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민일보 2009. 9. 21
유진 벨, 도저히 이해할 수 없지만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유한한 인간이 어찌 이렇다 저렇다 판단할 수 있을까.
내 삶이라는 것이 내 생각과 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니 신자는 하나님 앞에서 잠잠하며 겸손할 수밖에 없다.
진흙덩이가 토기장이의 손에 붙들려 있는 것 같은 인생이 아닌가.
욥이 ‘나의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같이 나오리라.’ 했다.
그의 무능력이 아니다.
하나님의 섭리가 내 생각과 다를 수 있는데 어찌 장래 일을 내가 어찌 알겠느냐는 고백이요,
내 ‘주여 뜻대로 행하시옵소서’ 하는 순종의 믿음이다.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는 자의 고백이다.
광주‧전남지역 첫 선교사로 1897년에 나주에 들어왔던 미국남장로교회 유진 벨(Eugene Bell,배유지)은
나주, 목포, 광주에 교회를 설립했다. 처음 선교지였던 나주에서 주민들 반발로 목포로 내려갔고,
목포에서 수년을 지냈으며, 1904년에 광주선교부를 개설하여 광주로 올라왔다.
12월 25일 성탄절에 그의 집에서 주민들과 성탄절예배를 드림으로
광주를 중심으로 한 선교사역이 시작되었다.
유진 벨 선교사는 하나님이 보낸 한국 땅에서 아내를 잃은 큰 아픔과 슬픔을 당했다.
목포선교부에 있을 때 아내 로티(Lottie)가 두 아이를 두고 1901년에 사망했다.
1894년에 결혼하여 이듬해에 한국 선교사로 들어왔고, 아들과 딸을 낳았었다.
물 사정이 별로 좋지 않았던 목포에서 식수 때문에 고생을 했는데 1901년 4월에 풍토병으로 죽은 것이다.
남편은 서둘러 전주에서 군산으로 그리고 선박으로 목포에 왔지만 이미 죽은지 나흘째였다.
큰 슬픔 중에 아내를 서울 외국인묘지에 묻었다.
1919년에는 재혼한 마가렡(Margaret)이 교통사고로 죽었다.
광주선교부로 자리를 옮긴 유진 벨 선교사는 오웬 선교사와 함께 광주와 전남 지역에 열심히 전도하여
대단한 부흥의 역사가 일어났다. 1919년에 선교용 차량이 들어왔다. 인천에서 차량을 인수하여
광주로 오던 길에 병점 부근 한 건널목에서 열차와 충돌했다.
아내 마가렡과 구례인(Crane)선교사가 현장에서 죽었다. 마가렡은 광주 양림동선교동산에 묻혔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남편 유진 벨은 그 때 슬픔을 이렇게 썼다.
‘금년은 슬픈 크리스마스가 될 것입니다...자주 그 끔찍했던 사고의 망상이 떠오르고
그 엄청난 엔진(기차)이 다가올 때 몇 인치만 더 앞으로 나아갔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상념에 사로잡히고는 합니다...
이러한 끔찍한 일을 만나게 되리라고 꿈에도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나로서는 이러한 일련의 사건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으나
사랑하는 하늘의 아버지를 굳게 믿으며, 모든 일을 선으로 인도하실 것을 믿습니다.’
유진 벨은 1922년에 다시 디사트(Dysart)를 아내로 맞았지만
결혼 4년 만에 그가 아내를 남겨놓고 세상을 떠났다(1925. 9. 28). 마가렡이 묻힌 양림동선교동산에 묻혔다.
1895년 2월 12일, 하나님의 보냄으로 한국에 와서 남도 땅에서 31년을 살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다가 하나님의 품에 안긴 것이다. 모든 것을 다 바친 선교사의 삶이 이러했다.
그의 아내가 당한 형편이며 고통 그리고 그의 죽음의 말할 수 없는 슬픔을 무어라 설명할 수 있을까?
‘내 주여 뜻대로 행하시옵소서 내 모든 일들을 다주께 맡기고 저 천성 향하여 고요히 가라니
살든지 죽든지 뜻대로 하소서’ 벤자민 슈몰크 목사가 화재로 두 아들을 잃고 이 찬송시를 지었단다.
목사님이 아내와 심방을 마치고 돌아오니 집이 불에 탔다.
아들 이름을 부르며 잿더미를 파헤치자 어린 두 아들이 새까맣게 탄 채로 발견되었다.
무슨 말로 이들을 위로하겠는가.
‘큰 근심 중에도 낙심케 마소서 주님도 때로는 울기도 하셨네 날 주관 하셔서 뜻대로 하소서.’
눈물 찬송 밖에는.
자식 잃은 부모의 평생 슬픔,
남편이나 아내를 잃은 충격과 허탈과 외로움,
부모 잃은 허전함을 피해 갈 사람은 없다.
그래도 이런 찬송이 나온다.
‘내 가는 길 다 알지 못하나 한 걸음씩 늘 인도하소서...’ 하고.
이것이 믿음이다. 하나님이 내 모든 형편을 아시고 장래에도 인도하실 것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