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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식의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 이지 버츄 - Easy Virtue >
여기... 세련된 미학(美學)의 서사 < 이지 버츄 > 가
있지요.
영화는 타이틀 롤 라리타 헌팅턴 역의 '제시카 비엘'이
부르는,
노엘 카워드의 'Mad about the boy' 로 그 막을
열어갑니다.
https://youtu.be/73cPTjYoey0
발칙한 로맨틱 코미디 < 이지 버츄 > 는 그렇게,
시작부터 눈길을 끌며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를
자못 기대하게 만들죠.
무성영화처럼 지나가는 흑백 시퀀스에 라리타와 존이
꾸미는 뮤지컬 무대가 등장하고 흥겨운 넘버가
흘러나옵니다.
영국 전원의 대저택을 보며 놀라는 라리타에게
존 휘태커 역의 '벤 반스' 가 노래하는 '전망좋은 방'
(Room with a view)이 풀어지는 식으로
말이죠.
https://youtu.be/CMAG7iIjNik
하지만 고대했던 달콤한 로맨스 구도는 이내 무너지고
맙니다.
극 중 인물들이 엎치락뒤치락 전쟁을 일으킨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지요.
거칠 것 없이 자유분방한 라리타에게 있어서
시댁 방문은 그다지 즐거운 것이 아닙니다.
모나코 자동차 경주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한
유명 카레이서 그녀는,
그곳에서 우연히 영국 상류층의 자제 존을 만나 즉시
그 자리에서 결혼하게 되죠.
이 둘은 영국 전원에 있는 존의 집을 방문하게
되는데,
존의 가족들 대부분은 미국인인 라리타를 그렇게 잘,
아니 전혀 반겨주지 않습니다.
존의 누이들로... 결별한 약혼자를 속절없이 기다리며
에로 소설을 탐닉하는 마리온(캐서린 파킨슨 분)과,
가십성 스캔들 기사에 집착하는 힐다(킴벌리 닉슨 분)는
명색이 새언니인 라리타를 하찮게 여기는데다,
아들 존이 오랫동안 사귄 옆집 명문가의 사라 허스트
(샬롯 라일리 분)와 결혼하길 내심 바래왔던...
시어머니 휘태커 부인(베로니카 :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분)은 더더욱 그렇지요.
그녀는 아들이 곧 라리타와 갈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여러 모사(謀士)꾼적 작업들을 행합니다.
하지만, 며느리 라리타는 예상했던 것보다 집에 훨씬
더 오래 머무르게 되고...
휘태커 부인은 이런 상황에 사뭇 지루해하죠.
하지만 착한 라리타는 짜증나는 이들에게 나름 최대한
다정하게 대하려고 애쓰고, 또 요리를 해주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본의 아니게 여러 실수들을
저질러서 시댁 가족들에게 비난거리를 안겨 주죠.
신혼방은 물론 저택 곳곳에 걸린, 휘태커 여사의
고품격 사실주의 회화에 질린 라리타는,
당시 피카소(?)로 여겨지는, 젊은 스페인 화가의
큐비즘적 작품을 의기양양하게 선보입니다만...
시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의 반응은 무슨 괴기스런
'해부도' 같다며 실로 냉냉하기 그지없지요.
시댁 여성들은 한 발 더나가 라리타의 어두운 과거를
캐내기까지도 하는 밉살스러운 짓으로 그녀에게
크나큰 상처를 줍니다.
더욱이 그들이 그토록 사랑하던 애완견 치와와
(희한하게 새댁 라리타에겐 적대적였죠)를 라리타가
무심코 깔고 앉는 바람에 돌연사(?)한 비극적 사건을
계기로,
고부간 충돌의 위기는 대폭발의 정점을 향해 내딛게
되죠.
승마 사냥을 강요하다시피시 집요하게 권유하는
시어머니에게 내내 곤혹스러워하던 라리타...
그녀는 기발한 묘수로 결정적인 한방을 시원하게
날립니다.
그 멋진 한 수란 다름아닌 시아버지 짐(콜린 퍼스 분)의
애마(?)인 구식 모터사이클였죠.
