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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론과 제자체태일
1. 서론
제자체태일은 『회남자』 「본경훈」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정사론의 리(履)와 주역의 여리호미(如履虎尾)와의 관계를 고찰하던 중,
『회남자』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문구를 알게 되었습니다.
戴圓履方 抱表懷繩 內能治身 外能得人
대원리방 포표회승 내능치신 외능득인
위 문구를 비롯한 몇 가지 사항이 정사론의 내용와 유사하다고 느꼈고,
10여 개월 동안 제자체태일을 반복해서 듣고 읽으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박근 박사님은 다음과 같은 충고를 하였습니니다.
정사론의 요체를 얻으려면, 강독을 통해서 얻으십시오.
장언식 공이 남기려고 했던 것은 정사론 안에서 얻어야 합니다.
정사론 외적인 것을 자꾸 끌여들이면, 정작 그 본질은 놓지게 됩니다.
그런데 조언은 듣지도 않고, 또 제자체태일이라는 정사론 외적인 것에 대하여 서술하게 됩니다.
박근 박사님의 허락을 얻어, 제자체태일에 대하여 고찰한 내용을 정리해 봅니다.
이 글에서 고찰하고자 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원방각의 개념은 정사론을 포함한다.
② 제자체태일의 개념은 정사론을 포함한다.
③ 정사론은 우리 활쏘기의 일부이다.
④ 그러므로 정사론은 원방각과 제자체태일의 내용을 내포하며,
우리 활쏘기에는 그러한 정사론의 정신이 내재되어 있다.
<그림 1. 정사론의 위치>
2. 제자체태일의 원문 소개
다음에 소개하는 번역은 이준영 동양문화사상연구소 소장님의 책에서 인용하였습니다.
꺽은 괄호 < > 안의 내용은 주석입니다.
☞ 참고사항 : 유안 편찬, 이준영 해역, 『회남자』, 도서출판 자유문고, 2015년,
상권 페이지 398~401.
인용한 이유는 필자의 번역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한문 원문을 매끄럽게 직역하시는 분들이 존경스럽습니다.
帝者體太一,王者法陰陽,霸者則四時,君者用六律。
제(帝)는 태일(太一)을 본받고, 왕(王)은 음양을 본받으며,
패(霸)는 사계절을 본받고, 군(君)은 육률(六律)을 사용한다.
<體太一(체태일) : 체(體)는 법(法)의 뜻과 같다.
태일(太一)은 하늘의 형벌을 맡은 신, 곧 가장 고귀한 신.>
秉太一者,牢籠天地,彈厭山川,含吐陰陽,伸曳四時,紀綱八極,
經緯六合,覆露照導,普汜無私;蠉飛蠕動,莫不仰德而生。
태일(太一)을 가진 자는 하늘과 땅을 한 곳에 넣고 산과 강을 누른다.
또 음과 양을 마음대로 출입시키고 사계절을 펴서 조화시킨다.
팔극(八極)을 다스리고 육합(六合)을 바로 세워 다스린다.
덮어주고 드러내며 비추고 인도해 모든 것에 사사로움이 없다.
꿈틀거리며 기어 다니는 벌레들까지 그의 덕을 우러러보며 살아가지 않는 것이 없다.
<牢籠(뇌롱) : 한 곳으로 넣다.
伸曳(신예) : 펴서 이끄는 것과 같은 것이다. 곧 조화를 뜻한다.
普汜(보범) : 태중(太衆)의 뜻.>
陰陽者,承天地之和,形萬殊之體,含氣化物,以成埒類,贏縮卷舒,淪於不測,終始虛滿,轉于無原。
음양(陰陽)은 하늘과 땅의 화합을 계승해서 만 가지의 다른 형체를 만든다.
기를 머금고 사물을 변화시켜 종류의 형체를 만든다.
늘어나는 것과 줄어드는 것, 나아가는 것과 물러나는 것이 측량하지 못하는 데까지 들어간다.
끝마침과 시작이 허하기도 하고 가득 차기도 해 근원이 없는 곳까지 회전하는 것이다.
<埒(날) : 형(形)과 뜻이 같다.
贏縮卷舒(영축권서) : 늘어나고 줄어들고 말고 펴다.>
四時者,春生夏長,秋收冬藏,取予有節,出入有時,開闔張歙,不失其敘,喜怒剛柔,不離其理。
사시(四時:사계절)란 것은 봄에 태어나고 여름에 자라며 가을에는 거두고 겨울에는 감춘다.
가지고 주는 것들이 절도가 있고 들어오고 나가는 것들이 때가 있다.
열고 닫고 펴고 걷는 것이 그 차례를 잃지 않는다.
기쁜 것과 화난 것, 굳센 것과 부드러운 것이 그 이치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張歙(장흠) : 펴고 모으다.>
六律者,生之與殺也,賞之與罰也,予之與奪也,非此無道也;故謹於權衡準繩,審乎輕重,足以治其境內矣。
육률(六律)은 태어나면 죽음과 함께하고 상(賞)은 벌(罰)과 함께하며
주는 것은 빼앗는 것과 함께해 이것들이 도(道)가 아닌 것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저울대와 저울추와 기준기와 먹물을 삼가고
가벼운 것과 무거운 것을 살펴 족히 그 경계 안을 다스리는 것이다.
