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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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0-21 00:29
제 33집 김규인 소나무외 2편
로즈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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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소나무
고향 언덕의 소나무는
굽은 허리로 멀찍이 서서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다
회사에서 잘리고 고향에 돌아와
몇몇 날을 골방에 처박혀 술만 퍼대던 나를
불러낸 것은
죽어라 일만 하다 돌아가신
내 아버지 닮은
고향 소나무였다
부지런한 아버지는 집안 일 뿐만 아니라
동네에서 한 대 밖에 없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시며
온 동네 큰일 작은 일을 돌보셨다
세상살이에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고향에 돌아와
머리 희끗한 나와 닮은
늙은 소나무를 보며
각박한 세상을
침묵과 보시로 살다 가신
우직했던 아버지를 떠올린다
폭우에 온몸이 뒤틀리고 가지가 부러져도
묵묵히 산을 지킨
저 소나무
그가 풍기는 은은한 솔 향기가
무거운 내 몸을 다시 일으킨다
2)동백
혈서를 쓴 듯
지심도 여러 갈래
길이 붉다
신문에
취업에 낙방한 청년이
목을 매 자살했다는 기사가 났다
젖은 흙바닥에 웅크린 그림자
오래전 삭았던 슬픔이
시꺼멓다
시들기 전에
자신을 던져버리고 마는
꽃
인생을 알기도 전에
목숨을 버린
젊은이
3)무심
동성로 거리거리를
물결처럼 오가는 사람들
쫒기듯 바쁜 하루가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어지럽다
옷깃을 스쳐도 모르는
먼 별의 사람들
누가 엎어져 숨이 넘어가도
먼나라 일인듯
무심한 눈빛으로
자기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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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3집 김규인 소나무외 2편/ 로즈윈
꽃나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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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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