라리타는 말대신 그 오토바이를 '타고' 카레이서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말을 '탄' 사냥꾼 무리들을 날렵하게
제칩니다.
라리타는 영국 귀족의 전통 스포츠인 승마든,
미국의 파이오니어적인 바이크 레이스든,
남편 존의 우스개 말마따나 결국 '타긴 탄 걸' 로
시어머니와의 약속은 지킨 셈이죠.
회심의 미소를 날리는 아메리칸 며느리에게
브리태니어 휘태커 여사는 속이 부글부글
끓습니다.
외딴 성채에서 사랑을 나누다 들킨 아들 부부에게
그녀는 또 창피하다는 듯 나무라지요.
" '이지 버츄'(방종한 여자) 같으니라고! 공연음란죄는
불법이야. 미국에서도"
라리타의 숨겨진 비밀이 폭로되는 바람에 파국으로
치닫는 후반부...
집요하게 올케의 뒤를 추적하던 둘째 시누이 힐다는
결국 미국에 있는 조지 삼촌으로부터 입수한 '특종'
(scoop)을 까발리지요.
남편의 살인 혐의 재판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던
'디트로이트 시 톰 몰리 부인(라리타)의 스캔들'을
말입니다.
"당신을 믿으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상관없다"고
큰소리쳤던 남편 존...
그는 막상 이 놀라운 과거사와 마주하자 왜 미리
말해주지 않았냐며,
알면 당신이 힘들어 할까 봐 차마 얘기 못했다는
아내 라리타를 외면하지요.
화나서 우는 거냐, 아님 창피해서 우는 거냐며
비아냥대는 존에게 둘 다 아니라며 라리타는
한숨을 내쉽니다.
"바보, 위선자들... 이 집에 들어온 게 내 인생 최악의
실수였어. 몇번이나 이야기하려 했는데."
아직도 전혀 이해를 못하겠다는 존에게
라리타는 당신 사랑이 '최선' 은 아니었다고
말하죠.
"이런 상황에 참 태연하더군. 이제 어쩔 거지?"...
걱정하는 휘태커에게 아직까진 며느리(?)인
라리타는 판사도 그런 말을 했다며 답합니다.
" '최선' 을 다해야죠."
"무도회에 많은 분이 왔네요" 는 옆집 허스트 경
인사말에 휘태커 부인은 한껏 뒤틀린 독설을 날립니다.
"마녀(라리타) 얼굴 한번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
왔겠죠."
뭇사람들의 스포트 라이트를 받으며 내려온 라리타는
밴드에게 탱고 반주를 청합니다.
하지만 존은 그녀와의 춤을 거부한 채 무도회장을
나가버리죠.
라리타에게 대책없이 빠진... 사라의 오빠
필립 허스트(크리스찬 브레싱턴 분)는 다리가
불편해 춤을 출 수 없어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
홀로 남겨진 그녀를 향해 용기있게 손을
내민 백기사는 다름아닌 시아버지 짐 였지요.
남편과 며느리가 관능적인 탱고를 마치자,
휘태커 부인은 무도회장을 박차고 떠납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사창가를 옮겨놓은 거
같네요. 짐, 이젠 정말 끝이에요!"
격변의 결혼 소동극을 드디어 탈출하기로
결단한 라리타...
그녀는 "아들과 왜 결혼했냐" 고 묻는 짐에게
고백합니다.
"나이 많은 남편이 그렇게 가고 나서... 여리고
순수한 애처럼 때묻지 않은 존을 만났지요.
구질구질한 싸구려 관계는 아닐 거 같아
결혼했는데, 이젠 오히려 존의 청춘을 빼았고
있네요."
그렇게... 떠나는 라리타는 사라에게 "나는
바라는 게 많은 골치 아픈 여자에요" 라며,
사랑하는 존을 위해서 나가는 거니 그와
결혼해달라 부탁하죠.
마침내 라리타는 애증어린 시어머니에게
안녕을 고합니다.
"처세술이 화려하세요. 그 거짓된 방식과
위선을 인정할 순 없습니다만... 그래도 어머닌
꿋꿋이 가정을 지키세요!"
또한 너무도 얄미운 시누이들을 향해 제발
못되게 굴지 말라며 타이릅니다.
