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도쯤이다. 포항의 어느 국민학교(초등학교)에 皮氏 姓을 가진 교장선생님이 한 분이 있었다. 학문이나 실력으로 교장이 되었기보다는 세월과 눈치와 아부로 교장이 되었다고 보아야 할 인물이다.
그 해 여름에 경북도 교육감이 학교로 순시를 왔다. 市교육장, 장학사, 교장선생님, 교무주임, 서무주임 등 여러 사람이 교육감을 뒤를 따라 각 교실마다 순시를 하는데, 마지막으로 6학년 교실을 들어갔다. 교육감이 교단에 서더니 교탁 위에 있는 지구본을 손으로 가리키며, "여러분! 이 지구본이 왜 이리 삐딱하지요?"하고 학생들에게 묻는 것이다.
당시만 해도 지구본이 흔하지 않아서 보기 힘들었는데, 이 지구본은 며칠전 서무주임이 구입해서 6학년 교실에 둔 것이다. 교장선생님이 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학생들이 잘 못 만져서 고장이 난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교장선생님이 학생 앞으로 쓱 나서더니, "이놈들 어느 놈이 교재물에 함부로 손을 댔어? 내가 교재물에 손대지 말라고 수차 말하지 않았어!" 하고 호통을 친다. 교육감은 어이가 없어 아무 말도 없이 서 있는데,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학생들이, "우리는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원래부터 그랬습니다."하고 대답을 한다.
교장선생님은 이번에 교육감을 바라보며, "우리 애들은 교재물을 함부로 다루지 않습니다. 내가 여러 번 교육을 시켰습니다. 아마 불량품일 겁니다."한다. 교육감은 더욱 더 어이가 없어 웃지도 못하고 서 있는데, 교장선생님 이번에는 뒤에 서 있는 서무주임을 돌아보며, "서무주임! 앞으로 교재물 좀 제대로 만든 것을 사 오시오. 아니야, 국산품은 다 그렇고 그런 거니까 미제를 사시오. 미제! 그리고 교재물 만드는 회사에 좀 똑바로 만들라고 공문을 시행하시오."
교육감은 학생들에게 훈시도 생략하고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교실을 나와 복도를 가면서, '선생망신을 교장 혼자서 다 시키는군.'하고 중얼거렸다.
며칠 후 皮 교장선생님은 울릉도로 발령이 났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멀고 먼 바다 건너 울릉도로 가야 만 했다. 여름 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되는 날 교장선생님은 울릉도로 가는 통통배를 타러 부두로 나갔다. 석양노을이 바다를 물들이고 갈매기가 끼룩! 끼룩! 슬피 우는데 자신의 모습이 처량하다.
지금은 선 플라워호 등 초고속 여객선이 있어 850명의 승객을 싣고도 3시간 정도면 울릉도를 갈 수 있고, 80년대만 해도 한일호라는 여객선이 5시간이면 갈 수 있었으나, 당시는 청룡호라는 발동선이 울릉도를 가는데 12시간이 걸리고 바람이 부는 날은 하루도 걸린다. 언제나 저녁에 출발해서 새벽에 도착을 했다.
선실에 들어서니 의자가 있을 리 만무하다. 교실 같은 마루바닥에 창문도 없고 천장에 백열구가 하나 달려 있어 극장 안처럼 캄캄하다. 비릿한 바다냄새, 엔진의 기름냄새, 승객들의 땀 냄새가 함께 몰려와 구역질이 날 지경이다.
교장선생님은 한쪽 벽 쪽에 자리를 잡고 양복은 벗어 옆에 두고 옷 보따리를 배게 삼아 베고 눕는다. 배 멀미!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른다. 작은 배가 흔들려 마루바닥에 이리저리 딩굴고 나면 구토와 두통이 시작되고, 화장실에 한꺼번에 사람들이 몰리다 보면 변기는 물론, 세면대, 심지어는 바닥에까지 구토물이 범벅이 되면 멀쩡한 사람도 구토가 나는데, 몇 번 구토를 하고 나중에 노란 물이 올라오면 눈앞이 노래지며 천장이 빙글빙글 돌아가는데, 배 안이라 갈곳도 없고 바다에라도 뛰어 들고 싶을 지경이다.
