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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완성(完成) 2015년판 화이트데이 리뷰
http://cafe.daum.net/ReviewRepublic/bIZ4/174
3. 후일담 구버전 화이트데이 리뷰
http://cafe.daum.net/ReviewRepublic/bIZ4/181
이 리뷰는 주관적입니다. 설지현이 개년인지 아닌지는 스스로가 판단하시길.
2015년 리메이크 판 스탭롤 음악 나비- 꿈인 것 처럼.
본 리뷰는 2001년 패키지판 화이트데이를 기준으로 서술되었습니다.
화이트데이 : 학교라는 이름의 미궁(2001)
15세 이용가
손노리 개발, 위자드 소프트 유통
현세대에게는 왜인지 모르게 어색한, 화이트데이.
현재 고등학생 3학년부터, 20대 초중반을 바라보고있는 나이대라면 화이트데이라는 게임을 한번 정도는 들어보았거나, 플레이해봤을 것이다. 이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았더라도 -불법 다운로드로 인해 망해버렸던 게임- 이라는 소문을 통해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저 사진을 보고 누군가는 무서운 학교를 돌아다니며 알트 탭을 누르고 게임을 꺼버렸었거나, 수위를 농락하며 게임을 진행했던 기억을 떠올리겠고, 누군가는 사진속 인물은 누굴까? 혹은 예쁘다 ㅎㅎ라고만 생각할 것이다.
나는 국산 어드밴쳐 액션 호러 게임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나온 이 게임을 감히 리뷰하려고 한다. 좋거나 나쁘거나 국산 패키지 게임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나와 같은 세대에게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상기하게끔 해주고싶고, 전혀 알지 못하는 어린 친구들에게는 이 게임은 이런 것이다, 하고 소개해주고 싶다. 또한 이 게임이 가지고 있는 의의와 긍정적 측면, 단점을 동시에 게이머들과 토론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학교라는 이름의 미궁?
이 게임에는 부제가 있다. 바로 '학교라는 이름의 미궁'이라는 것이다. 미궁이란 그냥 보다시피 저런 미로인데, 어쩌다가 들어가버리면 갇히게 되고, 오래동안 헤매게 되는 곳이다. 어떤 보이지 않는 위협이 있을지 알 수 없는 미지의 장소이기 때문에, 호기심에서라도 들어가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이 부제를 통해 학교=미궁이라는 어떤의미로 굉장한 장소라는걸 제작진이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위험이 있을 지도 모르고 출구도 어디인지 모르는 그 위험한 곳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알려주고 있다. 플레이어, 주인공은 굉장히 허무할 수도 있는 계기로 들어가게 된다. 이 부제를 통해 나는 개인적으로 진짜 미궁이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어느 정도는 맞았다. 어느 정도는. 어떤 루트를 통해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정말로 학교가 미궁이 된다.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나머지는 생략하겠다.
바로 이 친구다. 2015년 모바일 리메이크 작에서의 모습.
2001년 패키지 판의 모습. 내성적인 성격인 듯 하고, 어벙하게 생겼다.
이 사진속 인물의 이름은 이희민이다. 이 게임의 주인공이자 플레이어의 분신으로, 앞으로 우리가 이 친구의 시점을 통해 각종 사건들을 겪게된다. 이 친구는 이 글을 시작할때 첨부되었던 사진의 인물인 '한소영'에게 첫 눈에 반하게 되어 사탕을 몰래 놓으러 한 밤중에 학교에 오게 된 것이다. 그 반하게 된 계기도 단순하다.
학교 내부 정원 벤치에서 다이어리를 읽고 있던 한소영을 주인공은 우연히 보게 된다. 멍하니 한소영의 외모에 홀려 주인공은 다가가는데, 갑자기 바람이 불고 다이어리 사이에 끼워져 있던 언니인 한나영과 함께 찍은 사진이 바람에 날아가버린다. 사진은 주인공이 서 있던 근처에 떨어지게 되었고 한소영의 외모에 넋이 나간 주인공은 떨어진 사진을 무심코 들어 한소영에게 건네 준다. 한소영은 그 사진을 낚아채듯 가져가버린다.
