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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이상국가
제1장 국가 구성원의 재산 공유
국가는 공동체인 만큼 그들은 최소한 영토를 공유해야 한다. 한 국가의 영토는 하나고, 시민들은 다름 아니라 한 국가를 공유하는 자들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국가가 잘 다스려지려면 공유 가능한 모든 것을 공유하는 편이 더 나은지, 아니면 어떤 것은 공유하되 다른 것은 공유하지 않는 편이 더 나은지 하는 것이다. 플라톤의 대화편 [국가]에서처럼, 시민들은 아내와 자식과 재산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서 소크라테스가 아내와 자식과 재산은 공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니 말이다. (63-64쪽)
* 처자와 재산의 공유가 나오는 부분은 [국가] 제4권 423e7 이하, 제5권 449c 및 457c7 이하임. (64쪽 주1)
* 플라톤의 대화편 [국가]의 주 화자는 소크라테스임. (64쪽 주2)
제2장 플라톤의 [국가]에서의 극단적 통일성에 대한 비판
아내의 공유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지만, 그중 주된 문제점은 다음 세 가지다. 첫째, 소크라테스는 이런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그 목표를 이론적으로 정당화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그가 국가가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표는 그 대화편에 기술되어 있는 형태로는 실현될 수 없다. 셋째, 그 목표를 어떤 다른 의미로 해석해야 할지 아무 데서도 자세히 언급하지 않고 있다. (65쪽)
다름 아니라 "국가 전체가 가능한 한 하나의 통일체가 되는 것이 최선이다"라는 소크라테스의 가정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분명 국가는 계속해서 점점 더 하나의 통일체가 되어가면 결국 국가이기를 그만두게 될 것이다. 국가는 본성적으로 하나의 복합체다. 따라서 국가는 복합체에서 점점 더 통일체가 되어갈수록 국가 대신 가정이 되고, 가정 대신 개인이 될 것이다. 가정은 국가보다 더 통일체이고, 개인은 가정보다 더 통일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를 그런 통일체로 만들 수 있다 하더라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럴 경우 국가는 파괴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65-66쪽)
* 소크라테스의 통일체 명제는 [국가] 제4권 422d 이하 및 423d 이하, 제5권 462 이하임. (65쪽 주3)
이로써 국가는 본성적으로 몇몇 사상가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통일체가 아니며, 국가의 최고선이라고 일컬어지는 것이 실은 국가를 파괴한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그러나 어떤 사물의 '선(善)'은 그 사물이 보존될 수 있게 해주는 것이어야 한다. 다른 관점에서 보더라도 국가의 지나친 통일성은 분명 바람직하지 못하다. 가족은 개인보다 더 자족할 수 있고 국가는 가족보다 더 자족할 수 있는데, 국가는 공동체를 형성하는 주민들이 자족할 수 있을 만큼 많고 다양해야 비로소 국가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많이 자족할 수 있는 것이 더 좋은 것이라면, 통일성은 지나치지 않는 편이 지나친 편보다 더 바람직하다. (67쪽)
제3장 지나친 통일성은 비현실적이다
설사 최대한의 통일성을 유지하는 것이 공동체를 위해 최선이라 하더라도, 이 통일성은 모든 사람이 같은 것을 동시에 "내 것이요", "내 것이 아니오"라고 말한다 해서 이루어지지는 것은 아닌 듯하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이것을 국가의 완전한 통일성의 지표로 보고 있다([국가] 제5권 462c). '모두'라는 말은 '저마다'와 '다 함께'라는 두 가지 의미로 쓰이기 때문이다. (68쪽)
