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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시집 『백사천은 흘러간다』는 정낙환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1부 〈절망과 고난의 시대〉에 10편, 2부 〈무질서와 혼돈의 시대〉에 14편, 3부 〈가난을 내쫓던 시대〉에 34편, 4부 〈신바람 나던 시대〉에 12편, 제5부 〈무한 변환의 시대〉에 30편 등 총 5부에 100편의 방대한 시가 실려 있다. 『백사천은 흘러간다』에 실린 시들은 교사로 시작해서 교감·장학사·교장 등을 역임한 후 경기도교육청 장학관, 경기도연천교육청 교육장, 경기도율곡교육연수원 원장을 거쳐 경기도교육연수원 초대 원장으로 공직을 마치고 백사천 언저리에서 벼농사 짓는 농부가 된 시인이 오랜 교육자로서의 경험과 농부로서의 삶에서 축적된 삶의 철학을 시로 승화시킨 것들이다. 정낙환 시인의 시에서는 단아하고 정갈한 품격이 느껴진다. 이는 아마도 시인이 교육자로서 교육 행정인으로서 쌓은 덕목이 인품에 배어 작품에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한다. 또한 그의 작품에는 오래 농사를 지으면서 축적된 자연을 향한 경외심과 예술적 감각을 통해 오래 익은 사유가 은유로 표출되어 작품성을 높이고 있다.
『백사천은 흘러간다』에 표현된 정낙환 시인의 시 세계는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 역사와 전통, 존재론적 의미와 인간의 삶에 대한 깊은 질문, 생명의 윤기와 희망, 순환적 시간과 존재론적 사고, 끝없는 내면의 성찰, 삶의 본질에 대한 탐구, 삶의 복잡성과 상실, 그로 인한 감정의 소용돌이, 희망적 메시지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 출판사 서평
정낙환 시인의 『백사천은 흘러간다』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농경사회의 마지막 역사를 지키는 농부의 철학이 심오하게 담긴 서정시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백사천은 흘러간다』는 충북 지역에서 사용하는 지역어가 풍부하게 표현되어 있어 흥미롭다. 시 내용은 주로 지역의 놀이, 생활, 풍토, 지역의 아름다운 경관 등이 상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옛 정취를 느낄 수 있게 하는 토속어들은 표준어에 의해 사라져가는 옛말을 볼 수 있어서 언어학적으로도 연구 가치가 높다.
『백사천은 흘러간다』에 실린 시들은 대단히 서정적이면서도 교훈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시인의 시 정신은 쉽고 재미있는 시를 쓰는 것에 있다. 시인은 『백사천은 흘러간다』에서 특히 해학적인 표현기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농촌의 일상적인 풍경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냄으로써, 독자는 농민들이 겪는 힘든 노동 속에서도 소소한 기쁨을 읽을 수 있다. 전통적인 해학문학이 기능은 인간 존재의 고달픔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웃음을 통해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하는 데에 있다. 정낙환 시인의 『백사천은 흘러간다』도 힘든 일삳 속에서도 작은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특히 『백사천은 흘러간다』는 존재론적 사고를 바탕으로 자연과 인간 사이의 소통을 강조하고, 풍부한 상상과 심도 있는 투시력을 통해 깊은 경지의 시 세계를 보여준다. 정낙환 시인의 『백사천은 흘러간다』는 자연의 생명력, 생명과 죽음, 그리고 자연의 순환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관계 및 인간의 삶과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며, 인간 존재의 고독과 덧없음을 묘사한다. 시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압축미와 상징, 은유적 표현을 잘 버무려 시인 자신의 내면적인 깨달음을 객관적으로 표현한, 시적 완성도가 높은 시집이다.
