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협동조합 유형과 사례] 교육을 다녀와서
글 : 김은아(소풍), 함께주택 3호 거주자자치위원장
협동조합주택 교육 두번째 시간에서는 다른 사례를 보며 우리 협동의 구조를 살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다른 나라의 사회주택 사례는 방대한 분량이라 따로 떼서 공부해봄직한 내용이었어요. 우리나라는 사회주택이 전체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고, 지원체계가 전무해 함께주택협동조합에서도 법인세 문제 등으로 실제로 곤혹스러운 일들이 많지요. 긴 호흡으로 꾸준히 사람이 거주하는 집에 대해 목소리 내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 사례를 익혀가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요.
서대문구에 위치한 하심재의 사례는 주택의 규모는 함께주택과 비슷한 반면, 구성원의 공동체성이 뚜렷하다는 점에서 우리와 차이가 있어요. 교회 공동체로 서로 이미 돈독한 신뢰와 유대관계를 기초로 주거생활도 함께한다는 거죠. 하심재는 가구 소득의 5%를 주거생활의 운영비로 자발적으로 내어, 가구 경제수준에 따라 부담하고 평등하게 누려요. 십일조의 철학과 실천이 주거생활에도 반영된 것이겠죠. 교회 공동체의 이런 시도에 대해서는 함께주택3호 입주자들은 도봉산 아래 은혜공동체협동조합 주택을 방문하여 직접 듣기도 했어요. 당시 아이들이 가정의 경계를 넘어 생활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많은 사람들의 빨래터가 될 옥상을 다르게 활용하려고 건조기를 두었다는 이야기도요.
위스테이 별내는 아파트형 마을공동체로 491세대가 살아요. 함께주택 같은 곳이 50개가 모여진 규모지요. 위스테이는 출자금 3,500만원이고, 커뮤니티 운영비를 매월 5만원씩 납부해요. 커뮤니티 시설이 보통의 아파트에 대비 2배 규모이고, 운영도 협동조합에서 하지요. 커뮤니티 운영비에서 공용공간 관리운영과 활동가 급여가 충당되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겠더라고요. 입주자들 중에는 갈등관리 교육을 받고 아파트 단지 내 갈등조정위원으로서 역할을 해요. 위스테이라고 층간소음이 없지 않을테고, 같이 살면서 겪게되는 여러 이해관계의 차이로 생기는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는데 기여하겠죠.
그렇다면, 함께주택협동조합은 어떠한가.
우리 협동조합은 또 다른 대안을 만들어가고 있지요. 마포와 은평에 6개 집이 있고, 집마다 특성이 다르죠. 집 모양새도 사는 입주자들의 특성도 달라요. 거주자들만 있는 게 아니고 근린생활시설에는 회사나 단체도 있어요. 사례에서 본 사회주택은 우리와는 상당히 다른 조건과 배경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사는 집이 되게끔 세심하게 설계하고, 운영해간다는 것은 주목할 부분이죠.
함께주택 3호, 하얀집을 더 들여다봐요. 서울시 토지임대부주택이고, 입주자를 공개모집했어요. 설명회 했던 때가 2017년이고 입주는 2020년에 했어요. 회사 한 곳이 근생에 입주해 있고, 주거로 11세대가 살아요. 집을 짓는 과정에서 10번 정도 만나서 워크숍을 가졌고, 그러면서 집이 지어졌죠.
입주 후에는 공동경비를 계산하고 협의해서 주거면적과 차량소유 여부에 따라서 차등 부담하기로 했죠. 소방안전과 승강기 안전관리를 입주자 중에 교육을 받아서 직접 관리해요. 반면 공동구역 청소는 용역을 맡기고, 1년에 한 번 대청소를 같이해요. 입주자 중에 부모님 농장에서 키운 사과나 텃밭 채소를 나눠먹기도 해요. 여행가는 이웃을 대신해 반려동물을 돌봐주기도 해요. 입주자 대표는 이사회에 당연직 이사로 참여해요. 시설과 재정을 담당하는 거주자도 있고, 매년 역할을 분담해서 해요. 조합원 교류회와 같은 행사에는 사회나 진행을 돕고, 참여를 하지요. 매월 자치회를 하고, 집의 대소사를 챙겨요.
하얀집 사람들은 우연히 같이 살게 되었는데, 서로 도우며 살고 있었네요. 새삼 이웃들이 고맙게 여겨져요.
함께주택은 자기 자본이 많지 않아도 사회주택에서 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었죠. 꾸준히 집을 지어온 덕분에 어려워도 운영될 수 있었는데, 요새 상황이 좋지 않잖아요. 이런 교육 자리에서 우리를 돌아보고 필요한 것을 스스로 찾는 힘을 키우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그간 워킹맘으로 교육 기회가 있어도 참여할 엄두를 못냈어요. 이번에 육아휴직을 한 덕분에 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 함께주택 외에도 다다다협동조합과 민달팽이유니온과 같이 해서 든든했어요.
우리 사는 모습을 제도나 법이 따라오지 못해서 답답하지만, 우리는 길을 내는 중이잖아요. 우리가 이렇게 사는 모습 그 자체가 가치 있는 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