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이라 쓰고, 도박이라 잃는다.
21412296
이강석
자신의
인생을 걸어, 일확천금을 노리며 성공한 극 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잃을 수밖에 없는 구조. 우리는 이것을 도박이라 부르지만, 놀랍게도 현재 대한민국의 온라인
게임 시장도 이렇게 정의할 수 있다. 도박에도 국가적 차원에서 규제를 하는 것처럼 온라인 게임에도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 한때 게임에 빠져 몇 달을 열심히 모은 돈을 투자한 결과가 한낱 데이터 쪼가리와 엉망이
된 현실이라는 점에 뼈저린 반성을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 게임 시장의 심각한 사태와 변질된 원인 그리고 이것을 바로잡을 구체적인 규제방향과 해결방안을
논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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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에 당첨될 확률이 0.0001%이고 슬롯 머신에서 잭팟이
터질 확률이 0.0003%이다. 국내 최고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모 게임의 아이템 획득 확률 또한 0.0001% 이다. 모든
문제의 원인은 게임사가 내놓은 이러한 랜덤 박스 즉 확률에 의존한 뽑기 개념의 수익 구조에 있다. 게임
속 가상세계는 현실을 잊기에 아주 좋은 도피처이다.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들의 열등감은 게임 속 본인의
캐릭터가 강해지는 것으로 치유된다. 이러한 쾌감을 느껴본 사람은 본인의 캐릭터가 더 강해지기위해서 또는
자신보다 약했던 캐릭터가 자신보다 강해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이미 많은 돈을 썼지만 또 다시 결재를 하게 된다. 물론 다시 결재를 하는 과정까지 본인의 자제력은 수많은 경고등을 울렸을 것이다. 그러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드는 게임사의 교묘한 수법들은 자제력이 약해진 사람들에게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을 한다. 현금을 충전해서 게임 머니로 교환하고 이를 다시 사용하는 방법(예를
들어 현금 3만원을 300다이아몬드 라는 게임 머니로 전환함)은 경제관념을 잊게 만들고, 다른 유저가 뽑기에 성공했다는 내용의
광고를 게임내 화면에 끊임없이 송출하여 이용자로 하여금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헛된 희망을 준다. 이것이
도박장에서 칩을 사용하게 하는 것과 카지노 슬롯 머신에서 잭팟이 터졌을 때 장내에 쩌렁쩌렁하게 효과음을 울리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게임사의 매출이 상승했다는 기사가 쏟아지는 만큼 게임으로 인해 생긴 카드 빚을 감당하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한도를 초과해서 더 과금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찾는 대리 충전업체가
영업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재산을 다 날린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돌려받고자 찾는 환불대행업체가 성행하고 있다.
강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계정의 가격과 좋은 아이템은 억대를 호가하고 있고 이로 인한 사기와 해킹 범죄 또한 날로 빈번해지고 있다. 법의 사각지대에서 더 이상 게임이 아닌 도박에 중독된 사람들을 이제는 국가가 나서서 구제해야 한다. 현재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천 수억원을 게임에 투자한 사람들이 더 이상은 참지 않겠다며 게임사에 불매 운동을
시작했고 이대로 방치한다면 게임사와 유저, 국가 모두가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입을 것이다.
국내
게임 시장이 이렇게 변질된 원인은 유저와 게임사, 국가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온라인 게임이 발전하고 유행하기 시작한 1990년대 말부터 2000년 초까지 수많은 게임이 등장하고 사라졌다. 그러나 게임이 발전하고
유행하는 속도에 비해 유저들의 시민의식은 성숙해지지 못했다. 불법 복제 프로그램이 유행하고, 게임을 돈을 주고 해야 한다는 의식이 부족했다. 재미있고, 게임성이 탄탄하여 인기를 얻던 게임들이 투자한 금액을 회수하기 위해 정액제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cd 패키지 프로그램으로 발매를 하면 게임이 흥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이다.