묘사상 추측하건대 눈이 마주치는 그 순간 주인공은 반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한소영은 그때 하단 사진의 좌측 인물 '설지현'이 부르자 팽하니 가버린다. 벤치에 그 다이어리를 놔두고. 그리고 다음날이 '화이트데이' 였기 때문에, 주인공은 밤에 학교에 잠입하여 다이어리를 몰래 돌려주면서 겸사겸사 화이트데이 선물도 놓고가며 호감을 드러내자고 생각했을 것이다. 원래는 한소영의 목걸이도 있었지만 삭제되었다.
학교엔 한소영 말고도 다른 여학생들이 있었다. 좌측부터, 설지현, 김성아, 한소영.
2015년 모바일 리메이크작에선 그래픽의 정변으로 왜 주인공이 반했는지 알 것 같다.
2001년 패키지판의 한소영.
그런데 학교에 들어오고나서 선물을 놓자니 2층으로 가야하고, 문이 죄다 잠겨있으니 2층으로는 갈 수가 없다. 나가는 문인 현관도 잠겨버렸다. 게다가 현관에 들어서고 방화벽 맞은편의 문을 열자 여자애들 두명이 뭘 속닥거리는데 내가 복도에 들어서고 약 2초후에 그렇게 소리없이 나타나면 놀란다고 김성아가 면박까지 준다. 설지현은 내가 전학온 애라고 뭐라고 또 속닥거리고 있다.
여기까지만 해도 갑작스런 이벤트에 어안이 벙벙한데 김성아가 학교에 왜 왔냐고 추궁하고 솔직히 '소영이한테 화이트데이 선물주고, 다이어리까지 돌려주러왔다' 고 대답할 수가 없으니 둘러대다 보니까 갑자기 사이렌이 울리고 김성아는 귀를 틀어막더니 저 구석탱이 자판기 옆에서 쭈그려 앉아 저 사이렌좀 꺼달라는 말만 반복하는 앵무새가 되어버렸다. 그야말로 미칠 지경인 것이다, 사이렌은 계속 울려대서 플레이하는 우리들까지 혼란스럽게 만든다. 이 상황 자체가 설렘 가득으로 게임을 설치하고, 실행하고 두근거리면서 초반부를 경험하는 라이트 게이머에게는 마치 하나의 카오스다.
진짜 게임이 불친절하다, 라는 걸 알 수 있을거다. 말하자면 아무런 단서없이 플레이어에게 사건을 던져주고 처리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약간의 문서가 주어지기는 하지만. 우선 사이렌을 끄자니 울리는 곳인 기계실습실은 잠겨있기까지 하다. 솔직히 난 여기서 게임 끌 뻔했다. 어릴 적 나에게는 이게 너무 공포스러웠다. 힌트도 안준다. 나중에 공략같은걸 뒤적여보니까 여자화장실의 철망을 니퍼로 뜯고 사다리를 가져간 다음 그 환풍구를 통해 가다가 밸브 두개를 잠그고 기계실에서 사이렌을 꺼야한다. 사이렌을 끄면, 또 뭔가 있다. 여기서부터는 직접 플레이해보시는게 좋을 것 이다.
평범한 고등학교 같았는데...
지금 플레이 해 봐도 초심자들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한 초반이다. 단순 문서들 몇 가지가 힌트를 알려주고 있기는 하다. 획득하는 문서마다 잘 읽어보아도 진행 경로를 도무지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난이도 노말 이하에서는 힌트를 보내주는 문자가 오는데, 그 문자마저도 굉장히 은유적이어서 알아듣기 힘들다. 나중엔 문자 오는 뚜뚜 소리에 놀라는 경우도 많고, 누가 보내는지도 모르니까 공포스럽기도 하다. (전화기가 있는데 경찰에 연락안하나 싶기도 하겠고.)
