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가장 기온이 높은 봄날이었습니다. 20도가 넘었다는데, 과연 더웠습니다. 황사가 부는 도심 한 복판이라 환경문제를 실감하는 하루이기도 했고요. 방사능에 황사에 오존층 파괴에 이러 저러한 기후변화에, 어찌하오리까 답답한 심정이지만, 그러니 더더욱 깨끗한 세상 물려주기 운동, 핵없는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우릴 밖에요.
시청 앞 서울 광장이에요. 유선희씨 말처럼 대형 걸개가 없어 정말 멀리서 지나는 시민들은 무슨 행사인지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핵없는사회를 만들자고 단체가 이리 저리 만들어지고 기존 환경단체가 애쓴다고 하는데, 아직 많은 시민들과 함께 마음 모으고 힘을 모아가는데는 크게 부족해서, 아닌게 아니라 그 점을 고민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저기 참여하고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스스로 느끼고 생각한 바를 소중히 여겨 그것을 모아 목소리를 점점 키워가야겠지요. 다음 번 공동행동 회의에 가면 이 점을 분명히 전달해야겠습니다. 우리끼리 행사가 되어서는 곤란하니까요.
익숙한 분들의 뒷모습입니다. 짐을 나르느라 오가고 있어요.
핵없는세상 천막 안밖으로 사람들이 북적이지요. 천막 하나를 통째로 빌리길 잘했습니다. 의자를 스무개 빌렸는데 저 뒤쪽으로 돗자리까지 깔고 앉아야 했어요. 재미있는학교 입학식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이기도 해서 학생과 학부모들 참여도 두드러졌는데요, 어린이들이 스스로 귀가길에 방사능에 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는 후문을 들으니 보람을 느꼈습니다.
어려서부터 우리가 소중히 여겨야할 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그것에 대응해야 하는지 스스로 고민하고 접하는 기회를 갖는 일은 매우 중요하지요. 평생을 살아갈 토대가 되는 인생 기둥을 심지에 굳게 세우는 작업이니까요. 즐겁게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 면에서 후원을 위해 어린이들이 벌이는 바자회와 초상화 그리기는 참 인기가 좋습니다.
책상 아래 집중하고 있는 여러 어린이들이 보이시지요? 아이들이 핵없는세상을 위해 차린 하루 장난감 가게입니다. 처음 온 병준이와 병현이도 그 일에 홀딱 빠졌어요.
작년 가을 행사에 이어 초상화 그리기는 계속되었습니다. 지방에 사시는 시민이 가족들과 지나다 들러 기념으로 초상화를 남기려고 찾아왔어요. 이날 주문이 많아 서연이는 팔이 아파 잠시 쉬는 시간을 갖어야 했을 정도였어요. 엄마 장영선 선생님은 걸개포스터를 죄다 디자인해서 만들어주고 딸 서연이는 핵없는세상을 위해서 하루 종일 열심히 그렸습니다. 다음부터는 일일이 서연이가 그린 그림과 사람을 사진으로 다 남기자고 해야겠어요. 왜 그런 생각을 미처 못했을까 아쉽습니다. 다음에는 꼭!
공동대표이신 장미란 선생님이 어린이들에게 동화를 낭독해주고 계십니다. '사람의 외로운 목소리'라는 동화인데요, '체르노빌의 목소리' 에 등장하는 인터뷰 가운데 한 편을 재미있는학교 청소년들이 동화로 각색한 이야기입니다. 지나던 한 가족이 함께 어울려 낭독회에 참여했습니다. 이 짧은 동화책은 아래에 사진으로 싣습니다.
재미있는학교 청소년과 졸업생들이 자주 모이고 많이 애써서 함께 그리고 쓰며 제작한 동화라 학생들이 더욱 뿌듯해 했지요. 제작을 위해 청소년들과 함께 인터뷰를 나눠 읽고 모두 마음 아파하며 그 감정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려고 애를 썼던 과정들이 소중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청소년들에게도 그러했기를 기대합니다.
초상화를 그리는 서연이를 기특하게 여긴 방문자가 서연이에게 선물한 그림입니다. 서연이를 그린 것이에요. 즐거운 추억이지요. 낯모르던 이들과 교류하는 특별한 경험이었을 거에요.
올까 말까 망설였지만 원석이는 혼자 버스를 타고 찾아왔습니다. 봉사도 하고, 이웃한 시민단체 부스에서 꽃상추 화분을 얻어 즐거워 했습니다. 좋아하는 마음을 활짝 표정에 담지는 않지만 퍼레이드까지 참여한 원석이에게 어땠냐고 물으니 오길 잘 했다고 합니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게 됐는지는 아직 많이 듣지 못해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 상민이 형이 있어 더욱 의지가 되었을 것인데요, 함께 하는 작은 계기가 되었기를 기대해 봅니다.
핵없는세상 상임대표 박정신 선생님과 공동대표이자 알트루사 회장님인 박수산나 선생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부스 안의 모든 것을 함께 만들고 책임져 주셨어요.