'모두'가 같은 것을 "내 것이다"라고 말하는 문구가 '저마다' 그렇게 한다는 뜻이라면 바람직하긴 하지만 실현 불가능하고, '다 함께' 그렇게 한다는 뜻이라면 화합을 저해한다. 그러한 발상에는 또 한 가지 불리한 점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에게 속하는 것일수록 보살핌을 덜 받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공유재산보다 사유재산에 더 관심이 많으며, 공유재산은 개인적으로 관련 있는 범위에서만 보살핀다. 다른 이유는 차치하고, 누군가 다른 사람이 보살필 것이라고 생각하면 누구나 다 소홀히 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가정에서 가끔은 하인들이 많은 것이 적은 것보다 도움이 덜 되는 것이다. (69쪽)
제4장 처자 공유제에 대한 비판(속편)
부부를 공유하는 공동체에는 그런 제도를 옹호하는 자들이 아무리 조심해도 피하기 어려운 또 다른 폐해들이 있는데, 학대, 고의적 또는 우발적 살인, 말다툼, 비방 등이 그것이다. 이런 가해행위는 부모나 근친에게 가해지면 신성한 계율을 어기는 것이 되지만, 근친이 아닌 사람들에게 가해지면 신성한 계율을 어기는 것이 아니기에 하는 말이다. (...) 또 놀라운 것은, 플라톤이 모든 젊은이들을 만인의 아들들로 만든 다음, 연인 관계인 연장자들에게 젊은이들과의 육체적 관계만 금할 뿐 연애를 하거나 애정 표시를 하는 것은 금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71쪽)
처자 공유제는 치자들인 수호자들보다는 피치자들인 농민들에게 더 쓸모가 있는 것 같다. 처자를 공유하는 곳에서는 우애(philia)가 약해져 피치자들이 고분 고분하고 변혁을 꾀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 우애야말로 국가를 위한 최고선이며 국가를 내분으로부터 지켜준다고 믿어지기 때문이다. (74쪽)
인간으로 하여금 배려와 애정의 감정을 품게 하는 것은 주로 '내 것'과 '소중한 것'의 두 가지인데, 플라톤식의 그런 국가에서는 그중 어느 것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난점은 플라톤의 구상에서 계층이동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과 관련된 것으로, (...) 하지만 그런 계층이동이 어떻게 실행될 수 있을지 난감하다. 아이들을 넘겨주는 사람들 또는 이동시키는 사람들은 그 아이들이 누구며, 누구에게 넘겨지는지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73쪽)
제5장 플라톤의 [국가]에서의 재산 공유제에 대한 비판
처자가 개인들에 속하더라도, 재산은 공동으로 소유하고 이용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거기에는 세 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째, 땅은 사유하되 거기서 생산되는 작물은 공동으로 소비하기 위해 공동출자하는 것이다. 외국의 몇몇 부족은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 둘째, 땅은 공유하여 공동으로 경작하되 작물은 각자의 필요에 따라 개인끼리 분배하는 것이다. 이런 형태의 공유제 역시 일부 비헬라스인들을 사이에서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 셋째, 땅과 작물을 모두 공유하는 것이다. (75쪽)
땅의 경작자가 노예처럼 땅임자와 다른 경우, 사정은 달라져 쉽게 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땅임자들이 자기 땅을 경작할 경우, 소유권 문제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야기될 것이다. 노동과 수익이 공평하지 않을 경우, 많이 일하고 적게 받는 자들은 틀림없이 적게 일하고 많이 받는 자들을 원망하게 될 테니 말이다. (75쪽)
친구나 손님이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도움과 호의를 베푸는 것은 가장 큰 쾌감을 주는데, 그것은 사유재산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지나치게 국가의 통일성을 추구할 경우 이런 쾌감들은 맛볼 수 없다. 그 밖에도 그런 국가에서는 두 가지 미덕이 실현되는 것을 전혀 볼 수 없을 것이다. 그중 한 가지는 성관계를 절제하는 것이다. (절제를 위해 남의 아내를 가까이하지 않는 것은 가상한 일이기에 하는 말이다.) 두번째는 재산과 관련하여 선심을 쓰는 것이다. 모든 것을 공유하면 어느 누구도 선심을 쓴다고 과시할 수도 없고, 실제로 선심을 쓸 수도 없다. 선심은 사유재산을 써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77쪽)
