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목요일 (9/7),
한주의 수요일이 지나면 이제는 본격적인 내리막길이다.
올라갈 때는 더디더라도 내려갈 때는 정말 금방인 것 같다.
그런데 등산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등산 보다 더 한 것은 인생이다.
인생의 중간점을 찍고 돌아서서 인생의 황혼으로 향하는 길은 초고속이다.
그런데 “둘레길” 은 좀 예외다.
올라갈만하면 내려가고, 내려갔나 싶으면 또 올라가고.
그렇게 몇 번의 시퀀스를 거치면 한 개의 코스를 마치고 빨간 우체통을 만나게 된다.
이런 반복적인 업 & 다운 때문에 둘레길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시점에서 추상화 레벨을 높여보면 등산은 심플하다.
그냥 주욱 올라갔다가 정상 찍고 주욱 내려와서는 막걸리 한 사발로 마무리하는 과정이다.
복잡도가 그리 높지 않고 심플하고 클리어 하다.
그런데 둘레길은 그렇지 않다.
정상은 따로 없고 종점까지의 거리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업 & 다운을 몇 번을 해야 그 구간을 마칠 수 있는지
가늠도 어려워 어떤 의미에서는 암중모색을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복잡도 높은 길이다.
나 역시 지금쯤은 업 & 다운 시퀀스를 전부 알만도 한데
아직도 안다고 할 수 없다. 둘레길은 그런 길이다.
그렇게 “다르기” 때문에 좋다.
…..
각설하고
지난 일요일(9/2)에도 예외 없이 둘레길 탐방을 하였다.
역시 혼자가 아니라 그 전주와 동일하게 동행 방식으로 진행을 하였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이 지인 분이 엄살이 많으신 것 같은 느낌이다.
지난 번에는 평발이라고 하셔서 이걸 어떻게 하나 싶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그렇지 않으셨다.
발에 물집이 잡힌 것 같아~ 하였는데,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이번에도 버전이 좀 바뀌었지만 유사한 톤으로 말씀하신다.
주 중에 연 사흘을 약주를 드셨고, 특히 토요일에는 하루 종일 필드에 나가시고
약주도 많이 드셔서 정말로 힘들 것 같다고 말씀하신다.
그렇다면 먼 거리 이동할 필요 없이 집에서 가깝고
또한 가장 평이한 길 중의 하나인 고덕-일자산 구간으로 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고 여쭈니,
그냥 지난번에 이어서 계속 가자고 하신다.
아마도 지난번 당고개에서 그윽하게 바라보시던 수락산과 채석장이
때문이 아닐까? 하고 그냥 넘겨 짚어도 보았다.
그래서 당고개에서 출발을 하는 1-2 구간에 이어서 북한산 (8 구간)을 진행하기로 했다.
…
그렇게 일요일 당일
나 혼자 같으면 매우 이른 시간에 버스와 전철의 첫차를 조합하여
이른 아침에 목적지에 도달 할 수 있었겠지만,
동행이다 보니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아 전철의 첫차 시간에 맞추어서 이동을 하기로 하였다.
전철을 타고 가다 보니, 이분이 정말 피곤하셨는지 이동 내내 졸고 계신다.
아공~ 이런 컨디션이면 오늘은 어디까지 가실 수 있으려나? 난 속으로 계속 가늠을 하고,
또한 한 주 전의 상황을 복기해 가면서 대략 20~25km 수준으로 이동 거리를 가늠 해보았다.
그러면 목표 지점은 대략 화계사, 빨래골, 정릉초등학교, 북한산 탐방 센터와
좀더 컨디션이 받쳐 준다면
국민대 입구인 형제봉 갈림길, 그리고 좀더 엑셀을 밟으면
형제봉 입구 (평창 마을길 끄트머리) 정도다.
즉 흰구름길과 명상길 선상 지점일 듯싶다.
그런데 사실 그날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한 마무리 지점은
가장 멀리간 구간이 아니라 바로 정릉동 북한산 입구이다.
왜냐면 지난 일요일이 신설-우이선이 개통 후 이틀째 되는 날이므로
이왕이면 새로운 전철을 경험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산 탐방 지원센터에서 정릉 4동 시장 쪽으로 조금 내려오면
보국문역이 있다.
