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3월5일] 작년 가을 이후 계속되고 있는 가뭄으로 물의 소중함이 새삼스럽다. 2008
년 강수량은 서울 및 경기지역을 제외하면 평년의 50~80% 수준이었다. 일부 댐은 저수율이
예년의 절반으로 내려가 이미 제한급수가 시행되는 지역이 있다. 가뭄의 최고조는 본격적인
농사철이 시작되는 4월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걱정은 부족한 물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이
다. 꼭 필요한 부존자원이 부족할 때 그걸 둘러싸고 경쟁과 다툼이 벌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힘의 논리가 우선하는 국제사회라면 물리적 힘, 경제적 힘을 사용해서 분쟁해결을
시도하게 된다. 석유를 둘러싼 국제 간 다툼은 때로는 무기로, 때로는 돈의 힘으로 해소가
된다. 다툼의 대상이 물이 될 때는 더 원초적인 분쟁이 된다. 석유는 다른 에너지원으로 대
체할 수도 있지만 물을 대체할 수 있는 자원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은 생존의 문제
다. 국가간에 주로 발생하는 석유 분쟁과는 달리 물 분쟁은 국가 내에서도 자주 발생한다.
최근 남강댐의 수위를 높여 부산시의 상수원으로 이용하려는 정부 계획에 대해 홍수피해를
우려한 경상남도가 반대를 하면서 지역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에도 강 상류와 하류 지
역 간 물싸움은 종종 발생했다. 문제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물 부족이 더 심각해지고, 이에
따라 부족한 물을 둘러싼 갈등 또한 더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지구 온도는 지난 100년간
0.74도 증가했고 최근엔 그 상승 속도가 더 가팔라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온난화가 가장 빠
르게 진행되고 있는 지역이다. 기온 상승은 지구 평균의 2배이며, 해수면 상승은 지구 평균
의 3배이다. 온난화로 인해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분야가 수자원이다. 평균적인 강수량 변
화도 중요하지만 가뭄이나 홍수의 빈도가 더 많아지고 더 심각한 양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단기적으로 발생하는 홍수보다는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가뭄이 일상생활이나
경제활동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물의 양이 주는 것도 문제지만 오염물질이 농축됨에 따라
수질도 악화돼 물의 질이 나빠지게 된다. '좋은 물'이 더 희소해지는 것이다. 물 부족을 해
결하기 위해선 결국 적게 쓰고 많이 공급해야 한다. 일상생활에서부터 물 절약을 생활화하
고 노후화된 상수도나 관개수로의 개선을 통해 누수되는 양을 줄이는 게 필요하다. 하수처
리를 고도화해 '좋은 물'의 공급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다. 댐 건설도 필요하다. 환경문제를
발생시키는 대규모 다목적댐 보다는 환경영향이 적은 용수전용댐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
가 있다. 강폭을 넓히고 수심을 깊게 해 강의 물그릇을 크게 하는 것도 괜찮은 물 공급 방
안이다. '4대강 살리기'는 댐과 같은 거대한 인공적인 구조물을 설치하지 않고도 자연적인
물의 흐름을 되살려 강의 저수용량을 크게 하는 작업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물 부
족이 발생한다면 합리적으로 물을 나눠 쓰는 지혜가 필요하다. 물 분쟁을 석유 분쟁처럼 돈
의 힘으로만 해결하려고 해선 안 된다. 물론 물도 희소자원이므로 그걸 이용하는 데 따른
비용을 부담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물은 인간의 생존과 직결되는 천연자원이다.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기본권 차원에서 깨끗한 물을 충분히 향유할 수 있도록 해주는 책무를 갖고
있는 것이다. 우리 헌법은 물과 같은 천연자원에 대하여 국가의 포괄적인 재산권을 인정하
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물 분쟁의 해결에도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다. 깨끗한 물에 대한 국
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문제로 보고 해결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경기도 고양시가 정서
장애 아동의 조기 발견과 치료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반가운 일이다. 가정 및 사회
환경의 변화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자폐·학습장애 등 갖가지 정서장애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고양시내 초등학교 1학년생 4107명을 전수조
사한 결과 네 명 중 한 명이 이 같은 장애의 징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2006년
정부가 12개 시·도의 94개교 초등생들을 대상으로 시범 조사를 했을 때도 네 명 중 한 명
이 이런 증세에 해당됐다.
[박태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