지금 여러 국가에서 존재하는 악들, 이를테면 계약 파기로 인한 상호 고소, 위증으로 인한 재판, 부자들에 대한 아첨 등은 재산 사유제 탓이라는 말에 더욱 귀가 솔깃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악들은 재산 공유제가 없어서가 아니라, 인간의 타고난 사악함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77쪽)
소크라테스가 오류를 저지른 이유는 그의 논의의 출발점인 통일성에 대한 가정이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가정에도 국가에도 통일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총체적 통일성이어서는 안 된다. 통일성에도 어떤 선이 있어 그것을 넘어서면 국가가 국가이기를 멈추거나, 아니면 국가이기를 멈추지 않더라도 열등한 국가가 된다. 그것은 마치 합주를 단선율로, 리듬을 단 하나의 박자로 바꾸는 것과도 같다. 앞서 말했듯이(제2권 제2장), 하나의 복합체인 국가는 교육(paideia)에 의해 공동체가 되고 통일체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국가를 건강하게 해주리라 믿고 교육제도를 도입하려던 사람(플라톤)이 라케다이몬이나 크레테에서처럼 철학이나 관습이나 법률이 아니라, 그가 제안하는 그런 제도들로 국가를 바룰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라케다이몬과 크레테에서는 입법자가 공동식사 제도를 도입하여 재산이 공동으로 사용되게 했다. (78쪽)
또 시민들은 좋은 교육을 받은 덕분에 도시 행정이나 시장에 관한 법규 같은 법이 많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수호자들에게만 교육의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그는 또 농민들이 수확의 일부를 수호자들에게 소작료를 내는 조건으로 재산을 소유하게 하는데, 그럴 경우 농민들은 아마 스파르테의 국가 노예인 헤일로테스들이나 텟살리아의 농노인 페네스테스들이나 다른 국가들의 노예들보다 훨씬 다루기 어렵고 자부심이 강할 것이다. (80쪽)
소크라테스가 치자들을 임명하는 방법 역시 위험하다. 그는 언제나 같은 사람들이 지배하게 하니 말이다. (...) 그에 따르면, 신이 사람의 혼에 섞는 황금은 때로는 이 사람들에게 때로는 저 사람들에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같은 사람들에게 머물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신은 날 때부터 어떤 사람들에게는 금을, 어떤 사람들에게는 은을, 그리고 기술자와 농부가 될 사람들에게는 청동과 무쇠를 섞는다는 것이다. (81쪽)
소크라테스는 수호자들에게는 행복(eudaimonia)을 거부하면서([국가] 제4권 419 이하), 국가 전체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입법자의 임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모두나 대부분이나 일부가 행복하지 않고서는 전체가 행복하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점에서 행복은 짝수와는 다르다. 부분들이 짝수가 아니더라도 그 합은 짝수일 수 있지만 행복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81쪽)
제6장 플라톤의 [법률]에 대한 비판
[국가]에서 소크라테스는 처자 공유와 재산 공유의 적절한 방법, 국가 권력의 분배 등 극소수의 문제점들만 해결하려 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문제점과 관련하여 그는 전 주민을 농민과 전사 계급으로 양분하고, 전사 계급에서 국정의 심의권과 의결권을 가진 제3계급(수호자들)이 충원되게 하고 있다. (...) 그는 분명 수호자들의 아내들도 군복무를 해야 하고 수호자들과 같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82-83쪽)
[법률]에서는 공동식사 제도가 여자들에게까지 확대되었고, 전사들의 수가 5,000명인데 [국가]에서는 1,000명이라는 것이다. (...) [법률]에는 입법자가 입법할 때는 영토와 주민이라는 두 가지 요인에 주목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법률] 제4권 704 이하) . 그러나 입법자는 이에 덧붙여 인접 국가들도 고려해야 한다. (83-84쪽)