<權衡準繩(권형준승) : 저울추와 저울대와 기준기와 먹물.>
是故體太一者,明於天地之情,通于道德之倫,聰明耀於日月,精神通於萬物,動靜調於陰陽,
喜怒和於四時,德澤施于方外,名聲傳於後世。
이런 까닭으로 태일(太一)을 법한 자는 하늘과 땅의 정(情)에 밝고 도덕의 차례에 통한다.
총명함이 태양과 달보다 빛나고 정신이 만물과 통한다.
동정(動靜)이 음과 양보다 고르며 기쁨과 화냄이 사계절보다 화합한다.
덕택(德澤)이 사방의 밖에 베풀어지고 명성이 후세에 전해지는 것이다.
法陰陽者,德與天地參,明與日月竝,精與鬼神總,戴圓履方,抱表懷繩,
內能治身,外能得人,發號施令,天下莫不從風。
음과 양을 본받는다는 것은 덕이 하늘과 땅과 함께 참여하고 밝음이 태양과 달과 함께 나란히 한다.
정신이 귀신과 함께 합하고 둥근 하늘을 위에 이고 모난 땅을 밝고 바른 것을 감싸고 곧은 것을 품는다.
안으로 몸을 다스리고 밖으로 사람을 얻어 호령을 발동하고 명령을 시행시켜
천하에는 풍속의 교화를 따르지 않는 것이 없는 것이다.
<戴圓履方抱表懷繩(대원리방포표회승) : 원(圓)은 하늘의 뜻, 방(方)은 땅의 뜻,
표(表)는 정(正)의 뜻과 같다. 승(繩)은 직(直)의 뜻과 같다.>
則四時者,柔而不脆,剛而不鞼,寬而不肆,肅而不悖,優柔委從,以養群類,其德含愚而容不肖,無所私愛。
사계절을 본받는다는 것은 부드럽지만 무르지 않고 강하지만 꺽이지 않는다.
너그럽지만 늘어지지 않고 엄숙하지만 어그러지지 않는다.
넉넉하고 부드러우며 굽어 따라서 만물을 육성시킨다.
그 덕은 어리석은 이를 포용하고 불초한 이를 용납해 사사로이 친애하는 바가 없는 것이다.
<寬而不肆肅而不悖(관이불사숙이불패) : 사(肆)는 완(緩)의 뜻과 같다. 숙(肅)은 급(急)의 뜻과 같다.>
用六律者,伐亂禁暴,進賢而退不肖,扶撥以為正,壤險以為平,矯枉以為直,
明於禁舍開閉之道,乘時因勢,以服役人心也。
육률(六律)을 사용하는 것은 어지러운 것을 정벌하고 포악스러운 것을 금지시키며
어진 이를 나아가게 하고 불초한 이를 물리친다. 맡겨 다스려 바르게 하고 험난한 것을 무너뜨려 평평하게 한다.
굽은 것을 교정해 곧게 하고 금지하고 석방하고 열고 닫는 도(道)에 밝아서
때를 타고 세력을 따라 사람의 마음을 복종시켜 부리는 것이다.
<扶撥(부발) : 임치(任治)의 뜻.>
帝者體陰陽則侵,王者法四時則削,霸者節六律則辱,君者失準繩則廢。
故小而行大,則滔窕而不親;大而行小,則狹隘而不容。
제는 음과 양을 본받으면 침범당하고, 왕자(王者)는 사계절을 본받으면 삭감당한다.
패자(霸者)는 육률을 조절하면 치욕을 당하고, 군자(君子)는 기준기와 먹물을 잃으면 무너지게 된다.
그러므로 작은 것이 큰 것을 행하면 가득 차지 못해 친해지지 못하고,
큰 것이 작은 것을 행하면 좁아서 용납되지 못한다.
<滔窕(부조) : 빽빽하지 않다.>
貴賤不失其體,則天下治矣。
귀한 것들과 천한 것들이 그 몸체를 잃지 않게 되면 천하는 다스려지는 것이다.
3. 해석의 쟁점
1) 문장의 주체
제자체태일의 문장은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체계를 서로 연관시켜서 서로 비교를 합니다.
계급 체계 : 제 – 왕 – 패 - 군
철학 체계 : 태일 – 음양 – 사시 - 육률
상호간 비교 대상 : 제 - 태일, 왕 - 음양, 패 - 사시, 군 - 육률
제자체태일 이전 제 5편의 내용에는 후예사일과 요임금 등의 고사가 나옵니다.
그러므로 제자체태일 각 문장의 주체를 계급 체계로 보는 것이 합당합니다.
이 경우는 이준영 소장님의 번역과 같이 풀이됩니다.
秉太一者
태일(太一)을 가진 자는
그러나 이 글에서는 각 문장의 주체를 철학 체계로 파악해 보려고 합니다.
게급을 철학에 투영하는 것보다는 철학을 계급에 투영하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입니다.
그런 경우 위 문장의 秉太一者에서 者를 ‘~하는 것’으로 다음과 같이 풀이할 수 있습니다.
