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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속의 권력 ‘더러운 전쟁’『누가 박정희를 용서 했는가』. 정치학박사이자 군연구가인 저자 김재홍이 2011년 10월부터 <오마이뉴스>에 연재하여 독자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화제의 글들을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았다. 박정희 유신정권이 어떻게 최후를 맞을 수밖에 없었는지를 권력 핵심부에 있던 인사들의 육성증언을 통해 역사적 실체에 접근하였으며, ‘혁명’의 이름으로 5.16쿠테타를 일으킨 정치군인들의 부패상을 낱낱이 파헤쳤다. 더불어 박정희 정권 친위대장들의 권력게임, 윤필용 사건과 하나회에 관한 기술을 통해 당시 독재정권이 어떻게 작동하고 군사 권력이 어떻게 사유화되었는지 생생하게 그려냈다.
동굴’ 속의 권력 ‘더러운 전쟁’ 우상을 깨고 신화를 넘어 역사의 진실로…
혈서로서 ‘대일본제국 천황’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만주군관학교에 입교하여 일본군 장교로 입신한 박정희가, 4.19혁명정신을 짓밟고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지도 어언 반세기가 지났다. 1961년 민주정부를 뒤엎고 총으로 권력을 찬탈한 박정희가 18년간 일인독재 철권통치를 자행한 끝에 그의 심복인 김재규의 총탄에 비명횡사한 지도 벌써 32년이 지났다. 한 세대가 지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박정희 망령’이 아직까지도 우리 현실정치를 지배하고 있는 형국이다. 반면에 ‘민주혁명’의 대의로써 박정희를 처단한 김재규는 역모의 누명을 쓰고 처형당한 후 아직까지도 그 명예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박정희는 집권 이후 언론을 손아귀에 넣고 정보와 여론을 통제한 가운데 스스로를 ‘근대화와 산업화의 아버지’로 포장함으로써 결국 우리 역사에 긴 ‘허위와 망령의 그림자’를 남겼다. 그렇게 날조된 신화로 민심이 오도된 나머지 그에 대한 역사적 단죄가 아직까지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박정희가 ‘역대 가장 훌륭한 대통령’ 1위에 이름을 올리는가 하면, 그의 딸이 유력 정당의 ‘대세’로서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는 참담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과연 “누가 박정희를 용서했는가?”를 묻게 되었다. 역사인가? 국민인가? 어떤 세력인가? 아직 단죄도 이루어지지 못한 마당에 누가 그를 용서할 계제도 아니거니와 설령 그가 용서를 받았다 해도 그를 역사 속에 ‘자숙’시킬 일이지 그를 영웅으로 둔갑시켜 정치적으로 팔아먹을 일이 아니다. 그건 역사에 대한 또 다른 죄악이자 국민에 대한 기망欺罔이다. 그런데도 이승만을 ‘국부’로 옹립하려는 바로 그 세력이 박정희에 대한 역사적 단죄를 가로막은 채 그를 우상화하여 정치사회 헤게모니의 영구 장악을 획책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박정희 유신정권이 어떻게 망조가 들어 최후를 맞을 수밖에 없었는지를 권력 핵심부에 있던 인사들의 육성증언을 통해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그리고 “김재규의 박정희 살해는 정당방위였다”는 역사적 평가를 내리면서, 박정희의 후예인 신군부집단이 김재규를 군사법정에 세워 단순살해범으로 처형한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것일 뿐더러 역사적으로도 부당한 처사임을 명백하게 밝히고 있다. 이어 ‘혁명’의 이름으로 5.16쿠데타를 일으킨 정치군인들의 부패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민주국민을 상대로 한 ‘더러운 전쟁’의 실상을 낱낱이 고발한다. 더불어 박정희 정권 친위대장들의 권력게임, 윤필용 사건과 하나회에 관한 기술을 통해 당시 독재정권이 어떻게 작동하고 국가권력이 어떻게 사유화되었는지를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끝으로, 극단적인 기회주의자의 길을 걸어온 박정희의 역정을 통해 그 놀라운 변신술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안위와 영달을 위해서라면 배신도 밥 먹듯이 하는 그 실체를 밝히고 있다. 박정희는 ‘과거’가 아니라 아직도 현실정치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현재’이기 때문에 이 책의 의미는 그만큼 무겁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