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적 춤 언어 개발로 모던댄스 새장 열어
현대무용제 '모다페' 발족 무용사에 한 획
39년 춤 궤적 보여준 신작 '비, 걸음' 공연
"테크닉ㆍ서정성 갖춘 춤의 정석" 극찬 받아
|
|
|
▲ 비, 걸음 | [그린경제=장석용 문화비평가] 양정수(梁偵洙‧Yang, Jungsoo)는 1953년 4월 20일 전북 전주 출생이다. 넓은 들녘 사이로 버드나무가 춤추고 느릿한 봄, 청량한 여름, 풍요의 가을, 서정적 겨울을 보내며 완산초, 전주여중, 전주여고를 거친 반듯한 호남 양반가문 출신이다. 초등학교 4학년, 무용전공 담임선생은 무재(舞才)를 직감, 그녀에게 무용을 권유하였고 이때부터 그녀는 무용을 전공한다.
늘 정상을 맛보았던 그녀는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전주시, 전라북도 대회 무용 콩쿠르에서 특상을 받았고. 이후 중학교, 고교학교 재학 시, 3학년 때면 시‧도 대회에서 늘 특상을 수상한 춤의 기대주였다. 양정수는 이화여대 무용과에 유학하여 현대무용에 깊은 매력을 느꼈고, 이화여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한양대 이학박사 출신 현대무용가이자 안무가다.
비교적 이른 나이인 1980년 조선대 무용과 교수가 된 그녀는 특유의 창의력과 사고력으로 ‘빛고을현대무용단’을 창단하여 지역에 현대 춤바람을 일으켰다. 수원대로 이직 한 후 ‘밀레댄스컴퍼니’를 창단, 39년 동안 모던 댄스의 빛나는 한 빛줄기로 독창적 춤 언어를 개발해오고 있다. 성실한 그녀의 선한 ‘녹색 신비 춤’ 신화창조는 행운과 행복을 불러왔다.
2002년 ‘한국현대무용협회’ 회장 재임 시, 국제현대무용제 ‘MODAFE(Modern Dance Festival·모다페)’를 발족시켜 한국현대무용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2003년 ‘한국예술교육학회’를 창립하여 9년 동안 회장직을 맡아 예술교육 진흥에 진력하였다. 그녀의 첫 안무작 『불협화음』(1975)은 한국컨템포러리무용단 창단공연이었다.
그녀는 지속적으로 시적 이미지의 철학적 모색을 보여주는 대표작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게로』(1986년), 『뻥짜』(1992년), 『촛불의 눈』(1993년), 『환상보행』(1996년), 『삶의 여정』(2004년), 『걸음이 늦은 아이』(2005) 등을 발표, 춤의 현대성과 실험성을 추구하는 창작 무대를 구축하였다. 그녀의 이런 작업 성과물은 하와이, 이스라엘, 영국, 태국 등 여러 나라에서 초청되어 호평을 받았다.
|
|
|
▲ 비, 걸음 |
|
|
|
▲ 비, 걸음 | 양정수는 ‘코파나스상’, ‘2005 Modafe Hero상’, ‘무용예술상’, ‘Dance Sprit상’, ‘무용교육자상’(한국현대무용협회), ‘2003 이사도라무용예술상’, ‘무용교육자상’, ‘이사도라상’, ‘2005 IDD(International Dance Development) Award’(한국현대무용진흥회), ‘문화관광부 장관 표창’, ‘수원대학교 총장 공로상’ 등으로 그녀의 창작활동에 대한 노력을 인정받았다.
‘양정수밀레댄스컴퍼니’는 1980년 ‘양정수현대무용단’으로 창단되어 1990년 개명된 현대무용단이다. 34년의 나이테를 소지한 이 단체는 그동안 현대무용 1세대인 양정수의 신념에 부합되는 한국적 정서를 채색한 현대무용의 흐름을 선도하는 예술성을 띠어왔다. 긴 호흡으로 완성도 높은 창작품을 발표해왔던 이 단체의 신작은 세월의 흐름과 아픔의 기억이었다.
2013년 9월 6일(금) 오후 8시, 9월 7일(토) 오후 6시 총 2회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 양정수밀레댄스컴퍼니의 2013년 신작 『비, 걸음』은 안무가 양정수의 춤의 궤적을 꿰뚫어 보게 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이 시대의 명작을 지향하는 그녀는 ‘비속의 여인’이 되어 걸음에 관한 명상을 붉은 하늘에서 바라 본 빗방울 소묘로 형상화했다.
