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이부중(發而不中) 반구제기(反求諸己)
집궁제원칙(執弓諸原則), 활을 쏠 때 기억해야 할 네 가지 원칙.
1. 선관지형(先觀地形) 후찰풍세(後察風勢)
2. 비정비팔(非丁非八) 흉허복실(胸虛腹實)
3. 전추태산(前推泰山) 발여호미(發如虎尾)
4. 발이부중(發而不中) 반구제기(反求諸己)
발이부중(發而不中) 반구제기(反求諸己)... 활을 쏘아 맞히지 못하면 자신을 돌아보라.
제 일 원칙의 전반, 선관지형에 대해서는 안전과 관련하여 이미 논한 적이 있고..
오늘은 그 후반, 후찰풍세(後察風勢)도 겸하여 생각해 보려고 한다.
후찰풍세(後察風勢)... 바람을 살펴라.
말의 의미는 분명하다.
활을 쏨에 있어서 바람이 미치는 영향을 살피라는 것이다.
바람이 좌로 불면 우로, 우로 불면 좌로, 마주 불면 높이, 같이 불면 낮게 겨냥을 해줘야 하리라.
그러나 바람을 살피기 전에 반드시 이뤄야 할 것이 있다.
올바른 사법(射法)을 일관되게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그렇게 하지 못하면 살펴야 할 것은 바람이 아니라 자신의 사법인 셈이다.
사법 때문에 어긋나는 화살을 바람 탓해서는 안 된다.
물론 어차피 우리의 사법이 처음부터 완벽한 것이 아닌 만큼 어쨌거나 부는 바람에 신경을 쓰긴 써야 한다.
하지만 바람의 영향을 제법 극복하려면 우선 일관된 사법에 숙달되어야 한다.
이 원칙이 결국 발이부중 반구제기에도 적용이 된다.
올바른 사법을 모른다면 어떻게 자신을 돌아볼 것인가?
그래서 우선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준이 되는 사법에 정통해야 한다.
거기 더하여 활량은 자신의 자세와 쏨세를 돌이켜볼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말은 쉬워도 따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람은 자기중심적이면서도 자기 스스로를 살피는 일에는 썩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가장 편협한 자세로 대하지 않을까 싶다.
자아도취, 혹은 자아비하.. 이 둘 다 아주 좋지 않은 자신에 대한 편견의 원인이다.
이걸 극복할 수 있는 겸허한 마음의 자세도 필요하거니와 실제로 자신의 실수와 허물을 살필 수 있는 기술적인 안목도 필요하다.
스스로 살펴 고칠 수 있다면 인품과 자질을 겸비한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정히 스스로 감당하기 어렵다면 타인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훈수꾼, coach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차선책으로는 영상매체를 활용할 수도 있다.
자신의 자세와 쏨세를 촬영하여 한 동작씩 돌이켜보는 것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전통사법에 대한 안목과 자신의 모습을 꿰뚫어보는 안목이 공히 필요하다.
어차피 발이부중 반구제기... 그것은 자신을 돌아보아 고칠 수 있는 수준 높은 경지이다.
쉽지는 않지만.. 우리 모두가 바라보고 나아가야 할 그런 경지.
그 동안의 글 목록을 돌아보니 별 내용도 없어 보이는데 나름 꽤나 몰두했던 시간들인 거 같다.
그러나...
공부야 끝이 없는 것..
외부의 지적과 가르침에도 주의를 기울이는 한편 나 스스로도 끊임없이 발전하도록 노력하겠다.
후기 삼아...
내가 이런 글들을 쓸 자격이 있는가 하는 생각들을 종종 해왔다.
하긴 남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라면 어폐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글들이 나 자신과의 대화였음을 핑계한다.
그래서 앞으로도 옛 생각이 부족하거나 부분적이거나 잘못 된 것을 발견한다면 솔직히 시인하고 고치도록 노력하겠다.
혹시 활공부를 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 글들에서 제시되고 있는 주제어를 인터넷에서 검색해 본다면 훌륭한 강호 제현들의 많은 글들을 대할 수 있을 터.
내가 저지를 수 있는 오류가 있다 하지만 그래서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다.
어차피 우리는 함께 활공부 하는 것임에야...
그 동안에 너그러운 마음으로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활터 사우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본 활터가 앞으로도 한국 활쏘기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할 것을 믿어의심치 않으며
그로 인해서 나의 활쏘기도 더욱 성숙해질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혹시 일말의 도움이 될까 하여 여유가 된다면 그 동안에 이 게시판에 올렸던 사법/사기, 그리고 활쏘기에 대한 단상들을 PDF 파일로 만들어볼까 싶기도 하다.
앞으로도 활쏘며 느끼고 깨닫는 것이 있다면 지속적으로 본 게시판에 남기고자 한다.
좋은 기회를 주신 어 재영 카페지기님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리며 활터의 무궁 발전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