플라톤은 사람은 절제 있게 살 수 있을 만큼의 재산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법률] 제5권 737c-d). '절제 있게 산다'는 말을 그는 '훌륭하게 산다'는 뜻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것은 너무 포괄적인 표현이다. 또 사람은 절제 있게 살면서도 비참하게 살 수도 있다. 사람은 절제 있게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선심을 쓰며 살 수 있을 만큼의 재산을 가져야 한다고 정의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 재산의 사용에는 절제와 선심이라는 두 가지 미덕이 요구되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이상한 점은, 플라톤이 재산은 균등하게 배분하면서도 시민들의 수에 대해서는 무슨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인구수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84쪽)
한 사람의 전 재산이 다섯 배까지 늘어나는 것을 허용하면서도 토지 재산이 일정 규모까지 늘어나는 것은 왜 허용하지 않는 것인가? 그의 농가 배정에 관해서도 그것이 가사 관리에 과연 효율적인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그는 시민 각자에게 서로 떨어져 있는 농가 두 채를 배정하고 있는데, 두 집에 살면서 효율을 기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법률] 제5권 745c). (86쪽)
플라톤이 [법률]에서 기술하고 있는 정체는 전체적으로 민주정체도 아니고 과두정체도 아닌 이 양자의 중간 형태로 흔히 '혼합정체'라고 불리는데, 여기서는 자비로 중무장한 시민들이 권력을 장악한다. (86쪽)
라케다이몬인들의 정체는 과두정체와 군주정체와 민주정체의 혼합인데, 군주정체는 2인의 왕에 의해, 과두정체는 원로원 의원에 의해, 민주정체는 백성들 중에서 선출된 감독관들에 의해 대표된다는 것이다. (...) 아무튼 [법률]에서는 민주정체와 참주정체의 혼합이 최선의 정체로 언급되고 있다([법률] 제5권 756-757). (...) [법률]의 정체는 분명 군주정체의 요소는 없고 과두정체와 민주정체의 요소만 있는데, 과두정체의 경향이 더 강하다. 이 점은 공직자 임명 방법을 보면 잘 알 수 있다([법률] 제6권 751-768). (87쪽)
부자들은 의회에 참석하고(([법률] 제6권 764a) 공직자 선출 투표와 다른 국정에 참가할 의무가 있는 데 반해, 빈민은 그렇게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는 것은 과두정체의 특징이다. 또 다수의 공직자를 부자들 중에서 선출하고, 최고의 공직자를 최고의 재산등급에 속하는 자들에게서 선출하려는 노력도 역시 과두정체의 특징이다. (87-88쪽)
최선의 정체는 민주정체와 군주정체의 혼합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분명해졌지만, 이 점은 나중에 최선의 정체의 성격에 관해 논의하게 될 때(제4권 제7-9장, 제11-13장)도 분명해질 것이다. (88쪽)
제7장 팔레아스가 제안한 정체에 대한 비판
플라톤은 [법률]을 쓸 때 어느 정도까지는 재산 규모를 규제하지 않지만, 어떤 시민도 최소 재산의 5배 이상을 소유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제2권 제6장 ; [법률] 제5권 744-745). 이런 식의 입법을 하려는 사람들은 재산 규모를 규제할 때는 동시에 산아 제한도 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하는데, 그들은 늘 이 점을 잊어버리곤 한다. (90쪽)
입법자는 분명 재산의 평준화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재산의 적정 규모를 책정해야 한다. 그러나 모두를 위해 재산의 적정 규모를 책정한다 해도 그것만으로는 실익이 없다. 재산의 평준화보다는 욕구(epithymia)의 평준화가 더 필요한데, 욕구의 평준화는 적절한 교육을 받도록 법이 배려해 주지 않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팔레아스는 아마도 이것이 바로 자기가 주장하는 것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국가는 재산의 평준화뿐만 아니라 교육의 평준화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기 때문이다. (...) 파쟁이 발생하는 것은 재산의 불평등 때문만이 아니라, 공직의 불평등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원인은 서로 다른데, 대중은 재산 분배가 불평등할 때 불평하고, 배운 사람은 공직 분배가 평등할 때 불평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호메로스의 다음 시행은 바로 이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못난 사람이나 잘난 사람이나 똑같은 명예를 누리고 있소([일리아스] 제9권 319행)." (91-92쪽)
