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청차의 이해-1 (짱유화(姜育發)/한서대학교차학과교수-
한국에서 중국 차 문화 강의를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는데, 첫째는 한국 차인 들이 중국 차라면 먼저 오룡차나 쟈스민차 또는 보이차를 떠 올리며, 둘째는 중국 차 문화가 발전되었던 배경은 중국의 식수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이러한 맞지도 않는 얘기들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을까?
몇 십년 전 외국인들의 요청으로 중국 정부에서 “중국 10대 명차”를 발표했었는데, 그 10대 명차 중 아홉은 녹차이고, 나머지 한가지는 황차였다. 한국인들에게 중국 차라고 인식되었던 오룡차 또는 흑차 계열의 보이차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 즉 한국 차인들의 생각과는 달리 대부분의 중국 사람들이 녹차를 즐기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실제로 오늘날 11억 중국인구 중 약 70%가 녹차를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중국은 차잎의 제다법에 따라 녹차, 홍차, 황차, 백차, 흑차, 청차, 등 여섯 가지를 나누며 이를 가리켜 ‘6대 차류’라고 한다. 그럼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오룡차는 어느 차류에 속해 있는 것일까?
중국 다계의 원로이신 ‘진연’씨는 “오늘날 많은 차인들이 청차를 천편일률적으로 오룡차로 부르는 것을 시대적인 필요에 따라 발생한 잘못된 이해이며, 오룡차를 청차로 대체하여 부르는 것은 청차를 욕되게 하는 일이 아닐 수가 없다”라고 강연할 때마다 강조했다.
그렇다. 청차는 수십가지 화색(花色)이 있다. 그 중에서도 오룡화색의 품질이 제일 낮으며, 가격도 가장 저렴하다. 청차는 대략 1830년 전후에 복건성 안계에서 가장 먼저 생산되었다. 18세기 30년대 전후 민북, 대만, 광동 등지로 전파되었으며, 많은 역사적 자료를 보아도, 복건성, 광동성, 대만 등지의 차인들은 모두 청차라 불렀다.
청차는 나무의 품종에 따라 그 이름을 짓고 있다. 예를 들어, 철관음 품종에서 채취한 것을 철관음이라 부르고, 수선 품종에서 채취한 것을 수선이라 하고, 오룡 품종에서 채취한 것을 오룡이라 한다. 품종은 약 40여 가지가 있으며 그 품종의 질도 엄청나게 차이가 있다. 소위 말하는 오룡차는 복건성 안계에서 생산된 오룡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현재 세계의 모든 차인 들이 왜 청차를 오룡차라고 부르는가? 이것을 알려면 역시 중국 차 역사의 변천사를 알아야 하고, 대만을 빼고는 얘기할 수가 없다.
오늘날의 대만은 수 천년 동안 살아온 말레이-폴리네시아계 원주민인 산지인(山地人)과 17~18세기 중국 복건성 연안에서 대만으로 건너온 한족 개척민, 그리고 50여 년 전 중국 대륙에서 공산당으로부터 쫓겨난 국민당 정부의 구성원(한족) 등의 세 부류로 이루어져 있다.
17~18세기 청(淸1644-1911)나라 때 중국 복건성 등지에서 이주해온 한족 개척민들이 문화의 혜택을 받으려 중국 본토로 유학을 갔다. 이때 일부 유학생 또는 상인들은 그들이 좋아하는 청차 계열에 속해 있는 오룡품종을 대만으로 가져와 재배했으며, 이것이 대만 오룡차의 기원이다. <대만통사.1918>에 의하면 810년 ‘하’씨라는 사람이 복건성에서 최초로 오룡종자를 유입하였다고 기록되어있다.
1911년 만주족이 건설한 청나라는 멸망하고 한족인 ‘손문’이 이끈 중국이라는 나라가 세워진다. 그러나 1949년 중국은 사상 전쟁으로 한국과 같이 분단의 운명을 맞는다. 이어 중국 본토는 모택동의 지도 아래 폐쇄된 공산국가가 되고, 대만은 장개석의 지도아래 자본주의 국가로 된다. 자본주의를 국책으로 삼은 대만의 차 상인들이 오룡차 제품을 개발 성공하여 세계 차 시장에 내놓아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자 오룡차 상품이 일약 세계 차 시장에서 스타로 부상했다.