먼저 힐다에겐 사악한 심보로 미래를
망치지 말라고 조언하죠.
또 언니 마리온에겐 돌아오지 않을 약혼남을
더이상 기다리지 말라고 충고합니다.
그리고 둘 다에게 진심어린 헌사를 건네죠.
"여기서 나가 세상과 직접 부딪혀 보세요!"
이어, "이게 무슨 죽음으로 이끄는 물귀신
같은 소리냐?" 라며, "이상한 그림과 함께 당장
나가!" 라는 휘태커 여사를 향해 돌직구를
날립니다.
"돌이 되게 하는 메두사 보다 낫죠."
마지막으로... 라리타는 제발 떠나지
말아달라는 철없는 남편 존을 향해 나직이
말합니다.
“사랑한다면 그 사람을 위해 뭐든지 해 줄 수
있는 거야. 죽어가는 그 사람을 위해 독약을
타 줄 수도 있는 것이지. 하지만 당신은 날
그렇게 사랑할 수 없어..."
마침내 라리타는 다시는 발목을 붙잡히고
싶지 않다며,
존의 가족들이 아꼈던 비너스 조각상을
쿨하게 넘어뜨린 채 세 번째 손가락을
치켜들고 유유히 떠나갑니다.
BMW 승용차를 타고 자유를 향해 출발하는
라리타의 모습은 너무도 편안해 보이죠.
늘 충실했던, 그리고 '이중결혼' 굴레의
희생자로 라리타와 동병상련이었던 하인
퍼버(크리스 마샬 분)는 석별의 아쉬움을
전합니다.
" 날이 풀린다네요...
그런 퍼버에게 라리타는 친절했던 노인
잭슨 몫도 함께 넣었다며 후한 전별금으로
사례합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녀의 빈 옆자리를
시아버지 짐이 채워주지요.
"라리타의 그림 좀 잘 챙겨 보네주게나!"
퍼버는 화답하지요.
"제가 두 분이 함께 할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게 돼서 좋습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라는
거 잊지 마세요!"
새 연인(?) 짐 휘태커는 라리타를 향해
말합니다.
"힘들 수록 강하게 밀고 나가야 돼.
어때 준비됐지?"
'When the going gets tough,
the tough get going' - 빌리 오션
https://youtu.be/-n3sUWR4FV4
이렇듯 결말 처리는 참으로 절묘하죠.
'빼앗긴 젊음에 대한 보상' 의 불순한(?) 노림수
역시 이 마지막 '탈출'(Elopement)로 인해
용서가 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시아버지와 다시, 또 새롭게 떠나는 상황' 으로
새겨지는 마무리 엔딩을 통해...
라리타의 동기는 결백함이 증명되었거나
최소한 순수해진 셈이죠.
어느덧 엔딩 크레딧...
< 이지 버츄 > 는 “이지 버츄 오케스트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라는 코멘트와 함께,
드럼, 피아노, 색스폰, 기타, 클라리넷 의 투티
앙상블로 경쾌하고 활기차게 마무리됩니다.
1. < 이지 버츄 - Easy Virtue > 트레일러
https://youtu.be/hwNWphrOhAc
감독 스티븐 엘리엇과 셰리단 조빈스는 각색을
할 때 노엘 카워드의 원작 속 여러 부분들을
수정했지만,
영국 지방 상류층의 위선과 허식을 따갑게
비웃는 드라마의 핵심은 놓치지 않았죠.
덕분에 화면 속에는 재치 넘치는 대사들이
연달아 튀어나오며 흔연스런 웃음을 짓게
합니다.
"어머니, 전 웃고 싶지 않아요."
"얘야, 넌 영국인이야! 그런 척 하렴..."
어머니를 중심으로 휘태커 가(家)의 여성들은
정말 가식적일 뿐더러 성질 또한 더럽고
나중에 훈계를 들어도 싼 인간들이지만,
'카워드 식 대사' 들을 연달아 내뱉는 그들의
모습은 제법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드러난 민낯을 통해
나름대로의 사정을 짐작해낼 수 있죠.