범죄 중에는 생필품의 부족으로 발생하는 것들도 있다. (...) 사람들은 즐기기 위해서도, 그리고 욕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범죄를 저지른다. (...) 욕망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도 고통이 수반되지 않는 쾌락을 즐기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다. 이 세 종류의 범죄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 첫 번째 범죄에 대해서는 약간의 재산과 노동, 두 번째 범죄에 대해서는 절제(sophrosyne)가 대책이다. 세 번째 범죄의 경우 자력으로 쾌락을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는 철학만이 대책이 될 수 있다. (92-93쪽)
입법자는 모름지기 인접 국가와 모든 외국에 대한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정체는 군사력을 갖도록 구성되어야 하는데, 이 점에 관해 그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 한 국가의 재산 규모는 재산의 소유자들이 적의 공격을 물리칠 능력이 없는데 강력한 인접 국가들이 이를 탐낼 만큼 커서도 안 되고, 재산의 소유자들이 자신들과 힘이 대등하고 성격이 유사한 국가들과의 전쟁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작아서도 안된다. 팔레아스는 이와 관련하여 아무것도 규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풍족한 재산이 유리하다는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이상적인 재산 규모는 아마도, 더 강력한 인접 국가가 어떤 나라의 재산이 과도하게 많아 이익을 얻고자 그 나라와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의 재산이 없더라도 그 나라와 전쟁을 했을 정도일 것이다. (93-94쪽)
재산의 평준화는 시민들 간의 파쟁을 막아준다는 이점이 있지만, 그 효과는 그리 큰 편이 아니다. 첫째, 배운 자는 자신들이 당연히 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는 이런 평등에 불만을 느낄 것이고, 그것이 가끔은 혁명과 파쟁의 원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둘째, 인간의 욕구는 충족될 수 없기 때문이다. (...) 재산을 평준화하기 보다는 먼저 본성이 고귀한 자들은 제 몫 이상을 바라지 않도록 하고, 본성이 열등한 자들은 제 몫 이상을 가질 수 없도록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데, 본성이 열등한 자들이 제 몫 이상을 갖지 못하게 하려면 그들이 열등한 위치에 놓이면서도 부당한 대우를 받지 말아야 한다. (94-95쪽)
제8장 밀레토스의 힙포다모스가 구상한 정체
힙포다모스가 설계한 도시는 10,000명의 시민들로 구성되고 시민들은 다시 세 계급으로 나뉘었는데, 그중 하나는 기술자들이고 다른 하나는 농민들이고 세 번째는 나라를 지키는 전사들이다. 또 국가를 삼분하여 그중 하나는 종교적인 목적(hiera)에, 다른 하나는 공공의 목적(demosia)에 쓰이게 했으며, 세 번째 것은 사유지(idia)가 되게 했다. 말하자면 첫 번째 부분으로는 도시의 신들을 위한 관행적 의식에 드는 비용을 충당하게 했고, 두 번째 부분으로는 전사들을 부양하게 했으며, 세 번째 부분은 농민들의 사유재산이 되게 한 것이다. 그는 또 세 가지 법만 인정했는데, 모욕과 가해와 살인만이 쟁송의 원인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최고법원을 도입하여 판결(krisis)이 부적절해 보이는 모든 사건을 재심하게 했는데, 이 법원은 따로 선출된 원로로 구성되게 했다. (97쪽)