秉太一者
태일(太一)을 가진다는 것은
2) 문장의 구성
각 문장의 주체를 철학 체계로 보는 경우, 다음과 같은 구성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1) 계급 체계와 철학 체계의 연결
처음 帝者體太一부터 君者用六律까지의 문장입니다.
(2) 철학 사상의 고유 성격에 대한 설명 : 태일, 음양, 사시, 육률
秉太一者부터 足以治其境內矣까지의 문장입니다.
(3) 철학 사상의 실천 방안 : 태일, 음양, 사시, 육률
是故體太一者부터 以服役人心也까지의 문장으로,
그 각각을 실천하는 방법으로는 체(體), 법(法), 칙(則), 용(用)이 됩니다.
(4) 철학 사상의 적용 범위
帝者體陰陽則侵부터 끝부분 則天下治矣까지의 문장입니다.
3) 철학 체계의 성격
태일과 음양, 사시와 육률은 넓고 심오한 내용이지만,
이 글에서는 태일, 음양, 사시, 육률을 다음과 같이 파악해 봅니다.
(1) 태일
태일은 태극(太極)과 같으며, 만물의 근본이 됩니다.
(2) 음양
음양은 만물 생성의 원리가 됩니다.
(3) 사시
사시는 사계절이기도 하지만, 시간의 원리가 됩니다.
삼차원 공간에 시간이라는 차원이 더해지면, 4차원의 시공간이 됩니다.
(4) 육률
육률은 음악의 원리이기도 하지만, 제자체태일에서는 육합(六合)의 의미로 사용됩니다.
세계과 인간세상을 조율하는 원리이며, 법칙이 됩니다.
4. 정사론의 원방각
다음은 원방각에 대한 설명입니다.
하늘이란 시간에 제약이 없는 무한과 형체가 없는 무형의 세계이다.
이를 상징적으로 잘 나타내는 것이 둥근 원형인데,
그 모양은 시간과 공간에 제약이 없음을 나타낸다.
그래서 원형은 모나지 않고 원만하며 막힘이 없이 온전하다.
땅이란 시작과 마침이 있는 유한의 세계이며, 형체가 있는 유형의 세계이다.
그러므로 땅이란 시간에 제약과 형체에 제약이 있다.
이를 상징적으로 잘 나타내는 것이 네모진 방형(方形)이고,
그 모양은 시간과 공간에 제약이 있음을 나타낸다.
방이 물건의 네모짐과 반듯함을 나타내게 되면서 언행과 품행에 단정함을 상징하기도 한다.
사람에게는 땅의 성정인 올곧고 반듯함 속에서 하늘의 성정인 온전함을 얻고자 하는 성향도 가지고 있다.
이에 근본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올곧고 반듯함을 통해 온전함을 얻고자 이를 실행하기 위한 강인함을 중시하게 되었다.
이때에 강인함의 상징이 뿔(角)로 나탸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뿔이 앞으로 전진하는 모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 인용문의 출처 : 김진일,『신화가 된 동이 이야기』, 도서출판 거발환, 2013년, 28~29 페이지.
정사론에서의 원방각에 대한 것은 다음 글의 내용으로써 대치하고자 합니다.
☞ 원방각에 대한 내용 : 정사론에서의 [원]과 [방]의 고찰
5. 제자체태일과 정사론과의 연관성
앞에서 언급한 해석의 쟁점에 따라 다음과 같이 풀이하여 봅니다.
정사론과의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항에 대하여,
그 내용을 <① >과 같이 주석 안에 원형 문자로써 정리하였습니다.
帝者體太一 王者法陰陽 霸者則四時 君者用六律.
제자체태일 왕자법음양 패자칙사시 군자용육률.
천제는 태일을 근본으로 하고, 제왕은 음양을 법도로 하며,
패후는 사시를 규칙으로 하고, 군자는 육률을 운용한다.
<춘추오패(春秋五覇)는 춘추시대 유력한 제후였던
제나라 환공, 진나라 문공, 초나라 장왕, 오나라 합려왕, 월나라 구천왕을 가리킵니다.
'霸者'를 '패후'로 풀이해 봅니다.
또한 편의상 제자, 왕자, 군자을 각각 천제, 제왕, 군자로 풀이했습니다.
① 정사론 제3에서 統體心性者라는 문구가 나옵니다.
대사례에서 화포를 가지런히 하는데, 이것에는 마땅히 십심십정이 있다.
심성을 통체로 보는 것에서,
그 마음을 지키고 지탱하여, 견고하게 하는 것을 정이라고 하고, - 정사론 제3 -
統體心性者라는 문구는 율곡 이이의 '통체일태극'이라는 사상과도 연관됩니다.
천지와 사람과 만물이 비록 각각 그 리(理)가 있으나,
천지의 리가 곧 만물의 리이고 만물의 리가 곧 사람의 리이니,
이것이 이룬바 ‘통체일태극(統體一太極)’이란 것입니다.
비록 리는 한 가지라 하더라도,
사람의 본성이 만물의 본성이 아니고 개의 본성은 소의 본성이 아니니,
이른바 ‘각일기성’입니다
☞ 인용문의 출처 : 정원재, 『이이의 본성론』,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2001년.