두 세계대전들 사이에 놓인 그 격변의
시대에서 영국 시골 상류층의 존재는
무너져가고 있었지만,
파산 직전의 휘태커 부인은 필사적으로
거기에 매달렸던 것입니다.
반면 짐 휘태커는 아내든 누구든 만사에
무심했죠.
1차대전에 참전했던 동료들이 다 전사하고
자신만 진급해서 살아남았다며 괴로워하던
짐은 라리타에게 털어놓습니다.
"내가 대위로 진두 지휘한 전장에서 단 4분만에
2만여 명이 몰살했지."
그렇게... 전쟁을 체험한 그는 자신들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집에서 일하는 하인들처럼 자유로운 라리타와
금세 마음이 통하게 됩니다.
- https://youtu.be/tWAtahthl3c
처음에 튀어나오는 "제가 좀 나이가 있어서..." 같은
대사는 라리타로서는 진정 굴욕이 아닐 수 없죠.
철부지 남편 존이 근 십년은 아래로 설정되는데,
누가 봐도 그렇게 비춰지기 때문입니다.
이토록 황당한 암유적 프레임은 극 중 대사로
에둘러 풀이되죠.
"(억울하게도) 처음엔 젊음을 빼앗긴 결혼이었고,
나중에는 남의 젊음을 빼앗는 결혼을 했다..."
신데렐라를 괴롭히는 의붓 언니들처럼 못되게 구는
시누이들은 라리타를 가리켜 '쿠거(족)'이라고까지 부릅니다.
좋은 시대극답게 배경은 잘 꾸며졌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콜 포터와 노엘 카워드의 노래들이 스크린을
포근하고도 익살스럽게 감싸안지요.
로맨틱 코미디 < 이지 버츄 > 를 만든 사람들은
목표를 정한 후 딱 그 지점으로까지만 갔지만...
영화는 의미있는 미소를 충분히 머금케
해줍니다.
하여, 어느 책에서 접한 "샘 셰퍼드가 각색한
노엘 카워드 연극에 등장한 기분" 이란 표현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죠.
< 이지 버츄 > 는 그렇게 영국 상류사회의
표리부동함, 또한 모순을 은근하게 꼬집고 풍자하는
얼개로 이야기를 풀어 나갑니다.
압사(?)한 반려견 치와와 퍼피에 대한 추모식,
또 노팬티 캉캉 춤이라든지 등의 장면은 영국식 로맨틱
코미디의 언저리를 짐짓 슬쩍 보여주죠.
말하자면 살점이 드러나고 피가 솟는 날 것의 비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유머 속에 뼈와 가시를 숨겨놓는
식입니다.
- feat. 본드(Bond)의 '리베르탱고'
(Libertango)
https://youtu.be/Tb8Fbeb74hI
전 남편의 직계 혈족과의 혼인은 어떤 문화권에서도
혼인무효 사유가 되죠.
여성뿐 아니라 고귀한 혈통의 남성에게도 감당이
안 될 만한 치욕적인 스캔들이 아닐 수 없다는 점에서,
막장 불륜(?) 격의 결말은 참으로 놀랍기 짝이
없습니다.
존의 설정을 그렇게 어린 나이로 잡은 것도 이토록
황당한 결말에 대한 작은 정당화 기반을 마련하려는
의도로 여길 수 있죠.(그나마 시아버지와 며느리 나이
차를 최소화함)
극중 내내 냉랭하게 휘태커가 라리타를 대한 것도
엔딩의 충격을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영리한 연출로
해석됩니다.
보는 이의 당혹감을 그나마 최대한 배려해서 '모호함' 과
'짧음' 으로 그리 처리했을 뿐으로,
의도한 답은 당연히 하나이며... 그렇게 받아들여야
이 드라마의 휴머니티 주제가 곧바로 부각될 것이죠.
별로 어울릴 것 같지 않았음에도 제시카 비엘은
노엘 카워드의 세계에 별 어색함 없이 매력적인
타이틀 롤로 안착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세상에 들어와서 여러 해프닝들을
쏟아내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여주인공을 맡은 그녀는,
콜린 퍼스와 크리스틴 스캇 토마스와 같은 고참
영국 배우들과 함께 균형을 잘 이루죠.
