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06. 01
화창한 날씨 속에 주말의 야구장은 연일 관중으로 북적거린다. 특히 2000년대 후반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여성팬들의 비중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매년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고, 여러 구단이 여성팬들을 겨냥한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다. 여성팬들을 야구장으로 끌어들이는 가장 확실한 무기는 바로 구단을 대표하는 ‘얼굴’들일 터. 각 팀에 포진한 미남 야구선수들은 수많은 여성팬들을 야구의 매력으로 이끄는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 김광현-심수창-이대형, 변치 않는 ‘톱3’
SK 투수 김광현, 롯데 투수 심수창, kt 외야수 이대형은 최근 수년간 프로야구 대표 미남 선수의 왕좌를 지키고 있는 ‘톱3’다. 수많은 훈남 선수들이 이들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전 구단을 아우르는 인기와 객관적인 외모의 척도에서 이들을 넘어서기 어려웠다. 이들 셋 가운데 김광현만 지난해 말 결혼했을 뿐, 심수창과 이대형은 여전히 미혼이다. 그래서 더 많은 여성팬들의 주목을 받는다.
▲ 2014년 이대생이 뽑은 최고의 스타가 김광현이었다면 이태양은 2015년 같은 장소에서 열린 미디어데이&팬페스트에서 역시 이대생들이 투표로 선정한 ‘썸 타고 싶은 선수’ 1위에 올랐다. /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김광현은 2008 베이징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해 ‘일본 킬러’로 명성을 떨친 뒤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했다. 한때 SK텔레콤 광고까지 찍었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자랑했다.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역동적인 투구폼과 싱그러운 미소 덕분에 별명은 ‘스마일 왕자’다. 2014년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프로야구 미디어데이&팬페스트’ 행사에서는 이대생이 팬 투표로 뽑은 최고 인기 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심수창은 데뷔와 동시에 배우 송승헌을 닮은 얼굴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웬만한 연예인과 비교해도 뒤질 게 없을 만큼 단정한 외모를 자랑한다. 꽃미남 야구선수가 많기로 유명한 일본에서도 심수창의 외모를 인정한 덕분에 2006년에는 한류 스타들을 주로 다루는 일본의 한 잡지와 ‘프로야구 미남 스타’라는 주제로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이러니 웬만한 동료 선수들은 심수창과 나란히 사진 찍는 것을 피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롯데에서 외모만큼 기량도 꽃피우고 있다.
이대형은 LG에서 KIA, 그리고 다시 kt로 팀을 옮기는 동안 여성팬들의 ‘민족 대이동’을 이끌어 낸 꽃미남 스타로 유명하다. 이대형이 잘 보이는 자리에 앉기 위한 여성팬들의 티켓 쟁탈전이 치열할 정도. 어느 팀에 가든 선수단 평균 외모를 업그레이드시키는 선수로도 잘 알려져 있다. 늘씬한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는 ‘초밀착형’ 유니폼은 LG 시절부터 이어진 그의 트레이드마크. 순정만화 주인공을 연상시키는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를 겸비한 데다 야구장 밖에서의 팬 서비스도 일품이다.
# 떠오르는 신흥 ‘투 톱’, 이태양과 구자욱
이 세 명의 ‘제왕’에게 도전장을 내민 신흥 꽃미남 대표는 한화 투수 이태양이다. 2014년 이대생이 뽑은 최고의 스타가 김광현이었다면, 이태양은 2015년 같은 장소에서 열린 미디어데이&팬페스트에서 역시 이대생들이 투표로 선정한 ‘썸 타고 싶은 선수’ 1위에 올랐다.
▲ 왼쪽은 김광현, 오른쪽은 조인성과 같이 기념촬영한 이태양. /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SK 와이번스
이태양은 지난해 시구를 위해 대전구장을 찾았던 미남 배우 조인성과 나란히 기념촬영을 했는데, 이 사진이 인터넷을 통해 널리 퍼지면서 야구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에게까지 유명세를 탔다. 큰 키와 작은 얼굴, 밝은 미소 덕분에 “조인성 옆에서도 뒤처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이 중계 도중 “일본인 메이저리거 이치로와 장동건을 섞어 놓은 얼굴”이라며 감탄했던 일화도 유명하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국가대표 발탁은 인기의 기폭제가 됐다.
