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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선다는 것은 작은 설레임이다.
가슴에 설레임을 품고 산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래서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여행지가 어디이든지.
오늘은 오랜만에 을숙도를 찾아 나섰다.
지하철 1호선 하단역에 내려 명지로 가는 버스를 타면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걸어서 가도 20분 안에 도달을 할 수가 있다.
나처럼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든가
낙동강을 바라보며 걷고 싶은 마음이라면 모르되
그렇지 않다면 버스를 타는 게 좋다.
단 한 정류장이다.
그래도
역시 걸으며 이런 풍경을 바라보는 게
아무래도 더 좋은 듯 하다.
푸른 하늘과 흰구름 아래에서
아주 천천히 흐르는 강물이 시렵도록 눈부시다.
낙동강이 긴 세월을 거쳐 굽이 굽이 700리를 흐르다가
마지막으로 바다로 들어 가는 곳.
이 곳이 바로 낙동강 하구언 이다.
을숙도에 도착 하면 제일 먼저 맞아 주는 것이
청기와를 얹은 공중화장실이다.
사실 제일 먼저 찾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수자원 공사 사무실과 전망대.
전망대에서는 을숙도를 관망 할 수도 있고
작은 도서관도 있어 잠시 쉬면서 책을 볼 수도 있다.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도 있다.
그리고 그 곳에서 5분만 걸어가면
부산 현대 미술관이 나온다.
지금은 부산비엔날레가 한창이다.
부산 비엔날레는 여기 을숙도 부산 현대 미술관에서도 하지만
근현대 박물관과 한성 1918에서도 한다.
세 곳에서 동시에 각각 다른 모습으로 전시를 한다.
현대미술관에서 관람을 하려면 입장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근현대박물관과 한성1918은 입장료가 없다.
다행히 경로는 입장료가 5천원 밖에 하지 않는다.
관람을 하기 전에 아직 점심 전이라 샐러드와 간단한 빵으로 점심을
대신 해 버렸다.
커피는 아메리카노로.
최근에는 카페라떼 대신 아메리카노를 주로 마신다.
얼마 전에 치과에 임플란트를 하고 갔는 데
당수치가 예상 외로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한동안 카페에만 가면 카페라떼와 달디 단 디저트를 함께 먹어서
그런 것 같아 한 동안은 카페에 가면 아메리카노만 마실 작정이다.
세상 무엇보다 숨이 붙어 있는 한 사람의 건강이 제일이지 아니한가.
임플란트도 지난 1월에 아래 쪽 어금니가 깨어져 개인 병원에서도
대학병원에서도 더 살릴 수가 없다고 하여 발치를 해야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른 치아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하여.
그렇게 한 후 지금까지 그대로 두었는 데
며칠 전 반대 쪽 어금니가 불편하여 치과를 가니
임플란트를 하지 않고 그냥 두면 위 쪽 어금니가 내려 앉을 수 있으니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고 하여
그렇게 하기로 했다.
충치가 있는 다른 편 치아도 크라운을 하는 게 좋겠다고 한다.
그렇게 하면 최소한 앞으로 10~20년은 더 사용 할 수 있다고 한다.
70년이란 세월을 무사히 잘 버텨 온 치아가 올 해 들어 갑자기 임플란트도 하나 하고
크라운까지 하나 해야 한다 하니
더욱 사람이 소심해 지고 우울해 지고 있다.
고작 치아 두 개에 이렇게 사람이 충격을 받을 수도 있구나
싶다.
그래도 이왕 하기로 결정을 한 이상 임플란트도 크라운도
잘 되었으면 좋겠다.
현대 미술관을 한 바퀴 돌고난 후
반대편 을숙도 테마 공원으로 향했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모두가 덥다 덥다 하며
이 지긋 지긋한 여름이 언제 지나가냐고
손란을 피웠는 데
공원 여기 저기에는 이미 가을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언제 이렇게 가을이 와 있었을까.
그 또한 놀랍다.
하긴 우리의 일상 일 분 일 초가 놀랍지 않은 순간이
어디 있으랴.
그 모든 순간들이 기적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