휘태커 부부 역의 퍼스와 토마스, 이 두 명배우는
극 중 대사들을 능숙하게 풀어내면서 시치미 뗀
코미디를 직조해갑니다.
라리타와 풋사랑에 빠졌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미숙한 면이 있는 존 휘태커를 맡은 벤 반스...
그를 비롯한 조연들 역시 드라마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훌륭한 연출자 밑에 다들 빼어난 배우들이 모여
멋지게 완성한 희극이라고 평가해 줄 수 있게 합니다.
< 브릿짓 존슨의 일기 >, < 러브 액츄얼리 > 의
핸섬 가이 콜린 퍼스는 카리스마를 내뿜죠.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 사건의 헤로인이었던
제시카 비엘 역시 출연한 영화 중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로 빛을 발합니다.
특히 휘태커 혼자만의 공간이던 창고 안에서의
둘만의 대화 장면,
마지막 무도회에서 짐과 라리타가 펼쳐내는 고혹적인
탱고 신 등은,
드라마 안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모멘텀이자,
단연 돋보이는 앙상블의 시퀀스로 자리하죠.
또한 승마와 사냥, 자선회 행사, 무도회 등 영국
상류사회를 엿보는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습니다.
물론 라리타의 시점에서 살짝 뒤틀려지긴 했지만,
그들만의 전통과 문화를 엿볼 수 있다는 점 역시
영화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는 셈이죠.
라리타가 질식할 것만 같은 시댁에서 유일하게 숨 쉴
공간을 만들어준 짐은 그녀와 묘한 동질감을 느낍니다.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알 수 있는 그들의
공감대는,
다름아닌 '자유와 죽음' 에 관련된 상처임을
알게되죠 .
무경험이 경험을 이해할 수 없는, 마음이 마음을
알아주는 이심전심(以心傳心)이 통했던 것입니다.
상류사회의 품위와 형식을 중시하던, 존의 패밀리
시선으론 라리타의 격식을 내던진 자유로움은
헤픈 행동으로밖엔 보여지지 않을 뿐이죠.
그것은 존의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의 역사와도
결부됩니다.
영화의 제목 ‘이지 버츄’ 는 헤픈, 또는 방종한 여자 라는
뜻으로 해석되는데,
존의 어머니가 유난히 경멸하는 단어이자 행동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은 영화 속 중요한 포인트로 작용하죠.
이 타이틀이 며느리 라리타 역의 캐릭터를 정면
규정한다면 합당하지 않은 처사였을 수 있지만,
끝에 가서 시아버지와 도망가는 여인이라면(일단
겉보기로는) 전혀 부당한 비난이 아닐 것입니다.
이런 작명 하나에서도 감독의 빼어난 센스가
돋보이죠.
라리타의 들춰지는 과거, 그리고 무너져가는 휘태커의
가문... 그 안에서 패밀리를 이어야 할 존은 어린애처럼
우유부단하기만 합니다.
아울러 그것은 라리타의 결심을 확고하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죠.
존의 타입은 결정적인 순간에서 의지가 흔들리기
마련인데, 살아온 환경이 그래서 어쩔 수가 없어
보입니다.
감독이 다분이 노렸듯이 존이 갈팡질팡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이런 성격이라는 걸 라리타가 과연 알고
있었느냐가 문제인 것이죠.
라리타가 존이 의지박약한 걸 알고도 결혼했다면 분명
딴 속 한 자락은 감추고 시도한 접근이 아녔을까 생각도
듭니다만...
그렇다고 쳐도 '돈' 만을 노리고 결행한 처사는
아닌 것으로 여겨지죠.
오히려 절대 아닌 게... 암에 걸려도 병원에 갈 돈
조차 없었던, 죽은 전 남편과 '애초에 뭐하러 눈이
맞았겠는지' 가 이유이기도 하고,
더욱이, 이미 빈털털이인 시아버지하고 또 다시
엮여지는 일은 없었겠기에 말입니다.
https://youtu.be/tilkH3hX6ng
< 이지 버츄 > 는 1927년에 스릴러 장르의 1인자
알프레드 히치콕에 의해 영화화된 적이 있죠.