■ |차례|
시인의 말 •5
제1부 절망과 고난의 시대
빚 상속 •13
멍심이대학 •14
거위의 꿈 •15
여름 난리 •16
아버지 피난길Ⅱ •17
한강의 귀띔 •18
할아버지의 성 •20
미루어진 소원 •21
남강南江 결의結義 •22
밤참 •23
제2부 무질서와 혼돈의 시대
전쟁 유산 •27
지대미호 •28
할아버지 생신 •29
백중 장날 •30
고지전 •31
세배길 •32
늦겨울 꽃밭 •33
장날 •34
하얀 고무신 •36
봄을 부르는 소리 •37
비단벌레 •38
섣달그믐 방앗간 •39
조당숙 •40
알록달록 풍선 •41
제3부 가난을 내쫓던 시대
혁명 공약 •45
아버지 상추쌈 •46
아버지의 겨울 •47
개떡 •48
방죽배미1 •49
백사천白沙川의 봄 •50
우유과자 •51
헬로 •52
더니다리1• 53
비과 •54
여름 백사천白沙川 •55
여름밤 •56
둥근 밤 •58
수양 아저씨 •59
풋바심 •60
강냉이죽 •59
국수꼬랭이 •60
슬레이트 혁명 •63
스피커 •64
가을 백사천 •65
대동계大同契 날 •66
엿장수 맘대로 •67
맥질 •68
아이스케이크 •69
아버지 둠벙 •70
토끼 가죽 •71
서리배 •72
개학 전 3일 •74
겨울 백사천 •75
할머니 약 창고 •76
선짓국 •77
퇴비 실습 •78
새잡치기 •79
외할머니 손 •80
제4부 신바람 나던 시대
IR 667 •83
우공牛公 •84
하늘바라기 •86
더니다리2 •87
방죽배미 2 •88
가을밤 •89
1식 3찬 •90
안방극장 •91
가을길 •92
소달구지 행렬 •93
막걸리와 노가리 •94
일요일 •95
제5부 무한 변환의 시대
묵은 집 사랑 •99
꼬부라진 자존심 •100
콩마당질 •101
모과 •102
새벽 운동장 •103
효설曉雪 •104
겨울비 •105
세밑 •106
새 해에게 •107
돋보기 속 •108
꿈속 고향 •109
쥐눈이콩 •110
새봄 •111
코로나 설 •112
봄눈 •113
낙엽 •114
아침 •115
고향의 소리 •116
봄비 •117
호박꽃 •118
농부의 봄맞이 •120
대청도 수석 •121
산수유마을 •122
소백산 철쭉 •124
사월초파일 •126
영산홍 •128
장맛비 •129
상신리 459번지 •130
노랑 바람 •132
피사리 •134
■ 본문
바깥 꺼플 된다고 버티는 흙물 쫓아내고
가마솥 밥에 찬물과 장아찌로 궁합 맞추고
책보 들고 해시계에 걸음발 조정하며
신록의 터널 빠져나가 흙먼지에 섞인다
한나절 지게에 억눌렸던 등 뒤로 기대면
그늘에서 놀다 온 한량의 꾐에 빠지다가
반듯해진 초심이 나태한을 쫓아 보내고
뿌리를 찾으며 혀도 손도 둥글게 굴려 본다
머리털 그을리다 놀라 중얼대며 써 보고
누이네 식객 되어 큰 집 짓는 꿈 키우려다
노동력 제일주의 높은 벽 넘어서지 못해
너른 논배미 기와집 꿈을 벼포기에 심는다
- 「거위의 꿈」 전문
시 「거위의 꿈」은 노동과 꿈,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시인은 일상적인 노동의 고단함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고뇌를 드러내고 있으며, 그 안에서 꿈을 키우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형식은 자유로운 시적 흐름을 지니고 있으며, 각 연은 일상적인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현대 시의 특징 중 하나로, 전통적인 운율과 형식을 탈피하여 보다 자연스럽고 개인적인 감정을 표현한다. 반복되는 '꿈'이라는 단어는 시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를 형성하며, 꿈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회의와 희망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바깥 꺼플 된다고 버티는 흙물 쫓아내고"에서 시작하는 시는 노동의 고단함을 묘사한다. 이는 일상에서의 물리적 고통을 상징하며, 현대 사회에서 느끼는 무거운 짐을 암시한다. "한나절 지게에 억눌렸던 등 뒤로 기대면"과 같은 구절은 노동의 결과로서의 피로와 부담을 강조한다.
