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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속에 인형을 넣어두듯, 젊음을 아껴라 |
How to Be Old May Swenson
Youth is given; age is achieved.
Youth is given. One must put it away
It is necessary to adore the doll,
In time one will be very old, |
나이 드는 법
메이 스웬슨
젊게 사는 건 쉽다. (누구나 젊다
젊음은 주어진다. 장 속에 인형을 넣어두듯 (인형을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감추기 위해서.)
그 인형을 사랑할 필요가 있다.
머잖아 우린 몹시 늙어 버리고, |
이 세상의 모든 늙은이는 한때 젊은이였다. 모든 젊은이는 예비 노인들이다. 젊음은 반드시 지나가고 늙음은 갑자기 다가온다. 이것은 세상 불변의 진리이다.
송나라 학자 주희(朱熹)가 지은 <권학문(勸學文)>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日月逝矣歲不我延(일월서의세불아연) 해와 달은 가는데, 세월은 나와 함께 오래하지 않으니,
嗚呼老矣是誰之愆(오호노의시수지건) 아아! 늙었도다, 이 누구의 허물이뇨.
구약성서 지혜서 중 한 권인 <코헬렛(傳道書)>에서는 늙음과 죽음에 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해와 빛, 달과 별들이 어두워지고 / 비온 뒤 구름이 다시 몰려오기 전에 / 창조주를 기억하여라/
그때 집을 지키는 자들은 흐느적거리고 / 힘센 사내들은 등이 굽는다.
맷돌 가는 여종들은 수가 줄어 손을 놓고 / 창문으로 내다보던 여인들은 생기를 잃는다.
길로 난 맞미닫이 문은 닫히고 / 맷돌 소리는 줄어든다.
새들이 지저귀는 시간에 일어나지만 / 노랫소리는 모두 희미해진다.
오르막을 두려워하게 되고 / 길에서도 무서움이 앞선다.
편도(扁桃)나무는 꽃이 한창이고 / 메뚜기는 살이 오르며 / 참양각초(羊角草)는 싹을 터뜨리는데
인간은 자기의 영원한 집으로 가야만 하고 / 거리에는 조객(弔客)들이 돌아다닌다.
근원(近園) 金洋東 작, <歲月不待人>
또한 셰익스피어(Shakespeare)는 <소네트 73편>에서 젊음의 덧없음을 이렇게 일러주고 있다.
한때는 아름다운 새들 노래 불렀건만,
지금은 앙상하게 폐허된 저 성가석에
추운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저 나뭇가지에
누런 잎사귀 몇 잎 달려 있을까 말까한 그런 계절을,
그대 내게서 이런 황혼을 보게 되리라.(중략)
젊음을 불사른 잿덩이를 임종의 자리 삼아
누워 있는 그런 불빛을,
생명이 다하는 날 그 임종의 자리에서 꺼져가고 말 그런 불빛을,
그대 이를 깨닫는 날, 사랑 더욱 강렬해져
머잖아 남기고 떠날 모든 것을 마음껏 사랑하리라.
이탈리아 피렌체(Firenze) 베키오(Vecchio)궁전에는 미켈란젤로(Michelangelo)의 조각품, <승리:victory>가 서 있다. 등신(等身)의 모습으로 조각된 이 작품은 한 젊은이가 노인을 발아래 밟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조각과 극명하게 대비를 이루는 작품이 그 인근에 있다. 피렌체 미술관 건물의 중앙에 서 있는 <다비드상:David>이다. 이 조각은 5미터가 넘는 키를 가진 근육질의 미남 청년의 상이다. 다비드상은 미켈란젤로가 26세 때에 지은 작품이고, 승리 조각상은 그의 말년 81세 때의 작품이다. 우리는 이 두 작품에서 젊음과 늙음의 모습을 가장 극적으로 보게 된다.
모든 청춘 남성들은 다비드의 형상을 하고 있다. 뽀얀 피부와 조화로운 몸매, 굴곡진 근육에 미끈한 용모, 청순하고 이지적인 얼굴을 가진 이 조각상은 청년의 이미지를 대표하고 있다. 에너지가 넘치고 흠잡을 데 없는 그 청년 조각상은 요새 표현으로 꽃미남, 간지남의 모습인 셈이다. 그 반면에 승리의 조각상에서 굴욕을 당하고 있는 노인의 모습은 힘없고 비루한 몰골을 하고 있다. 그의 얼굴에는 기백과 의지가 보이지 않고, 생명의 기운도 스러져가고 있다.
