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保 포퓰리즘'이 남긴 최악은 연합사 해체와 평택 이전 문제
자주국방은 불가능한 구호일 뿐 '좋은 同盟'이 가장 효율적 수단
北 도발 '심리적 억제' 감안하고 연합사·국방부·합참 함께있어야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 예비역 육군 중장
윤 일병 사망 사건이 너무 참담하다 보니 산사태처럼 쏟아지는 질책 속에 군(軍)이 건강한 본성을 잃고 안보 태세가 흔들릴까 우려된다. 그래서는 안 될 것이다. 3대 권력 세습 이후 북한 김정은 체제의 내부 불안이 가중되고, 장거리 방사포 개발에다 핵과 다양한 미사일 실험 같은 의외의 도발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오늘의 안보 상황이 너무 예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선 과거 '안보 포퓰리즘'으로 왜곡시켜 놓은 것들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그것이 오늘 많은 안보 문제의 근원이다. 이번 사건만 해도 사병 복무기간 단축이나 인권과 안전을 내세워 군기(軍紀)를 허물고 훈련을 위축시켜온 왜곡된 안보정책과 국방 관리의 부작용이 주요 원인의 하나이다.
그러나 가장 중대한 왜곡은 한미연합사 해체 및 평택 이전이다. 이는 서둘러 바로잡아야 한다. 지금도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고 우리도 이스라엘처럼 완전 자주국방 하자"는 주장이 없지 않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 자주국방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고, 좋은 동맹이 '자주국방'의 가장 효율적 수단이 되는 집단안보 시대다. 무엇보다도 한국은 이스라엘이 아니다. 적(敵)도 다르다. 착각하면 안 된다. 때마침 좋은 기회도 생겼다. 한·미가 한미연합사령부의 해체를 재검토하기로 합의한 데 이어 미국이 "사령부도 서울에 남겨두자"고 제의해 왔다.
한미연합사가 전략적 최전선이라 할 한강 이북, 특히 서울에 있는 것과 한강 이남에 있는 것은 전략적 의미와 효용성 등에서 차이가 크다. 수도 분할 때 안보 부처들은 세종시로 옮겨가지 않았다. 연합사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고, 또 그래야 '북한의 도발 억제'라고 하는 연합사의 군사적 효용성도 극대화할 수 있다. 연합사 이전(移轉)이 구체화하면서 북한이 수도권 한강 이북을 기습 강점한 후 핵을 배경으로 휴전을 강요하는 우려 섞인 시나리오가 나돌기도 했다. 지금 한미연합사단을 창설해서 미2사단 지역 등 서울 북방에 배치하자는 논의도 있다는데 그것도 그래서 더욱 다행스럽다. 수도권 방위를 위한 '인계철선(trip wire)'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억제는 본래 심리적인 것이다. 북한의 전면 남침을 억제하고 가장 결정적 위협인 북한 핵에 대처하는 데도 연합사가 서울에 존재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대처 수단이다. 이른바 '미국 핵우산'도 연합사가 해체되면 아예 두말할 여지가 없고, 연합사가 서울을 조금만 벗어나도 그 효과는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성공시키려면 북한에 무력 도발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시켜야 한다. 그런데 그 가장 효과적인 방법도 연합사를 한강 이북, 특히 서울에 두는 것이다.
그 기능을 봐도 연합사는 반드시 우리 국방부·합참과 같이 있어야 한다. 미국 측이 "연합사가 서울에 있는 것이 한국 국방부·합참 등과의 업무 협조와 유사시 대응에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는데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다. 더욱이 2013년 한·미 양국은 북한의 국지 도발에 대해서도 공동 대처하기로 했다. 전시(戰時)와 평시(平時)를 막론하고 일상적으로 함께 만나 머리를 맞대고 긴밀하게 협의를 해야지, 멀리 분리해 둘 수 있는 관계가 아닌 것이다. 자유통일을 고려하면 더욱더 그렇다. 한반도 통일 과정에서 엄청난 정치·경제·군사적 소요가 발생할 텐데 그 소요를 감당해 줄 수 있는 나라는 사실상 미국밖에 없고, 연합사는 그런 지원을 받아들일 가장 좋은 통로이자 관리 기구이기 때문이다.
설사 어쩔 수 없이 연합사가 이전해야 한다고 해도 평택은 아니다. 평택은 대한민국의 방위를 담당하는 전략사령부인 연합사의 위치로서 적합하지 않은 지역이고, 훗날 주한미군이 철수하는 경우 그 시설들을 우리가 활용할 만한 지역도 아니다. 그때는 다시 뜯어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곳에 왜 막대한 예산을 계속 투입하나? 그럼에도 연합사가 서울에 계속 있게 되면 용산 공원화에 차질이 생기고 용산기지 환수의 정치적 의미를 훼손할까 봐 우려한다는데, 북한 핵 위협이 코앞에 다가오고 '통일 대박'을 논하는 이때 너무 한가한 소리다.
우리로서는 오히려 더욱 통 크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연합사 외에도 정전협정의 정상적 유지 및 이행 책임이 있는 유엔군사령부와 평시 국지 도발 대비에 필요한 주한미군사령부 및 8군사령부의 일부 기능도 함께 있어야 할 것이다. 이거야말로 안보 측면에서 '비정상의 정상화'가 아니겠는가?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