동음이의어 ‘비’(飛, 秘, 比, 悲, 非)와 에필로그로 구성된 『비, 걸음』은 일생을 감내하며 겪어야했던 수많은 기억과 흔적들을 ‘비’의 변주와 ‘걸음’의 메타포로 오버랩 시킨다. 양정수의 비에 관한 ‘여섯 개의 시선’은 꿈, 미래에 대한 불안, 인간관계, 상처, 신념, 성찰을 향한다. 그녀의 화두, 흔적과 걸음은 유‧무형의 그녀의 인생이며 그녀의 예술이다.
|
|
|
▲ 환상보행 | 그녀는 ‘양철북’의 오스카처럼 ‘정지통(停止痛)’을 앓아왔다. 2006년부터 7년간 그녀는 자신의 안무작을 내지 않았다. 그녀만의 비밀스런 시간과 공간을 섬처럼 보이는 조형물이 대신한다. 수직 선형(線形)의 조형은 구성원들이 숲처럼 빽빽하게 들어찬 ‘세상’, 혹은 ‘사회’를 상징한다. 그녀는 관습으로의 도피를 선택하지 않고 낭만적 서사를 즐기자고 권유한다.
단조와 장조의 불협화음에서 평균율로의 안착, 그녀는 『비, 걸음』을 통해 춤의 도입부에서 보이는 어두움에서 빛을 향해 진전하는 보랏빛 희망을 써내고자 한다. 우보(牛步)에서 시작한 ‘걸음’에 관한 춤 에세이는 빠른 군무로 솟아오르다가 한줄기 비와 빛(장혜주)의 열연으로 장엄미를 분출한다. 그 걸음에 대한 기억 위로 무심한 세월이 들어 와 앉는다.
양정수의 걸음에 대한 단상은 걸음을 연동(連動)하는 작은 변신들이 간(間)의 간극을 미세하게 채우고 성찰에서 나오는 걸음에 대한 차가운 시선을 수평, 수직, 사선으로 영역을 확장한다. 그녀의 춤이야기의 출처는 삶이다. 그녀의 실제 인생이 투사된 작품 속에 인물의 대역들은 작은 행운의 기적들을 일구어 낸다. 8개의 칸 사이의 유희는 각자의 삶을 보여준다.
|
|
|
▲ 촛불의 눈 | 『비, 걸음』은 저 마다의 ‘걸음’에 자신의 작은 신(神)을 전위(轉位)시킨다. 안무가 양정수는 관조의 시선으로 신들의 무제(舞祭)를 즐긴다. 사운드와 악기의 변주로 다양한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며, 사람과 시간을 상실과 수확의 부드러운 터치위에 올려놓는다. 현대와 놀고 있는 ‘걸음’은 걸음의 단계에서 마라톤의 질주까지 발생원(發生源)을 갖는다.
안무가 양정수의 춤에 대한 진지한 고찰과 고뇌가 서린 『비, 걸음』은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사업 선정작’, 한국공연예술센터 ‘기획공연’ 선정작이다. 춤 테크닉 위에 서정성 낭만을 덧칠하고, 춤의 정석을 보여주는 독무, 듀엣에서 7인무, 9인무로의 구성과 남녀 조합, 진퇴와 등장의 진법, 현대와 클래식의 연결과 운용, 장면을 심화시키는 영상과 영상의 전환 등은 ‘산다는 것은 시간 위에서 쉼 없이 걷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음미하게 한다.
『비, 걸음』에 인생이란 긴 시간과 기억 속에 남겨지거나 사라진 삶의 흔적들 여섯 이미지 메이킹에 충실했던 장혜주, 이준철, 김상나, 최원석, 강요섭, 김동은, 이주리, 이병진, 김 봄, 이윤희, 이대훈, 윤일식, 홍은지, 박민희는 그들의 은유적인 표현으로 양정수의 향유(香油)의 부음 받은 순수하고 끝없는 에너지원이었다.
|
|
|
▲ 페가수스-하늘을 날다 | 여름의 미토스에 걸린 『비, 걸음』은 양정수의 심상(心象)을 읽게 해준다. 그녀의 춤 수행과 행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사색적 신명은 덕진의 연꽃을 닮아있다. 물의 사원에서 바라 본 그녀의 ‘걸음’은 소리가 없는 묵상(黙想)과 같다. 그녀가 구워낸 가을 연와(緣瓦)는 다시금 ‘연의 기원’을 떠올릴 것 같다. 치장하지 않아도 걸작은 빛나 보인다.
