 갖는 것인데, 문맥적인 의미는 딸을 번제의 희생제물로 바쳐 죽였다는 것에서가 아니라, 번제의 희생제물과 함께 딸을 하나님께 바쳐 일생을 하나님께 바쳐진 처녀로 하나님의 일을 위해 지내게 했다는 의도에서 한 말입니다.

이러한 입다를 위해 이스라엘에는 한 전통이 생겼습니다. 입다의 딸이 하나님께 바쳐져 하나님의 사람으로 살게 된 것이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한 전통이 되었다는 것을 말씀합니다. 그래서 해마다 이스라엘 여자들이 이를 기념하며 입다와 그 딸이 행한 일을 높이 기리는 기간을 나흘을 가져갔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 개역 및 개역개정성경에서는 “애곡하더라”라고 번역을 하고 있으나, 원문에서의 단어는 ‘애곡하다’는 뜻도 있습니다만, ‘칭송하다’, ‘찬송하다’ ‘드높이다’는 뜻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본문에서는 후자의 의미에서 쓰였습니다. 그런데 ‘애곡하다’(37, 38, 40절)라고 번역함으로써 마치 크게 슬픔을 갖고 통곡하였다는 뜻으로 오해하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입다의 딸이 처녀로 평생을 아마도 성막에서 수종 들어 하나님의 쓰임이 되었을 헌신을 기억하고 칭송하였다는 것으로, 입다의 딸에서 보게 되는 하나님께의 헌신에 있은 하나님에게 한 의로운 일을 높이 사 이스라엘이 여기에 정신을 두고 두고 가져나가고자 한 것에서 쓰인 말입니다. 하여, 입다의 서원은 입다가 인신제사로 드려졌다는 것에서가 아니라, 입다에게 임하여 휘몰아 감싸고 있는 하나님의 신(영)이 입다 만이 아니라 그의 딸도 함께 하나님의 사람으로 살게 해 나가시는 일을 해 나가신 것에서 당시 이스라엘을 대적하는 원수의 손에서 이스라엘을 지켜 보호해 가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보게 하시고, 여기에 이스라엘 백성들의 기억이 길이길이 그렇게 오래도록 있게 해 나가신 것을 알아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