정품 cd를 구입하지 않고 불법 프로그램을 썼으며 게임의 파일은 그대로 복제한 채, 서버만 다르게 하여 공짜로 운영하는 프리 서버들이 성행하였다. 이로
인해 많은 게임사들은 큰 피해를 입었고, 그 결과 현재 대한민국 게임사의 주요 수익구조인 ‘부분유료화’ 정책이 생겨났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 자체는 무료이지만 게임내 부가서비스나 편의성, 캐릭터 치장용 아이템들을 유료서비스로 전환한
방식인데 초기에는 이것이 유저와 게임사 모두가 만족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과금을 하지 않아도 게임을
하는데 큰 문제가 없었지만 적정선의 과금을 하면 그만큼의 만족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게임이 발달하고
유저가 늘어날수록 국가는 게임 중독과 부작용을 이유로 게임 자체에 규제를 가하기 시작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게임성까지 침해하는 정립되지 않은 심의 규정과 여성가족부의 셧다운제가 그 예이다. 이러한 규제는 게임사의
막대한 손실로 이어졌고 게임사는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부분유료화정책의 과금 유도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과금
유도가 심해질수록 게임사는 매출이 상승했고, 이로 인해 국가는 세금을 많이 걷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 방법이었다. 게임사는
수익구조만 탄탄하고, 게임성은 신경 쓰지 않은 게임들만 양산하기 시작했고 국가는 국민들이 합법적인 도박에
빠져드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봐야했다. 경쟁 사회에 익숙한 한국인들은 게임을 play to win 이 아닌 pay to win으로 변질시켰다. 온라인 pc 게임에서 온라인 모바일 게임으로 플랫폼이 변화된 것
또한 이러한 악순환에 불을 붙였다. 결재가 쉬워졌고 모바일 게임들의 결재는 구글과 애플에 의해 대부분
이루어지는데 이들은 아직까지 결재 한도를 정해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 건너서는 안되는 강을 건넜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유저들의 불만이 극이 달해
불매운동을 시작하며 스스로 움직이고 있는 시점에 국가가 나서서 올바른 규제를 해야 한다. 게임을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금기시하지 말고,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게임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문화의 일부이다. 사춘기 청소년을 억압하면
할수록 더 큰 사고로 돌아오는 것처럼 게임 자체를 억압하는 것이 아닌 자연스레 즐기되, 현재의 심각한
사행성적인 부분을 규제해야 한다. 게임성을 높일 수 있는 부분을 지원하고 기존의 다른 규제들을 완화하여
사행성적인 수익구조 말고도 게임사가 예전처럼 수익을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한다. 십년 전만해도
훨씬 뒤떨어지던 중국 게임은 국가의 지원아래 놀라운 속도로 발전했으며 이미 대한민국 국내시장의 1위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 중국은 사행성 요소들을 강력히 규제하고, 자국의
게임 회사들을 지원하였다. 물론 사상적인 부분까지 규제한 부분에는 많은 비판이 있지만 사행성적인 요소들을
규제했다는 점은 중국 게임 시장의 발달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IT강국이라는 말도 이제는 옛말이다. 인터넷이 빠르고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다는 점은 국내에서나 편하지 외국에서 가치를 창출 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게임을 잘하고, 게임을 잘 만든다는 한국이란 브랜드는 어느새 외국 게임사들에게 해외 시장을 다 점유당하고, 국내 시장마저 위협받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게임만큼 고부가가치를
지닌 분야도 드물다. 지금 부터라도 국가는 올바른 규제를 하고 지원하여 게임사로 하여금 좋은 게임성을
지닌 게임을 만들 수 있게끔 해야 하고, 게임사도 더 이상 사행성 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유저들과 함께 발전해 나가는 게임을 만들고 운영 해야 한다. 유저들
역시 성숙한 저작권 시민의식을 함유하여 게임 시장의 선순환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게임을 제대로 하려면 수 천만원으로는 힘들고 최소 수 억원을 투자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정말 돈이
많은 사람이 즐기며 그만큼의 만족을 느낀다면 상관없겠지만 극 소수이고 대부분은 평범한 시민들이 스트레스 해소를 목적으로 게임을 시작했다가 참담한
결과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게임이라 쓰고 도박이라 읽기전에 모든 것을 잃는다. 개인의 자제력 이외에는 규제가 전무하고, 기존의 규제들은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사행성 자체를 규제한 것이 아니고 쉽게 우회할 수 있는 규제들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잘못된 규제가 게임 시장을 음지로 몰아넣었다. ‘게임에 과금을
한 사람과 안 한 사람이 같은 만족을 느끼는 수는 없다’ 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적어도 게임 때문에 패가망신하는 피해자들을 만들어 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과금을 하되, 적정선에서 게임성과 현실에 영향이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국가의 세심하고 정교한 규제가 이젠 정말 절실하다. 적절한
지원과 규제로 사행성적인 요소 말고 게임성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게임을 사랑하고
대한민국 게임사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한 유저로서 하루빨리 건전한 게임문화가 대한민국에 정착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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