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봉산 1002m (전북 진안)
2015년10월11일 흐리고 비
윗양명~1봉~4봉~구름다리~5봉~장군봉~복두봉~명도봉~운일암반일암
12.7km 5시간 50분
“요즘엔 45평 아파트에도 2~3사람 사는데
45인승 버스에 14명 타고 간다고 억울할 것 없다!” 라고
아무리 우겨보지만 빈자리가 아까워라~
들녘에는 벼이삭이 누렇게 출렁이고 산자락은 붉게 물들건만
날씨 탓인가 오늘따라 쓸쓸한 가을 빛이다.
쓸쓸함도 잠시 구봉산 입구엔 수십 대의 관광버스에서
쏟아져 나오는 산객들로 북새통이다.
쭈쭈쭈~ 뒤따라 가다가 초반부터 슬쩍슬쩍 치고 올라 어느새 1봉에 오른다.
휩쓸려 가다가 1봉 놓치고, 2봉 지나 3봉, 의미 없는 봉우리마다 눈도장 찍고
조망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또 휩쓸려 오르다가
미인계를 써보려 해도 두 눈 부릅뜬 아줌씨들이 더 많아 꼬리 내리고 줄 서 오른다.
실실실~ 아자씨들 옆으로 또 한번씩 치고 오르려는데 눈총이 따갑다.
뽕짝뽕짝 노래 틀어놓고, 띵~띵~ 쇠방울 소리,
웃음 큰 여자들과 객쩍은 남자들 떠드는 소리.
심지어 어떤 놈(?)은 전화 통화로 구봉산이 떠나갈 듯 실랑이 하고---
4봉과 5봉 사이에 거대한 구름다리가 새로 놓여져
명물이 되어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모았나 보다.
구멍이 숭숭 뚫린 깔판 밑으로 경치를 볼 수 있어
후들거리는 맛이 더하다.
재빠르게 오르던 미연씨가 마치 주문을 외며 걷는 듯 벌벌 기길래
약 좀 올리며 보란 듯이 앞서 건넌다.
햐~ 경치는 참으로 조으다~!
6봉 7봉 8봉 가파른 계단과 동아줄, 안전 시설이 정비되어 있어
비교적 수월하게 오르내리며 8개 연꽃봉우리 8봉을 찍는다.
인파도 조금씩 분산되어 시야도 트이고
저 멀리 우뚝 솟은 구봉산으로 향한다.
이쯤에 오니 왕년에 산을 날아다녔다는 아자씨들이
목청을 키우며 앞길을 막기도 하고
그 와중에 밧줄 잡고 오르는 길목마다 스틱을 받아주는 아자씨도 있고
그렇게 구봉산에 올랐다.
사진 한 장 남기고 선두팀과 간식을 나눈다.
복두봉 가는 길은 까탈스런 구봉산과 달리
한적하고 평온한 흙 길이 연속된다.
점점 햇살이 구름에 가려지더니 금새 비라도 쏟아질 듯 어두워지고
바람에 일렁이며 그림처럼 낙엽은 떨어지는데
뚝뚝 떨어진 빨간 단풍잎은 선명하게 낙엽더미를 물들인다.
드문드문 산죽 밭이 무리 지어 반기는데
차르르르~ 산죽 흩으며 달려가는 이 맛!
키 큰 산죽에 묻혀 앞사람 모자만 걸어간다.
후드득 빗방울 떨어지더니 세차게 바람이 분다.
복두봉에 올라서니 몰아치는 바람에 날려갈 듯 흔들거린다.
본격적으로 비는 쏟아지고---
바짓가랑이로 흘러내린 빗물에 새 신발 속은 그렁그렁 물이 고여 성가시다.
젖은 바지는 찬바람에 식어 냉 찜질 파스를 붙인 듯 시원하다.
자켓모자에 떨어지는 빗소리와 바람소리는 시끄럽게 귓가에 맴돌고
명도봉으로 향하는 능선에 불어대는 요란한 바람결도 오래 기억에 남으리라.
선두 뒤 졸졸 따라 다니는 재미가 기가 막히다.
나타나면 영역을 침범 당한 듯 놀라 내빼기를 반복하며 명도봉에 올랐다.
비바람에 발목 잡히며 달려온 길이라 체감거리는 늘어만 가고
분명 그 산은 그대로인데
내 맘대로 내 기분대로 저울질 한다.
비에 젖은 장갑과 신발, 옷가지가 선득하여 온몸이 경직된 느낌으로
명도봉 하산길로 접어든다.