하지만 여기에는 초보자들이 게임을 접게 만드는 충격적 이벤트가 하나 있다. 환풍구를 지나던 중 틈으로 보이는 풍경인데, 대뜸 한 학생이 아까 언급했었던 방화벽 문으로 부터 신음소리를 내며 튕겨나오더니, 학교를 순찰하는 수위가 몽둥이로 이 학생을 죽을 때 까지 패고 시신을 끌고 다시 방화벽 안으로 간다. 그리고 어린아이들이 웃는 소리, 수위가 음침하게 웃는 소리까지 난다. 예전의 난 정말 여기서 게임 여러번 껐다. 도저히 진행할 엄두가 안나잖아. 초반부터, 이런 무서운 연출을 넣어서 학교가 미쳤다, 라는 걸 플레이어에게 제대로 각인시켜준다. 충분히 무서웠어요 손노리.
'인협이'라고 알려져있는 맞는 학생. 구버전 스샷이다. 구버전은 나중에 자세히 다루겠다. 삭제된 아이템과 함께.
전반적인 스토리를 정리하자면 딱 한마디로 '사탕놓으려다, 봉변.' 이다. 학교에 귀신까지 돌아다니고 귀신의 씌인 수위들은 실시간으로 학교를 순찰하고 주인공을 발견하면 가차없이 팬다. 과장해서 가장 어려운 모드인 '왕리얼 모드' 에선 세 대 정도 맞으면 뻗는다. 그러면 계속 달리면 안잡힐거 아니야? 생각하겠지만 노말 이상에서는 '현기증'이라는 시스템이 있다.
현기증 덕에 이지와 왕이지 모드에서의 마라토너는 온데간데 없어진다. 현기증 시스템이란 일정 이상 달리거나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거나(...) 캔커피를 여러 잔 연속 마시면 주인공이 헥헥 거리면서 시야가 약간 뒤틀리고 못 뛰게 되는 일정의 디버프인데, 도시락과 두유 등 스테미너 아이템을 까먹거나, (아깝긴 하지만) 잠깐 쉬면 해제된다. 죽지는 않는다만, 저것 때문에 무작정 뛰어다닐 수 도 없다. 더군다나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스테미너 아이템들은 드랍률이 낮아지므로 관리를 해야한다. 현기증 시스템은 플러스라기 보다는 마이너스라고 보는 시선이 많지만, 나는 주구장창 학교를 미친개마냥 뛰어다니면 본 작품의 재미인 피해다니기, 숨어다니기가 퇴색된다고 생각하여 이 시스템은 게임에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설상가상으로 노말 난이도 이상에서는 머리귀신이라는 친구도 등장, 얘는 좀 무섭다. 사진은 사람에 따라서 좀 무서울수 있으므로 첨부 안하겠다. 머리귀신은 말하자면 떠다니는 얼굴인데 찌이이익 거리는 엿같은 소리랑 함께 등장한다. 주인공이 숨어있을 때 정확히 주인공의 위치를 찾아 추적해오고 주인공을 발견하면 거기 있으면, 내가 모를줄 알았니? 와 함께 일정량의 데미지를 준다. 사실 뒤돌아보면 갑자기 떠있어서 무서울 때가 더 많고 후반부에는 귀찮기만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보스도 아닌 친구가 본작 최고의 귀신이라는 평을 받는다.
머리귀신에게도 등장 비화는 있다. 이 귀신은 개발자 중 한명인 이은석이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사진을 재미삼아 머리만 남기고 데모 전날 밤샘 작업 중 몰래 숨겨놓았었는데, 다음날 게임을 실행했던 다른 제작자 서관희가 비명을 지르며 의자에서 떨어질 정도로 실신했다고 한다. 그 반응을 보고 '이 정도면 성공한다!' 라고 환호하여 이후에 사진의 출처를 수소문하여 출판사로부터 허락을 받고 게임에 추가했다고 한다.
난이도는 총 5개. 왕이지가 가장 쉽고 왕리얼이 가장 무섭고, 어렵다.
