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
우리나라에서 최근 임산부를 중심으로 원인을 알 수 없는 미확인 폐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폐렴(肺炎ㆍPneumonia)은 우리나라에서 매년 4천-5천명이 사망하는 질병이다. 이들 중 약30%는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으며, 대부분 임산부, 노인, 영유아, 만성질환자 등 면역력이 떨어진 취약계층이다.
폐렴은 폐조직에 염증(炎症)반응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원인은 연쇄상구균, 황색포도상구균, 마이코플라스마 등 세균을 통한 감염이 가장 많으며 바이러스, 곰팡이, 기타 미생물, 드물게는 알레르기 반응이나 자극적인 화학물질 흡입 등이다. 폐렴구균이 일으키는 연쇄상구균성폐렴(Streptococcus pneumonia)은 가장 흔한 형태의 폐렴으로 특히 입원한 환자에게 흔히 발병한다. 이 세균은 건강한 사람에게도 있으나 다른 병이나 감염증으로 저항력이 떨어질 때 병을 일으킨다.
감기(感氣)와 폐렴을 식별하는 방법은 감기는 보통 고열(高熱)이 3-4일 정도 지나면 가라앉는다. 시간이 자나도 고열이 계속되고 심한 기침과 호흡곤란, 의식이 혼미해지고 입술과 손톱이 파래지는 등 몸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진다면 즉시 병원에 가서 흉부X선 검사와 혈액검사 등을 통해 폐렴을 대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폐렴은 효과적인 항생제(抗生劑)로 인해 대부분 완치가 되고 있지만, 폐렴 원인균들의 항생제 내성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 일부 폐렴은 더 치료하기 어려워졌다. 폐렴이 진행하면 패혈증이나 쇼크가 발생할 수 있고, 폐의 부분적이 합병증으로 기흉(氣胸), 폐농양 등이 동반될 수 있다. 모든 폐렴 환자가 합병증이 동반되는 것은 아니지만 고위험군은 주의가 필요하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는 2003년 1월부터 2007년 12월까지 5년 동안 전국의 병원에서 원인불명의 특발성 폐렴으로 진단받은 환자 2186명을 대상으로 역학조사(疫學調査)를 한 결과 472명(21.5%)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관련 논문은 2009년 학회지에 게재되었다.
원인 불명의 특발성 간질성 폐렴(IIP) 환자를 질환별로 보면 만성(慢性)에 속하는 특발성 폐섬유화증(IPF)이 1685명(77.1%), 비특이적 간질성 폐렴(NSPI) 261명(11.9%), 특발성 기질화 폐렴(COP) 186명(8.5%) 등으로 분류됐다. 폐 섬유화가 급속도 진행되는 급성 간질성 폐렴(AIP) 24명(1.1%), 박리성 간질성 폐렴(DIP) 19명(0.9%), 호흡성 세기관지염-간질성 폐질환(RB-ILD) 9명(0.4%) 등으로 분류됐다.
이들 환자의 평균 나이는 65세였으며 비특이적 간질성 폐렴 환자의 평균 나이는 57.1세로 가장 낮았다. 남녀 성비는 남성이 여성에 비해 2배가량 많았다. 연구팀은 급성 간질성 폐렴 환자와 특발성 폐섬유화증 환자의 3년 생존율을 각각 57%, 62%로 추산했다.
지난달 4월 서울 A병원으로 이송된 원인 미상의 급성 폐질환자 8명 가운데 4명은 여전히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나머지 4명 중 1명은 퇴원했으며, 2명은 증세가 호전돼 일반병실에 입원 중이며, 한명은 지난 5월 10일 사망했다. 4명의 중환자 가운데 3명이 최근 아이를 낳은 20-30대 산모(産母)이며, 아기는 모두 건강한 상태다.
사망한 임신부 장모씨(35세)는 감기 증세로 병원을 찾았으나 폐가 딱딱하게 굳는 섬유화(纖維化)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결국 입원 한 달 만에 숨졌다. 입원 후 폐섬유화증이 진행되면서 체내에서 일정한 산소 농도를 유지할 수 없어서 뇌, 심장, 간, 신장 등 주요 장기들이 모두 손상됐기 때문에 사망했다.
A병원 중환자실에는 호흡기내과 전문의 10명이 24시간 대기하며 직접 환자를 돌본다. 의사들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산소 부족으로 인한 장기(臟器)손상을 막고 있다. 이번 폐질환의 특징은 급격한 섬유화로 폐가 굳어가는 증세이며 섬유화 과정에서 기도(氣道)와 폐포를 이어주는 가느다란 폐포관이 막힌다.
