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철봉구간 2
저항령~연속암봉(너덜)~1249.5봉~너덜~1176봉~너덜~
세존봉(마등봉)~마등령삼거리~마등령~오세암갈림길~
오세암~(만경대)~수령동갈림길~영시암~곰골입구(마등령)~길골입구(저항령)~백담사~(버스)~용대리
저항령에서 하산로는 두가지가 있다. 내설악으로 내려가는 길과 외설악으로 하산하는 길이다. 내설악으로 내려서는 길은 길골계곡을 따라 흘러 백담계곡을 거쳐 백담사로, 외설악은 저항령계곡을 따라 신흥사 앞 설악동으로 내려선다. 아침식사 후 저항령에서 3명이 외설악으로 탈출한다. 신발이 부상(?)을 입은 재을쌤과 너덜에서 브자를 그리신 정옥쌤과 함께 김정훈대장이 하산하기로 했다. 김순종대장이 저항령계곡 초입까지 안내했다.
저항령 숲을 조금 지나자마자 다시 너덜과 마주한다. 마음 비우고 왼편 아래 저항령계곡을 보며 너덜길을 진행한다. 너덜이 황철상봉 넓은 너덜과는 조금 달랐다. 너덜의 크기가 황철봉쪽 너덜에 비해 조금 작았다. 하지만 주의를 해야하는 것은 마찮가지이다. 바위에 집중하며 올라야한다. 너덜에 걸터앉아 저항령을 넘어가는 구름을 본다. 내설악에서 만든 구름이 바람을 타고 내외설악으로 넘어간다. 내설악에 내린 비가 구름을 타고 동해로 여정을 향한다. 비(물)의 순환,
그렇다. 백두대간은 물은 가르는 마루금이다. 백두대간은 동해와 서해의 물줄기를 가른다. 백두대간은 물의 여정을 안내하는 마루금이다.
너덜겅 한곳에 산양의 흔적이 있다. 설악의 주인 산양들의 배설물이다. 산양똥이 한무더기 쌓여있다. 지난 겨울 폭설로 먹이를 찾아 산아래로 내려갔던 산양들이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차단하기 위해 설치한 철조망 고립되어 많이 폐사했다. 강원지역에만 설치된 철조망 길이는 약1,200km이다.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에 따르면 지난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천연기념물 산양 1,022마리가 숨진것으로 집계했다. 설악산일원에서만 346마리가 폐사했다. 국내에 서식하는 산양 약 1,600마리 중 절반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안타까운 일이다. 인간들의 가축을 보호하기 위한 울타리 설치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야생동물1급 산양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가슴 아프다.
마음이 시린다.
설악의 주인 산양들의 죽음에 잠시 머리숙였다. 너덜겅 위의 연갈색 산양똥은 건강한것 같았다. 안도했다. 이곳 산양가족의 안녕을 마음 모으며 다시 너덜길을 이어간다.
1249.5봉 일명 걸레봉을 넘있다. 너덜길을 지나오며 너덜너덜 헤져 봉우리를 넘으니 걸레봉이라고 대간꾼들이 요즈음 부르고 있다. 걸레봉을 넘어 너덜을 조심스레 내려서면 암봉 옆으로 숲길 마루금이 이어진다. 산 아래 구름들의 춤사위를 보며 암봉사이 숲길을 지난다. 울산바위가 빼꼼히 보인다. 다시 또 너덜이다. 지금까지 너덜과 다르다. 바위가 아니라 작은 돌너덜이다. 울산바위가 점점더 확연하게 보인다. 너덜이 거의 끝나는 지점에서 잔돌에 앉아 숨을 돌렸다. 지나온 황철봉과 내설악, 외설악이 한 눈에 들어온다. 가슴이 후련해진다. 초록으로 가득한 싱그러운 설악을 가득 담았다.
옆으로 누운 소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세존봉이다. 일명 마등봉소나무이다. 소나무 뒤로 공룡능선이 펼쳐진다. 날카로운 공룡의 등허리 뒤로 대청봉이 또렷하다. 모두 소나무 주위에 모였다. 얼굴에 웃음을 가득담고 함께 사진을 남긴다. 석가세존의 염화미소를 닮았다. 시간상 공룡능선을 진행하지 않고 백담사로 하산하기로 해서 미소들이 더 환하다. 방긋방긋 웃음으로 가득하다. 금강굴갈림길에서 한참을 쉬었다. 마등령 오세암갈림길에서 백두대간 공룡능선과 인사 나눈다. 오세암내리막길 전에 점심 나누었다. 두런두런 너덜길에 대해, 설악에 대해, 못다 진행한 공룡능선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돌계단길을 하염없이 내려선다. 신록의 숲속은 청정한 기운으로 가득하다. 숲의 기운과 함께 내려오면 바람결에 독경소리가 들려온다. 원래는 관음암으로 불리웠던 오세암이다. 오세동자와 관음보살의 설화가 전해오는 내설악 작은 암자다. 암자 한편 걸상에 앉아 시원한 약수와 얼음음료로 관음보살의 덕을 함께 나누었다.
오세암 내려가는길 한켠 내설악 만경대를 지난다. 큰형님을 비롯 네명의 도반을 다녀오시게 하고 하산길을 진행한다. 수렴동갈림길을 지나면 곧 영시암이다. 영시암을 지나며 백담계곡과 나란히 함께 간다. 거의 평지길이다. 하지만 장시간 산행으로 지쳐있어 조심해서 걷는다. 후드득 후드드득 다시 소나기가 세차게 내린다. 시원하게 비를 맞으며 백담계곡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백담사에서 산행을 마감했다. 용대리행 마을버스 승차장에서 도반들을 기다린다. 하나둘 마을버스에 태워보내고, 마지막 만경대를 다녀오신 분들과 버스에 탔다.
늘 그렇듯 설악에서의 뒤풀이는 메아리이다. 오늘은 크기가 장난이 아닌 토종닭백숙이다. 엄청난 솥에 담긴 국물도 물론 실과 바늘이다. 길화형이 온갖 약재를 넣은 푹고은 닭백숙은 뒤풀이에 안성맞춤이었다. 국물이 진국이다. 보약한첩이 따로없다. 모두 함께 잔 기울이며 황철봉 구간을 마무리 했다.
저항령계곡을 통해 무사히 설악동으로 내리오신 김정훈대장님, 변옥연쌤 부부와 말동무해주신 김순종대장님 늘 감사합니다. 그리고 함께 해주신 모든 도반님들 고맙습니다.
백두대간 마루금에서 또 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