왕이지에서는 학교에 불을 다 켜놓았는지 시야도 넓고 전반적으로 학교가 밝아서 크게 놀랄 일이 없다. (그래도 본관 1구역 2층 복도의 양동이 넘어지는 소리에 놀라기는 한다.) 그런데 보통 난이도 부터는 슬슬 어두워지고 머리귀신이 나오고 현기증이 난다. 수위들의 지능도 크게 상승해서 게임을 마음대로 주무르기가 힘들어진다. 왕리얼에서는 가관인데, 불이 다 꺼져있어서 무진장 어둡고, 수위들에게 발각당하기도 쉽고 몇 대 맞으면 골로가게 된다.
또한 세이브 포인트가 몇 군데 있는데, 저장할 때 필요한 사인펜의 드랍률도 낮아진다. 그리고 시간제한이 있어서, 12시가 되면 게임오버된다. 주인공은 10시에 학교에 들어오니 2시간안에 모든걸 해결하는 사나이가 되어야한다. 이 시간제한 역시 게임을 한 층 더 쫄깃하고 급박하게 만들어주는 듯 하지만 전반적인 게임의 템포는 느리기에 사실 큰 의미는 없다.
주인공의 주 적인 '수위'는 두 명이다. 학교는 크게 본관 1,2구역 그리고 신관, 강당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미궁도 있기는 하지만) 본관 구역과 신관 구역에만 수위가 실시간으로 순찰을 돈다. 소개한다. 이봉구 수위랑 손달수 수위다.
신관을 순찰하는 손달수 수위. 별명은 닭수.
본관을 순찰하지만 이벤트로 신관까지 쫓아오신 이봉구 수위.
후덕하고 멍청하게 생겼다고 깔보면 안된다. 물론 멍청하기는 하다. 출몰 시, 열쇠꾸러미가 짤랑거리는 소리가 나기 때문에 그 순간만 조심하면 된다. 발각되면 으헤헤헤헤 거리는 소름끼치는 웃음소리와 함께 호루라기를 불고 나를 쫓아오는데 도망칠 때 뒤에서 계속 웃음소리가 들리면 굉장히 소름끼친다. 이게 출시 초기에는 굉장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왕리얼 모드에서는 여주인공들은 특별 코스튬을 입고, 저 두분이 가면을 쓰는데, 봉구 아저씨는 ET같은 가면을 쓰고 달수 아저씨는 닭가면을 쓴다. 상상해보라. 저 두 남자가 이상한 코스튬과 함께 바보같은 웃음을 흘리며 쫓아오는 모습을. 하여튼 초기 유저들은 수위 아저씨가 무서워서 도통 게임을 진행할 수가 없다고 아우성쳤다. 다른 공포게임에서는 반격, 대항, 그리고 공격 수단이 있었는데..아마 동양적 공포게임, 대항할수 없는 무서움을 모방한 게임이어선지 반격 수단이 없었다. 초기에는.
몇몇 사람들은 이 게임을 두고 아웃라스트 같은 호러게임의 시조라고 까지 평가한다. 저 위협에 맟설 수단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같은 피드백을 받은 손노리는 고심 끝에 수위에게 대항할 비장의 한 수를 추가하게 된다. 바로 '위생장갑'이다. 위생장갑을 장착하고 수위의 뒤로 돌아가면 공격을 가할수 있는데 그게 바로 똥침이다. 똥침을 놓으면 몇 초간 그로기 상태가 되는데, 이 때 도망칠 수 있다. 버그인지, 여러 번 똥침하면 증발(사라지고 이후 다시 소환되어 순찰을 의미)하거나 빠따가 붉은색이 되어 더 쎄진다. 왕리얼모드에서 붉은빠따에 맞으면 한 두 방에 가기도 했다. 사실 이건 반격이 아니라 수위를 놀리는 것에 더 가깝지만. 원래는 전기충격기와 호신용 스프레이가 기획되어 있었고 인게임에서도 구성되는 듯 했다. 거기에 수위와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설정인 수위변장키트도 있었는데 둘 다 삭제되었다. 물론 콘솔(명령어를 입력하는 창)로 입수할 수는 있다. 인게임에서 작동하지는 않지만.
