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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깨어있는 쇼핑매니아 원문보기 글쓴이: 알엑스원
지난 11월 5~6일 1박2일로 경남도민일보와 100인닷컴이 주최한 <경남팸투어>는 반향이 컸던 만큼 탈도 많았다. 사실 탈이라고 해봤자 부질없는 이들의 시샘이라고 하면 그뿐이겠지만, 그러나 한편 사소한 탈 아닌 탈을 겪으면서 새삼 한국 3류 정치판의 저급함을 깨달았다고 해야겠다. 팸투어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남도 선관위에서 참여 블로거들을 상대로 조사를 한다는 소리가 들렸다. 이유는 누군가 제보를 해 조사를 요구했다는 것이었다. 왜 도 행사에 도지사가 나가서 자기선전을 하냐는 것이 그들이 내세운 이유였다.
<경남팸투어>가 나름대로 커다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면에는 ‘김두관’이란 상품이 있었던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실제로 서울지역의 유명 블로거들이 앞다투어 <경남팸투어>에 참여하고자 했던 것도 김두관에 대한 지대한 관심 때문이라고 할 수 있었다. 팸투어를 기획하고 블로거들을 섭외할 때 하나같은 질문이 ‘김두관 경남지사와의 간담회’에 대한 것이었다. 그들에게 김두관은 경남을 대표하는 관광상품이었다. 김 지사와의 블로거 간담회가 가장 많은 관심과 기대를 모았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블로거들이 포스팅한 팸투어 글들을 분석해보면 팸투어 코스였던 지니하우스, 감미로운 마을, 주남저수지, 우포늪 등이 대체로 골고루 나왔다. 다만, 김두관 지사가 참여했던 감미로운 마을 이야기가 가장 먼저 나오고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바람에 다른 주제들이 좀 늦게 다루어졌을 뿐이다. 이는 전국에서 모인 블로거들에게 김두관이란 이름이 가장 큰 이슈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떻게 보면 김두관을 제일 이슈로 만든 것은 다름 아닌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일 수도 있다. 불도저식 4대강사업과 이에 대항하는 김두관. 특별히 여행블로거와 시사블로거들이 많았던 <경남팸투어>에서 4대강사업에 맞서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김두관’이 이슈가 안 된다면 그거야말로 이상한 일이 아닐까? 대체로 여행블로거나 생태블로거들이 봤을 때 4대강사업을 강행하는 세력은 아름다운 여행지를 빼앗는 공적이다. 그런데 가장 먼저 문제를 제기한 것은 한나라당이 아니라 경남민언련 대표인 강창덕 씨(경남신문 독자위원)였다. 그는 자기 블로그에 쓴 글을 통해 마치 ‘경남도민일보가 블로거를 내세워 김 지사 홍보를 조장한 것’ 아니냐는 투로 공박했는데, 이는 실로 근거 없는 없는 난센스였다.
블로거들은 누구의 지시를 받고 글을 쓰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으며 어떤 통제도 거부한다. 기성 미디어와는 질적으로 다른 혁신적인 미디어가 바로 블로그다. 그런 블로거들에게 강창덕 씨의 주장은 블로거에 대한 모독이며 일종의 언론통제로도 비쳐질 수도 있는 대목이었다. 강창덕 씨의 비판과 우려가 있은 얼마 후에 이번엔 실제로 김두관 지사의 경쟁자들이 나섰던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도선관위에다 <경남팸투어>를 조사해달라고 요구했다. 뭔가 캐면 김 지사의 코를 걸 거리가 나올 거라는 기대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남 잘되는 꼴 못 보는 속 좁은 이들이 남의 밥상에 재라도 뿌리자는 심정이었을 수도 있겠다. 이도저도 아니면 이참에 피곤하게 만들어 다음부턴 이런 기획을 할 엄두도 못 내게 할 요량이었을까? 그러나 경남을 알리자는 팸투어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모양새는 참으로 치졸하게 보였다. <경남팸투어> 실무책임을 맡았던 경남도민일보 이승환 기자는 도선관위에 불려가 무려 4시간 동안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고 했다. 물론 본인이 별로 불편하게 생각지는 않는다고 했지만 아무런 보상도 없이 사람을 불러 조사를 한다는 게 그리 달가운 일은 아니었을 터다. 처음에 도선관위가 내린 결론은 ‘아무런 혐의가 없음’이었다. 무혐의 처분의 취지로 올라온 보고에 대해 그러나 중앙선관위는 다시 정밀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려 보내게 된다. ‘김두관’이란 이름 석자 때문이었던 것일까? 그리하여 몇몇 블로거들이 전화상으로 조사를 받게 되고(어떤 블로거는 두 번이나 찾아왔다) 경남도청 담당공무원과 이승환 기자가 선관위에 불려가 조사를 받게 되는 불상사가 빚어진 것이다. 별일 아닐 수도 있지만 민간 언론사인 경남도민일보로서는 불필요한 손실이 아닐 수 없는 일이다. 도선관위로서도 갑갑하기는 매한가지였을 것이다. 전국에 거의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하고 있는 일인데다가 특별히 위법성을 밝힐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위법이라면 도지사나 시장, 군수들은 아무 일도 하지 말아야 한다.
결국 22일 최종적으로 도선관위는 경남도와 경남도민일보에 각각 법 준수 안내공문을 하나 보내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지었다. 공문의 내용은 이러이러한 일을 하면 법에 위반되며 저러저러한 일을 하면 괜찮다는 식의 안내장이었다. 참고로 팸투어라 함은 ‘특정한 행사나 사업, 테마 관광지 등을 홍보하기 위해 사전에 기자나 블로거, 언론 독자 등을 초청해 벌이는 이벤트’를 말한다. 예를 들면 엑스포를 하기 전에 블로거들을 초청해 팸투어를 하는 것과 같은 식이다. 주로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신문사나 파워블로거를 회원으로 보유하고 있는 100인닷컴 같은 언론사들이 팸투어 프로그램을 만들어 판매한다. 이번 <경남팸투어>도 경남도민일보와 100인닷컴이 기획한 천만원짜리 용역서비스를 경남도가 구매한 것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김 지사의 경쟁자들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부린 엉터리 같은 억지로 인해 애꿎은 도청 담당공무원과 선량한 시민인 기자와 블로거들이 사소한 불편을 겪었으니 말이다. 어쩌면 이로 인해 심리적으로 위축받은 블로거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이들이 입은 시간적, 정신적 피해는 누구에게 보상받아야 할까? 선관위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이라도 해야 하는 걸까? 아무튼, 크다면 크고 사소하다면 사소한 이번 사건을 겪으며 느낀 것은 혹시 선관위가 ‘김두관’을 못 잡아먹어 안달 난 건 아닐까 하는 의혹이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