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반값등록금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대학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입학정원 감축문제가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사립대는 물론이고 국 공립대 정원을 손질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대학의 다양한 특성과 기능을 살리는 방식이 아니라 정원 축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구조조정이라면 재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의 국 공립대 등록 학생비율은 22%로서,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데다 반값등록금을 추진하려면 오히려 사립대 3분으 2 정도의 싼 등록금을 받는 국 공립대의 정원을 감축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서울대는 일찍이 학부정원을 스스로 대폭 줄여 금년도 입학정원은 3천96명이다. 졸업정원제를 실시했던 1981-83년 6천5백명 선이던 정원은 그동안 감축을 거듭하다가 2004년 3천8백85명에서 2005년 3천2백60명으로 대폭 줄어든 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유는 교육중심의 지식 전수 대학에서 연구중심의 지식 창출 대학으로 가기위한 조처였다고 한다.
지금 서울대의 정원은 10개 거점 국립대 중 끝에서 두번째로 적다.제주대가 2천600명 선이고 나머지는 4-5천여 명, 경북대는 8천명 수준이다.고려대와 연세대가 각각 5천여 명인 것과 비교해도 서울대 학생수는 이들 대학의 60% 수준이다.서울대는 학생수의 축소로 국내 최고인 1백27%의 교원확보율을 달성했다는 평가가 있지만 엘리트체제의 독점적인 구축과 함께 오히려 입시과열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없지 않았다. 또한 매년 2-3백억원 정도의 재정수입 감소도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국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신규인력' 배출에서 정원이 많은 일부 명문 사립대들에 비해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예컨대 로스쿨 출범과 함께 최고 인기학과로 부상한 경제, 경영학과의 총 정원은 3백명 안팎이나 고대, 연대의 경우 합쳐서 1천명 선이라고 한다. 1-2년 전부터 우리 사회의 경제, 금융, 기업 분야에서 이 두 대학을 합친 졸업생들의 진출이 서울대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서울대가 연구중심대학이라고 하지만 현재 대학원 정원도 이 두 대학이 서울대를 앞서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심각한 문제는 정원축소로 유보정원이 없는 서울대로서는 국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학문 분야에 대해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연초 서울대동창회 자리에서 서울대의 정원이 3천명 선으로 묶여있는 한 10년 후 서울대의 위상은 2-3위로 추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한 명문 사립대 전(前)총장의 이야기가 공허하게만 들리지 않는다. (관악춘추 서옥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