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극
Muji 无极
무극(無極)은 우주 자연의 근원과 원리를 의미하는 형이상의 개념이다. 모든 것이 시작되고 모든 것이 돌아가는 곳이 무극이다. 그렇다면 무극은 존재인가 본질인가? 무극은 ‘극이 없는 것’ 또는 ‘극이 아닌 것’ 즉, 무한, 영원, 무제약, 전체, 중심이다. 무(無)는 ‘없다, 아니다, 관계없다’를 의미하는 회의문자고 ’극(極)은 ‘시공간의 끝, 다하다, 극진하다, 최고, 최종, 중심, 위대’를 의미하는 회의문자(會意文字)다. 극은 나무 목(木)과 빠를 극(亟)이 결합한 것인데 갑골문자에서는 하늘까지 다다라 있음을 나타낸다. 일반적으로 극은 ‘지극하다, 극에 달하다’를 의미한다. 갑골문자에서 극(亟)은 땅에 발 디딘 채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인간을 형상한다. 소전(小篆)에서는 높은 용마루로 쓰였다. 이처럼 극은 끝이나 중간을 의미하는 공간적 개념이었다. 시간이 가면서 극은 무한의 시간을 의미하는 시간적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무극은 ‘극이 없는 것, 극이 아닌 것’이므로 무한, 영원, 무제약 등의 의미가 있다. 무극의 최초 기록은 ‘그 덕은 어긋나지 않고 무극으로 돌아간다(常德不忒 復歸於無極)’는 노자의 [도덕경] 28장에서 볼 수 있다. 덕(德)은 행위다. 그러니까 우주 만물의 모든 것은 결국 무극으로 돌아간다. 돌아가는 방법과 원리가 도(道)다. 또한 장자(莊子, BCE 369~BCE 289?)의 [남화경(南華經)]에서는 ‘무궁의 문으로 들어가서 무궁하게 노닌다(入無窮之門 以遊無窮之野)’의 무궁은 무극과 유사하다. 하지만 무궁은 시간적 무한 개념을 우선하면서 공간적 무한 개념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도가들은 무궁한 무극의 세계를 동경했다. 이때의 무극은 신선이 사는 유토피아다. [장자(莊子)] <소요유편(消遙遊編)>에 신인(神人)은 음식을 먹지 않고 바람과 이슬을 마시며 공중을 난다고 되어 있다. 이것이 바로 도(道)를 체득한 무극(無極)의 상태다.
도와 극의 관계는 다음 노자 [도덕경] 42장에 담겨있다. ‘도에서 하나가 나고 하나에서 둘이 나고 둘에서 셋이 나고 셋에서 만물이 나며(道生一 一生二 二生三 三生萬物), 만물은 음을 진 채 양을 품고 있는데 두 기가 서로 만나 조화를 이룬다.(萬物負陰而抱陽 沖氣以爲和)’ [도덕경] 28장과 [도덕경] 42장을 연결하면 ‘만물은 도에서 생기고 무극으로 돌아간다’로 정리할 수 있다. 따라서 무극은 도의 최종 목적이자 도에 귀의한 상태다. 그러니까 무극은 시공간적 무한과 무궁이고 완성된 상태다. 그렇다면 도(道)는 존재론의 실체 개념인가? 도가의 도는 천지자연의 법칙이며 우주 생성의 시원이다. 따라서 도가의 도는 실체이기도 하고 원리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무극(無極)은 존재론의 실체 개념인가? 도가의 무극은 우주 만물이 회귀하는 최종 상태다. 도가의 무극은 실체이기도 하고 원리이기도 하다. 따라서 도가의 도와 무극은 같은 것이다.
시원의 도와 최종의 무극을 이어주는 것이 춘추전국시대 생긴 음양과 오행이다. 그런데 유가는 우주 생성에 관해서는 설명하지 않고, 우주 자연의 변화만을 설명한다. 그것은 변화를 통해서 인간, 사회, 정치의 법도를 세우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역리(易理)를 정리한 [주역(周易)]이다. 한편 북송 이전의 유가에게는 무극 개념이 없었고 태극 개념만 있었다. 태극은 [주역(周易)]의 <계사(繫辭)>에 처음 등장한다. ‘변화에 태극이 있으니 태극이 양의를 낳고 양의가 사상을 낳고 사상이 팔괘를 낳고(易有太極 是生兩儀 兩儀生四象 四象生八卦)’에서 우주의 시원은 태극이다. 유가의 세계관에서는 태극 – 음양 – 오행 – 건도성남 곤도성녀 - 만물화생의 순차적 구도이고 만물 이후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 그리고 변화의 실체이자 원리인 태극이 우주 생성을 의미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반면 도가의 세계관에서는 무극 - 태극 – 음양 – 오행 – 만물 – 무극의 순환적 구도이고 만물 이후에 대해서도 명료하게 설명한다.
도가의 무극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사람은 진단(陳摶, 871~989)이다. 진단은 [도덕경]의 복귀무극에 근거하여 진공묘유(眞空妙有)한 우주 순행의 최종 상태를 무극으로 설정했다. 진단은 <무극도(無極圖)>를 통해서 진공묘유한 이치를 깨우치고 양생으로 수련하면 무극에 이를 수 있다고 보았다. 도가들의 연단술에서는 최종을 무극으로 본다. <무극도>는 현화지문(玄化之門)에서 출발하여 복귀무극(復歸無極)에 이르는 존재의 진행을 묘사하고 있다. ‘다시 무극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원래의 상태가 무극이라는 뜻이다. 이 구조에서 도(道)는 우주 만물이 자연스럽게 순환하고 조화하는 원리와 방법이다. 따라서 도가의 무극은 최초의 시원, 우주 만물의 본체, 최종의 상태, 조화와 균형의 중심 등의 의미가 있다. 도가의 무극을 유가철학에 접목한 사람은 북송의 주돈이다. 주돈이(周敦頤, 1017~1073)는 우주 자연을 무극 – 태극 – 음양 – 오행 – 건도성남 곤도성녀 - 만물화생의 운행으로 설명한다.★(김승환)
*참고문헌 老子, 『道德經』.
*참조 <기>, <기[성리학]>, <도>, <무극이태극>, <무위자연>, <성리학>, <생성>, <수양론>, <심성론>, <심즉리>, <음양오행>, <이[성리학]>, <이[주희]>, <이기론[주희]>, <태극>, <태극과 무극의 관계>, <태극도 해설>, <태극도설>, <형이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