또한 힙포다모스는 국가에 유익한 것을 발명한 사람들을 표창하고 전사한 시민들의 자녀들을 국비로 부양해야 한다는 법령을 제안했다. (...) 그는 모든 공직자들은 백성들, 즉 앞서 말한 세 계급에 의해 선출되게 했으며, 선출된 공직자들은 공무(konia)와 외국인과 고아에 관한 업무를 맡아보아야 했다. (98쪽)
이런 제안에 대해 맨 먼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것은 시민을 삼분한 것이다. 기술자들도 농민들도 전사들도 모두 국정에 참여한다. 그러나 농민들은 무기가 없고, 기술자들은 무기도 농토도 없어 사실상 전사 계급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다. 농민들과 기숧자들이 모든 공직(time)에 참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장군들과 시민들의 수호자들과 거의 모든 주요 공직자들이 전사 계급에서 임명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98쪽)
판결 방법에 관해 그가 제안한 규정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는 단순히 유무죄를 판결해야 할 때에도 배심원이 조건부 판결을 내리기를 요구하는데, 그렇게 하면 배심원은 중재인이 되고 말 것이다. (99쪽)
국가에 유익한 것을 발명한 사람들을 표창해야 한다는 힙포다모스의 제안에 관해 말하자면, 그런 법은 그럴듯해 보이고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매우 위험하다. 그것은 무고를 낳고, 경우에 따라서는 정체의 변혁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공공의 이익에 봉사한다는 미명 아래 실제로는 법과 정체에 파괴적인 조치를 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0쪽)
법이 성문화하는 경우에도 불변으로 남아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른 전문 지식과 마찬가지로 정치학에서도 모든 법규를 정확히 성문화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법규는 보편적이어야 하는데, 행위는 개별적인 것에 관련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별 법규들은 경우에 따라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시각에서 보면 변화에는 큰 주의가 요망된다. 법을 쉽게 바꾸는 습관은 나쁜 것이며, 법을 바꿔서 별로 실익이 없다면 입법자와 통치자의 약간의 과오쯤은 내버려두는 게 분명 더 바람직하다. (102쪽)
제9장 스파르테 정체에 대한 비판
노예들은 좀 풀어주면 건방져서 주인과 대등해지려 하고, 좀 거칠게 다루면 앙심을 품고 주인에게 음모를 꾸미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 노예들 때문에 그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파르테인들은 국가 노예를 다루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음이 분명하다. (104-105쪽)
여인들의 방종도 스파르테 정체의 의도와 국가의 행복에 유해하다. (...) 국가 전체를 강건하게 만들고 싶었던 입법자가 남자들의 경우에는 뜻을 이루었으나 여자들은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곳 여자들은 온갖 방종과 사치에 탐닉한다. (...) 남자들이 아내의 지배를 받는 것은 대부분의 호전적인 부족들 사이에서는 일반적인 현상인데, (...) 호전적인 부족들은 모두 남자 또는 여자와의 교합에 끌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라코니케인들은 여자와의 교합에 집착했고, 그 결과 그들이 헬라스의 주도권을 잡았을 때 수많은 정사(政事)를 여자들이 좌지우지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여자들이 국가를 지배하는 것이나 여자들의 지배를 받는 자들이 국가를 지배하는 것이나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결과는 마찬가지다. (105-106쪽)
스파르테에서의 재산상 불균형도 비판받아 마땅할 것이다. 스파르테 시민들 중에는 일부는 지나치게 많은 재산을 소유한 반면 나머지는 너무 적은 재산을 소유하게 되어, 국토가 소수의 손으로 넘어갔으니 말이다. 이 역시 법이 잘못된 탓이다. (...) 실제로 전 국토의 5분의 2 정도가 여자들 손으로 넘어갔는데, 그것은 여자 상속인들의 수가 많은 데다 지참금을 많이 주는 것이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 국가는 재산 평준화를 통하여 시민들의 수를 늘리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런 개혁에 걸림돌이 된 것은 다름 아닌 스파르테인들이 채택한 출산 장려책이었다. (107-108쪽)