② 음양은 정사론을 관통하는 철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사론 제1에 나오는 건과 곤은 음양을 상징합니다.
정사론의 활쏘기는 규구방원과 정원집방으로 대변할 수 있는데,
원과 각, 하늘과 땅은 각각 음양을 상징할 수 있습니다.
③ 정사론 제1의 끝부분 주석에는 사시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사예에서 관덕이라는 것에서 덕이라는 것은
도를 행함에 사시의 왕성한 기운이 있다는 것이고,
덕을 사시에 행한다 함은
사사사철 오로지 인의예를 행함을 생각하여
활을 쏘는 모습이 이와 같이 된다는 것이다. -정사론 제1 -
>
秉太一者 牢籠天地 彈厭山川 含吐陰陽 伸曳四時 紀綱八極 經緯六合
병태일자 뇌롱천지 탄염산천 함토음양 신예사시 기강팔극 경위육합
覆露照導 普汜無私 蠉飛蠕動 莫不仰德而生.
복로조도 보사무사 현비연동 막불앙덕이생.
태일을 가진다는 것은 다음과 같다.
하늘과 땅을 한 곳에 넣어 휘어잡고, 산과 강을 탄압하고 짓누른다.
음과 양을 마음대로 출입시키고, 사시을 펼치고 이끈다.
팔극의 기강을 세우고, 육합의 경과 위가 된다.
만물을 덮어주고 드러내며 비추고 인도하는데, 모든 것에 사사로움이 없다.
하찮은 벌레들조차 그 덕을 우러러보며 살아가지 아니함이 없다.
<'牢籠'은 가축을 가두는 우리와 새를 가두는 새장인데,
이 문장에서는 ‘한 곳에 가두어 다루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시는 사계절을 의미하고, 팔극은 사방팔방의 끝인데 모든 땅을 의미합니다.
육합은 사방과 상하인데 천지사방인 온 세상을 의미합니다.
'蠉飛蠕動'은 벌레의 움직임을 설명한 것인데, '하찮은 벌레조차'로 풀이하였습니다.
④ 經緯六合에서 경위(經緯)는 정사론 제19와 제21에서 강조되는 내용입니다.
살걸음이 빠르지 않은 것은 이미 허한 부류이다.
자기는 기약함을 얻지 못하고 마음은 구함을 얻지 못하니,
앞은 그 경을 잃어 버리고 뒤는 그 위를 잊어버리니, 경위를 이룰 수 없는 것이다.
그 경위를 잃었기에 화살이 빠르게 날지 못하고 높게 날면서, 꼬리를 치고 날아가는 것이다.
이것은 모두 경위를 이루지 못하는 그 형세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 정사론 제19 -
앞에서 집으로 거하고, 거로서 집한다는 것이, 앞은 경이 되고 뒤는 위가 된다고 했는데,
앞을 경이라고 부르고, 뒤를 위라고 부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위라는 것은 직물의 세로를 경이라고 하고 직물의 가로를 위라고 한다.
경이 바르지 않으면 위가 바르지 않게 되고,
위가 바르지 않으면 역시 경이 바르지 않게 된다. -정사론 제21 -
⑤ 제자체태일에서 육율은 육합과 의미가 같습니다.
육합은 동서남북 사방과 하늘과 땅을 의미합니다.
정사론에서는 육합에 대한 설명은 없지만,
제17에서 그 하나를 설명하면서 육도에 대하여 기술합니다.
앞과 뒤, 좌와 우, 화살과 깍지를 서로 조율한다는 관점에서,
정사론의 육도는 제자체태일의 육률과 비슷한 개념인 것 같습니다.
선사라고 불리는 것도 하나이고, 선사를 따르지 않는 것도 하나이다.
그 하나라는 것에서 여섯 가지 법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그 앞을 [거]하는 것이 하나요,
그 뒤를 [집]하는 것이 하나요,
그 왼쪽을 보는 것이 하나요,
그 오른쪽을 보는 것이 하나요,
깍지를 점검하는 것도 하나요,
그 화살이 나가는 것도 하나이다. -정사론 제6-
⑥ 伸曳四時는 시공간을 펼치고 끌어당긴다는 표현이 되지만,
펴고 끈다는 개념은 정사론 제17에도 나옵니다.
자신이 언덕이고자 하는 것에 더하여 넘치거나 부족한 점이 없게 하려면,
[후]의 견갑과 [후면]의 허리와 넓적다리를
오로지 높게 펴고 곧게 유지하는 것을 [주]로 해야만
그 [방]을 실하게 든든히 할 수 있으며,
이렇게 함으로써 뒤가 앞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정사론 제17 -
정사론 제21에 나오는 목을 길게하고 어깨를 낮추라는 내용도 유사한 내용이며,
정사론 제6의 수탉이 울 듯이 목을 길게하고
소리꾼이 넓적다리는 높게 든다는 표현도 유사한 내용입니다.
이춘기 공의 『사예결해』에서도 이와 유사한 내용이 나옵니다.
腦。如䧺鷄鳴。决時伸拔。
뇌。여웅계명。결시신발。
정수리는 마치 수탁이 우는 것처럼 하는데,
만작에 이르러서는 뽑히듯이 쭉 위로 편다. -사예결해 -
>
陰陽者 承天地之和 形萬殊之體 含氣化物 以成埒類 贏縮卷舒 淪於不測 終始虛滿 轉于無原.