폐(허파)는 좌우 한 쌍으로 갈비뼈 안쪽에 있으며 길이는 약 25cm이고 우엽이 전체용적의 55%를 차지한다. 폐 속에는 폐포(허파꽈리)라고 하는 공기주머니가 마치 포도송이처럼 달려 있다. 직경 0.1-0.2mm 정도인 폐포는 정상인의 경우 약 3억 개에 달한다. 한번의 호흡으로 담을 수 있는 최대공기량(폐활량)은 성인 남자의 경우 약 5리터, 운동 시에는 7-10리터로 증가한다.
폐(肺)로 들어간 산소는 폐포(肺胞)에 가서 피로 녹아들 수 있는데, 폐포에 도달하는 길이 막혔으니 인공호흡기로 아무리 산소를 공급해도 소용이 없다. 이에 의료진은 첨단의료장비인 ‘인공 폐’ 역할을 하는 체외산화막장치(ECMO)와 초고가 약물을 동원해 환자에게 산소를 공급하고 있다. 이처럼 첨단장비와 고가 약물을 쓰는 치료를 한 달 이상 받아온 환자의 치료비는 이미 1억원(본인 부담 3000만원 내외)을 넘어섰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폐 이식(移植)이 최선의 치료법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희귀난치병(稀貴難治病)에 대해 치료비를 크게 줄여주는 건강보험 산정 특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의료비가 많이 드는 암, 혈우병 등에 걸린 환자가 치료비의 일부만 부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급성 폐렴을 앓은 임신부들은 이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특례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수많은 치료방법이 동원되면서 선택진료비 등 개인부담이 커졌다.
불의의 질병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효율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은 보험사가 판매하는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현재 실손의료보험은 환자가 상해나 질병으로 인해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은 경우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법정본인부담금과 비급여 비용의 90%를 최대 5000만원까지 보장해 주고 있다. 즉, 5000만원을 병원비로 내야 할 때 4500만원까지 보험사가 대신 내주는 것이다. 월보험료는 대략 2만-4만원 수준이다.
질병관리본부는 폐렴 증세를 보이는 환자 6명의 검체에 대한 원인 병원체 검사를 실시한 결과 그중 한 명에게서 ‘아데노바이러스 53’을 검출했으며, 나머지 5명에게선 바이러스나 세균 등 어떤 병원체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발표했다. 이번 검사는 인플루엔자 등 바이러스 11개 종, 레지오넬라 폐렴구균 등 세균 9개종의 존재 여부를 살핀 것이다.
아데노바이러스는 호흡기로 들어와 감기를 일으키는 병원체이며, 아데노바이러스는 폐렴을 일으키기는 하나 환자의 폐를 굳게 하는 이번 질환과 직접적인 관련성은 적은 것으로 보인다.
감기 증상이 있으면 되도록 외출을 삼가고 사람이 많은 장소는 피하는 것이 좋다. 또 면역력(免疫力) 유지를 위해 균형잡힌 영양소를 섭취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도록 한다. 건조해지면 바이러스나 세균 번식이 쉽기 때문에 습도를 적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폐는 항상 호흡을 통해 외부환경과 접촉하는 장기여서 한번 고장 나면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흡연(吸煙)을 삼가고 맑은 공기를 마시도록 힘쓰는 것이 폐기능 강화 및 폐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평소 균형있는 식생활을 통해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여 면역력을 보강해 주면 좋다.
노약자 등 고위험군은 ‘폐렴구균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다. 폐렴의 가장 흔한 원인은 세균성 감염인데, 바이러스나 간질성 폐렴 등 다른 원인인 경우에도 2차적인 세균감염에 의해 치명적인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 폐렴구균백신은 지금까지 밝혀진 90여 종류의 원인균 중 폐렴을 가장 많이 유발하는 23개 폐구균항원을 함유하고 있으며, 평생 1회 접종으로도 충분하다. 65세 이상 노인에게도 75%의 예방효과가 있다.
글/ 박명윤(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서울대 보건학박사회 고문)
첫댓글 청송형! 최근 질병 이슈 까지 궁금증을 풀어주시니 고맙습니다. 고위험군인 줄 알면서도 차일피일 했는데 올 가을에는 꼭 폐렴백신 접종하겠습니다. 요즘 여름날씨인데도 노인네 감기가 오래가네요. 면역이 약해서인가봐요. 감사합니다. 영육간에 강건하시기를...
손형, 요즘 일교차가 10도 이상 계속되어 감기가 오래 지속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기에는 맛 있는 영양식을 섭취하시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여야 합니다. 폐렴구균백신은 가을까지 기다리지 마시고 감기가 치료되시면 곧 예방접종을 하시는것이 좋겠습니다. 접종 비용은 동네 병원에서 3만원 정도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