대학시절 청춘의 시기에 우리들은 젊음을 한껏 구가하며 내달리고 고함치며 보냈다.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진탕거렸고, 배낭 메고 여러날 동안 산과 들을 쏘다녔다. 넘치는 정열과 약동하는 활력으로 연애에 몰두하고 데모대에 합류하였다. 그러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몸을 담아 여러 해가 지났다. 세월은 빨리 지나가 중.장년의 나이에 들어서니 몸이 예전처럼 가볍지 않다. 육신이 쇠락하니 정신력 또한 약해진다. TV 연예프로를 보면 한창 나이의 청년들이 마음껏 젊음을 발산한다. 얼마 전의 내가 저와 같았음을 생각하며 잠시 무기력함에 빠져든다. 그리고 세월의 무상함, 젊음의 허무함을 가슴 깊이 느낀다.
그러나 다시 젊은 연예인들을 바라보니, 그 풋풋한 젊음 속에 무모함과 경솔함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들에게서 거침없는 언사와 지향없는 생각들이 터져 나올 때 "젊을 때란 저렇게 자신감이 넘치고 활발한 시기"라 여기면서도 그들의 경륜과 지혜가 아직 박약(薄弱)한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이제 나이가 든 자신에게 되물어 본다. "나는 이 젊은이들에 비해 얼마나 성숙했으며, 또 얼마나 지혜롭게 되었는가?" 그러나 세월의 층위가 더해지고 삶의 우여곡절이 쌓여가면서 우리는 젊은 시절보다 더 지혜로워졌음은 인정할 수 있다. 삶의 여러 장면에서 보다 치밀해지고 사려깊은 선택을 하는 자신을 우리는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 삶은 세월이라는 학교를 통해 우리에게 경험과 지혜, 사회성과 처세훈을 조금씩 전해 주었다.
대체로 젊은이는 정의롭고 순수하지만 평면적으로 세상을 대한다. 이에 비해 나이든 이들은 나약하고 보수적이지만 조감(鳥瞰)하듯 세상을 바라본다. 청춘의 시절에는 현재의 시간에 대해 몰두하나, 노년은 과거와 현재, 미래 전체를 조망한다. 젊음은 방종하기 쉽고 늙음은 포기속에서 안주한다. 역사를 일으키는 것은 젊은 기백이나, 그 역사를 마무리하는 것은 늙은이의 지혜이다. 그런 까닭에 젊은이의 패기와 정열은 노인의 경륜과 지혜에 미치지 못한다. 젊음의 순간이 아무리 꽃처럼 아름답다 하나 시들고 말면 그 뿐이다. 반면 나이든 이의 모습은 우람한 나무와 같아 세파에 흔들리지 않고 오래도록 잎과 과일을 만든다.
시인은 젊음과 늙음을 하나의 문구, 주어지는 것과 성취되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젊음은 공짜로 얻어지나, 늙음은 시간을 거듭해 노력한 결과이다. 흔히들 젊을 때의 방황은 값진 삶의 교훈이 된다고들 한다. 그러나 지나친 방황은 삶 자체를 어긋나게 만든다. 그러기에 젊은 시절에는 "참고 기다리며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젊은이는 먼 미래를 향해 꾸준히 자신의 인생 스펙을 쌓아 올려나가야 한다. 그래야 훗날자신의 진정한 인생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젊음은 아파쇼나토(Appasionato:정열적으로)로만 달려가면 안된다. 소스테누토(Sostenuto:억제하듯이)의 갈무리가 필요하다. 시절이 좋고 영육이 즐겁다 하여 소중한 젊음의 기회를 허비하면 안 된다. 황소에 고삐를 물리듯 젊음에도 통제가 필요한 법이다. 젊음의 실타래가 끝날 때를 대비하여 젊은이들은 그 건강과 기력을 벽장 한 구석에 놓아두어야 한다. 그리고 사색하고 반성하며 현재와 미래의 삶에 대해 궁리하여야 한다. 시에서 말하듯 젊음은 즐기고 허비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고 아끼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태경 작, <아름다운 시절 - 봄날>
메이 스웬슨(May Swenson:1919-1989)은 미국 시인으로, 유타 주 로건 출신이다. 로건 시에 있는 유타 주립대학을 나왔다. 노스 캐롤라이나 대학,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 대학, 퍼듀 대학, 유타 주립 대학 등에서 시를 가르쳤고 뉴욕에서 한동안 New Directions 출판사의 편집인 일을 보기도 했다. 매혹적인 이미저리, 복잡하고 재미있는 말장난, 특이한 인쇄 방식을 이용한 시들로 널리 알려져 있다. 첫 시집 <Another Animal(1954)>을 내기 시작한 뒤로 <New and Selected Things Taking Place(1978)>, <In Other Words(1987)>까지 생전에 8권의 시집을 냈고 사후에 <The Love Poems of May Swenson(1991)>, <Nature:Poems Old and New(1994)>, <May Out West(1996)> 등의 시집이 나왔다. 산문집으로 <The Contemporary Poet as Artist and Critic(1964)>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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