음양자 승천지지화 형만수지체 함기화물 이성날류 영축권서 륜어불측 종시허만 전우무원.
음양이라는 것은 다음과 같다.
하늘과 땅의 화합을 이어받아, 만물 하나하나에 형체를 준다.
기를 머금어 사물로 변화시켜서, 여러 부류의 경계를 만든다.
늘어나는 것과 줄어드는 것, 나아가는 것과 물러나는 것이, 측량하지 못하는 데까지 이어진다.
끝남과 시작이, 허하기도 하고 가득 차기도 하여서, 근원이 없는 곳까지 윤회한다.
<‘淪’은 ‘沈潛하다’라는 뜻인데, ‘이어진다’로 풀이합니다.
‘轉’은 ‘(한 바퀴) 회전하다’라는 뜻인데, ‘윤회하다’로 풀이합니다.
⑦ 陰陽者 承天地之和라는 문구에서 음양과 천지는
정사론의 원방과 건곤을 연상하게 합니다.
>
四時者 春生夏長 秋收冬藏 取予有節 出入有時 開闔張歙 不失其敘 喜怒剛柔 不離其理.
사시자 춘생하장 추수동장 취여유절 출입유시 개합장흡 부실기서 희노강유 불리기리.
사시란 것은 다음과 같다.
봄에 태어나고, 여름에 성장하며, 가을에는 수확하고, 겨울에는 저장한다.
가지고 주는 것에는 절도가 있고, 들어오고 나가는 것에도 때가 있다. 열
고 닫고 베풀고 거둠에도 질서를 잃지 않는다.
기쁨과 노함, 강직함과 부드러움이, 이치에 벗어나지 않는다.
六律者 生之與殺也 賞之與罰也 予之與奪也 非此無道也;故謹於權衡準繩 審乎輕重 足以治其境內矣.
육률자 생지여살야 상지여벌야 여지여탈야 비차무도야;고근어권형준승 심호경중 족이치기경내의.
육률은 다음과 같다.
탄생은 죽음과 함께하고, 상은 벌과 함께하며, 주는 것은 빼앗는 것과 함께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도가 아니다.
그러므로 저울대와 저울추, 기준기와 먹물로써
삼가, 사물의 경중을 살펴야만, 그 경계 안을 다스릴 수 있다.
< 『사기』 「율서」에서 다음과 같이 서술합니다.
王者制事立法,物度軌則,壹稟於六律,六律爲萬事根本焉
왕이 된 자가 사물을 정비하고 법도를 세우며, 사물의 규율과 법칙을 헤아릴 때는,
모두 육률로부터 받아들였으니, 육률은 만사의 근본이다. - 사기 율서 -
⑧ 謹於權衡準繩라는 구절은 정사론의 규와 구를 떠올리게 합니다.
저울대와 저울추, 기준기와 먹물을 섬세하게 다루듯이, 활과 자세와 마음가짐을 다스리는 것입니다.
오늘 사예를 논한다는 것은 벼슬에만 관심을 두고 정곡하려고만 한다는 것이 아니고,
사예에는 규구의 법도가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하늘에는 일월의 도가 있듯이, 땅에는 사람과 사물의 도가 있고,
사예에는 군자의 도리가 있다. - 정사론 사론 -
>
是故體太一者 明於天地之情 通于道德之倫 聰明耀於日月 精神通於萬物 動靜調於陰陽 喜怒和於四時 德澤施于方外 名聲傳於後世.
시고체태일자 명어천지지정 통우도덕지륜 총명요어일월 정신통어만물 동정조어음양 희노화어사시 덕택시우방외 명성전어후세.
그러므로 태일을 본받는다는 것은 다음과 같다.
천지의 정에 밝고, 도덕의 윤리에 정통한다.
총명이 해와 달처럼 빛나고, 정신이 만물과 통한다.
움직임과 고요함이 음양과 조화하며, 기쁨과 노함이 사시와 화합한다.
덕택이 사방 밖으로 베풀어지고, 명성이 후세에 전해진다.
<⑨ 明於天地之情 通于道德之倫라는 문구는 정사론 제1의 내용을 연상하게 합니다.
규와 구, 원과 방, 하늘과 땅, 인의와 예지로 댓구를 이루어 이어지는 문장은
천지의 원리를 인륜과 도덕으로 승화시킵니다.
전거정원에서 규라는 것은 팔뚝이 원이 되어,
그 원으로써 하늘이 되어 편안히 거한 모습이 인과 의와 같이 된다는 것이다.
후거집방의 구라는 것은 팔뚝이 방이 되고,
그 방이 땅이 되어 부드럽게 거한 모습이 예와 지와 같이 된다는 것이다. -정사론 제1 -
⑩ 聰明耀於日月라는 문구는 정사론 사론의 일월지도를 연상시킵니다.