후일 공산주의인 중국도 자본주의의 영향을 받아 경제 개방을 하는데ㅣ 세계 차 시장에서 오룡차의 인지도는 높은데 반해, 청차의 개념 마저 없는 것이 그 당시 차 시장의 현실 이었다. 이런 현실에서 중국의 차 상인들이 고민한 끝에 고육지책으로 모든 청차 계열의 차들을 천편일률적으로 오룡이란 이름을 붙이고 세계 차 시장에 내 놓은 것이다. 이리하여 철관음도 오룡차가 되었고 무이암차도 오룡차가 되었다. 현재에는 많은 사람들이 청차를 가리켜 오룡차라 부른다. 이것이 바로 오룡차가 청차 계열에 속하면서도 모든 청차를 대변하는 차로 인식되게 된 역사적 배경이다.
그럼 왜 대부분의 한국 차 인들이 중국 차라면 뜨겁게 우려 마시는 오룡을 먼저 떠올리는 것일까? 그 이유는 이렇다. 죽의 장막이라고 부르던 중국 본토가 개방되기 전 중국을 대표하는 나라는 한국과 가장 가까운 자유중국이라는 대만이었으며, 한국 차인들이 이시기(1950-1980년대)에 접했던 중국의 차 문화는 대만차의 상징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 대만 오룡차였다. 이러한 인식이 깊어져 오는 날까지도 많은 한국 차인들이 중국 차라면 자연히 오룡차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차의 명주(明珠)란 칭송을 받고 있는 요룡차의 기원에 대하여 중국 학술계에서는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다. 어떤 학자는 북송(960-1127)왕조 때 이미 출연했다는 주장이 있으나 대체로 청나라 함풍(咸豊1851-1861)년 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제다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다만 복건성에서 가장 먼저 제다했던 사실에 대해서는 일치된 의견이며,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한 학자는 없다.
청나라 ‘육정찬’이 쓴<속다경:續茶經>에 오룡차의 제다에 관한 기록에 의하면 ‘무이차’ 는 찻잎을 따온 후 쇄청(晒靑)방식을 택해 참대광주리에 고르게 펴고 걸어 놓아 바람과 햇빛을 쬔 후 찻잎의 푸른색이 수그러지면 다시 덖고 말린다. 양이개편(陽羡岕片)은 찌기만 하고 덖지 않는 증청 제다법으로 만들고, 송라, 용정 등의 차는 모두 덖기만 하는 초청 제다법으로 만든다. 무이차는 덖기와 말리기를 겸하므로 솥에서 금방 꺼냈을 때 푸른색 절반, 붉은색 절반으로 나타나는데, 덖은 색은 푸른색이고 붉은 색은 말린 색이라고 기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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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청차의 이해-2 (짱유화(姜育發)/한서대학교차학과교수
우롱차는 비발효차인 녹차와 완전발효차인 홍차 사이의 반발효차이다. 반발효차라도 발효한 정도에 따라 경미하게 발효한 경반발효차(經半醱酵茶)(10~20%발효, 이하 약발효차로 표기), 이보다 심한 중반발효차(中半醱酵差)(20~40%발표, 이하 중간 발효차로 표기), 그리고 더욱 심하게 발효한 중반발효차(重半醱酵茶)(40~60%발표, 이하 강발효차로 표기)로 나눈다.
오룡차는 홍차와 녹차의 두 가지 성질을 모두 갖춘 특별한 풍미를 지닌 차로서, 외관은 녹차나 홍차보다 크게 잘 말아져 있으며, 발효의 정도(10~60%)에 따라 녹갈색에서 홍색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탕색을 나타내고 그 맛의 변화도 다양하다.
약발효차는 녹차쪽에 가까울수록 외관은 녹색을 띄고 녹차 맛에 청향이 강하게 나타난다(대표적/포종차). 이에 반해 강발효차는 홍차쪽에 가까울수록 외관은 빨간색을 띄고 홍차 맛이 강하게 난다(대표적/백호오룡)
물에 우린 오룡차의 찻잎을 보면 빨간색과 푸른색이 함께 나타난다. 빨간색 부분은 발효된 것을 말하고 푸른색 부분은 녹차와 같이 전혀 발효되지 않은 것을 말한다. 따라서 찻잎이 빨간색 쪽에 가까울수록 많이 발효된 오룡차로 보면 된다.