▲ 지난해 11월 열린 2014 프로야구 시상식에 참석해 퓨처스 남부리그 수위타자상을 수상한 구자욱. /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또 다른 ‘샛별’은 삼성 내야수 구자욱이다. 출발은 늦었지만, 원조 ‘얼짱’ 선배들을 위협할 만한 속도로 빠르게 꽃미남 대열에 안착하고 있다. 구자욱은 지난해 상무 소속으로 2군 남부리그 타격왕에 오른 뒤 2014 프로야구 시상식에 참석했다가 처음으로 유명세를 탔다. 전역 후라 턱시도를 차려 입고 나타난 구자욱의 모습에 많은 야구 관계자들이 “저 꽃미남은 누구냐”며 수군거렸을 정도. 이후 삼성의 시무식과 스프링캠프 출국 현장에서도 쟁쟁한 스타 선수들을 제치고 여성팬들의 기념촬영과 사인 공세를 한몸에 받았다. 이런 관심 덕분에 구자욱은 삼성의 특별관리(?) 대상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외모뿐만 아니라 실력으로도 1군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중이다.
# ‘연대 꽃미남 형제’와 ‘잠실 아이돌’
이들 외에도 각 팀에 다양한 미남 스타들이 포진했다. NC 외야수 나성범은 프로에 오기 전부터 이미 ‘얼짱’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연세대 시절 같은 학교에 재학했던 친형 나성용(LG)과 함께 신촌 일대에 ‘연대 야구부 꽃미남 형제’로 널리 알려졌었다는 후문이다. NC에서도 독보적인 외모를 자랑했지만, 최근 올 시즌을 마친 후 결혼한다는 소식을 전해 많은 여성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나성범과 한솥밥을 먹고 있는 내야수 박민우 역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여성팬들을 압도적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다. 장난꾸러기 같은 곱상한 외모에 누나팬들의 마음을 녹이는 눈웃음이 주무기다.
▲ 대학 시절 ‘연대 꽃미남 형제’로 불린 NC 나성범과 LG 나성용. 맨 오른쪽은 ‘야구계의 장그래’ 넥센 서건창
두산 외야수 정수빈의 별명은 아예 ‘잠실 아이돌’이다. 입단과 동시에 고교생이라 해도 믿을 만큼 앳된 외모와 애교 넘치는 미소로 일약 소녀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스스로는 “이제 나도 20대 후반이라 예전 같지 않다”고 평가절하하고 있지만, 여전히 두산 여성팬들이 가장 많이 구입하는 유니폼의 주인공이다.
한화 투수 윤규진은 입단 당시부터 세련된 외모로 일부 눈썰미 좋은 여성팬들의 레이더망에 포착됐다. 지난해에는 조각 같은 외모로 유명한 일본인 메이저리거 다르빗슈 유와 닮았다는 이유로 ‘다르빗규’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윤규진이 다르빗슈 유보다 나이가 많아 스스로는 “다르빗슈가 날 닮았다고 해야 맞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유망주로 오랜 기간을 보낸 탓에 뒤늦게 외모와 실력 모두 빛을 발하고 있지만, 이미 일찌감치 배우 출신인 조하진 씨와 결혼해 두 딸을 두고 있다.
삼성 투수 임창용은 20대 시절부터 모델 뺨치는 늘씬한 몸매와 서글서글한 눈매, 남성적인 카리스마로 유명했다. 지금은 불혹에 가까운 나이지만, 여전히 웬만한 젊은 선수들과 견줘도 뒤지지 않는 외모와 스타일을 자랑한다. 삼성 투수 윤성환도 2013년 삼성팬들을 대상으로 한 팬북 설문조사에서 ‘팀 내 꽃미남 선수 1위’로 뽑힌 전력이 있다. 당시 2위에 올랐던 오승환(한신)을 30표 이상 차로 따돌렸다. 날카로운 눈매와 날렵한 턱선을 앞세워 남성적인 매력을 뽐내는 ‘훈남’이다.