오늘 사예를 논한다는 것은 벼슬에만 관심을 두고 정곡하려고만 한다는 것이 아니고,
사예에는 규구의 법도가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하늘에는 일월의 도가 있듯이, 땅에는 사람과 사물의 도가 있고,
사예에는 군자의 도리가 있다. -정사론 사론 -
정사론 제14에서도 보름달과 같이 기울어짐이 없게 하라는 말이 나옵니다.
앞은 뒤와 겨루어 이기지 못하고 뒤는 앞과 겨루어, 지지 않으니,
앞과 더불어 뒤의 간격에는 터럭만한 차이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서로 기울어짐이 없게 되어, 마치 보름달과 같이 동그란 원을 그리듯이 한다는 것이다.
오직 중용의 형태로 덕을 이루기에, 자신이 언덕과 같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함으로 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정사론 제14 -
정사론 서문에는 달처럼 당겨서 별이 흐르는 것처럼 쏜다는 표현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있어서 보름달처럼 가득 당겨서 별이 흐르듯이 쏠 수 있었는데,
멀리 쏘아서 먼 곳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정사론 서문 -
정사론에서는 태양과 같이 하라는 표현은 없지만, 후예의 신묘한 경지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동이족 제후 예는 열 개의 태양으로부터 백성들을 고통에서 구한 영웅입니다.
후예의 신묘한 경지는 후예사일의 고사로 현재까지 전승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사들의 사예는, 제후 예가 신묘한 경지의 극에 달하였으나,
작금에 이르러 흔적조차 전해지지 않는다. -정사론 사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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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陰陽者 德與天地參 明與日月竝 精與鬼神總 戴圓履方 抱表懷繩 內能治身 外能得人 發號施令 天下莫不從風.
법음양자 덕여천지삼 명여일월병 정여귀신총 대원이방 포표회승 내능치신 외능득인 발호시영 천하막부종풍.
음양을 법도로 한다는 것은 다음과 같다.
덕이 천지와 동참하고, 밝음이 일월과 나란히 하고, 정신이 귀신을 총괄한다.
둥근 하늘을 위에 이고, 모난 땅을 밝으며, 표를 안에 안고, 먹줄을 품에 품는다.
안으로 자신을 다스리고, 밖으로 인심을 얻는데,
명령하여 호령하면, 천하가 풍속에 따르지 않는 것이 없다.
<精與鬼神總라는 구절에서 귀신은 유령과 같은 개념이 아닙니다.
『주역』에서도 귀신은 정(精)이 사물이 되고, 유가 무가되는 과정의 신비로움을 의미합니다.
「계사」에서는 “정기(精氣)가 어리어 사물이 되고 혼(魂)이 유산(游散)하여 변화하니, 이로써 귀신의 정상(情狀)을 알 수 있다(精氣爲物, 游魂爲變, 是故知鬼神之情狀.)”고 하였다. 이 때 정기가 어리어 사물이 된다고 하는 것은 무형에서 유형으로의 변화, 즉 사물의 형성과정을 말하는 것이며, 혼이 유산하여 변화한다는 것은 유형에서 무형으로 돌아가는 것을 말한다. 『예기』 「제의」 편의 기록은 공자와 그의 제자 재아(宰俄)에 말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모든 생명체는 반드시 죽게 되어 있고, 죽으면 반드시 흙으로 돌아간다. 이것을 귀(鬼)라고 한다. 골육은 땅속에서 썩어 흙으로 변하지만 그 기는 위로 솟아올라 빛을 내기도 하고 연기처럼 피어오르기도 하며 처연한 기운을 내기도 한다.(衆生必死, 死必歸土, 此之謂鬼. 骨肉斃于下, 陰爲野土; 其氣發揚于上, 爲昭明․ 焄蒿․悽愴.)” 고 하였다.
☞ 인용문의 출처 : 김현, 『귀신(鬼神)- 자연철학에서 추구한 종교성 -』, 인터넷 개념사전, 2002년.
⑪ 戴圓履方의 문구는 정사론의 내용과 상통합니다.
머리에 물건을 올려 놓는다는 대(戴)는 물동이 이듯이 하라는 활터의 속담을 연상시킵니다.
머리에 이는 동작은 높은 거궁을 묘사하는 것 뿐만 아니라,
등의 힘을 쓰고 자세를 곳곳이 하는 묘리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대원(戴圓)은 머리 위에 원을 만드는 정사론 제6의 동작을 연상시킵니다.
높고 높게 멀고 멀게 드는데, 머리 위의 원에서 부터 시작하여 좌우 팔뚝을 당겨 내린다.
힘쓰기를 다하고 소리를 다하는 것처럼 어깨의 방에서 부터 시작하여 좌우 팔뚝을 당기는 것을 부가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앞은 나아가고 뒤는 누르는 것이다.
거를 위주로 하여 집을 온전히 한다.
이처럼 하여 중도에 맞게 서게 되므로 몸이 절주에 맞게 된다. - 정사론 제6 -
리(履)는 어깨죽지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정사론 제5의 髆之所履와 연관됩니다.
정사론 제7의 핵심 내용은 리(履)를 수행하는 순서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만약 [리]를 하는 동작들이 이치에 맞아서 순서를 따른다면,
안으로는 골절이 서고 밖으로는 견갑이 거두어지니 모두 절주에 맞는 것이다.