다소나마 배 멀미를 줄이는 방법은 벽 쪽에 누워서 잠자는 것이다. 벽 쪽은 굴러도 한 쪽만 구르니 먼저 온 사람부터 벽 쪽으로 눕는다.
우리의 피교장 선생님은 다시마를 입에 물고 잠이 들었는데 얼마나 왔을까? 배가 흔들리기 시작하고 사람들이 이리 저리 구르기 시작을 하는데 정신이 없다. 사람들이 화장실로 달려가고 급한 사람은 바닥에 배설물을 내어 놓는데 냄새가 진동을 한다. 다행히 교장선생님은 위장이 튼튼하여 구토를 하지 않고 견디는데, 배가 한 번 기우뚱하자 굴러온 사람의 다리 하나가 목에 걸치는 것이다. 저 쪽으로 밀치니 갔다가 또 굴러와서 목에 걸친다.
가만히 다리를 더듬어 보니 여자 다린데, 아직 통실통실 한 것이 할머니 다리는 아니고 그렇다고 아가씨 다리도 아니다. 다리의 주인은 이미 멀미로 인사불성인 듯 주물러도 반응이 없다. 어둑컴컴해서 사람을 구분하기도 어려운데 모두가 제정신이 아니라 남의 일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
교장의 손이 점 점 깊숙이 다리 사이로 들어갔다. 치마 속에 바지(고쟁이:꼬장주)만 입고 있어 손이 들어가기가 수월했다. 다리주인의 저항도 없으니 무인지경이다. 드디어 옹달샘에까지 들어간 손은 옹달샘을 헤집기 시작한다. 50대 중반의 교장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누르고 가쁜 숨을 몰아 쉬면서 정신 없이 탐닉을 하다보니, 늦여름의 더위와 선실의 탁한 공기 때문에 땀이 나기 시작한다. 교장은 손을 바꾸어 더듬고 한 손으로 얼굴과 목에 흐르는 땀을 손으로 닦았다. 샘이란 원래가 물이 있는 곳, 또한 특유의 냄새가 나기도 하지만 여체를 탐닉하는 바람에 그만한 냄새는 참을 만 하였다.
그렇게 정신 없이 가다보니 배는 울릉도에 도착을 하고 먼동이 트기 시작하였다. 배가 접안 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오자마자 교장선생은 얼른 보따리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여자가 일어나면 얼굴보기가 민망하기 때문이다.
갑판에 올라서니 시원한 바람이 불고 동해의 아침해가 솟아올라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트랩이 도착하자 교장은 맨 앞에 서서 내려오는데, 학교에서는 교장선생님이 부임을 한다고 전교생과 교직원이 모두 마중을 나왔고, 나팔과 북만 있는 악대부가 음정도 맞지 않는 애국가를 삐삐 불어댄다. 또한 울릉도에 있는 군수, 경찰서장, 우체국장 등 모든 기관장들이 교장선생님을 영접하기 위하여 나와서 손을 흔드는 것이다.
교장선생님은 옷매무새를 고치고 어께에 힘을 주고 트랩을 내려오자 모든 사람들이 놀라는 표정을 짓는데 경찰서장이 뛰어오더니, "교장 선생님!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하고 묻는다. "아무 일도 없었는데요." 하고 대답을 하니, "그런데, 왜 온 얼굴에 피칠갑을 했습니까?" 묻는다. 교장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 날 이후로 그를 "皮七甲 교장"이라 불렀다. 그러나 울릉도에서 정년을 하는 날 까지 그가 왜 얼굴에 피칠갑을 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가 끝까지 함구를 했기 때문이다.
첫댓글 ㅋㅋㅋ .......... 요즘 갱제도 어려운데.....오늘도 웃고 낼도 웃고 앞으로도 쭉 웃고 사는 날이~~~~~~~~~~
ㅍㅎㅎ 한참을 생각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