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쿨링 체험활동: 자소서 쓰기
*홈스쿨링하는 아이들은 수시? 정시?
홈스쿨링하고 대학에 가려면 검정고시로 고졸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검정고시 출신이 대학에 가려면 수능시험 준비를 잘해서 정시를 통하는 것이 유리하다. 학교 학생들과 달리 내신관리에 들어가는 엄청난 시간을 수능 준비에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홈스쿨링으로 공부한 검정고시 출신은 학교 학생들보다 자기주도적 학습 형태를 취하기 때문에 수능에 더 유리하다. 내신은 암기형이고 수능은 추론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정시로 선발하는 인원은 줄어들고 수시로 선발하는 인원은 늘어난다. 숫자는 숫자일 뿐, 평범한 홈스쿨러는 그래도 정시 지원이 낫다. 물론 수시가 더 유리한 홈스쿨러도 있다. 수시 학생부교과전형이야 학생부가 없는 검시생은 지원자격이 없지만 학생부종합, 특기자전형, 대학별고사(논술,전공적성) 모두 지원 가능하다. 물론 상위권대학의 경우 학생부종합전형도 내신 비중을 낮춰 특목고 등의 학생을 선발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기에 순진하게 반가워만 할 일만은 아니다. 두루두루 잘하는 '착한' 아이가 아닌 자아가 뚜렷해서 특정 분야에 열정과 끼가 있다면 학교 아이들보다 더 유리할 수 있다.
일테면 피디를 하고싶다며 중고등과정 6년을 관련 분야 공부 및 체험, 결과물로 자기소개서를 채울 수 있다면 웬만한 대학에서 인재가 아니라고 거부하기도 힘들다. 어떤 아이는 놀아도 스펙이 되고 어떤 아이는 노는 건 낭비가 된다. 동기와 과정, 결과물이 계획성있게 '아이의 싹수'를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학과를 '걸어놓고(!)' 허구헌날 게임만 하는 아이는 시간의 낭비다. 게임학과를 '목표로 해서(!)' 디자인도 배우고, 프로그래밍도 배워서 게임공모전에 응모도 하고, 관련도서 찾아 읽고, 관련 자격증이 있다면 취득하고 , 블로그에 배움의 상세 과정을 기록하는 아이는 국내 어느 대학엔들 가지 못하겠는가! 이럴 때는 이세돌식 어법으로 표현해도 좋다. '자신이 없어요. 떨어질 자신이'
*동기부여를 위한 자소서 쓰기
홈스쿨링하는 아이가 비록 수능만을 목표로 한다손 치더라도 미리 자기소개서를 써보는 것은 동기부여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입학사정관이) 자기소개서를 통해서 인재를 판별할 수 있다면 자기소개서의 질문은 자신이 인재인지 아닌지 스스로 확인해볼 수 있는 평가방법이기 때문이다.
자기소개서는 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대교협 자기소개서는 다음 표와 같이 세 개의 공통문항과 한 개의 자율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홈스쿨러는 학교 생활을 자신의 영역에서의 활동으로 대체해서 쓰면 되겠다.
대교협(대학교육협의회) 자기소개서 공통양식
<공통문항>
1. 고등학교 재학기간 중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 경험에 대해,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1,000자 이내)
2. 고등학교 재학기간 중 본인이 의미를 두고 노력했던 교내 활동을 배우고 느낀점을 중심으로 3개 이내로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단, 교외 활동 중 학교장의 허락을 받고 참여한 활동은 포함됩니다.
(1,500자 이내)
3. 학교 생활 중 배려, 나눔, 협력, 갈등 관리 등을 실천한 사례를 들고, 그 과정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1,000자 이내).
<자율문항>
* 지원 동기 등 학생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대학별로 1개의 자율문항을 추가하여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글자 수는 1,000자 또는 1,500자 이내로 하고 대학에서 선택).
*과거의 사실을 어떻게 해석할까?
자기소개서를 쓰다보면 본인의 특성, 과거에 대한 해석, 미래에 대한 생각이 저절로 담기게 된다. 자기소개서는 대학에 제출하는 전형자료이지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된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다 보면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해석을 하게 된다. 과거의 사실은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문제로 귀결된다.
따라서 과거에 대한 기억은 현재 처한 입장에 따라 달라진다. 미웠던 사람이 얼마든지 고마운 대상으로 바뀔 수 도 있다. 불운이 시련으로 바뀌면서 삶의 전환점이자 극복의 순간으로 바뀔수도 있다. 그러면 다행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누군가가 더 미워지고, 그 사건이 내 삶의 족쇄가 되었다는 건 자신의 악화된 처지에 대한 구실찾기가 될 수도 있다.
과거에 대한 해석은 자신의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 자기소개서는 자기성찰의 기회를 준다. 자기소개서는 자신의 현재를 파악할 수 있게 도와준다. 무엇이 얼마나 부족한지 구체적으로 알게 해준다. 변변하게 쓸 만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자기 스스로 확인했을 때 얼마나 큰 동기부여가 되겠는가? 자신을 알기란 쉽지않다. 자기소개서는 자신의 삶의 주인공이 될 기회를 준다.
(네이버 이미지 캡쳐)
*홈스쿨링하는 아이들과 자소서 쓰기 연습을 하다
누구나 미래를 생각하지만 대부분 막연한 백일몽을 꾸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자기소개서는 자신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설계할 것을 강요(!)한다. 구체적인 미래가 담겨있지 않은 자기소개서는 밀려쓴 답안지다. 미래는 현재에 질서를 부여할 수 있는 동기 요인이다. 자기소개서는 자신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설계할 계기를 만들어준다. 결국 현재의 자신을 개선할 기회가 된다.