재능이 있느냐 없느냐는 모두 바르냐 바르지 않느냐에 달린 것이다. -정사론 제7 -
그러므로 제자체태일의 리방(履方)은 정사론의 후거집방과 밀접한 관련이 있게 됩니다.
⑫ 抱表懷繩을 정사론에서는 언급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내포회승은 활쏘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활쏘기의 표는 촉 또는 엄지뿌리로 봅니다.
안개가 심하게 끼거나 눈으로 볼 수 없지만,
활을 쏘아서 표적을 맞추어야만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만약 그런 경우라면, 표가 어디에 있을까요?
그런 경우에 표를 잡고 표적을 맞추었다면,
그 표는 나의 안에 있지 않았을까요?
표를 안에 품는다는 표현은 오이겐 헤리겔의 『활쏘기의 선』에서도 나옵니다.
활쏘기의 명인 아와 겐지는 한치 앞도 안보이는 컴컴한 밤에 한가닥 향불에 의지하여,
앞 화살의 오늬를 뒷 화살의 촉으로 관통시킵니다.
자신 안에 있는 표를 느끼는 것도 반구저기신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반구저기신은 예로부터 전해져온 사풍이다. - 정사론 제11 -
회승(懷繩)은 먹줄(繩)을 품에 품는다고 풀이했지만,
활쏘기에서 힘을 쓰고 자세를 바로잡는 방법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오주 이규경의 「조근대 변증설」에서 보면,
무과에서 육량전을 쓰기 위해서 조근대라는 것을 사용했다고 설명합니다.
「조근대 변증설」은 조근대의 부당함을 변증한 글이기도 하지만,
힘쓰는 원리를 설명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인체의 근육은 활의 시윗줄과 같이 가느다란 섬유들이 모여진 조직입니다.
즉 근육 자체가 줄(繩)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혹자는 오주 이규경의 「조근대 변증설」에서 육량전을 당기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고 했는데,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과히 틀린 말이 아닌 것 같습니다.
⑬ 內能治身은 안으로부터 자신을 다스릴 수 있다는 의미로써,
정심정기와 반구저기신으로 이어지는 정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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則四時者 柔而不脆 剛而不鞼 寬而不肆 肅而不悖 優柔委從 以養群類 其德含愚而容不肖 無所私愛.
칙사시자 유이불취 강이불궤 관이불사 숙이불패 우유위종 이양군류 기덕함우이용불초 무소사애.
사시를 규칙으로 한다는 것은 다음과 같다.
부드럽지만 무르지 않고, 강하지만 꺾이지 않는다.
너그럽지만 늘어지지 않고, 엄숙하지만 어긋나지 않는다.
우유부단하지만 맡아 따르니, 이로써 만물을 양육한다.
그 덕은, 어리석은 이를 포용하고, 불초한 이를 용납하여, 사사로이 편애하지 않는다.
<肅而不悖에서 패(悖)는 어긋나다로 풀이하였습니다.
너무 고지식하게 엄격하여 도리에 어긋나는 경우로 본 것입니다.
이준영 소장님의 풀이의 경우 패(悖)를 ‘우쩍 일어나다’로 풀이하였는데,
‘우쩍’은 '갑자기'를 의미하는 부사입니다.
다음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우쩍’을 검색한 것입니다.
우쩍
부사
「1」 단번에 거침없이 나아가거나 갑자기 늘거나 줄어드는 모양.
그는 자리에서 우쩍 일어서더니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는 아주머니의 말을 우쩍 반대하고 싶었다.≪김동인, 약한 자의 슬픔≫
「2」 갑자기 많이씩 늘거나 줄어드는 모양.
「3」 갑자기 힘을 쓰거나 기세나 기운 따위가 갑자기 솟아나는 모양.
논개는 별안간 딴 기운이 우쩍 솟아 일어나는 듯했다.≪박종화, 임진왜란≫
제 입술을 깨물며 마지막 용을 쓰는 순간, 그 흉한도 대항거리로 우쩍 기운을 내어 아사녀를 팔랑개비같이 쓰러뜨렸다.≪현진건, 무영탑≫
⑭ 제자체태일의 柔而不脆 剛而不鞼 寬而不肆 肅而不悖 優柔委從라는 문구는
정사론 제14에서 강조하는 허와 실의 공존을 연상시킵니다.
무릇 사예에서 허와 실이라는 것은 규구와 절주로 부터 정기로 까지 이어진다.
이것은 거함으로 규가 되고 집함으로 구가 되어, 앞은 힘을 주려고만 생각하지 않는 것이며
뒤는 온전히 다하기를 다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실하게 되어 동쪽으로 거하고 서쪽으로 집하는데, 같이 어울려 서로 짜지니,
합쳐지고 끊어지는 것이 저절로 이루어는 것이 썩은 동아줄의 끝에 비견된다는 것이다. -정사론 제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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用六律者 伐亂禁暴 進賢而退不肖 扶撥以為正 壤險以為平 矯枉以為直 明於禁舍開閉之道 乘時因勢 以服役人心也.
용육률자 벌란금폭 진현이퇴불초 부발이위정 양험이위평 교왕이위직 명어금사개폐지도 승시인세 이복역인심야.