히치콕 감독의 무성영화 전작은 스릴러 형식으로
'이지 버츄' 의 과거를 파고 들었습니다.
스테판 엘리엇 감독이 내린 결말의 파격은 며느리
라리타가 시아버지 휘태커와 함께 떠나는 상황으로
아로새겨지며...
앞에서 지적한 모든 미심쩍은 부분이 분명히
밝혀지죠.
지독한 악덕으로 다른 악덕에 대한 오해가 풀린다는
점은 사뭇 아이러니합니다.
가장 세게 분노한 대목이 '나이 많은 남편을 죽였다' 는
라리타의 혐의에 대해서였는데,
웬만해서는 색안경을 거두기 힘든 이 상황에서 그녀의
진심을 꿰뚫어 본 것도 기적적으로 잘 통하는 두 영혼의
만남 덕분이었음을 암시해 주고 있죠.
전 남편 독살 건의 무죄 판정 사건이 들춰진 대소동
끝에 라리타는 창밖을 보며 무심하게 토로합니다.
"무방비 상태일 땐 서로 비슷하게 보이네요."
짐은 답해줍니다.
"경계를 취할 때도 마찬가지야..."
2. 쇼팽 전주곡(Prelude) 4번, Op.28
https://youtu.be/5NV9zClRS_o
영화 속 유일한 클래식 곡이죠.
쇼팽의 전주곡 중 4번째 곡으로 평론가 하네카는
이 보석같은 작품 만이 피아노의 시인으로서 쇼팽이
이 곡을 영원히 남길 수 있을 거라고 평했습니다.
애수가 깃든 이 곡은 잔잔하다가 격렬해지는 극적인
이어짐으로 슬픈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지요.
'라리타' 의 혼란스런 심정처럼 말입니다.
3. < 이지 버츄 - Easy Virtue > 사운드 트랙
- 이지 버츄 오케스트라
< 프리실라 > 로 알려진 스테판 엘리엇 감독이
2009년 리메이크한 작품 < 이지 버츄 > .
20세기 영국 최고의 멀티 엔터테이너 노엘 카워드의
음악 세계를 신세대 스타들이 재현한 사운드 트랙은,
1920~30년대의 영국과 미국의 음악, 곧 폭스트롯 부터,
딕시랜드, 스윙재즈, 크루너팝에 이르기까지 시종
경쾌한 톤으로, 또 다채롭게 펼쳐집니다.
3-1. 'Makin Whoopee'
https://youtu.be/eRBck_l5Zcc
3-2. 'You're the top'
https://youtu.be/f6X68EbvEfw
3-3. 'Car Wash'
https://youtu.be/kPGnXe83Uys
3-4. 'Coward: Mad Dogs and Englishmen'
https://youtu.be/fsgv_PFPPFQ
3-5. 'In the library'
https://youtu.be/K-eFEICiKvM
3-6. 'All god's chillun got rhythm'
- 버드 파웰
https://youtu.be/VTfjhun2ltk
3-7. 'You do something to me'
- 콜 포터
https://youtu.be/JHh3BUR7tbM
3-8. 'Sexbomb'
- 톰 존스와 마우세 T
https://youtu.be/WZ32gSLNHfA
3-9. 콜 포터의 'Let's misbehave'
영화 중반 라리타가 질식할 것 같은 상황에서 남편
존은 이 노래가 새겨진 LP 판을 축음기에 걸고 그녀와
신나게 춤을 추지요.
https://youtu.be/fIk-89s0Py0
3-10. 래리 쉐이의 'When you're smiling
(The whole world smiles with you)'
- 루이 암스트롱
https://youtu.be/yfsmmk93H3I
3-11. 펠릭스 파웰 의 'Pack up your troubles
in your old kit bag and smile, smile, smile'
https://youtu.be/Fq_0gJmdvSA
3-12. 'I'll see you again'
- 노엘 카워드
https://youtu.be/-Nlch0XZVYY
- 벤 반스
https://youtu.be/uEmpW6uU688
3-13. 'Easy Virtue Foxtrot'
https://youtu.be/qRhNaB7yl5k
3-14. 'Easy Virtue - 'Tango Scene'
https://youtu.be/x5f5iYLLr8w
3-15. 'When the going gets tough,
the tough get going'
https://youtu.be/qquZBbFMOzs
4. '포르 우나 카베자'(Por una caveza)
극 중 탱고 시퀀스를 카를로스 가르델의 '포르 우나
카베자' 로 피쳐링하면 감탄할 정도로 잘 어울리죠.