……
토요일이 더 없이 쾌청한 하루였다면
일요일에는 구름이 조금 있어서 걷기에는 오히려 더 좋은 날씨였다.
당고개에 도착을 하니 오전 6시 40분이다.
채석장으로 향하는 길은 은근히 가파르다.
내가 앞서서 가끔 힐금 힐끔 뒤를 돌아보니 약간 힘들어 하시는 것 같다.
역시 술기운과 어제의 또 다른 운동 때문인 것 같다.
그럼에도 쉬지 않고 줄기차게 오르시더니
어느덧 수락산 구간의 하이라이트인 채석장에 도착을 했다.
여기는 언제와도 좋다. 지인께서도 그 풍광에 감탄하시더니 한참을 감상하셨다.
여기부터는 사실 내리막 길이고 마치 반쯤은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데 지인분이 땀을 통해서 알코올 기운을 다 배출하셨는지
걷는 속도가 아까와 다르다.
그렇게 조근조근 걸음을 지속하니 벌써 창포원에 이르렀다.
둘레길 사무실도 소개시켜 드렸는데
때 이른 시간 때문인지 사무실은 열리지 않았고
지인께서는 사무실 밖의 지도와 스탬프북을 3개 챙기셨다.
아마도 가족하고 같이 다니실 모양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왕이면 북한산 둘레길 스탬프북도 챙겨드리는 것이 좋을 듯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도봉옛길로 가는 길 도중에 있는
북한산 탐방지원센터에 들려 스탬프 북을 한 권 사서 드렸다.
일타쌍피라고 하지 않았던가? 서울둘레길과 북한산 둘레길 스탬프를 동시에
득템하는 재미를 느끼실 수 있는 구간을 걷게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미 한번은 와보셨는지 익숙하게 걸으신다. 도봉옛길, 무수골, 쌍둥이 전망대,
그리고 왕실묘역길 등을 거침없이 나아가신다.
연산군묘는 이미 가보셔서 스킵, 그리고 그 앞의 오래된 나무에 대한 역사도
이미 알고 계신다. 그리고 원당천도 역시…
그렇게 도봉옛길 구간부터 방학동길, 왕실묘역길, 소나무길, 순례길을 거쳐
흰구름길로 하여 빨래골까지 이르렀다.
원래 천천히 걷기로 마음 먹었는데, 앞서가는 무리가 있을 때마다
추월을 위한 가속을 했더니 뒤에 따라 오시느라고 아마 힘드셨나 보다.
그래도 뒤쳐지지 않고 부지런히 따라오신다.
결과적으로 내가 걸어본 파트너 중에 가장 상급에 속할 정도였다.
조금 각이 잡히시면 30km가 넘는 중장거리가 가능할 것 같은 생각이다.
그렇지만 역시 힘이 드셨는지 빨래골에 이르러 흰구름길 마감을 약 800m 앞두고는
오늘은 요기까지로 마무리 하자고 하신다.
얼추 계산을 해보니 탐방거리 약 24km 조금 모자란 거리였다.
빨래골에서 하산하여 삼양동 어느 식당에 들려 간단히 점심 식사를 하고
대로로 나서니 마침 앞쪽의 대로가 경전철 구간이라고 한다.
결국에는 경전철을 타게 되었다. 계 탄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리고 하게 될 것은 결국에는 하게 된다는...
그리하여 화계사 입구역까지 걸어가 전철에 승차하였다.
개통 이틀 째인 전철은 두량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사실 전차의 작은 규모보다는
전철 탑승장 및 플랫폼의 작은 사이즈가 오히려 인상적이다.
우이령 입구가 출발점으로 등산객들로 북적인다는 뉴스를 들었었는데,
아직은 하산 시간이 아니었는지 그렇게 붐비지는 않았다.
전철을 탑승 후 십여분 조금 넘어 신설역에 도착을 하였는데
그 다음 2호선 환승이 만만치 않다. 자잘하게 업 & 다운 구간을 몇 턴을 걸어야 한다.
지인께서는, 이거 둘레길 한 코스 나오겠다라고 웃으면서 농담을 하신다.
그렇게 9월의 첫 주말에 언제 와도 행복한 수락산과 북한산
그리고 서울 경전철 1호라는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즐거운 둘레길 길나섬을 마무리를 하였다.
다음에는 또 다른 어떤 동행의 경험이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 반, 호기심 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