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역잡아함경_118. 마하가섭과 아난, 비구니가 설법하는 가섭을 비난하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기사굴산(耆闍崛山) 가란타 죽림에 계실 때였다.
당시 존자 마하가섭과 존자 아난이 기사굴산에 있었는데,
아난은 밥 먹을 때가 되자 존자 마하가섭에게 말하였다.
“대덕(大德)이여! 밥 때가 되었으니 함께 걸식하십시다.”
그러자 마하가섭은 옷을 입고 발우를 들고서 아난과 함께 기사굴산에서 나와 왕사성으로 들어가 걸식하였다.
아난이 마하가섭에게 말하였다.
“시간이 아직 이르니, 저 비구니 정사에 가서 비구니들이 하고 있는 법식을 봅시다.”
가섭은 “그렇게 하자”고 대답하고서,
즉시 함께 비구니 정사에 갔다.
그때 비구니들은 두 존자께서 오는 것을 멀리서 보자 즉시 평상 자리를 마련하였으며, 평상 자리를 마련한 뒤에는 두 존자에게 아뢰었다.
“어서 이 자리에 앉으십시오.”
두 존자가 그 자리에 앉자, 여러 비구니들은 앉는 것을 보고 머리를 조아리면서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 있었다.
그러자 마하가섭은 비구니들을 위하여 갖가지로 설법하여 보여 주며, 가르쳐 주며, 이롭게 하며, 기쁘게 하였다.
그 대중 속에는 투라난타(偸羅難陀)라는 비구니가 있었는데,
그녀는 법의 요체를 설함을 들어도 마음으로 달갑게 여기지 않으면서 나쁜 말을 하였다.
“지금 장로(長老) 가섭은 어찌하여 아난 앞에서 비구니들을 위하여 법의 요체를 연설하는가?
바늘을 파는 사람이 바늘을 만드는 스승 문 앞에 와서 바늘을 팔려고 하면 끝내 팔리지 않듯이, 지금 가섭도 역시 그와 같도다.
어찌 아난 앞에서 법을 연설하시는가?”
이렇게 말을 하고는 말없이 있었다.
그때 마하가섭은 청정한 하늘 귀로써 그녀가 하는 말을 듣고 장로 아난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이 투라난타 비구니가 달갑지 않은 마음으로 거칠게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까?”
아난은 가섭에게 말하였다.
“그녀가 어떠한 말을 하였습니까?”
가섭은 대답하였다.
“그녀는 ‘어찌하여 가섭은 아난 비제혜자모니(比提醯子牟尼) 앞에서 법의 요체를 연설하는가?’라고 말하면서,
그대에 대해서는 저 바늘을 만드는 스승과 같다고 여기고,
나에 대해서는 바늘을 파는 사람과 같다고 하였습니다.”
존자 아난이 가섭에게 말하였다.
“그만두십시오, 존자여! 어리고 어리석어서 지혜가 적은 짓이니, 족히 꾸짖으실 것이 못 됩니다.
바라건대 대덕께서는 그의 참회를 허락하여 주십시오.”
가섭이 곧 장로 아난에게 말하였다.
“여래ㆍ세존ㆍ다타아가도(多陀阿伽度)ㆍ아라하(阿羅訶)ㆍ삼먁삼불타(三藐三佛陀)께서 가르치고 인도하기 위해서 저 달의 비유를 들어서
‘달이 나날이 점점 자라듯이,
능히 남부끄러움과 제 부끄러움을 갖추어 부끄러워하지 않는 짓을 떠나고,
꾸짖거나 욕하는 것을 참으며,
몸과 마음을 금하고 억제해서 사람과 왕래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나에게 대하여 저 달과 같다고 말씀하신 것입니까,
그대에 대하여 저 달과 같다고 말씀하신 것입니까?”
아난이 대답하였다.
“여래ㆍ세웅(世雄)께서는 실로 내가 저 달과 같다고는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다.”
가섭이 또 말하였다.
“오직 부처님ㆍ세존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ㆍ등정각지자(等正覺知者)께서 나에게
‘저 달이 처음 차 오를 때 점점 자라나듯이,
능히 남부끄러움과 제 부끄러움을 갖추어서 부끄러워하지 않는 짓을 떠나고,
꾸짖거나 욕하는 것을 참으며,
몸과 마음을 금하고 억제해서 사람들의 집에 왕래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난이 아뢰었다.
“실로 그러하셨습니다.”
존자 가섭이 아난에게 말하였다.
“여래ㆍ세존께서 한량없는 백천 대중 앞에서 나의 이름을 드시면서
‘이는 위대한 덕을 지닌 이며, 남부끄러움과 제 부끄러움을 지닌 사람으로서 지혜가 깊고 원대한 것이 나와 같다’고 말씀하셨으며,
부처님께서 또 비구들에게
‘나는 지금 악하고 좋지 못한 법을 여의고 각(覺)과 관(觀)이 있고, 한마음을 좋아해서 초선(初禪)에 들어가 밤낮으로 항상 그와 같은 선정에 있는데,
가섭 비구도 항상 악하고 좋지 못한 지각과 생각을 여의고 있고, 한결같은 마음을 좋아해서 초선에 들어가 밤낮으로 항상 그와 같은 선정 속에 있다’고 하셨습니다.”
아난이 대답하였다.
“실로 그리하셨습니다, 가섭이여.
2선(禪)과 3선과 4선과 자(慈)ㆍ비(悲)ㆍ희(喜)ㆍ사(捨)와, 그리고 4선정과 3명(明)과 6통(通)에 대해서도 역시 그와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러자 존자 마하가섭은 비구니 대중 앞에서 사자후를 하시고, 자리에서 일어나 곧 자기가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