"누이네 식객 되어 큰 집 짓는 꿈"은 가난한 현실 속에서도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희망을 나타낸다. 이는 자아의 실현을 위한 갈망을 상징하며, 궁극적으로 노동의 가치와 희망을 연결짓고 있다. "너른 논배미 기와집 꿈을 벼포기에 심는다"는 꿈을 이루기 위한 기초 작업을 암시한다. 꿈이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현실의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시인은 꿈을 구체화하려고 한다. "신록의 터널 빠져나가 흙먼지에 섞인다"는 구절은 자연 속에서의 노동과 그로 인한 변화 과정을 상징한다. 이는 노동이 단순한 육체적 활동이 아니라, 정신적, 감정적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반듯해진 초심이 나태한을 쫓아 보내고"는 개인의 내면적 갈등과 나태함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드러낸다. 시 전반에 걸쳐 서정적인 표현이 빛을 발한다. 특히, 자연과 일상이 어우러진 이미지들은 독자로 하여금 감정적으로 몰입하게 한다. "머리털 그을리다 놀라 중얼대며 써 보고"라는 감각적인 표현으로, 노동의 단면과 꿈의 실현 과정을 시각적으로 잘 전달한다.
「거위의 꿈」은 단순한 노동의 고단함을 넘어, 그 속에서 꿈을 이루려는 인간의 의지를 강하게 호소한다. 시인은 현대 사회의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그 안에서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시는 현대인의 삶과 꿈의 관계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공하며, 독자에게 감정적 울림을 준다. 이를 통해 시는 단순한 개인의 이야기가 아닌, 보편적인 인간 존재의 고민을 담아내고 있다.
기러기 날갯짓이 바람 되어 내리는 날
통가리 벼 불러내 지게에 진 할아버지
멍석의 장난기에 비틀거리는 삼촌 지게
저울추와 겨루는 엄마가 뒷말랑에 올라간다
기러기 떼 줄지어 쉬지 않는 바람에
삼태기 떠나는 벼알의 운명 정해진다
가을볕과 친했던 벼알 멍석에 모셔지고
고무래가 만든 언덕에서 미끄럼 타며 논다
사각사각 속삭이는 벼알 품은 가마니
저울대의 심판엔 하나같이 다소곳하더니
할아버지 지게에 탄 가마니는 삽삽한데
삼촌 지게에 탄 가마니는 투정 부린다
- 「미루어진 소원」 전문
시 「미루어진 소원」 은 농촌의 일상과 가족의 기억을 통해 성장과 상실, 그리고 희망의 복잡한 감정을 다루고 있다. 이 시는 자연과 노동, 가족 간의 관계를 섬세하게 엮어내며, 현대인의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공한다. 이 시 역시 자유로운 형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다양한 이미지와 감각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독자로 하여금 생생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각 연의 구성은 일상적인 농사 노동을 중심으로 하여, 자연과 인간, 그리고 그들 간의 관계를 드러낸다. 시의 흐름은 연속적이며, 시간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반영하고 있다.
농사와 노동의 생명성
"기러기 날갯짓이 바람 되어 내리는 날"에서 시작하는 시는 자연의 변화와 그에 따라 진행되는 농사의 모습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기러기는 계절의 변화를 상징하며, 이는 농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통가리 벼 불러내 지게에 진 할아버지"와 "삼촌 지게"는 노동이 가족의 일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 과정에서 세대 간의 연속성을 보여준다. 할아버지와 삼촌을 통해 농사의 전통과 가족의 관계가 강조된다.
상실과 그리움
"삼태기 떠나는 벼알의 운명 정해진다"는 벼알의 운명을 통해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리고 성장의 과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벼알은 수확의 상징이자, 잃어버린 것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낸다. “가을볕과 친했던 벼알 멍석에 모셔지고”는 그리움과 함께, 과거의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려는 마음을 드러낸다. 이처럼 시는 상실의 아픔을 품고 있지만, 동시에 그 안에 있는 따뜻한 기억을 회상하게 한다.
가족의 관계와 역할
"사각사각 속삭이는 벼알 품은 가마니"와 "저울대의 심판엔 하나같이 다소곳하더니"는 가족 간의 관계와 역할 분담을 보여준다. 벼알은 가족의 소중한 자산이며, 그 속에 담긴 노력과 정성이 느껴진다. "할아버지 지게에 탄 가마니는 삽삽한데"와 "삼촌 지게에 탄 가마니는 투정 부린다"는 각 인물의 성격과 역할을 반영하며, 농사라는 공동체의 일 속에서도 개개인의 다름과 갈등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서정적 요소
시 「미루어진 소원」에서 서정적인 표현은 특히 자연과의 조화를 통해 나타낸다. 기러기와 바람, 벼알의 생명력은 독자로 하여금 감정적으로 몰입하게 하며, 농사라는 일상이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삶의 깊은 의미를 담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미루어진 소원」 은 농촌의 일상과 가족 간의 관계를 통해 상실과 그리움, 그리고 희망을 복합적으로 표현한 시이다. 시인은 농사의 과정을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와 가족의 중요성을 탐구하고 있으며, 현대 사회에서도 잊혀지기 쉬운 농촌의 가치와 기억을 되살리고 있다. 이 시는 독자에게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며,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공한다.