당분간은 핵없는세상 최연소자의 자리를 지키며 모든 행사에 꼬박꼬박 참여하는 아기일 거에요 동화는. 동화가 몰고 다니는 이모들이 있어서 핵없는세상 행사에 톡톡히 여러 모로 기여도 하고 있지요. 채하나 이모는 일찍 가려다가 동화가 등장한 바람에 끝까지 남아 함께 했다지요. 학교 일로 못 왔지만 항심 이모도 아마 그랬을 거에요. 동화에게 서로 사랑 받고 싶어 경쟁하거든요. 동화는 깃발도 함께 흔들고 퍼레이드도 엄마 품에서 함께 참여했어요. 나중에 이모들의 이런 증언을 듣고 사진을 보면 동화는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요? 어떤 기분이 들까요? 그때 가서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현주는 학교에서 단짝 친구들도 초대했어요. 부스에서 시민들을 맞아 안내하는 봉사도 톡톡히 해 낸 좋은 학생들입니다. 친구들을 초대해서 즐겁게 놀며 참여하는 기회가 앞으로도 많아지길 기대해 봅니다.
퍼레이드를 앞두고 공연을 보고 있어요. 앞서서 많은 분들이 참여하고 귀가했는데 끝까지 남은 분들이에요. 공연이 즐겁기는 했지만 약속시간보다 길어져서 좀 힘들기도 했습니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함께 하는 핵없는세상 입장에선 좀 힘든 점이었어요. 이것 역시 다음 회의 때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공연을 좋아하는 분들이 흥에 겨워 공연이 길어지기도 하는데 그 마음 이해가 가지만 다양한 이들이 함께 하는 행사니까 서로 서로 배려해야겠지요. 말해 주지 않으면 모를테니까요.
퍼레이드 시작
오른쪽 위에 청소년들 보이시지요?
익숙한 얼굴들입니다. 오랜만에 어린이 태윤이까지.
영서를 찍었는데 그 위에 이현주 선생님이 우릴 알아보고 있었군요. 지금 알았습니다. 인사를 못해 아쉽지만 서운하지 않으셨기를. 못 봤습니다. 이현주 선생님은 화요모임에 오신 바 있는 전직 시의원이고 녹색당원입니다.
이 분, 두 아들과 처음 오셔서 끝까지 함께 했습니다. 기념해야할 날이에요. 그 의미를 아는 분들은 다 아시지요. 알트루사 와서 인생을 다시 사는 분들, 그 마음 아실 거거든요.
저 멀리 용인 고기리 유원지 주민도 왔었다니까요?
삼척에서 활동하는 분들도 추정되는 분이 우산에 핵없는세상이라고 새겨서 퍼레이드하셨어요. 그것에 관심을 보이신 박영신 선생님, 우산 든 분에게 이야기를 건네시며 행진하셨어요.
엄마, 이 사람들이 지금 뭐하는 거에요? 나는 어디로 가고 있나요? 어디서나 열심히 관찰하고 지켜보는 동화에요.
퍼레이드에 참여한 최고령 회원이십니다. 무척 고마운 두 분이에요. 몸살 나시지 않았을까 살짝 걱정했는데 다음날 두 분 모두 멀쩡히 교회에 오셔서 또 한 번 감사했습니다.
퍼레이드 후 기념촬영 했습니다.
퍼레이드 후 길을 잃었던 몇 분을 다 포함해서 다시 한 번 기념 촬영!
* 옆 자리 부스에는 유명한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있었는데요, 어린이 청소년 어른들 모두가 활발하게 교류하고 참여하는 핵없는세상을 보고 부러워 했습니다. 한 번 꼭 찾아오겠다고 전하는 활동가가 있었어요. 핵없는세상의 원칙과 정신을 잘 지켜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할까 생각하게 됩니다. 모두가 자기대로 말이죠. / 끝.
*마지막으로, 이 날 모은 후원금을 모두 소중히 모았지만 이번 행사에 쓰인 비용에 비해 액수가 많이 적었습니다. 핵없는세상 살림을 맡고 있다보니 조금 걱정이 되네요. 지난 가을 행사에 비해서도 많이 부족해서 늦게라도 후쿠시마 2주기 후원금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참고하셔요. 마음은 있는데 못 오시거나 아직 후원을 못하신 분들. 기회가 아직 남았습니다!
* 빠뜨린 내용이 뒤늦게 생각 나네요. 김인하 공동대표님도 아픈 몸을 이끌고 방문해 주셨어요. 아드님이 부상 당해 병원에 가시는 중인데도 반드시 와야한다 하시면서 오셨습니다. 그 마음 회원들에게 널리 전합니다.
첫댓글 우리 집의 한분은 깊은 한숨으로 우려를 표현하는데 이런 행사에 오면 어떨지 궁금함이 생겨요. 퍼레이드에서 앞장서 북을 친 사람들이 무대에 올라서도 마지막까지 흥을 표현할때 우리가 함께 있음으로 기운나고 벅찬 마음이 들었어요. 이런 기회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핵없는 세상 모람들에게 사랑을 전합니다!!
이날 가고싶었는데 영상일 책임 맡은 것들이 안끝나 (전 다음날 티베트 평화제에 참석했어요. 거기 관련..) 아쉽게도 못갔어요 ㅡㅜ 사진과 이야기로 자세히 전해들으니, 좋고, 관심가고, 한편으로 더 아쉽고(결석이) 그러네요. 고마워요. 참 티베트 평화제는 중국의 티베트 점령 이후 107인의 분신한 영혼들의 넉을 기리는 자리이기도 했는데... 세상에 아직도 우리가 자세히 모르는 많은 일들이 있구나 생각을 했어요. 핵문제도 그렇고..
잠깐 가서 있느라 못봤던 모습들 전해주셔서 감사해요^^ 올려주신 사진 중 두장정도 소식지에 실을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