수위들에겐 순찰 중의 상태가 있다.
다만 노말모드 이상에서만 획득이 가능하다. 현기증을 이용하여 얻을 수 있기 때문.
수위는 이 위생장갑의 추가 이후로 완전히 유저들의 호구가 되어버려 항상 농락당하게 된다, 또한 이 아이템을 통해 신관의 수위에게 얻을 수 있는 이스터에그 격 아이템이 존재한다.
하지만 등장하는 귀신들은 그 무엇으로도 농락할 수가 없다. 힌트를 굉장히 많이 남겨주기 때문에 귀신들과의 보스전도 쉬운 편이고, 정직하게 플레이로 깨야만 하는 것이다. 사실 실체가 있는 귀신들은 그렇게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언급했던 머리귀신, 나와 닮은 도플갱어, 거미귀신, 한이 서린 피를 먹는 나무인 귀목, 편의상 링 귀신이라고도 부르는 귀신, 아기 귀신, 여우령, 사이렌 귀신 (그렇다. 게임 초반부터 울리는 사이렌이 귀신의 소행이었다.) 물귀신, 불귀신, 칠판 귀신, 발자국 귀신 등. 이 중엔 실체가 없는 귀신도 있다. 또 귀신이라고 부르기 뭣한 거도 존재한다. 귀신들은 공포스럽다기 보단 사연이 측은하여 불쌍하거나 클리어하는 소소한 재미만을 느낄 수 있었다.
또 신관에 가서 수의 부적으로 강당으로 가는 길을 열면 칼을 들고 나를 쫓아오는 미친 아줌마가 보스로 등장하는데, 이 아줌마는 은미 아줌마라고 불린다. 이 아주머니에게도 사연이 있다. 귀신들이 많은 것 처럼 보이지만 하드 유저들은 이 귀신들 리스트에 매료되어 게임을 구매했으나 실체가 없는 귀신들이 반 정도 존재하는 것에 매우 실망했다. 귀신들이 생각보다 적어졌고 작아졌다는 것은 안 그래도 적은 볼륨에서 유저들이 즐길 컨텐츠를 삭제했다는 얘기다. 온전히 기획된 귀신들이 실제로 등장했었더라면 한 층 더 높은 공포를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게임의 또 다른 흥미로운 사실은 중간중간 이벤트 중 여주인공들과의 대화에 따라서 엔딩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즉, 멀티엔딩 시스템. 약간 연애 시뮬레이션 같은 느낌이다. 보이지 않는 호감도가 존재하여 호감도가 일정 이상 올라가면 그 여주인공과 관련된 엔딩이 나오게된다. 엔딩들 제목은 다 꽃말이다. 엔딩들 제목의 첫 글자들을 따서 조합해보면 WHITEDAY가 된다. 마지막인 Y가 무엇일까 하고 궁금해하는 분들이 계실텐데 Yew(주목), 꽃말은 죽음이다. 그냥 주인공이 죽으면 그게 엔딩, 즉 배드엔딩인 셈이다. 이 게임 역시 진엔딩이 존재하지만 여러 엔딩을 콜렉션에 다 모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여담으로 2016년 PS4 VR (무려 VR이다.) 로 발매 예정인 화이트데이 2016은 이 연애 시뮬레이션 부분을 극대화시켜 히로인들과의 교감을 주된 컨텐츠로 삼을 것으로 추측된다.
학원괴담이라는 문서이다. 여기에 서술된 작은 스토리대로 귀신이 나오기도 하지만 안나오는 귀신도 있다.