https://youtu.be/Gcxv7i02lXc
- 李 忠 植 -
첫댓글 - '압도하는 미모의 라리타'
(Jolly good sport)
https://youtu.be/LH4pTyB8PFI
PLAY
- '테니스'(Tennis)
https://youtu.be/ORll4L-ww1Y
PLAY
- '온실'(Greenhouse)
https://youtu.be/gsogWP1cnKo
PLAY
- 'Let's misbehave'
https://youtu.be/fIk-89s0Py0
PLAY
- '캉캉'(Can Can)
https://youtu.be/Z-JQvw-Ce00
PLAY
- 'Who do you think you are?'
https://youtu.be/yJiUIxR3RH4
PLAY
- '압사한 치와와 퍼피'(Squashed Dog)
https://youtu.be/ui9ScPuP84
PLAY
- '모토사이클'(Tool shed)
https://youtu.be/5WZfz7r4f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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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냥'(The Hunt)
https://youtu.be/6otHOo9Sar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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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 버츄 - Easy Virtue > 트레일러
https://youtu.be/hwNWphrOh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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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 버츄 - Easy Virtue > 트레일러
https://youtu.be/tWAtahthl3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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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 버츄 - Easy Virtue >
- 백스테이지(Backstage Time)
part2.wmv
https://youtu.be/yeIVrQm8_y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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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시카 비엘과 콜린 퍼스 인터뷰
https://youtu.be/TuuzLlSUL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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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스테이지(Backstage Time)
https://youtu.be/fhxCD9u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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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 버츄 - Easy Virtue > 트레일러
- feat. 본드(Bond)의 '리베르탱고'
(Libertango)
https://youtu.be/Tb8Fbeb74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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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엘 카워드 I'll see you again'
https://youtu.be/-Nlch0XZVY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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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드 파웰 'All god's chillun got rhythm'
https://youtu.be/VTfjhun2l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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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이 암스트롱 'When you are smiling'
(The whole world smiles with you)
https://youtu.be/yfsmmk93H3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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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톰 존스 와 마우세 T 'Sex Bomb'
https://youtu.be/WZ32gSLNH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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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캐릭터들이 개성만점이죠..
며느리가 맘에 안드는 가문 따위를 따지는 듯한
시어머니 베로니카.
처음에는 라리타를 좋아하다가 나중에는
싫어하게 되는 각종 사망사건 기사 수집가인
여동생 힐다.
아무 사진이나 들이대며 자신을 버리고 간 남자와
신체의 극히 일부분이 닮았다는 이야기를
떠들어대는 못생긴 노처녀 누나 마리온.
세상만사 관심없는 시니컬함의 지존인 시아버지
짐 휘태커.
그리고 방정맞은 치와와 퍼피까지...
시아버지 짐 역의 콜린 퍼스는 새로 손을 본 벽이
맘에 안든다고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투덜대는
아내를 향해
"그럼 벽에 담배 하나 물리던가?" 라는 농담을
무표정하게 던지죠.
또 추수감사절을 기념해야 한다고 수선떠는
부인에게,
추수감사절이란 인디언을 몰살한 후 농사를
짓고 감사하는 날이라는 식의 영국식 유머를
천연덕스럽게 던집니다.
극중 라리타의 캐릭터는 자유로운 영혼 그
자체이죠.
노래를 잘하고 운전도 잘해 질주를 즐기며
종종 혼자서 책을 읽고 사색에 잠기고
싶어합니다.
탱고를 잘 추고 기계에도 관심이 있는데...
또 무엇보다도 꽃 알레르기가 있죠.
농담으로 한 이야기를 진담으로 받아들이고
19금 캉캉춤을 춰댄 여동생.
그 일로 결혼하긴 글렀다면서도...결혼을 무척
하고 싶은 여동생에게."아니, 오히려 남자들이
줄을 설거다!" 라는 오빠 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