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의 결혼 건수가 5년 만에 감소하고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최근 몇 년간 '쌍춘년'과 '황금돼지해'의 효과로 출산율이 상승세로 돌아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다시 줄어들고 있어 큰 일이다. 출산율이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앞으로 한 세기가 지나지 않아 우리 인구는 지금의 3분의 1로 줄어들 것이란 암울한 예측도 나오고 있다.
결혼 건수가 줄고 출산율이 감소한 데는 아마도 지난해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도 클 것이다. 얼마 전 한 모임에서 만난 어느 금융기관장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 은행의 계약직 창구직원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더니 갑자기 결혼과 출산이 늘면서 결혼휴가나 육아휴직으로 업무 처리에 지장이 생기더라는 것이다. 미래의 직업이나 소득의 불안정성이 결혼이나 출산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결혼과 출산이 줄어드는 또 다른 원인은 화려한 싱글족의 등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예전과 달리 요즘 젊은이들은 개인적인 삶의 질을 소중히 여긴다. 한 가정을 이루고 가족 구성원 모두의 안정적인 삶을 위해 일하기보다는 개인의 행복 추구를 최고의 가치로 삼고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 회사에도 이미 결혼 적령기를 한참 넘긴 직원들이 많이 있지만 조급해 하거나 서두르는 눈치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주말이나 휴일을 이용해 혼자만의 취밋거리를 찾거나 자기계발에 힘쓰며 싱글의 삶을 즐기는 모습이 흔하다. 이런 생활에 익숙해진 젊은이들은 혹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 갖기를 주저하고,부부가 둘만의 경제적 여유와 풍요로운 삶을 추구하는 경향이 많다.
이렇게 결혼과 출산이 줄어드는 원인이 다르듯이 이에 대한 해법도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일이다. 줄어드는 일자리와 실업을 걱정하는 젊은이들에게 빨리 결혼해서 가정을 가지라는 충고는 공허하게만 들린다. 젊은이들에게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해 미래의 불확실성을 없애주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갖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일이라는 정서적 공감대가 사회 전체에 형성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혼자 사는 삶에 이미 익숙해져 있는 대다수 젊은이들에게 인생에서 정말 추구해야 할 가치 있는 일이 따로 있고,행복도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해 주어야 한다.
안정적인 사회 구성원의 충원 없이는 우리 사회가 지속될 수 없다. 결혼을 장려하고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저출산 현상이 계속 되다가는 '혼인 및 출산에 관한 촉진법'이란 특별법이라도 제정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과 우려가 앞선다. 바야흐로 봄이고 결혼 시즌이다. 자식과 손자를 둔 부모로서 최근의 결혼과 출산 감소가 남의 일 같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