학원괴담이라는 문서는 누군가가 써놓은 (제작진이겠지만) 학교의 귀신에 대한 스토리이다. 주로 귀신의 기원에 대해 서술하고 있고 귀신과 문서가 연결이 되는 케이스도 있지만 전혀 등장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저 중에는 몇 가지 누락된 학원괴담 문서가 있는데 플레이 중 무슨 방법으로도 입수할 수 없다. 그 원인은 추측컨대 초기 기획된 귀신들 중 몇 명은 잘려나갔다고 했으므로, 작성했던 몇몇 학원괴담은 사용될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끝까지 사용되지 않는 아이템과 삭제된 아이템들도 존재한다. 마치 하프라이프2 유출 사건처럼, 대폭 수정된 부분이 있는 모양이다. 학원괴담은 게임 내에서 읽으며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귀신들의 설정을 보충해주고 스토리도 흥미진진하여 꽤 괜찮은 컨텐츠다. 다만 온전히 귀신들이 등장하지 않는 것은 역시 마이너스 요인.
언급했었던 수위들에 관련하여 재미있는 이야기가 존재한다. 이들은 원래 은미 아줌마가 신관에서 등장할때 이벤트격으로 등장시키려 했으나 제작진이 학교 맵의 구체적 설계를 위하여 밤에 몰래 고등학교에 잠입했는데, 계단 아래에서 수위가 올라오는 인기척이 느껴져 재빨리 화장실에 숨었다고 한다. 숨을 죽이고 가만히 있던 그 순간 수위가 자신들이 숨은 곳 앞을 지나갈때 엄청난 긴장감을 느꼈고 이들은 실시간으로 이들이 순찰을 돌면 굉장한 공포감을 줄 수 있을거라 생각하여 수정하게 된다. 실제로 그 방법은 초기 유저들에게는 매우 큰 위협으로 다가왔다. 아주 잠시동안이었지만.
화이트데이의 배경 학교인 연두고교의 실제 모델이라고 알려져있는 사진.
http://blog.naver.com/hanakainmiki/20120613900
제작진들은 실제 구로고등학교, 중동고등학교, 한영고등학교, 공항고등학교 에 수차례 잡입하며 여러가지 상황들을 직접 경험해보았고 그러한 경험들이 이 게임을 한 층 무섭게 만들어주었다고 할 수 있겠다.
짜잔, 깜짝 선물입니다. 이 링 이벤트 이후로 바로 뒤에 봉구 수위가 나오니까 냅다 튀어라.
하지만 당연지사, 이러한 긍정적(?)이고 재미있기만 한, 흥미로운 부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진행에 용이하게 쓸 수 있는 게임 상에서 이용할수 있는 버그가 굉장히 많은 편이다. 이것은 오래된 게임이므로 그렇다고 치고 넘어가자, 지금 발매되는 게임도 버그가 상당하지 않은가? 하지만 가장 뜨거운 감자인, 지금도 이어져 오는 논란이 하나있다.
그것은 화이트데이는 복돌, 불법복제로 인해 망했고, 구매는 3천, 패치 프로그램은 100만명이 받았다는 이야기이다.
이 루머는 개발자의 절규라는 한 게시글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게시글 내용은 만장이 팔렸다, 그러나 10만번 패치가 다운되었다. 라는 내용이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아니다, 몰락해가던 패키지 시장은 화이트데이를 기점으로 아예 망해버렸지만, 화이트데이는 내부적으로도 괜찮은 성적을 냈다고 손노리는 자평했다. 다만 유저들의 그 반응에 비해 미적지근한 판매량이 아쉬웠을 뿐이라고 언급했다. 몇몇 극단적인 어투를 자랑하는 화이트데이 팬들은 패치? 개소리 말라고 일축하기 까지 했다. 구체적인 수치가 없기 때문에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할 순 없어서 낭설이라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불법복제로 게임을 즐긴 사람들, 되려 정품 불매운동까지 벌인 악성 유저들을 용서할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그 당시 불법복제, 공유 문화는 굉장히 성행했었으니 그런 행동이 게임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잘라서 말할 수도 없다. 그리고 패키지 시장의 몰락을 가져온 것은 바로 불법복제 유저들이었다.
실제 패치 다운로드 수는 어디에도 없다.
손노리 내부에서도 이렇게 평가했다.
