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동요 ‘나비야’의 유래, 그 역사적 배경에 대하여 알아봅니다.
일본 현대 ‘나비(ちょうちょう)’ 노래
https://youtu.be/9EZdpuGyQhw
우리 ‘나비야’ 동요
https://youtu.be/Sy-MyW2kQ1M
이 동요는 원래 독일 전래 동요였는데, 일본에 전해져 일본 메이지 시대 최초의 근대 동요, 즉 ‘창가(唱歌)’가 되었습니다.
1868년 일본 메이지 유신은 근대화 혁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천년의 역사와 다른 새로운 국가 건설의 혁명이었습니다. 이는 단지 정치, 군사, 산업 분야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육, 문화, 여성 등 모든 분야의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이자와 슈지(伊沢 修二), 그는 일본 근대 음악교육의 아버지라고 불립니다. 바로 메이지 유신 시대 일본의 신음악 그리고 학교 음악 교육을 조직한 인물입니다.
가난한 무사 집안에서 태어난 이자와는 메이지 유신 시기 선교사에게서 영어를 배우고 교토에서 난학(네덜란드 학, 일본 전통 시대 서양학문을 가리킴)을 공부하고 이어서 도쿄 남교(南校: 동경대학의 전신)에 진학하였고, 이후 문부(文部)성과 공부(工部)성에서 근무했습니다. 메이지 정부는 교사 양성을 위해 각 지역에 사범대학을 설립하였는데, 이자와는 아이치 사범대학(愛知師範学校)의 교장으로 임명됩니다. 여기서 이자와는 아이들 음악교육을 중시하여 일본 동요를 근대화한 ‘유희창가(遊戲唱歌)’를 시작하였습니다. 이것이 일본 근대 음악교육의 시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창가에 대하여 이자와는 다음과 같은 철학을 말하고 있습니다.
“창가유희의 유익한 점은 많다. 첫째로 지각심경을 활발히하여 정신을 쾌락하게 한다. 둘째로 인심에 감동력을 생기게 한다. 셋째로 발음을 정확하게 하고 호흡법을 조절한다.”(이권희, “근대 일본의 소리문화와 창가”, 일본사상(한국일본사상사학회) 제19호(2010. 12), 112쪽)
또 이렇게도 말하고 있습니다.
“현재 서구의 교육자는 모두 음악을 교육의 한 과목을 삼고 있다. 원래 음악은 학동의 신기를 상쾌하게 하고 근학의 피로를 풀어주고, 폐와 장을 강하게 해서 그 건전함을 도와주고, 음성을 맑게 하고 발음을 정확하게 하며 청력을 좋게 하고 사고를 치밀하게 하고 또한 심정을 즐겁게 하고 그 선성을 느끼며 생기게 만든다. 이것이 교실에서의 직접적인 효력이다. 그리하여 사회에 선량한 오락을 제공해 자연스럽게 선으로 나아가 죄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사회를 예법과 문화의 역으로 나아가게 하여 국민 모두 자랑스럽게 왕덕을 받아 태평을 즐기게 하는 것은 그 사회에 대한 간접의 공이다” (이권희, 앞의 글, 113쪽)
이러한 이자와의 인식은 평소 저의 생각과 일치하여 더욱 반가웠습니다.
이자와는 1875년 일본 최초의 음악 유학생으로 미국에 가서 공부합니다. 1879년 귀국하여 도교 사범대학의 교장 그리고 문부성 내 음악조사과(音楽取調掛)를 맡아 일본 음악교육의 기초를 다집니다. 이자와는 먼저 미국 유학 중 인연을 맺은 미국의 음악교육가 루터 파이팅 메이슨(Luther Whiting Mason)을 초빙합니다. 메이슨은 유럽 여행을 통해서 단지 미국의 음악만이 아니라 유럽의 여러 노래들도 그의 교본에 채록해 놓고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일본은 미국만이 아니라 유럽의 여러 노래들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자와와 메이슨이 협력하여 만든 일본 최초의 창가(근대 동요)가 바로 ‘나비(蝶々)’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나비야 나비야’로 널리 불리는 동요입니다. 이 노래는 이자와가 1881년 최초로 만든 초등 음악교과서 <소학창가집>에도 실리게 됩니다. 원곡은 독일의 오래된 전통 동요로 <어린 한스>(Hänschen klein)라고 하는데, 메이슨이 채록해 왔고, 이자와가 그에 새로운 가사를 붙인 것입니다.
일본 소학 창가집에 실린 ‘나비(蝶々)’의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이하 가사 원문과 번역은 박진수, “동요 개념의 한일 차이와 번안동요의 수용”, 일본학보(한국일본학회) 제118권(2019. 02), 138-139쪽).
てふてふてふてふ 菜の葉にとまれ
なのはにあいたら 桜にとまれ
さくらの花の さかゆる御代に
とまれよあそべ あそべよとまれ
おきよおきよ ねぐらのすゞめ
朝日のひかりの さしこぬさきに
ねぐらをいでゝ こずゑにとまり
あそべよすゞめ うたへよすゞめ
나비 나비 유채 잎에 앉아라
유채 잎에 싫증나면 벚꽃에 앉아라
벚꽃처럼 (천황의) 번영하는 이 세상에
앉거라 놀아라 놀거라 앉아라
일어나 일어나 둥지 속의 참새
아침햇빛이 내리쬐기 전에
둥지에서 나와서 나뭇가지에 앉아
놀거라 참새 노래하거라 참새
이 노래는 일본 패전 후 1947년에 다음과 같이 수정되었습니다.
ちょうちょう ちょうちょう
菜の葉にとまれ
菜の葉にあいたら 桜にとまれ
桜の花の、花から, 花へ
とまれよ 遊べ 遊べよとまれ
나비 나비
유채 잎에 앉아라
유채 잎에 싫증나면 벚꽃에 앉아라
벚꽃의 꽃에서 꽃으로
앉거라 놀아라 놀거라 앉아라
이 노래는 1910년 조선 통감부의 ‘학부’에서 편찬한 <보통교육창가집>에 실림으로써 우리나라에 전해집니다. 일본 원곡의 가사와는 좀 다르게 되었습니다. 아마 아직 병합되기 전 통감부 시대 편찬된 곡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저 나비야 저 나비 이리와서 노너라 / 화계 위에 좋은 꽃 웃는 듯이 피었다
향기내도 맑거든 꿀맛조차 달구나 / 저 나비야 저 나비 꽃 속에서 잠자자
그러다가 언제부터인가 다시 현재와 같이 가사가 바뀌어 불리고 있습니다.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 오너라 / 노랑나비 흰나비 춤을 추며 오너라
봄바람에 꽃잎도 방긋방긋 웃으며 / 참새도 짹짹짹 노래하며 춤춘다.
(이상, 박진수, 앞의 글, 140쪽)
첫댓글 손녀가 생겨
요즘 자주 불렀는데
이런 역사가 있네요ㅎ
유니나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손녀 출생 축하드립니다. 요즈음 참으로 귀한 소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