좋은 오룡차를 물에 우리면 젖은 찻잎의 가운데는 전혀 발효가 안되어 있기에 녹차의 푸른색을 띄고, 잎 가장자리는 제다를 통해 발효되었기에 빨간색을 띈다. 이를 가리켜 녹엽홍양변(綠葉紅양邊) 즉ꡒ푸른 잎에 아름다운 빨간 띠가 가장자리를 수놓았구나ꡓ라고 칭송한다.
오룡차의 발효 정도가 가벼울수록 향기가 강한 것이 특징이며 이와 반대로 많이 발효할수록 쓰고 떫은맛이 적어진다. 모든 오룡차는 자연적인 화향(花香)과 과향(果香)이 배어 있으며, 우려낸 차는 진하고 부드러운 맛이 나며 그 향기가 오래도록 지속되어 독특한 뒷 여운이 오랫동안 입 속에 남으며 수색도 발효의 정도에 따라 연한 녹색에서 연한 홍색까지 여러 가지 색이 있다.
요룡차는 대부분의 녹차들처럼 어린 차싹과 찻잎을 따지 않고 다 자란 찻잎을 딴다. 이것은 다 자라서 펼쳐진 찻잎만이 요룡차의 독특한 향기와 맛을 제대로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룡차는 맛보다 향이 중시되기 때문에 만들 때 쓰고 떫은맛은 가볍게 하고
산뜻한 꽃향을 갖도록 하며, 화학성분상으로는 아미노산류가 적고 카테킨의 일부가 산화 중합되어 수색이 황색에서 홍갈색을 띤다.
대체로 기온이 높은 고산 지역에서 생산된 오룡차는 수색, 맛과 향이 강하기에 품질이 좋으며 일교차가 큰 지역에서 찻잎의 방향성분이나 이들 유도물질이 많이 생겨 차의 향이 강해진다. 많은 오룡 명차들이 해발 1500~2000m의 고산지대에서 생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룡차는 주로 복건성, 광동성, 대만성 등지에서 생산된다. 지역에 따라 분류하면 민북오룡, 민남오룡, 광동오룡, 대만오룡 등 네 가지로 나뉘고, 품종에 따라 분류하면 오룡(烏龍), 수선(水仙), 철관음(鐵觀音) 기종(奇種) 색종(色種) 포종(包種) 등으로 나뉜다. 중국 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대체로 지역에 따라 민남오룡과 민북오룡, 대만오룡 등 세종류로 나눈다
1. 민남오룡차(閩南 烏龍茶)
민(閩)이란 복건성의 약칭이다. 따라서 민남은 복건성의 남부를 지칭한다. 민남은 오룡차의 발원지로, 여기서부터 민북과 광동성 대만 등의 여러 곳으로 전파되었다. 복건성 남부에서 나는 오룡차로 가장 저명하고 품질이 좋은 것은 안계(安溪)의 철관음이다. 안계 오룡차의 양대 명차인 철관음과 황금계는 동남아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그 명성이 높아 많은 차인 들이 사랑을 한다.
2. 민북오룡차
복건성 북부 무이산 일대에서 생산되는 오룡차는 모두 민북오룡에 속한다. 대표적으로는 무이암차. 민북수선, 민북오룡 등이 있다.
그 중에서 무이암차는 가장 이름 있는 차로서 암수선과 암기종 두 종류로 나뉘고, 기종은 다시 명종기종과 단종기종 으로 나뉜다.
대홍포, 철나한, 백계관, 수금귀 등을 가리켜 사대 명종이라고 부르는데, 과거 제일 유명한 것은 대홍포 이며 지금은 육계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3.광동오룡차
광동성에서 생산된 주요 오룡차는 봉황단종, 봉황수선, 색종 등이 있다.
4. 대만오룡차
대만에서 생산되는 오룡차는 대만오룡과 대만포종 두가지가 있는데, 이는 제다 중에 푸른 잎을 시들게 하는 과정인 위조(萎凋) 정도 여하에 따라 오룡 또는 포종으로 나누어 부른다. 심하게 위조된 것을 오룡이라 하고, 가볍게 위조된 것을 포종이라 한다. 경미한 반발효차인 대만포종차는 발효정도가 비교적 적기 때문에 녹차처럼 찻잎색이 푸르고, 탕색은 노랗고, 차맛도 녹차와 유사하나 향이 무척 강하다. 따라서 포종차의 청향(淸香)한 맛이 강하기에 청차라고 부른다.
