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협회가 최근 리베이트를 과도하게 요구하는 병의원 35곳을 선별해 자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제약협회의 공문을 접수한 일부 병의원들은 제약협회와 방문한 영업사원을 대상으로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고, 의사협회는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제약협회는 이달 초 회원사들로부터 선지원 요구나 처방사례비, 의료장비 지원 및 기부금 강요하는 병의원의 리스트를 접수받았다.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서는 과도한 리베이트를 요구하는 이른바 '악성거래처'의 실태파악과 공유가 중요하다는데 뜻을 모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제약협회는 잘못된 관행 개선을 요구하는 공문을 전국 35개 병의원에 발송해 해당 의료기관의 자정노력을 요청한 것이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공문을 보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공문은 22일부터 해당 의료기관에 접수됐고 일부 병의원은 제약협회에 항의전화를 걸어 공문발송에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병의원을 방문한 제약사 영업사원에게도 의혹의 눈길을 보내며 항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명단을 제출한 제약사가 어디인지 영업사원에게 따지는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회사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의사협회는 이번 공문 발송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다.
의협 좌훈정 대변인은 "의사와 제약사 간 기본적인 신뢰를 깨뜨리는 행위"로 규정하고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에 상응하는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좌 대변인은 "이러한 제약사들의 행동이 합법적이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협박에 불과하고, 영업사원의 배달사고로 드러난다면 제약사가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협이 강경한 태도를 취했으나, 제약협회도 이를 감수하기로 마음먹고 공문을 보낸 만큼 양 단체의 갈등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병원협회는 일부 리베이트를 요구하는 잘못된 요양기관이 있다 하더라도, 리베이트의 본질은 대다수 제약사의 영업 경쟁에서 비롯된다는 인식이다.
병원협회 성익제 사무총장은 "공문 발송 자체를 뭐라고 할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가격 경쟁력이 없는 실거래가 상환제 하에서는 제약사 간 경쟁을 위해 리베이트가 존재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 총장은 "달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고 해서 리베이트가 없어지겠느냐"며 "제도가 잘못됐기 때문에 발생된 일로 본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