SK 투수 이한진은 오래전부터 야구 관계자들이 ‘진짜 프로야구 최고의 미남은 SK에 숨어 있다’고 수군거렸던 선수다. 영화배우 못지않게 뚜렷한 이목구비를 자랑하는 고전적인 미남 스타일. 홍콩 배우 금성무와 배우 다니엘 헤니를 반반씩 섞어놓았다는 평가도 받는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그동안 야구로는 이름을 덜 날렸지만,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얼짱 스타’ 설문조사에서는 상위권에 늘 오르내렸다.
넥센 내야수 김민성은 롯데에서 뛰던 시절 아이돌 그룹만큼 인기가 많다는 의미로 ‘사직 빅뱅’으로 통했다. 이적 후 몸을 많이 불렸지만, 여전히 부드러운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넥센 내야수 서건창은 지난해 화제의 드라마였던 <미생>의 주연 배우 임시완과 얼굴이 닮은 데다 신고선수 신화를 썼다는 사연마저 비슷해 ‘야구계의 장그래’로 불리기도 했다.
KIA 외야수 김주찬과 내야수 김민우도 남성적이고 선 굵은 외모의 소유자로 광주의 여성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배영은 / 스포츠동아 기자 yeb@donga.com
일요신문 [제1203호]
◎ 더그아웃의 훈남들
어린왕자 김원형 SK 코치 ‘응답하라 1990년대’
야구장에는 멋진 ‘선수’만 있는 게 아니다. 한때 꽃미남 플레이어로 불리며 그라운드를 누볐던 왕년의 스타들이 이제는 지도자로 변신해 선수들 곁을 지키고 있다.
▲ 왼쪽은 쌍방울 시절의 김원형. / 사진제공=SK 와이번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한화 김재현 코치다. 1994년 LG의 신인으로 데뷔할 때부터 신드롬을 몰고 다닌 주인공. 현재 LG에 몸담고 있는 서용빈 코치, 유지현 코치와 함께 ‘신인 삼총사’로 불리며 수많은 여성팬들을 잠실로 끌어 들이는 데 일조했다. SK에서 선수 생활을 할 때도 최고의 스타성을 자랑했고, 해설위원으로 활약할 때는 지적인 외모에 걸맞은 수트 맵시로 각광받았다. 현재는 한화에서 지도자 첫 해를 보내고 있다. 한화의 한 관계자는 “선수들과 함께 혹독한 훈련을 함께 소화하는 데도 여전히 피부에서 세월의 흔적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고 감탄사를 쏟아냈다.
NC 최기문 배터리코치도 둘째가라면 서러운 ‘원조 꽃미남 포수’ 출신이다. 남자다운 얼굴과 균형 잡힌 몸매로 선수 시절부터 인기가 많았다. 롯데에서 은퇴했고 NC에서 코치 생활을 하고 있지만, 알고 보면 서울 출신이라 사투리를 쓰지 않고 말솜씨도 좋다. kt 김민재 코치 역시 여전히 웬만한 선수에 뒤지지 않는 인기를 자랑한다. 커다란 눈에 뚜렷한 이목구비가 트레이드마크다.
넥센 이강철 코치는 해태 선수 시절 공격적인 투구 내용과는 반대로 곱상한 얼굴로 유명했다. 야구선수라 거칠 것 같다는 이유로 소개팅을 주저했던 지금의 아내가 TV에 나온 이 코치의 모습을 보고 “생각보다 부드러워 보인다”며 만나 보기로 결정했다는 일화도 있다. SK 김원형 코치는 아예 선수 시절 별명이 ‘어린 왕자’였을 정도. 넥센 박승민 코치 역시 박준수라는 이름으로 활약하던 선수 시절부터 선 굵은 외모로 여성팬을 여럿 보유했다.
그렇다면 10개 구단 감독들 가운데에는 어떤 감독이 가장 미남으로 꼽힐까. 야구 관계자들은 대부분 사석에서 NC 김경문 감독을 첫 손에 꼽는다. 중후한 신사처럼 부드러운 면모를 보이면서도 강인한 카리스마를 뽐내기 때문이다. 10년 전 두산 감독 시절에는 “경기 전 애국가가 나올 때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멋지다”며 찬사를 보내는 여성팬들도 많았다. 김경문 감독 휘하에서 코치 수업을 받았던 두산 김태형 감독 역시 큰 눈과 서글서글한 미소를 자랑하는 호남형 감독으로 꼽힌다. [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