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달리기 대회
앉은뱅이 구름한 점이
바람에 밀려다니며
놀고 있는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운동장에는
가족 운동회가 열리고 있나봅니다
힘찬 가족들의 응원을 받으며
영차영차 힘을 내는
사람들의 얼굴엔
함박웃음이 그려져 있고요
"자...
다들 힘을 내보자고"
줄다리기... 오자미 놀이.
청군 백군 나누어 발 묶어 뛰기를 하며 모처럼 행복 꽃이핀 얼굴로
하나 되어 가던 그때
자
지금부턴 오늘의 하이라이트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업고 뛰기 게임입니다'
사회자의 마이크 방송이
울려 퍼지는 운동장엔
하나둘 사람들이 나와 서 있는데요
아들을 업은 아버지
아내를 업은 남편
딸을 업은 아버지
아버지를 업은 아들
엄마를 업은 아들
두 사람이 하나가 되어
출발선에 서있는걸 보며
가족들의 힘내라는 응원가와
힘찬 박수 소리가
운동장에 메아리 되어
들려오던 사이
탕
출발 소리와 함께
신이나 앞으로 뛰어가던 사람들이 결승선이 가까워지자
서로의 눈치를 보며
천천히
천천히
느림보 걸음을 하며
걸어가고 있었는데요
사랑하는 사람을 업고
신이 난 듯 달려가던 사람들이
갑자기
멈춤도 아닌.
걷는 것도 아닌.
그냥 그 상태로
결승선을 바라보고 있을 때
반발
반에 반발
누가 누가 느리게 갈까
내기라도 하듯이
머뭇거리며
띄엄띄엄 걸어가는 모습을
관중석에서 바라보던
사람들의 눈동자엔
하나둘 씩 눈물이 맺히더니
천천히...
천천히...
라는
응원가가 격한 울음소리와 함께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멍든 노을을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회자와
귀빈석에 앉은 이들조차
천천히.
천천히..
라고 소리치고 있을때
운동장에 모인 모든
사람들의 눈동자엔
노을이 물든
눈물방울들이 매달려 있었습니다
서로의 온기를
조금이라도 더 느끼려
느리게
느리게 걸으며
결승선으로 들어왔을 때
한 사람만은 그 선 앞에서
마지막 걸음을 떼지못한 채
업은 엄마의 온기를 단 1초라도
더 느끼려 서 있었지만
누가 한 사람도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 주던 행복과 아쉬움이 뒤섞인 운동회를 마치고
돌아간 사람들은
재소자의 가족들이었고
결승선에서 마지막까지
서 있던 사람은
오늘 새벽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사형수였습니다
하루를 버티며,
하루를 견디며,,
지나온 이별들 속에서
사랑의 깊이를 알게 된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들이었는지...
나를 미소 짓게 했던
지난 날들을 그려보며
눈을 감았다고 합니다
다시 꿈꿀 수 없는
세상을 아쉬워하면서.
펴냄/ 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카페 게시글
$ 우리들의 이야기
거북이 달리기 대회
추웅처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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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3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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