이에 반해 강발효차로서 홍차의 특징을 많이 나타내는 대만의 고급오룡차인 백호오룡은 백호가 덮인 어린 차싹과 찻잎으로 제조한 것이다. 찻잎이 붉고 아름다우며 향이 빼어나서 일명 동방미인이라고도 한다.
대만 오룡차 중에 품질이 좋고 유명한 것은 가볍게 위조한 문산포종인 청차와 심하게 위조된 백호오룡이다.
오룡차의 종류가 무척 많고 다양하기에 일일이 열거 할 수는 없다.
대표적인 오룡차를 지역별 품종별로 나누면 도표와 같다
지역별 오룡차
안계철관음 민북수선 봉황단종 포종차(包種茶), (청차)
(安溪鐵觀音) 무이수선(武夷水仙) 봉황수선(鳳凰水仙), 고산오룡(高山烏龍)
안계황금계
무이암차(武夷岩茶) 광동색종(廣東色種) 백호오룡(白毫烏龍),
(黃金桂) 대만철관음(臺灣鐵觀音)
민남수선
민남색종
백계관(白鷄冠)무이암차 4대기종
수금계(水金龜)무이암차 4대기종
대홍포(大紅袍)무이암차 4대기종
철라한(鐵羅漢)무이암차 4대기종
육계
품종별에 의한 오룡차의 분류
품종별 오룡차
녹차-1/2 짱유화(姜育發)/ 교수/차연구가
보통의 한국사람들은 ‘차’라고 말할 때 대체로 녹차만을 모든 차의 대명사처럼 생각한다. 심지어 ‘차’를 배운 사람들일지라도 오룡차는 오룡차잎, 홍차는 홍차잎, 녹차는 녹차잎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국에서 생산된 차류가 ‘녹차’이기에 일반 사람들이 ‘차’를 떠올릴 때 녹차만을 떠올리는 것이다. 그러나 차 공부를 했다는 차인들 마저도 ‘차’가 제다 방법에 따라 나뉘어졌다는 것을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은 실로 충격적이다. 우리가 시장에서 접하고 있는 수많은 차들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모두 녹색으로 된 녹차 생 잎이다. 이러한 녹차 잎을 만드는 공정에 따라 혹은 발효의 정도에 따라 소위 6대 차 류인 녹차, 황차, 백차, 오룡차, 홍차, 흑차 등 다른 차로 새로이 탄생되는 것이다. 이 말은 한국의 차 잎을 가지고도 다른 종류의 차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다만 한국의 토양, 환경에서 자란 차 잎으로 앞서 말한 다른 차 종류들을 만들 경우 모양이 비슷할지 몰라도 기대하는 만큼 차 맛이 수요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해, 즉 만들어도 시장성이 없기에 만들지 않는 것이다. 이는 중국의 ‘용정차’와 같이 용정지역에서 자란 차 잎은 용정녹차로 만들어야만 가장 높은 상품가치가 있기에 타 종류의 차 상품을 만들지 않는 것과도 같다.
오늘날 한국 차 시장을 보면 획일적으로 지금의 녹차만을 ‘한국차’라 가르치고 있으며, 지금의 ‘한국차맛’만이 최고라고 생각게 하는데, 그것은 한국 차시장의 저변확대에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2004년 차 수입이 완전 개방하면 저렴하고 유명한 세계의 차들이 밀물 치듯이 들어온다. 그 후 차시장의 규모와 유통구조는 오늘날과 같지 않을 것이며. ‘적자생존’의 원칙아래 경쟁력 없는 한국의 다농들은 도태될 것이다. 여연스님의 말씀처럼 ‘차 생산자 모두가 함께 대비책을 마련하여 정말로 이 땅에 우리 차가 살아 남을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되는 절제 절명의 시기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그냥 지나치는 말로 들어서는 안 된다.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오직 무안한 노력과 선진 차농공부를 통해 기술을 향상시켜 한국 녹차의 질을 높이는 한편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타 종류의 차를 모색하여 다양화하는 작업을 늦춰서는 안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다농들이 절대적인 명제아래 공부 할 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안이한 것을 보면 실로 안타까울 뿐이다.