양정수 안무의 『비, 걸음』은 우리 모두가 자신을 뒤돌아보며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며, 배려하여 고난을 극복하고 희망의 땅에 도달하자는 출구를 열어 둔 작품이다. 기쁨과 자유는 정신적 자양분을 먹고 자란다. 말 많은 이슈를 우회하여 경험의 아날로지로 가시적 조형을 이룬 그녀의 신작 『비, 걸음』은 낭만적 고뇌와 진지성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장석용 문화비평가(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 양정수(수원대 무용과 교수, 안무가) 약력
|
|
|
▲ 양정수 수원대 무용과 교수 | - 수원대학교 체육대학 무용과교수
- 양정수밀레댄스컴퍼니 예술감독
- (사)한국현대무용협회운영이사
- (사)한국예술교육학회 이사장
■ 양정수 안무 연혁
2005. 『걸음이 늦은 아이』, 『그들의 정원』, 『생의 여정』
2004. 『삶의 여정』, 『movement(동)
2003.『Empty』, 『태양의 사막』
2002.『가시』, 『그들은 그곳에』,『그들이 바라본 하늘』,『바람은 돌아갈 자리가 없다』
2001.『카타르시스, 『자라지 않는 나무』, 『작은 평화』, 『뻥짜』, 『엷은 추억』, 『무념무상』, 『일탈』, 『비단 안개』, 『나홀로...,』, 『하늘 향기』
|
|
|
▲ 비, 걸음 | 2000. 『El Penitente』, 『무색의 창』, 『아담! 너는 누구니?』, 『비단안개』,
『남과여』, 『관계』, 『넋두리』
1999. 『시트콤』, 『일탈』, 『뻥짜』, 『낡은 사진』, 『내재아』
1998. 『관계』, 『나를 찾으려면』
1997. 『동행』,『광야의 소리』, 『하나되어』
1996. 『환상 보행』, 『자매들』, 『새롭게 하소서』
1995. 『OctaveⅡ』, 『매듭 풀기』
1994. 『스무 고개』, 『인연』
|
|
|
▲ 비, 걸음 | 1993. 『촛불의 눈』, 『겨울 산행』, 『허풍살이』
1992. 『뻥짜』, 『Octave』
1991. 『빗장』
1990. 『칠우기』, 『공』
1989. 『날려버린 흔적』
1988. 『행렬 (Parade)』
1987. 『만나는 순간』, 『대립』, 『우리를 다시 날게 하는 것』
1986. 『겨울나무로부터 봄 나무에로』
1985. 『물레방아』, 『만나는 순간』, 『화선지 위의 작업』
1983. 『꼭두각시의 명상』
1982. 『돈다. 돈다. 돈다.』, 『지나가는 것에 대하여』
1980. 『작은방, 『나의나』, 『동그라미』
1978. 『10K』
1977. 『여기에』
1976. 『촛불아』
1975. 『불협화음』
■ 양정수밀레댄스컴퍼니 연혁
2012. 『Behind Story』, 『페가수스 하늘을 날다』, 『눈처럼 하얀...』
2011. 『The time and memory』, 『인생은 아름다워』, 『하루』
|
|
|
▲ 비, 걸음 | 2010. 『scent follow』, 『Eye to Eye』
2009. 『행복을 찾아서』, 『real』, 『소통』
2008. 『on the defensive』, 『연어의 꿈』, 『물고기 길』, 『기억을 열다』
2007. 『삶의 스케치』, 『Without you』, 『착각』, 『서울의 달』, 『삶의 순례자』
2006. 『escape』,『신나는 예술여행』,『꿈꾸는 자의 몫』,『Daylight』,『석류빛 전설』
2005. 『시간의 흐름 속에서.....』,『카오스,『Be curious』,『IN AND OUT, 『러브 바이러스』, 『특별한 이유』, 『우리들이 가야할 곳』
2004. 『오르골 러브』, 『타이밍 Good』, 『경계인』, 『태양의 사막Ⅱ』,
『개들의 합창』, 『붉은 하늘을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