결함이 있기는 감독관 제도도 마찬가지다. 이 국가 기구는 스파르테의 가장 중요한 국사를 결정할 권한이 있으나, 그 구성원이 민종(demos) 전체에서 선출되는 까닭에 생계 수단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선출될 경우 쉽게 매수될 수도 있다. (108쪽)
결함이 있기는 원로원도 마찬가지다. 원로원 의원들은 유능하고 남자의 미덕으로 잘 단련된 사람들이므로 원로원은 국가에 유익하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 중대사를 결정하는 직책이 종신직이어야 하는지는 의심스럽다. (109쪽)
왕들이 있어야 한다면, 지금 스파르테에서처럼 선출되는 것이 아니라, 새 왕들은 자신이 품성에 의해 선출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입법자 자신도 그런 방식으로는 왕들을 훌륭한 인물로 만들 수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음이 분명하다. 아무튼 그는 왕들의 미덕을 불신하고 있다. (110-111쪽)
스파르테에서 피디티아라고 부르는 공동식사 제도도 처음 도입될 때 입법자가 규정을 잘못 만들었다. 그 비용은 크레테에서처럼 공금으로 충당했어야 하기 때문이다. 라코니케에서는 각자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111쪽)
스파르테의 함대 사령관직에 관한 법도 다른 사람들의 비판을 받았는데, 이는 당연한 일이다. 그것은 불화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함대 사령관들은 말하자면 종신 장군들인 왕들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제2의 왕으로서 임명된 것이니 말이다. (111쪽)
스파르테의 정체에는 입법자의 의도를 비판할 여지가 또 한 가지 있는데, 플라톤은 [법률](제2권 6663e ; 제4권 705d)에서 이미 이 점을 비판한 바 있다. 그것은 입법 체계 전체가 한 가지 미덕, 즉 전쟁에서 승리를 보장해 주는 전사로서의 미덕만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파르테인들은 전쟁을 하는 동안에는 힘이 유지되었으나 주도권을 잡은 뒤 쇠퇴하기 시작했으니, 평화 시 여가를 선용할 줄 몰랐고, 군사훈련보다 더 중요한 다른 훈련을 받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111-112쪽)
중대한 또 다른 결함이 있는데, 그들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여러 가지 좋음이 악덕이 아닌 미덕에 의해 얻어질 수 있다고 올바른 생각을 하면서도, 이러한 좋음이 그것들을 얻게 해 주는 미덕보다 더 우위에 있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112쪽)
스파르테인들의 세수(稅收)에 관한 법규도 잘못되어 있다. 큰 전쟁을 수행해야 하는데도 그들의 국고는 바닥나 있고, 그들은 또 세금을 잘 내지 않는 편이다, (...) 결과적으로 국가를 빈털터리로 만들고 시민들의 금전욕만 부추겨 놓았던 것이다. (112쪽)
제10장 크레테 정체에 대한 비판
공동식사 제도는 크레테인들 것이 라코니케인들 것보다 더 낫다. 라케다이몬에서는 그 비용을 각자가 분담하게 되어 있어, 앞서 말했듯이 비용을 분담하지 못하는 사람은 시민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법이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크레테의 공동식사 제도는 공공 성격이 더 강하다. 크레테에서는 모든 농작물과 공유지에서 사육된 가축 떼와 페리오이코스들이 바치는 공물 가운데 일부는 신들과 공공 지출을 위해, 나머지는 공동식사에 쓰도록 정하고 있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 공금으로 부양되기 때문이다. (115쪽)
스파르테에서는 시민이면 누구나 감독관으로 선출될 수 있어, 민중도 최고 공직에 참여할 길이 열려 있기 때문에 정체가 존속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크레테에서는 코스모이들이 시민 전체가 아니라 특정 가문에서만 선출되고, 원로원 의원들은 전직 코스모이들 중에서 선출된다. (115-116쪽)