녹차는 발효를 전혀 하지 않은 비발효차(非醱酵茶)이다. 비 발효차인 녹차를 만드는 데는 기본적으로 살청(殺靑,Fixation), 유념(揉捻,Rolling), 건조(乾燥,Drying) 등 세 가지 제조과정을 거친다.
살청이란 채취된 신선한 차잎과 차싹을 고온으로 가열해 차잎속에 있는 효소성분을 억제시켜 발효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여 성분의 산화를 막고 녹색과 성분을 그대로 유지시키고 적당히 수분을 제거하는 것으로 다음 공정인 유념을 보다 쉽게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유념이란 반복적인 비비기를 통해 차잎 표면의 수분과 내부 수분의 함량을 균일하게 제거하는 것과 동시에 차잎 세포 조직을 적당히 파괴하는 것으로 이것은 찻물이 잘 우러나게 하고 적당한 차잎의 상태를 만드는데 그 목적이 있다.
찻잎을 건조하는 데에 있어 중국에서는 최종적으로 어떠한 방법으로 건조시키느냐에 따라 제다법의 이름이 달라지는데 대체로 4종류로 나뉘어 진다. 최종적으로 솥에서 덖음으로 건조한 녹차를 초청(炒靑, Pan Fixation Green Tea), 최종적으로 홍건기계(烘乾機械, Tea Dryer)로 혹은 밀폐된 방에 불을 쬐어 건조한 녹차를 홍청(烘靑, Basket-Fired Green Tea), 최종적으로 햇볕에 쬐어 건조한 녹차를 쇄청(晒靑, Sunshine-Dried Green Tea), 차잎을 열증기살청 방식으로 제조하여 건조된 녹차를 증청녹차(烝靑綠茶, Steamed Green Tea)라고 한다.
중국의 제다역사를 보면 덖음 방법이 출현되기 전의 차잎은 모두 증청방법으로 살청한 후 덩어리 형태인 녹차를 만들었다. 마실 때 이를 가루 내어 자차법(煮茶法)으로 끓이거나 혹은 점차법(點茶法)으로 풀어 마시곤 했다. 덖음형식인 초청녹차는 대략 남송(1127-1270)시대에 시작되어 명(1368-1644)나라에 이르러 보편화되었다. 이후 초청녹차는 중국의 녹차 제다법 중 가장 기본적인 제조법으로 정착되었으며 대부분의 녹차 제조법은 이 방법을 택한다. 재미있는 것은 한국과 중국은 대부분 덖음 형식으로 녹차를 만들지만 민족 간의 추구하는 맛이 다르기에 그 방법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구수한 것을 무척 좋아한다. 이에 말솜씨가 구수해야 재미있고, 차 맛도 구수해야 제 맛이 난다고 한다. 반면에 중국사람들이 추구하는 녹차의 맛은 ‘청향’(淸香)의 맛이다. 이러한 중국 맛은 한국 입맛에 안 맞기에 많은 사람들이 중국여행 중 중국녹차를 접하고 나서, 도대체 중국녹차가 밋밋해서 무슨 맛인지 모른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중국사람들도 대체로 한국사람들이 추구하는 구수한 녹차 맛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식후의 숭늉 한 그릇을 음식으로 보는 반면 중국에서의 숭늉은 ‘과파차(鍋巴茶)’라 이름지어 소수민족의 대용 차로 분류되어 있는 경우도 이 때문이다.
양국의 녹차 맛에 대한 인식은 확연히 차이를 두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한국에서 차 잎을 덖을 때 구수한 맛을 내기 위해 중국보다 높은 열로 차 잎을 덖으며(잎이 많이 태워지는 이유), 비비기 과정인 유념을 많은 회수를 두어 비중 있게 다루기 때문에 나타나는 맛이다.
여기에 한국은 1g의 녹차에 물의 비율을 35ml정도를 두고 약 30-40초 정도 우리는 방면, 중국에서는 1g의 녹차에 물의 비율을 50ml에 약 2-3분 정도 우린다. 이는 곧 한국은 중국보다 상대적으로 녹차를 짜게 마신다는 말이다.