등잔불 으쓱대자 마실 온 생원 꽁무니 빼고
아궁이 집불의 위세에 한기가 한발 물러선다
듬직한 무쇠솥 참았던 숨 뱉으며 눈물 떨구면
무뚝뚝하던 묵 상냥해지고 술주전자 유람한다
주정과 매질로 밤새우는 고래에 혀를 차다가
헌 칼이 일으키는 바람에 안도의 숨 내쉬고
바람고비 닮은 청룡도의 춤에 박수 터지고
깃털 부채에 촉군의 환호 연기 섞여 나온다
탁배기 한잔에 위엄 갖추니 갈증이 달아나고
미끄러지는 도토리묵 헛헛하던 긴 밤 달랜다
문고리 당겨 받은 쌈짓밤 화롯불에 뒹굴고
고소함에 싸인 겨울밤은 옛날얘기 속에 빠진다
- 「밤참」 전문
시 「밤참」은 일상적인 저녁 시간의 풍경을 통해 인간의 감정과 사회적 관계를 탐구하며, 따뜻한 순간을 포착하고 있습니다. 이 시는 자연물과 감정의 교감을 통해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밤참」의 각 연은 일상적인 이미지와 감각적인 표현을 통해 독자에게 묘사된 장면에 몰입하게 만든다. 시의 흐름은 마치 저녁의 소소한 순간들을 천천히 음미하는 듯한 느낌을 주며, 독자가 그 순간을 함께 경험하도록 만든다.
일상과 노동의 경계
"등잔불 으쓱대자 마실 온 생원 꽁무니 빼고"에서 시작하는 시는 일상적인 저녁의 풍경을 그린다. 등잔불은 농촌의 평화로운 저녁을 상징하며, 생원의 등장으로 인해 분위기가 더욱 따뜻해진다. 그러나 생원이 "꽁무니 빼고" 떠나는 모습은 일상의 소소한 유머와 인간관계의 복잡함을 드러낸다. "아궁이 집불의 위세에 한기가 한발 물러선다"는 노동의 결과로서의 따뜻함과 그에 대한 고마움을 나타낸다. 아궁이의 불은 생명의 원천으로, 고된 하루의 끝에서 느끼는 안도감을 상징한다.
감정의 교감
"듬직한 무쇠솥 참았던 숨 뱉으며 눈물 떨구면"은 무쇠솥이 주는 안정감과 함께 감정의 해소를 보여준다.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통해 감정이 해소되는 모습은 인간의 내면을 드러낸다. "무뚝뚝하던 묵 상냥해지고 술주전자 유람한다"는 음식과 술이 단순한 영양 공급 이상의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음식은 사람들을 하나로 묶고, 그 안에서 친밀감과 유대감을 형성하게 한다.
시간과 기억
"탁배기 한잔에 위엄 갖추니 갈증이 달아나고"는 술이 주는 위안과 함께 일상의 피로를 잊게 해주는 역할을 나타낸다. 이는 일상에서의 작은 행복을 통해 삶의 질을 개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고소함에 싸인 겨울밤은 옛날얘기 속에 빠진다"는 과거의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겨울밤의 고소한 음식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며,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를 형성한다.
「밤참」에서 서정적인 표현은 특히 감각적인 묘사를 통해 드러난다. "미끄러지는 도토리묵 헛헛하던 긴 밤 달랜다"는 구절은 시각과 촉각을 동시에 자극한다. 이러한 감각적 이미지는 독자가 시의 분위기를 더욱 깊이 느끼도록 하며, 일상 속에서의 작은 기쁨을 강조한다.
