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 시인의 시집을 찾다가 우연히 옆에 꽃아져 있던 문정희 시인의 시집을 빌려왔다. 문정희 시인(1947년생,1969년 등단)은 이름은 알고 있던 시인이었는데, 시집을 읽다보니 거침없는 표현들이 마음에 닿는다. 키스, 입술, 혀, 사랑, 아기, 자궁 등. 아마, 시인의 노년기에 쓴 작품이라 그런가? 특히 시와 시인에 대한 직설적인 표현도 있다. 코로나19시기에 쓴 시들도 있다. 특이한 것은 외국의 시나 소설에서 인유하는 방법을 쓴 시가 많다(어떻게 그 구절을 메모한후 자신의 시에 녹여 포함시켰을까?). 시를 쓰는 자세와 마음가짐을 새로 해야겠다.
시집은 4부로 나누어져 있고(소제목 없음), 시집의 제목과 같은 시는 없다(앗!나의 실수! 작품해설을 읽다가 발견하였다. 「눈송이 당신」 이라는 시에 '하지만 오늘은 좀 추운 사랑도 좋아요'가 있다). 작품해설은 최진석 문학평론가가 썼다(기념비의 시학).
☞디자이너 Y(부분)
진부한 시집을 던져 버리고 싶어
상투어, 무난한 진술, 이미 다 아는데
혼자만 아는 것처럼 으스대는 자아도취
청승 또는 낭만을 가장한 시골뜨기
(중략_
완성을 향해 가고 있는
그 언어만이 시라고 생각한다
(중략)
지난 3년 동안 쓴 시를
다시 자르고 고치다가 다 망가뜨렸다.
☞시인의 장례식(부분)
시인의 장례식은 없어요
시인이 죽고 난후
시인의 시가 사라질 때
그때 시인은 죽는다고 해요.
(중략)
천년을 사는 시인도 있어요
지상의 집에는 맞지않는 열쇠를 들고
가문도 족보도 없이 떠도는
시인은 물결에다 시를 써요.
☞야간 비행(부분)
사랑도 모른 채 아이를 낳고
언어도 모르면서 시를 썼다
☞떠날 때(부분)/ 나이 든 시인들은 왜 이런 시를 꼭 쓸까? 마지막 순간을
떠나는 순간에도
나 모르는 것투성이일까
(중략)
떠날 때 그때 간신히
소스라치듯 알기는 할까
■ 작품해설(최진석 평론가, 과기대 문창과 교수)
1. 역-설, 문턱과 경계
'시인은 언제나 자기를 향한 기념비를 짓는 존재이다'
2. 난 亂 -생, 자화상과 타화상
시인의 자화상은 언제나 타화상이다/ 무슨 말인가?
3. 유-랑, 이편과 저편
'일상 속에 깊숙이 침윤된 현재의 '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감히 자신과 벌이는 대결, 그 불협화음의 고통을 기꺼이 감내해야 한다'
4. 재-생, 다시 삶과 다른 삶
' 이 같은 분열자의 길은 하나의 선물이다'
5. 기념-비, 무지와 망각
무지와 망각을 통해서만 시인을 떠나고, 너를 만날 것이며, 혜어질 수조자 있을 것이다'
'시력 50년을 넘어시 시인의 글쓰기를 몇 장의 종이에 요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는 시를 쓰지 않고, 시를 낳았다. 항상 다른 시로 태어났다'
단어찾기:
필리스틴: 신화속의 새
마두금: 몽골의 민속 현악기
마들렌: 작은 카스텔라의 일종으로 밀가루, 버터, 달걀, 우유 따위를 넣고 반죽하여 조개 모양으로 구운 프랑스 과자. ⇒규범 표기는 미확정이다.
매소부 賣笑婦 : 매춘부 대신 이런 단어를 썻네
(하루가) 가뭇없이(사라진다): 보이던 것이 전혀 보이지 않아 찾을 곳이 감감하다./ 이 단어 여러번 나온다
고수부(1880-1935): 증산도 강증산의 부인
오소소(유머가 쏟아지는): 작은 물건이 소복하게 쏟아지는 모양
년치 年齒 : 연치(나이의 높임말)
아도니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소년. 여신 아프로디테의 사랑을 받았다.
환호작약 歡呼雀躍 : 크게 소리를 지르고 뛰며 기뻐함
것투성이: 것 투성이(편집자의 띄어쓰기 오류인가)
길섶: 길의 가장자리. 흔히 풀이 나 있는 곳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