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수행이야기]〈19〉종조, 도의선사는 누구인가?
가지산문, 도의선사 禪사상 배경으로 확립
대한불교 조계종의 종조
백장회해로부터 선맥이어
서기 520년 인도에서 달마가 중국으로 건너왔을 때, 당시 교학중심으로 발달해 있던 중국의 불교는 서천 땅에서 온 달마가 그리 반갑지 않았다. 오직 마음만을 강조했던 그에게 현세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황제나 왕권과 밀착해있던 승려들과의 마찰은 당연했을 것이다. 그래서 달마에 관한 일화에는 달마가 광통율사에게 독살당했다(?)던가, 달마가 관속에 신발 한 짝만을 남겨두고 짚신 한 짝만 들고 총령을 넘어 서천으로 돌아갔다는 등 신이적 일화가 등장한다.
어쨌든 달마의 애달픔이라는 시행착오가 있었기에 중국에 선사상이 뿌리내릴 수 있었다. 그런데 달마의 중국에서의 삶과 유사하게 우리나라 조계종의 종조인 도의(道義, ?∼825) 선사의 고달픔도 만만치 않았다.
도의 선사가 당나라에서 37년간을 수행해 마치고 돌아왔을 때, 당시 교종으로부터 심한 비판을 받았는데 그의 설법을 마어(魔語)라고까지 했다. 도의 선사가 37년만에 신라로 돌아올 때는 우리나라에 선을 정착시키려는 서원을 품고 조국으로 돌아왔을 거라고 사료된다. 그렇다면 도의 선사의 발자취를 보자.
도의 선사는 북한군(北韓郡, 현재의 서울) 사람으로, 신라 선덕왕(善德王, 784년)때 당나라로 들어갔다. 선사는 먼저 오대산(山西省 五台縣) 문수도량으로 발걸음을 옮겼는데, 기도하는 도중에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감응을 받아 공중에서 종소리가 들려오고 신령스러운 새가 날아오는 신이한 일을 겪었다.
이후 광동성 광주 보단사(寶壇寺, 육조단경 설법지인 대범사)에서 구족계를 받고, 조계산 남화사로 가서 6조 혜능을 모신 조사당에 이르렀다. 도의가 참배를 하려는데, 조사당의 문이 저절로 열리었고, 절을 올리고 나오니 문이 닫혔다는 고사가 전한다.
도의는 강서성 홍주(현 남창) 개원사로 옮겨가 서당지장(西堂智藏, 735∼814)선사 문하에 머물렀다. 어느 날, 서당이 도의에게 말했다. “내가 그대와 인연이 된 것은 돌더미에서 아름다운 옥(玉)을 얻어 조개 가운데서 진주를 줍는 것과 같도다. 진실로 법을 전한다면 이런 사람이 아니고 누구에게 전하랴.”
도의는 서당에게 인가를 받고 명적(明寂)에서 도의(道義)라는 호를 받았다. 도의는 서당 문하에서 수행한 뒤 여러 곳을 다니며 행각하다가 백장산(江西省 奉新縣)으로 가서 백장회해(百丈懷海, 749∼814)를 만났다. 도의는 백장 문하에 머물며, 서당을 모시는 것과 똑같이 백장을 스승으로 섬겼다. 백장은 서당의 수행력을 칭찬하며 이렇게 말했다. “강서의 선맥이 모두 동국(東國)의 승려에게 넘어가는구나.”
도의 선사가 당나라에 거주하며 법을 구한 뒤, 821년 신라로 귀국했다. 도의는 당시 신라에서 더 이상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며 선을 강조하는데 무력감을 느끼고, 설악산 진전사(陳田寺)에 은거하며 수행하였다. 진전사에서 도의는 염거(廉居, ?∼844)에게 법을 전했고, 다시 염거는 설악산 억성사(億聖寺)에 머물며 보조체징(普照體澄, 803∼880)에게 법을 전했다.
보조체징은 837년 당나라에 들어가 여러 곳을 행각하며 선지식을 찾아다니다 “나의 조사가 전한 법 이외에 더 이상 구할 것이 없구나”라고 탄식하고, 840년 신라로 돌아와 전남 장흥 가지산(迦智山) 보림사(寶林寺)에 산문을 열었다. 바로 이 산문이 조계종의 시작점이다. 가지산문은 손자뻘인 체징이 개산(開山)하였지만, 이 산문은 도의 선사의 선사상을 배경으로 확립됐다.
아마도 당시 신라 불교계로부터 따돌림을 받았던 도의 선사께서 우리나라에 선이 정착할 시절인연이 언제인줄을 알고 있던 것이리라. 당신이 살아생전에 이룩하지 못할지라도 후대 제자에 의해 선문(禪門)이 우뚝 설 것이라는 지혜로운 기다림이 있었기에 조계종은 1000여년을 흘러왔고, 앞으로도 면면히 흘러갈 것이다.
정운스님… 서울 성심사에서 명우스님을 은사로 출가, 운문사승가대학 졸업, 동국대 선학과서 박사학위 취득. 저서 <동아시아 선의 르네상스를 찾아서> <경전숲길> 등 10여권. 현 조계종 교수아사리ㆍ동국대 선학과 강사.
[출처 : 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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