「밤참」은 일상의 소소한 순간을 통해 인간의 감정과 관계를 탐구한 시이다. 시인은 따뜻한 저녁의 풍경 속에서 노동의 결과와 감정의 해소를 표현하며, 음식과 술이 주는 위안과 유대감을 강조한다. 또한,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경험이 얽혀 있는 모습을 통해 독자에게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공한다. 이 시는 단순한 저녁 식사를 넘어, 삶의 의미와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마루 밑에서 참회하는 인민군 소총 꺼내
묵은 변명 떨어내고 새끼줄 묶어 걸머멘다
뒷동산 초입에서 쏘고 찌르는 훈련하고
영화 흉내 내며 말랑 복판 전쟁터로 나가
엎드려 북쪽 나뭇등걸에 총구 걸친다
책보 멘 꼬마들 줄지어 장고개 넘어가고
반합 든 쑥대머리들 장고개 넘어 온다
읍내 다리 및 불룩한 거적때기 옆에서
머닥불 끌어안고 몸 데우던 패거리
밥숟가락 퍼 넣으며 눈을 꿈적거린다
신작로에선 멀쩡히 걸어가던 반군인들
장고개 넘고 나선 절뚝거리며 팔 걸어 멘다
고샅에 놀던 애들 뿔뿔이 흩어지고
대문 걸기 전 들어와 기세등등하다가
아버지 참전 휘장에 잠잠해진다
- 「전쟁 유산」 전문
시 「전쟁 유산」은 전쟁의 아픔과 그로 인한 사회적 상처를 깊이 있게 탐구하며, 전쟁이 남긴 유산이 개인과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드러낸다. 시는 전쟁과 그에 따른 기억, 그리고 그로 인해 형성된 세대 간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각 연은 전쟁의 다양한 양상과 그에 따른 감정적인 변화를 포착하고 있다. 시의 흐름은 시각적이고 감각적인 이미지를 통해 전쟁의 현장을 묘사하며, 독자로 하여금 그 분위기에 몰입하게 만든다.
전쟁의 현실과 훈련
"마루 밑에서 참회하는 인민군 소총 꺼내"라는 구절은 전쟁의 무게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소총은 전쟁의 도구이자, 그로 인해 발생한 고통의 상징이다. "묵은 변명 떨어내고 새끼줄 묶어 걸머멘다"는 과거의 죄책감과 새로운 결단을 암시하며, 전쟁의 상흔이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드러낸다. "뒷동산 초입에서 쏘고 찌르는 훈련하고"는 전쟁 준비의 현실을 묘사하며, 이러한 훈련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암시한다. 전쟁이 단순히 군인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세대와 공동체에 뿌리내린다는 점을 강조한다.
세대 간의 갈등
"책보 멘 꼬마들 줄지어 장고개 넘어가고"는 전쟁의 여파가 어린아이들에게까지 미친다는 점을 강조한다. 어린이들은 전쟁을 직접 경험하지 않지만, 그 영향 아래 자라난다. 이들은 전쟁의 유산 속에서 성장하며, 그로 인해 형성된 정체성을 갖게 된다. "아버지 참전 휘장에 잠잠해진다"는 구절은 전쟁이 가족 내에서의 관계와 대화에 미치는 영향을 드러낸다. 전쟁 참전으로 인한 자부심과 고통이 뒤섞여 있으며, 이로 인해 대화가 단절되거나 침묵이 생긴다. 세대 간의 간극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전쟁의 상처와 기억
"신작로에선 멀쩡히 걸어가던 반군인들"이라는 표현은 전쟁의 상흔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들은 전쟁의 피해자이자, 그 후유증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장고개 넘어 나선 절뚝거리며 팔 걸어 멘다"는 신체적 상처를 통해 전쟁의 고통이 지속됨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고샅에 놀던 애들 뿔뿔이 흩어지고"는 전쟁이 공동체의 단결을 해체하고, 사람들을 서로 갈라놓는 힘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시에[서 서정적 표현은 전쟁의 비극성을 감정적으로 전달하는 데에서 드러난다. 전쟁의 상징과 이미지가 생생하게 묘사되며, 독자가 그 고통을 느끼도록 한다. 전쟁의 유산이 개인과 공동체에 남긴 상처를 통해, 시인은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전쟁 유산」은 전쟁이 남긴 상처와 그로 인해 형성된 사회적 관계를 탐구한 시이다. 시인은 전쟁의 현실을 통해 개인의 고통과 공동체의 분열을 드러내며, 전쟁이 단순한 역사적 사건이 아닌,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임을 강조한다. 세대 간의 갈등과 기억의 중요성을 통해, 시는 전쟁의 아픔을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 시는 전쟁의 비극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이끌어내며, 독자에게 강한 감정적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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