제11장 카르케돈 정체에 대한 비판
귀족정체 또는 혼합정체에 역행하는 점들에 관해 말하자면, 카르케돈의 정체에는 민주정체로 기우는 경향이 있는가 하면, 과두정체로 기우는 경향도 있다. 말하자면 카라케돈에서는 왕들과 원로원 의원들이 서로 합의를 보면 특정 안건을 민회에 제출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지만, 합의를 보지 못하면 그 안건에 대한 결정권은 민중이 갖는다. 그리고 왕들과 원로원 의원들이 안건을 제출할 경우에도 민중은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결정권을 가지며,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제출된 안건에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은 스파르테와 그레테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119-120쪽)
카르케돈의 정체가 귀족정체에서 특히 과두정체로 기우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견해 탓이다. (...) 부를 기준으로 한 선거는 과두정체의 특징이고 미덕을 기준으로 한 선거는 귀족정체의 특징이라면, 카라케돈 정체의 바탕을 이루는 것은 제3의 정체일 것이다. 카라케돈인들은 공직자들, 특히 왕이나 장군같은 최고 공직자들을 선출할 때는 미덕과 부를 다 고려하니 말이다. (120쪽)
카레케돈인들은 한 사람이 여러 공직을 겸하는 것을 높이 평가하지만 이 역시 바람직하지 못한 것 같다. 한 사람이 한 가지 일을 해야 더 잘하기 때문이다. 입법자는 이 점을 염두에 두고 같은 사람이 피리 연주자와 제화공이 되기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시민들이 많을 경우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직을 개방하는 것이 혼합정체와 민주정체에 부합한다. (121쪽)
카르케돈인들의 정체는 과두정체다. 그러나 그들은 민중의 일부를 잇달아 정복된 도시들에 파견하여 부자로 만들어줌으로써 성공적으로 파쟁을 피할 수 있었다. 이런 수단을 통해 그들은 결함을 수정하고 정체의 안정성을 기한다. 그렇지만 이것은 일종의 요행이며, 파쟁은 입법자들에 의해 예방되어야 한다. (122쪽)
제12권 솔론과 다른 입법자들
솔론이 훌륭한 입법자라고 믿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들을 내세운다. 즉 솔론은 극단적인 과두정체를 철폐했고, 민중을 노예상태에서 해방했으며, 정체의 상이한 요소들을 혼합함으로써 아네나이의 전통적인 민주정체를 확립했다는 것이다. 그들에 따르면 아레이오스 파고스 위원회는 과두정체의 요소이고, 공직자 선출 관행은 귀족정체의 요소이며, 배심재판 제도는 민주정체의 요소이기 때문이다. (123-124쪽)
* '아레이오스 파고스'는 '아레스의 언덕'이란 뜻으로, 아테나이의 아크로폴리스 맞은편에 있는 언덕이다. 이곳에 아테나이의 최고 법정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부유한 귀족들만 그 구성원이 될 수 있었으나 솔론 이후 다른 계층에게도 개방되었음. (124쪽 주92)
솔론은 공직자들을 모두 명망 있고 부유한 자들, 즉 펜타코시오메딤노스들과 제우기테스들과 세 번째로 기사 계급에서 선출하게 했으며, 네 번째 등급인 테티콘에게는 공직을 개방하지 않았다. (125쪽)
* '펜타코시오메딤노스'는 1년에 500메딤노스(1메딤노스=약 52.5리터) 이상의 곡물을 수확하는 자의 뜻이며, 제1재산등급에 속했음. (125쪽 주96)
* '제우기테스'는 한 쌍의 소를 함께 멍에에 매고 밭갈이할 수 있는 자의 뜻이며, 이들은 전시에 중무장보병으로 복무했음. 1년에 300~500메딤노스의 곡물을 수확하는 자는 제2재산등급에 속하고, 1년에 200~300메딤노스의 곡물을 수확하는 자는 제3재산등급에 속했음. (125쪽 주97)
* 제4재산등급인 '테티콘'에는 품팔이꾼과 1년에 200메딤노스 이하의 곡물을 수혹하는 자들이 포함되었는데, 이들은 전시에 경무장보병이나 해군으로 복무했음. (125쪽, 주98)
팔레아스(제2권 제7장)의 특징은 재산의 평준화이고, 플라톤의 특징은 처자 및 재산 공유, 여인들의 공동 식사, 주연(酒宴, symposion)의 사회(司會)는 술 취하지 않은 사람이 맡아야 한다는 음주에 관한 법, 전사는 한 손을 잘 쓰지만 다른 손은 못 쓰는 대신 양손 모두 잘 쓰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군사훈련이다. (12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