육률을 운용한다는 것은 다음과 같다.
분란을 정벌하고, 폭정을 금지하여, 현인을 나아가게 하고, 불초한 이를 물리친다.
맡겨 다스려 바르게 하고, 험난한 것을 제거하여 평탄하게 한다.
구부러진 것을 교정하여 바르게 하고, 권장하고 금지하는 도리를 명확히 한다.
시류의 형세를 간파하여 사람의 마음을 얻어 복역시킨다.
<⑮ 扶撥以為正라는 문구는 바르지 못한 것을 바로 잡는다는 정사론의 정심정기와 연관됩니다.
⑯ 壤險以為平라는 문구는 정사론 제8의 내용을 연상시킵니다.
험한 바다도 잘 다루면, 평탄한 육지처럼 된다는 내용입니다.
배를 잘 모는 사람은 대해에 나가서도 평탄한 육지를 걷는 것처럼 할 수 있다. -정사론 제8 -
⑰ 矯枉以為直라는 문구도 정사론의 내용을 연상시킵니다.
정사론 발문에는 스승님께서 굽은 것을 펴서 바로잡는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나로 하여금 해결할 방법을 논하게 하시고,
굽은 것을 피고 나무 활로써 자세를 바로잡아 주시며 도닥여 말씀하셨다. -정사론 발문 -
帝者體陰陽則侵 王者法四時則削 霸者節六律則辱 君者失準繩則廢. 故小而行大 則滔窕而不親 大而行小 則狹隘而不容. 貴賤不失其體 則天下治矣.
제자체음양즉침 왕자법사시즉삭 패자절육율즉욕 군자실준승즉폐. 고소이행대 즉도조이불친 대이행소 즉협애이불용. 귀천부실기체 즉천하치의.
천제가 음양을 근본으로 하면 그 근본이 침범당하고, 제왕이 사시를 법도로 하면 그 법도를 삭감당한다.
패후가 육률을 조절하면 그 규칙이 모욕당하고, 군자가 기준기와 먹물을 잃으면 그 운용이 폐기된다.
그러므로 작은 것이 큰 것을 행하면, 너무나 틈이 많아 친해지지 못하고,
큰 것이 작은 것을 행하면, 좁고 좁아서 용납되지 못한다.
귀한 것과 천한 것이 그 근본을 잃지 않아야, 천하가 다스려지는 것이다.
<태일과 음양을 근본 원리와 상생의 원리로 보고,
사시와 육률을 시간의 원리와 공간의 원리로 파악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태일과 음양, 사시와 육률은
서로 다르면서도 서로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우선 순위를 메기기가 힘들 수도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1950년대에 어떤 한국군 장교는 평화통일을 주장하다가
불순분자로 몰려서 총살을 당했다.
평화통일은 남북회담이 성사된 이후에야 받아들여졌습니다.
그 이상과 방법은 결국 옳았다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그 시기가 적절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음양에 해당하는 상생의 원리가 이념 논쟁이 되어야 할까요?
어떤 사람들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필자는 현대 자본주의나 수정된 사회주의 등의 이념보다는,
인간 그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제자체태일의 내용처럼 어떤 사항에 대하여,
적절하고 적합하며 인간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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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맺음말
2019년 6월 29일 토요일 황학정에서 국궁문화연구회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사이재도(射以載道)에 대한 박근 박사님의 발표를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 참고사항 : 박근, 『활 속에 내재된 道學의 전승에 관한 연구 : 조선의 명궁이자 성리학자인
一齋 李恒선생을 중심으로』, 국문화연구회 창립 20주년 기념 학술세미나 자료집, 2019년.
이항 선생님은 41살에 정읍 칠보산 중턱에 서당을 짓고, 현판에 일(一) 한 글자만 썼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그 서당을 일재(一齋)라고 하니, 그것이 바로 선생의 호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이항 선생님의 호는 조영석 명궁님의 『기초동작 구성을 통한 一家형성 제안』에서의
일가(一家)와 상통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백인학 경북궁도협회 고문님께서도 '궁술과 선비정신'이라는 주제로 발표하셨습니다.
백인학 고문님께서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일례들을 들어가면서 설명하면 4시간 짜리 강의인데,
주어진 시간이 30분 밖에 안되었다"고 무척이나 아쉬워하시기도 하였습니다.
강의 자료는 한문 필사체로 쓰여졌는데, 그 한 글자 한 글자가 주옥같았습니다.
☞ 참고사항 : 백인학, 『궁술과 선비정신』, 국문화연구회 창립 20주년 기념 학술세미나 자료집, 2019년.
박근 박사님과 백인학 고문님의 강연에서 우리 활쏘기의 밑바탕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은 세미나에서 받은 감동에 고무되었기에, 그 동안 생각한 것을 정리하여 본 것입니다.
이글에서는 제자체태일과 원방각, 정사론을 통하여,
우리 활쏘기에 내재된 것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고찰하였습니다.
우리 활쏘기에는 태일(太一, = 太極)과 음양(陰陽),
사시(四時)와 육률(六律, =六合)과 같은 동양철학적 개념들이 내포되어 있다.
과연 우리 민족의 궁도(弓道)에는 도(道)가 내재되어 있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