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둘레길을 오르는 전동휠체어.
높은 턱을 넘어 음수대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보지만,
목 한 번 축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무장애숲길에 마련된 휴식 공간도
휠체어를 탄 장애인에겐 그림의 떡입니다.
[ 전윤선 /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 테이블과 의자가 전부 다 일체형이기 때문에 휠체어가 접근할 수 없어요. 저희는 항상 도시락 싸오지 않고 내려가서 식당 찾아서 먹거나 들고 먹어야 하는… ]
서초구 서리풀공원 무장애숲길도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휠체어가 오르기 힘든 단차들이 곳곳에 눈에 띄고,
장애인 화장실에 들어가려면
손바닥 세 뼘도 안 되는 좁은 폭을 통과해야 합니다.
[ 현장음 : 화장실 가림막이 고정돼 있거든요. 이 폭이 너무 좁기 때문에 굉장히 들어가기 어려운… ]
장애인과 노약자 등 보행약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조성된 무장애길.
전 구간 경사도를 8% 미만으로 조성한
나무 데크형 숲길입니다.
하지만 서울 시내 주요 등산로에 위치한
무장애숲길 8곳 가운데 5곳은
공원 입구까지의 경사가 심하거나 계단이 있어
휠체어 접근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숲길의 경사도나
장애인 화장실 설치 여부, 휠체어 선회 가능 위치 등
안내가 표시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음성안내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장애인이 높은 경사를 지나
힘겹게 숲길에 올라도
탐방로에 대한 기본 정보조차 얻을 수 없는 셈입니다.
[ 이윤주 / 풀씨행동연구소 캠페이너 : 탐방로의 기울기는 얼마나 되는지, 거리는 얼마나 되는지, 얼마나 높은 산을 가야 하는 건지, 어떤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지 정보가 부족해서 선뜻 이 앞에 오더라도 어디까지 얼마나 갈 수 있을까 알 수 없게 돼 있다… ]
2009년 안산 자락길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서울에 조성된 무장애숲길은 모두 39곳, 길이만 67.6㎞에 달합니다.
하지만 무장애숲길은 정작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일명 '배리어프리 인증'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 실정입니다.
이와 함께 숲길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자연을 훼손하는 사례까지 잇따르면서,
무장애숲길에 대한 세심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 전윤선 /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 숲을 훼손하면서 새로운 길을 만들기보다는 기존 길의 접근성을 높이는 게 더 중요하고, 사람뿐만 아니라 숲도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한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