입학사정관은 자기소개서에서 작성자가 강한 추진력이 있는지, 소통능력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어한다. 그것을 담을 수 있다면 자신이 인재임을 믿어도 좋다. 단, 자소서를 쓰지않고 자소설을 써도 통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 아이는 역효과가 더 크다. 무기력한 아이는 미래를 꿈꾸지 않는다. 미래를 꿈꾸지 않는다면 무기력해서라고 판단해도 무방하다. 일 년에 한 번은 자기소개서를 써보자.
지난 해에 자소서 쓰기 프로그램을 했는데, 아이들 반응이 좋았다. 한 오개월 지나서 또 해보자고 해서 두 번째 자소서 쓰기 연습을 했다. 프로그램후에 아이들의 체험일기를 보니, 어떤 아이는 글자 수 제한이 있으니 자신의 글에서 명확한 명사 사용이 미흡하고, 불필요한 부사나 형용사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지난 번에는 자신의 단점을 많이 썼는데,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려고 하면서 자기극복에 초점을 두고 자소서 쓰기를 했다고 한다. 다음에는 쓸 내용이 알차게 더욱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기특하네, 그랴^^
자소서 쓰기를 하기 전에 비정상회담에서 유시민편으로 자소서 쓰기에 대한 예능 프로그램을 봤고, 유시민이 쓴 자소서 쓰기에 대한 관련글을 읽고 함께 토론을 하면서 자소서에 대한 이해를 어느정도 하고 글을 쓰게 했다.
(네이버 이미지캡쳐)
*홈스쿨링하는 아이들이 쓴 자소서 중에서
2. 그룹 홈스쿨링(고등학교) 재학기간 중 본인이 의미를 두고 노력했던 교내 활동을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3개 이내로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단, 교외활동 중 학교장의 허락을 받고 참여한 활동은 포함됩니다. (1,500자 이내)
첫 번째는 그룹 홈스쿨링을 하면서 체험여행이라고 해서 다른 지역에 가서 의미 있는 활동을 했었습니다. 그 중에서 저와 홈스쿨링을 같이 하던 동생과 함께 광화문을 갔던 것이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원래 체험여행을 그룹 홈스쿨링을 지도하시는 선생님과 함께 갔었습니다. 선생님이 알아서 어디 가서 어떻게 할지를 다 짜주시니까 저는 수동적으로 하라는 대로만 하게 되었습니다.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던 거죠) 선생님이 관여하지 않고 단 둘이서만 계획을 짰습니다. 계획을 짜면서 의견충돌이 있었는데 의견충돌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설득하려고 근거를 대서 말하거나 양보해서 상대방에게 맞춰주는 식으로 의견충돌을 해결해나갔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저희끼리 주체적으로 계획을 짜니까 체험활동에 더 신경을 쓰게 되고 계획을 한 곳에 가서도 이것저것에 더 많은 관심, 호기심을 가지고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사물을 보고 그 사물에 대해 감수성을 가지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녀온 후에 저희가 너무 많은 곳을 돌아다녀서 엄청 힘들었다는 것을 몸소 깨닫고 다음에 더 좋은 체험을 하기 위해서는 계획을 짤 때 여러 장소를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몇몇 장소만 가서 그곳에서 더 깊은 감수성을 느낄 수 있도록 짜야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두 번째는 몸공부(농사, 예술, 몸으로 할 수 있는 각종 일 등의 활동)입니다. 몸공부를 하면서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해야 좀 더 힘을 들이지 않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계속하면서 일머리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든 생각을 안하고 수동적으로만 하면 그건 기계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항상 무슨 일을 하든 생각을 하면서 하겠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제가 원래 신체능력이 일반 남자들에 비해서 떨어지는 편이었는데 계속 몸으로 활동을 하다 보니까 신체능력이 길러졌습니다. 신체능력이 매우 느린 편이었는데 빨라졌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신체능력이 빨라지다 보니까 공부를 할 때도 바쁘게 공부를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모든 게 연결이 되어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고 신체능력이 제대로 되어야지 공부든 일이든 빠르게 하고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몸공부 중에 김매기를 하는 작업을 했었는데 꺾꽂이를 하기 위해서 꽃아 놓은 국화가 쑥(잡초)인 줄 알고 다 뽑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제가 시야가 너무 좁게 일을 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고 일을 할 때 시야가 좁게 앞에 보이는 것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시야를 넓게 봐야 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세 번째는 영화 토론을 한 것이었습니다. 제가 영화를 볼 때 항상 소비로만 봤었는데 그룹 홈스쿨링을 하면서 영화를 소비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해석, 가치 판단 등을 통해서 의미 있는 것으로 보고 자신과 연결하면서 봐야 된다는 것이 진짜 재미있구나 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영화를 보니까 저에게 여러 관점이 생기게 되고 머리로만 영화를 이해하는 것이 아닌 가슴으로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 덕분에 감수성을 키워나갈 수 있었습니다.
첫댓글 발전한 것 같으면서도 기존의 문제점을 여전히 치료하지 못한 부분이 많아 너무 답답했어요. 그래도 연습을 합으로써 문제점을 발견하게 되고 해결하겠다는 욕구가 치솟으니 좋네요 ㅋ
지난번 자소서와 이번에 쓴 자소서를 비교해봤을때 발전했긴 했지만 능숙한 자소서를 쓰기 위해서는 자소서를 여러번 써보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저의 미래에 대한 설계 부분에서 많이 미약한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극복해야할지 고민이네요.. ㅠ
은성아, 현재에 몰입해서 살아야 미래가 열리지. 동시에 강력한 동인이 있어야 삶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미래를 사랑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