그렇다면 왜 망했다고 묘사한 것일까? 근본적으로 화이트데이는 어드벤쳐 게임이었다. 2000년대에는 스펙타클하고 스피디한 액션 게임이 대세가 되어가고 또 게임 시장을 싸그리 휩쓰는데, 느릿느릿, 애써가며 퍼즐을 맞추어가던 어드벤쳐 장르라고? 경쟁력이 없었던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거기에 공포까지? 라이트 유저들은 이 게임을 아예 접하기도 꺼려했을 것이다. 정작 열광했던 것은 골수팬들 뿐이었다는 소리다.
상단에 언급했듯이 초심자들에게도, 공포게임 숙련자들에게도 문제가 있었다. 공포게임에 숙련된 플레이어들은 이게 무슨 애매한 게임인지, 귀신도 그다지 많이 안나오고 일부러 인위적인 무서움을 연출하는 것들 뿐이다, 라며 화이트데이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실제로 여러 공포게임들 보다는 극단적인 공포를 추구하지 않았으므로 약간 밍숭맹숭한 느낌이 있다. 장르도 액션 어드밴쳐 호러지, 그냥 호러가 아니었으니까. 초심자들에겐 악몽같은 퍼즐들과 이상한 힌트들이 문제였다. 나에게 있어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스토리였다. 퍼즐들은 약간의 문서로 도움을 주고, 힌트들이 문서들 안에 적혀있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냥 내가 돌머리라 제대로 풀지를 못했다. 공부하여 지성인이 됩시다.
게이머들이 열광하는 것, 스토리.
스토리는 모든 게이머들에게 공통적으로 중요한 사안이다. 이게 게임에 얼마나 잘 녹아들어있느냐가 문제다. 스펙옵스 더-라인 처럼 갓흥겜이 될수도 있고, 콜오브듀티 고스트처럼 좆망겜이 될수도 있다. 물론 고스트는 여러가지로 다 문제였지만. 뭐가 문제냐? 하면 공식 스토리 발표가 아직까지 없고, 설지현의 비중은 너무 적으며 스토리에 몇 가지 어색한 점이 존재한다. 때문에 유저들이 겨우겨우 끼워 맞춰가며 스토리를 구성했다. 현재 그것이 공식 스토리로 여겨지고 있다.
학교의 누군가가 귀신들을 이용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추측되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주인공은 그거에 맞춰서 그냥 부적들을 끼워가며 결계를 부수고 다니는데, 왜 그래야 하는지 누구도 알려주지 않고, 그 결계를 부수면 뭐가 될지 생각도 안하고 부순다. 단지 주인공은 학교를 나가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강당까지 가겠다는 그 일념하나로 하여튼 결계를 깨부숴서 귀신들을 다 불러모은다. 그런데 주인공이 안 들어왔으면? 게임 끝이다. 그 음모자는 그냥 좆된거다. 쉽게 말해 왜 그런 거창한 계획을 우연에 맡겨서 세웠는지 개연성이 한참 부족하고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안된다.
그리고 여주인공 중 하나인 (무려 여주인공인데!) 설지현은 왜 자신이 학교에 왔는지도 모르고, 우리도 당연지사 모른다. (자꾸 누가 불렀다고는 한다만 그게 누군지 추측만 가능할 뿐이다.) 인게임에서도 짜증을 부리고 주인공을 의심하면서, 엔딩도 짜증스럽게 애매해서 설지현 루트로 게임 끝내면 그냥 키보드 뽑아서 모니터에 후려갈기고 싶다. 그리고 얘는 석연찮은 부분도 있다. 자꾸 이벤트 중 어디론가 몰래 가서 숨어지내고 보이지가 않는다. 사건들에 말려들지도 않으니, 중요한 사건 때 마다 사라지는 얘가 정말 흑막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설지현 노말엔딩보고 난 실제로 마우스 던졌다. 시발.)
그리고 삭제된 여러 아이템들이 존재하는 것도 아쉽다. 귀신들도 많이 잘려나갔고, 이런 점 역시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무슨 사연인지 중요하든 중요하지 않든 유저들의 즐길거리를 상당수 빼버려 이도저도 아닌 애매함이 진하게 남아버린 것이다. 전반적으로 게임의 완성도가 낮아진 것은 바로 이러한 대대적 개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손노리 사는 결국 화이트데이를 번들로 내지 않겠다는 약속을 1년 만에 깨버리고 만다.
