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계공의 달집
1미터 이십 센티의 철선을
엿가락처럼 잘 다루어야 하고
눈대중으로 어디를 흴 것인가와
발판의 간격을 정밀하게 배열
흩어진 두 개의 발판을 목덜미처럼 어루만지는 것
휘청대는 중심을
지지해 줄 허공과 허공을
목측으로 풀어낸 허수를 정수처럼
순간 나꿔 채 입력한 뒤
쓰러지지 않을 만큼 파이프를 꼬라박아
점 같은 구멍을 마술처럼 꿴다는 비계공*
바닥 빼곤 온통 하늘까지 텅 빈
천애의 무한 공간에 발판을 얹어
사람 키만큼 바닥을 높여가는 비계 작업
단 한 곳이라도 놓칠 때면
죽음이라는 허망한 끝을 볼 수 있어
철선으로 하나씩 곤한 몸을 틀어 매다 보면
거대한 구조물이 허방을 꽉 채우곤 하지
하루에 수도 없이 새 떼처럼 대오를 지어
망망한 허공에서 공중제비를 돌 듯
눈으로 점을 찍어 채웠다 헐었다
마법이 벌어지는 율촌 공단 내 조선소 블록 공장
발판을 시공하는 사람들 어깨 뒤로
노을이 허물어지기 직전까지
비틀고 조여 매달다 보면
순천 왜성 위로 뜬 달이 허옇다
*비계공(건물 외벽에 발판을 시공하는 사람들)
이명耳鳴_이희종씨
멀기만 해서 잊었던 소싯적을 들려주던, 몇 번은 다녀온 적 있고 종점이 있어 좋았던 전북 남원시 산내면 소재지 친구 집이 근처라 하룻밤을 묵고 온 기억이 몽실몽실 되살아 나네 산음山陰 깊숙한 돌담 사이 무리 지어 내밀던 닥나무 껍질 짱짱해 산촌 풍경이 낯설었지 팽이채를 휘두르면 딱딱 찰지게 달라붙던 맛이 유난해 되짚어보니 그 소리가 지금껏 나에게 착 안겨 붙어 울어대는 귀 울림 힘들 때마다 엉덩이를 후려치는 닥나무 껍질과 같은 등속이었네 그 안 하얗게 들어앉은 삼나무 대를 아궁이에 태워 빚었다는 용케 구한 막걸리 몇 잔에 몽롱해져 실상사 쪽 대웅전 향하던 그날도 그랬고 꿈만 같아 긴가민가할 때 있었는데 세월이란 것도 별 수 없는지 요새는 자꾸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해 산내면 그 친구 소식 끊겼지만, 잘 있는가 싶었던 때 동공이 유난히 커 눈에 띈 삼십 년 터울 젊은 친구 손금 같던 추억을 폈다 오므렸다 말 맞춰보니 친구 아들 맞네 발판 내던지는 폼도 그렇고 바닥 튕겨 탕탕거리는 성깔머리도 쏙 빼닮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