하산길이 가파른 돌짝길로 악명 높지만
‘성모송’으로 두려움을 날려버리고 내리막에 선다.
골짝엔 바람도 잦아들어 고요해졌고
전사장님이 혹 하나 더 달고 위험구간을 앞장서는데
기척이 없으면 “헤이~!”하고 사인을 보낸다.
비에 젖은 돌짝들은 밟으면 와르르 쏠려 내려가고
더듬더듬 발 디디며 무쟈게 천천히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간다.
안전줄은 어마무시한 쇠사슬로 엮어 놓았지만
산객들의 편리함은 무시한 채 튼튼하게 설치만 해놓은 듯.
낡은 동아줄 묶인 곳에서 아무래도 못미더웠는지
전사장님이 기다려 발 밟고 안전하게 내렸는데
이 덩치에 쿵~! 떨어져 대장님 팔을 한번 뭉개고---
니글니글니글~ 와글와글와글~ 망할 놈의 돌짝들..
미연 씨 두어 번 미끄러진 그 자리에선 나도 영락없이 미끌!
1km, 2km 하산 길을 도 닦으며 내려간다.
슬그머니 남편이 걱정되어 뒤돌아보건만---
종분씨, 문자씨 모두 무사히 내려오길 기도한다.
그래도 언제나 끝은 있더라~
산장을 지나 운일암반일암 계곡을 건넌다.
계곡 풍경도 마다하고 어서 옷 갈아입고 싶은 마음뿐.
하산 지점엔 전주에서 오신 장원진 사장님이 합류하여 반갑다.
‘으리’로 여기까지 찾아와 격려금까지 챙겨주신 장사장님께
올맨들 모두 고마움을 전합니다.
새우젓 두부찌개가 부글부글 끓고 있어 비쥬얼만으로도 온몸을 녹인다.
뜨끈하게 한 술씩 뜨니 속이 확~ 풀린다.
후미대장 남편까지 무사히 내려오고 나서야 냄비뚜껑을 닫는다.
윤회장님과 양고문님의 일본 여행으로 빈자리가 큰데
정선생님도 성당행사로 못나오시고, 권사장님은 무릎부상으로 치료 중이고
먹돌이님은 ‘설악비탐방구역’에 꽂히셨으니…
‘금산어죽’ 맛을 보기 위해 40여 분을 달려와 ‘용강식당’에서 뒤풀이.
어죽과 조림, 튀김까지 한 상 거하게 차려나오니 입맛 당긴다~!
직녀 씀
첫댓글 저는 마눌님하구 식구들한테 봉사하느라...
큰딸내미 시간에 맞추느라 어쩔수없이..
강화도 가서 대하,생선회로 봉사했습니다..
다음을 위해서..
일보 전진을 위해 2보 후퇴 인가요 ㅎㅎ
ㅋ 당근이지요~
철저한 노력봉사가 있어야 베낭 매고 다닐 수 있으니까요~^^
산행사상 최소인원에 강풍과 비까지와 힘든 산행이였습니다
대원군님이 힘들었다면 우리는 돌아가시기 일보직전!
그래도 또 가고싶네~~~^_^
역시 서경씨가 염려해준 덕분에 무사히 잘내려왔습니다 그리고막걸리한잔 두부찌개 꿀맛이였어요
여우라면?? 드디어 종분씨가 여우의 탈을 쓰고 나타나셨네~!
이제 늑대들만 나타나면...
언제나 다정한 여우!
두부전골 맛있게 잘먹었습니다 따뜻한 찌개먹고나니속이 확풀리섯여.
선두 따라 다니느라 산중오찬에 끼어들지 못해 살빠졌다면~~
믿으시려나? ^^
다음번엔 젓가락만 들고 기다릴게요~~
뒤 늦게 맛갈스런 산행기 보니 역시가 역시~ ^^ 앞으로도 쭉 계속해 주삼, 부득이 같이 산행을 못 하였지만 감동의 산행기 읽으며 비 바람 맞으며 구봉산 산행을 같이 한 기분이네요 미끄러 지며 선두 하시랴 수고 많았어요 늘 감사합니다... ^^
ㅋ 회장님 자리 지키느라 콧김 뿜으며 선두님들 따라 가봤지요~~^^
그 자리 도장찍어 놨으니 다음번에 바통터치 해주삼~!!
높은산님 은누구시가요 저도알수잇슬까요 아리송해 ㅎ ㅎ
'시냇물'이 흘러흘러 '높은산'이 되었답니다~~! ㅋ
윤회장님이 '높은산'으로 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