번들이란 게임을 저렇게 잡지에 끼워 넣어 파는 것을 말한다.게임이 궁지에 몰렸을 때 쓰는 최후의 방법.
그래서, 명작일까 졸작일까? 정리하자면 여러가지 내적이든, 외적이든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즐겨볼만한 게임이라는 것이다. 난 이 게임을 패키지 게임의 몰락기의 마지막에 탄생한 의외의 수작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스토리도 3류 드라마처럼 막장으로 치닫지 않으며 적당히 판타지적이고 적당히 현실적이다. 물론 그래서 애매한 부분도 있겠지만 여러가지 소소한 재미가 존재하고 귀신들의 설정인 학원괴담을 읽으면서 슬프기도 오싹하기도 했다.
보스전을 가장 어려워하는 나에게는 비교적 난이도가 쉬워서 클리어하기 수월했고, 오래된 게임이지만 현 세대와의 완성도 낮은 게임보다 우수한 부분이 있으며 그래픽도 그 당시를 생각하면 절륜한 편이다. 물론 지금 게임 키면 계속 수위에게 똥침 놓으면서 학교를 내 집 마냥 들락거리겠지만. 여러가지 버그와 꼼수가 존재해서, 그런 부분을 이용하며 이전에는 전혀 몰랐던 버그의 재미를 느껴보는 것 또한 좋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나는 아직도 이 게임을 킬 때마다 옛날의 내가 떠올라서 두근거린다. 오글거리지만 다시 나를 만나러 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으악
삭제 아이템들 중 하나. 락커룸의 제왕이 되기 위한 필수템이 될 뻔 했다.
개년.
다음은 2015년 리메이크판에 대해서 리뷰하겠다. 소영아 기다려.
꽤 긴 리뷰였으니 정리하자면 이렇다.
1.화이트데이 2001년판은 수작이다.
2.두번사라.
3.세번해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차후 구버전, 2015년판 모바일 리메이크판도 리뷰하겠습니다.
- 문맥의 흐름을 위해 2015/12/23 오후 7:37 1차 수정했습니다. 피드백 받습니다.
- 2015/12/24 오후 4:25 2차 수정
첫댓글 한국게임치고 의외의 수작이죠 물론 이상한그래픽때문에 하면서 전혀 무섭지는않더군요. 단지 수위때매짜증이
화장실문열고들어올때 마우스를던지고싶.... 수위가학생을죽이다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투박한 매력과 미묘한 무서움이 공존하고 있지요ㅎㅎ차후 구버전, 2015년 리메이크도 리뷰하겠습니다.
@전도사 리뷰 기다리겠습니다!
이거 조라 무서워유ㅠㅠㅠ아ㅜㅠㅠ경비아찌
저도 아직은 수위가 뒤에서 웃는 소리가 너무 소름끼칩니다
리뷰 정성봐 잘봤으요
예 감사합니다!
일단 이 게임은 졸작이냐 수작이냐를 판가름 하기 이전에 좀 평가하기가 그런게, 이 게임이 하도 불법복제를 많이 당해서..
그 말도 맞습니다. 와레즈 개새끼들..하지만 그렇다고 게임성이 해쳐지는 것은 아니고, 유저들도 불법이든 아니든 이 게임을 여러방면으로 즐겨왔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도 했으니까..평가를 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수익성에는 큰 타격이 있었겠지만..본문에도 그렇게 망하지는 않았다고 손노리는 자평했다. 를 사진과 함께 언급했습니다. 전에 썼던 글이 좀 이상해서 수정했습니다. 낚싯대님 리뷰도 잘 보았습니다! 긴 리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이 많아서 지루하셨을텐데..
ㅋㅋㅋㅋ재밌네요 다음글 기대할게요
부족한 리뷰 읽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