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배낭 여행기 =
5. 치카케 국립공원(Parque Natural Chicaque)
우리 호스딸의 주인인 John의 제안으로 같은 숙소에 있던 한국인 5명과 나를 포함하여 7명이 경비를 각자 개별 분담하는 조건으로 대중교통편을 이용하여 치카케(Chicaque) 국립공원을 가기로 하였다.
시내버스(트랜스 밀레니오) / 치카케 산장
<1> 구름의 숲(Cloud Forest)
치카케 국립공원은 해발 3,000m 열대 밀림으로 항상 안개가 끼어 구름의 숲(Cloud Forest)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우리가 갔을 때도 짙은 안개가 끼어 산 모습을 제대로 보기가 어려웠는데 울창한 숲과 돌멩이 길이 젖어서 몹시 미끄러웠지만, 등산로는 비교적 잘 갖춰진 곳이다.
버스는 산 중턱의 공원 입구에 내려주는데 거기서부터 4시간 동안 내려오며 열대 밀림을 더듬는 코스이다.
울창한 숲은 물론 이름 모를 열대 꽃들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비교적 덜 알려진 곳인지 관광객도 별로 없고 자욱한 안개로 조금 서늘한데 섬뜩한 기분도 든다.
안내판에는 이곳에 서식하는 각종 동식물의 사진을 붙여놓았는데 세발가락 나무늘보(Three-Toed Sloth), 큰 부리 앵무(Emerald Toucanet), 벌새(Humming Bird), 꼬리가 길고 화려한 색깔의 남미 찌르레기(Oriole) 등 20여 종의 신기한 동물이 있었지만 열대 꽃과 덕지덕지 붙은 이끼 밖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다. 중간쯤 내려오면 바위 절벽 위에 전망대(View-Point)가 있는데 안개가 조금 걷혀서 그나마 산의 윤곽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공원 매표소(외국인 2만 페소: 7천 원) / 안개 낀 산속으로 / 한국 젊은이들과 가이드
4시간 행군 끝에 깎아지른 바위 절벽 밑 골짜기에 있는 멋진 산장(레스토랑)에 도착했다.
산장 앞은 제법 넓은 잔디밭이 있는데 10여 마리의 라마(Llama)가 어슬렁거리며 풀을 뜯고, 관광객을 태우는 말들도 10여 마리 있다.
구름 속의 산장(山莊) / 짚 라인 출발대 / 밀림의 공원길
레스토랑에서 제공하는 식사는 취향에 따라 각자 시켜 먹었는데 제법 먹을만하다.
식당에서 짚라인(Zipline)을 타는 티켓을 팔며 타라고 권한다. 1인당 12.000페소(4천 원)로 한국 젊은 친구들은 돈이 아까워서인지 타지 않겠다고 한다. 나도 타지 않으려고 했는데 John은 꼭 한번 타 보고 싶었다며 나보고 같이 타자고 조른다.
할 수 없이 따라나섰다가 절벽 중간쯤까지 기어오르는 통에 힘들어서 죽을 뻔했다. 줄에 매달려 내려오는 것이 주루룩 2분도 채 걸리지 않는 것을... 그러나 푸른 밀림 위를 나르는 것이 시원하고 기분이 상쾌하기는 하다.
밀림을 행군하느라 지친 몸을 산장에서 잠시 쉬었는데 산장의 발코니 의자에 기대어 골짜기를 내려다보니 안개 속으로 아득히 내려다보이는 산골짜기 밀림풍경이 형언할 수 없이 신비롭다.
이렇게 오늘의 국립공원 산책 일정이 모두 끝나고 등산입구를 향하여 되돌아 산을 올라가야 한다.
<2> 고난의 귀로
잠시 휴식을 끝내고 곧바로 버스를 타는 줄 알았더니 조금 걸어야 한단다.
산장에서 산을 다시 올라가야하니 말을 타고 가라고 하는데 말을 탈까 하다가 다른 일행도 모두 걸어간다기에 가까운 줄 알고 따라나섰는데 차 타는 곳까지 다시 1시간이나 오르막 돌멩이 길을 걷는다. 기진맥진하여 겨우 도착하니 뒤 짐칸에 포장을 씌운 조그만 트럭이 우리를 기다린다. 제기럴 말을 탈 껄....
거기서부터 산 정상까지 가파른 산길을 굉음을 울리며 덜커덩거리고 올라가는데 딱딱한 나무의자에 엉덩이가 아픈 것은 물론이려니와 차가 흔들릴 때마다 몸을 가눌 수가 없다.
그뿐만 아니라 절벽 밑으로 차가 굴러떨어질까 걱정되어 간담이 서늘해진다.
그렇게 30여 분, 손잡이를 부여잡고 얼마나 휘둘렸던지 팔이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다.
매표소가 있는 정상까지 되돌아와 내리니 온몸이 쑤시고 다리에 쥐가 나서 일어설 수가 없다.
서둘러 가지고 간 수지침(手指鍼)을 꺼내 닥치는 대로 종아리를 찔러 피를 냈더니 조금 낫다.
젊은 친구들과 가이드 녀석은 그런 나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