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실의 계절 가을이 한창 무르익어 가고 있습니다. 가을 하늘은 깊은 바닷물을 머금은 듯 깊고 맑아 눈이 시리도록 청명합니다. 붉게 물들어 가는 산과 황금벌판에는 가을걷이 하는 농부들의 손길이 분주합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축제의 계절에 사람과 사람간의 직접 소통이 어려워 많은 축제들이 취소되거나 간소화되고 있는데요. 송악읍 주민자치회에서 코로나시대에 마음까지 방역하는 이색적인 축제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지시줄다리기 박물관 광장으로 향했습니다.
주민자치회원들과 시민들, 농민들이 어우러져 사고, 보고, 즐기는 ‘2020 송악읍 비대면 주민총회사업’이 줄다리기 박물관 광장에 펼쳐져 있습니다. 송악읍주민자치회(회장 최창규)가 지난 9월 온라인주민총회를 통해 결정된 마을의제사업 '주민이 만드는 문화의 거리', '지역 농민이 재배한 농특산물 드라이브 스루', '송악읍 자동차극장'을 생활속 거리두기 실행속에 진행했습니다.
행사시간이 가까워오자 하나, 둘 차량이 들어옵니다. 자원봉사센터에서 나온 학생들과 송악엄마순찰대, 행사 관계자들이 팀을 이뤄 발열 체크를 하고 노란 손목띠지를 부착해 준 다음 행사배치도와 주민자치회 로고가 새겨진 마스크 트랩을 선물로 전해줍니다.
행사배치도를 따라 천천히 드라이브를 합니다. 농산물 직거래장터에서는 코로나19와 긴 장마를 이겨낸 고구마, 찹쌀, 청국장, 양파, 아로니아, 오디즙 등 직접 키운 다양한 농산물과 먹거리들이 즐비한데요. 판매부스 앞에서 정차하고 구매의사를 밝히면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결제를 하면 물품을 차에 실어줍니다.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른다고 소문난 당진 명품 황토고구마’를 구매하기 위해 부스앞에 차를 세우고 결제를 마치자 판매자가 트렁크에 고구마를 실어줍니다. 당진해나루황토고구마는 서해안의 해풍을 맞고 미네랄 등이 풍부한 황토에서 자란 덕분에 단맛이 일품이며 식이 섬유가 풍부해 변비 예방은 물론 다이어트 식품으로 해마다 인기를 더하고 있습니다. 또한 브랜드의 고품질화를 통한 농가의 소득 증대는 물론 6차 산업화를 통해 다양한 고구마 요리로 활용하며 건강식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소라껍질에 식재한 다육이들과 국화화분 체험하기, 새싹인삼, 아로니아 효소, 달걀등 농부들의 정성이 가득한 다양한 물품을 구경하고 구매하노라니 어릴적 장구경하던 동심속에 빠져듭니다.
직거래 장터에 참여한 성미희 대표를 만나 참여소감을 들어보았습니다.
'평소에는 로컬매장에서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는데요. 드라이브스루 직거래장터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드라이브스루 판매방식을 경험해 보고 싶어 참여하였습니다. 아직은 낯선 판매방식이라 참여에 의의를 두고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직거래 장터에서 주민과의 즐거운 소통과 알찬 프로그램으로 보람된 하루를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주민들과 함께 하는 장소에서 드라이브 스루로 물건도 사고 공연도 보며, 영화도 볼수있는 기지시 줄다리기 박물관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송악주민들에게는 큰 혜택이고 감동이었습니다. 앞으로 이런 장터가 활성화되어 지역의 농업인들이 판로걱정 없이 농사를 지을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영화볼때 팝콘이 빠지면 곤란하겠지요. 팝콘도 듬뿍듬뿍 담아 행사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나눠 주었습니다.
송악주민자치회 배병찬 사무국장의 사회로 2020 송악읍 '언텍트' 주민총회 사업의 막이 올랐습니다.
최창규 송악읍 주민자치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마을의 주인인 주민이 주체가 되어 마을에 변화와 희망을 만들어 안전하고 살기좋은 송악읍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코로나19라는 악재속에 처음 시도하는 ‘언택트’ 방식의 주민총회 사업이라서 시간 부족으로 홍보, 운영 등 미흡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언택트를 넘어 온텍트 시대에 발빠르게 응할수 있는 첫걸음을 뗄수 있었습니다. 미비한 점들은 상호보완해 나가며, 마을의 주인인 주민이 주체가 되어 마을에 변화를 만들고 희망을 만드는 나비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당진시립합창단의 축하공연을 시작으로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강사와 수강생들의 흥겨운 문화공연이 이어졌습니다.
지역가수들과 뮤아밴드의 초청공연이 이어지며 ‘주민이 만드는 문화의 거리’도 진행되며 줄다리기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흥을 돋우며 행사가 점점 무르익어갑니다.
행사장을 찾은 어린이들을 위한 만들기 코너에서는 병뚜껑을 재활용해 장난감도 만들어 봅니다.
어둠이 내려앉자 광장은 자동차극장으로 바뀌고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따뜻한 가족영화 '늙은 자전거'가 상영됩니다. 라디오 주파수를 HMZ로 설정해 줘야 자동차 안에서도 현장감 있는 스트레오 음향으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늙은 자전거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티격태격하는 삶 속에서 현세대의 가족관을 엿볼수 있는 작품인데요. 방치와 포용의 인간관계와 세대 간의 갈등을, 미래를 잃은 존재와 과거를 잃은 존재의 대립 장면에서는 코로나19라는 상황에 놓인 우리네 삶의 모습을 엿볼수 있었습니다. 또한 아들을 잃은 아버지와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할아버지와 손자라는 관계속에서 모든 갈등을 상생과 공존의 포용으로 껴안는 장면에서는 코로나19라는 상황에서 자칫 혐오가 일상화 될 수 있는 우리 삶의 오점들을 깨우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미래의 기대를 잃어버린 기성과 과거의 자양분에서 방치되어버린 신생으로 확장되는 장면에서는 대중성과 철학성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코로나시대에 삶이란 화두를 던져주는 생동감이 있고 묵직한 의미의 감동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