녹차-2/2 고천 짱유화/교수 /차연구가
중국 과학자의 실험에 의하면 녹차를 우릴 경우 첫 번째 찻물 속에 약 55%, 두 번째 찻물은 약 30%, 세 번째 찻물은 약 10%, 네 번째 찻물은 약 1-3%의 내용물이 빠져 나온다고 한다. 차잎 속의 주요성분인 비타민C와 아미노산일 경우 첫 번째 찻물에는 약 80%, 두 번째 이후의 찻물 속에는 약 95% 이상 빠져 버린다. 카페인, 폴리페놀 등 기타 성분도 세 번 이상 우러나면 거의 없어지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명나라 ‘허차서’의 <다서>에서도 상세히 언급했다.
‘한 다관의 차 잎은 두 번 정도 우리면 모든 맛이 다 우러난다. 첫 번째 우려낸 차 맛은 상큼하고 싱싱하며, 두 번째 우려낸 차 맛은 달콤하고 담백하다. 세 번째 우려낸 차 맛은 차의 본 맛이 다 빠지기에 맛이 없어진다. 여인으로 비유한다면 첫째 잔은 풋풋하고 싱싱한 13세 소녀와 같으며, 둘째 잔은 과실이 터질 듯한 낙랑 16세의 여인과 같으며, 셋째 잔 이후는 마치 푸른 잎이 그늘이 되어버린 여인과 같은 느낌이 든다’라는 형용과 일맥 상통한다.
중국의 초청녹차는 덖음 초제후 만들어진 외형에 따라 ‘장초청(長炒靑)’ ‘원초청(圓炒靑)’ ‘세눈초청(細嫩炒靑)’으로 분류한다.
장초청의 외형은 길고 가늘며 중국 수출품 녹차 중에 상당한 양을 차지한다. 이중 품질이 가장 우수한 제품은 ‘무록초청(무綠炒靑)’인데 차잎이 크고 건실하며 탕색도 유난히 푸르다. 장초청을 다시 정제 가공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차를 통틀어 미차(眉茶)라고 한다. 미차의 형태는 가늘고 휘어져서 마치 여인의 눈썹과 같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대표적인 원초청 녹차는 주차(珠茶)다. 주차의 외형이 과립상으로 작고 둥글게 말아져 있으며 마치 진주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다. 주차는 17세기에 이르러 이미 유럽으로 수출하였으며, 주차의 외형이 마치 그 당시의 화약탄알을 닮았기에 영어로는 ‘Gunpowder'라고 부르며, ’녹색진주‘라 고도 한다.
연하고 어린 차싹을 채취하여 덖음 공정을 거쳐 정성 들여 만든 녹차를 세눈 초청이라 한다. 세눈초청은 제한된 원료와 독특한 방법으로 만들었기에 특종초청이라고도 부른다. 외형 또한 각양각색이어서 편평한 방법으로 만들어진 ‘용정차’, 마치 소라나 고동처럼 구불구불 비벼 말아만든 ‘벽라춘차’, 곧고 침상형인 ‘후화차’, 넓적한 것이 마치 호박씨 같은 ‘과편’ 등 수많은 명차들이 이 세눈초청에 속한다.
홍청녹차는 재료의 세고 연함과 만들어내는 제다 기술이 같지 않음에 따라 보통홍청과 세눈홍청 등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보통홍청은 주로 각종 향기로운 꽃을 이용한 화차의 모태로 쓰여지며, 외국에서도 잘 알려진 ‘황산모봉’, ‘태평후괴’, ‘육안과편’ 등 명차들이 이 세눈홍청에 속해 있다. 쇄청녹차의 차색은 황갈색을 띠고 맛과 향기가 많이 떨어지는 편이어서 대부분 긴압차의 원료로 쓰여진다. 증청녹차는 고대 중국 최초로 발명된 녹차 제다법이며 후일 일본으로 전파되어 지금까지도 일본 차인들이 많이 애용하고 있으며 오늘날 중국 자국 소비보다는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프로필:
쨩유화 교수는 현재 한국 한서대학교 차학과를 비롯해 중국 남경대학, 절강수인대학, 중국 운남성 국립보이차연구원 등에서 연구 및 후학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2005년도 중국정부로부터 ‘보이차 세계10대 권위자’로 선정되기도 한 보이차연구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