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풀 3>(Deadpool & Wolverine)은 2017년 <로건(Logan)>을 끝으로 퇴역한 울버린 휴 잭맨을 데드풀 라이언 레이놀즈가 “파묘”했고, 상호 호감과 친분을 배경으로 탄생하게 된 화제작. <엑스-맨>(X-Men, 2000)의 원년 멤버 울버린과 데드풀의 뜻밖의 예견된 조우는 1980년대 형사 버디물을 연상하게 할 만큼 2인 1조 투톱 성인 액션 영화와 닮은꼴이다.
환상의 짝꿍이 낳은 꽤 괜찮은 성과물이다. 마블 프랜차이즈의 공식에 충실하다. 데드풀 캐릭터 특유의 속사포 랩 수준 톡 유머는 여전하고, 이제 시공간의 차원을 넘어 마블 유니버스를 종횡무진 누비는 액션은 정신줄 놓을 정도. 그 진정성에 따른 대단한 도전에 물개박수 일 발 장전.
‘웨이드’ 윌슨(데드풀)과 제임스 ‘로건’ 하울렛(울버린)은 한 쌍의 바퀴벌레 같은 찰떡궁합으로 “멀티버스”를 오가며 임무 완수에 러닝타임을 소진한다. 엠마 코린의 카산드라 노바가 열쇠를 쥔 유사 감옥 보이드(“매드 맥스”의 황량한 배경 무대 연상)를 횡단하는 동안, 디즈니와 20세기 폭스 영화사가 남긴 과거의 잔해와 기념비적 유산들이 연달아 등장한다.
쉴드, 헬리캐리어, 윌리엄스버그 다리의 첨탑(중요한 스파이더맨 전투 장소), 자유의 여신상 횃불 꼭대기(20세기 폭스사 1968년 원작 :“혹성탈출”, “엑스맨” 전투 장면에 등장), 퍼시 비시 셸리(Percy Bysshe Shelley)의 시 “오지만디아스(Ozymandias)”의 “몸통이 없는 거대한 두 개의 다리 석상” 등.
특히 “형이상학적 폐차장”이라고 불리는 곳은 사회, 정치, 심리 등 여러 방면에서 만화에 담긴 대중문화의 은유를 확연히 보여준다. 20세기 폭스 로고의 거대한 돌 조각 모양을 사이에 두고 데드풀과 울버린의 첫 번째 싸움이 벌어지는 장면은 폭스와 디즈니 두 영화사를 둘러싼 마블 캐릭터의 운명적 상징성을 내포하고, 이후 등장하는 시리즈의 연대기적 캐릭터들을 위한 추모의 의식의 전조로 작동한다.
“폭스가 그를 죽였어요. 디즈니가 그를 다시 데려왔죠. 디즈니는 로건이 아흔 살이 될 때까지 이 일을 하게 할 거예요."라고 로건의 부활에 대해 말하는 웨이드의 대사는 그런 연유에서 매우 시의적절하게 관객의 뇌리에 남는다. 폭스에게 버림받고 애인과 어벤져스로부터 외면당한 두 패자(Loser)의 경쟁적 공생관계에 연정(戀情)이 드는 이유도 그래서일 것이다.
영화는 말 그대로의 ‘부활’이 서사의 핵심. 6년 만에 스크린에 부활한 웨이드는 여자친구 바네사(모레나 바카린)와 열애 단절, ”어벤져스“ 가입 거절, '패자'가 된 그는 자포자기의 신념으로 중고차 중개업을 하지만 그마저도 신통치 않고, 지철기(또는 스테이플러)로 대충 고정한 가발을 쓴 그의 모습은 연민을 자아낸다.
그는 ”타임 리퍼“를 개발한 시변 기관(TVA)의 요원 패러독스(매튜 맥페이든)에게 소환되고, 자신의 타임라인에서 종말론적인 문제를 막으려면 다른 타임라인 중 하나에서 울버린을 데려와야 하는 숙명과 마주한다.
자칭 ‘마블의 예수(Marvel Jesus)’웨이드는 거대한 유사 X표 십자가에 박힌 로건을 비롯해 여러 타임라인에 존재하는 울버린을 수배하면서 ”관객은 긴 러닝타임에 익숙해져 있다“라는 대사가 괜한 말이 아닌 것처럼 장광설을 늘어놓는다.
성적인 농담부터 온갖 풍자, 유머, 위트, MCU를 둘러싼 영화사와 작가의 다양한 견해차 등 속사포 랩 부럽지 않은 웨이드의 찰진 대사는 “어쨌든 MCU에 합류한 걸 환영해요.”라는 환영사로 둘의 극적이고도 역사적인 재회에 방점을 찍는다. 극 중 레이놀즈의 입방정은 거침없이 거칠고 때론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상스럽지만, 미워할 수 없게 감동적이다.
영화는 동시에 일련의 짧은 장면으로 구성된 스케치 코미디(Sketch Comedy)와 우스꽝스러운 소동, 몸 개그를 주로 보여줌으로써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내는 효과를 작동한다. 레트로, 추억, 복고의 감성 충만, 숀 레비 감독의 연출력과 레이놀즈&잭맨 팀워크가 구성지게 어우러진 데드풀 3편은 욕설과 유혈, 과장과 폭력 쩌는 성인물임을 자인하는 것과 같이 사운드트랙을 장식한 음악, 정확히 여러 노래 또한 기성세대를 표적으로 구성했다.
타임머신, 멀티버스의 시초는 <오즈의 마법사>(Wizard of Oz, 1939)라고 언급한 레이놀즈의 대사에서 감 잡을 수 있듯, 시간여행 가족영화의 대명사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 1985)의 주제가 ‘The power of love’가 신나는 록 펀치를 날리고, 20세기를 빛낸 팝과 록의 향연이 축제처럼 펼쳐진다. MTV 시대 데드풀과 울버린 버디 액션물을 보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지난 추억의 유물들은 그렇게 “복고”라는 포장 용기에 담겨 리사이클링되고 업사이클링되면서 우리를 퇴행적 사고의 보이드 안에 머물게 한다.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목록]
1. “Only You (And You Alone)” – Performed by The Platters
2. “Bye Bye Bye” – Performed by *NSYNC
3. “Angel of the Morning” – Merrilee Rush & The Turnabouts
4. "SLASH” – Stray Kids
5. “Glamorous” – Fergie
6. “Iris”– The Goo Goo Dolls
7. “The Power of Love” – Huey Lewis & The News
8. “I'm a Ramblin' Man” – Waylon Jennings
9. “You Belong to Me” – Patsy Cline (Featuring - The Jordanaires)
10. “The Lady in Red” – Chris de Burgh
11. “I'm With You” – Avril Lavigne
12. “The Greatest Show” (From The Greatest Showman/Soundtrack Version) – Zac Efron and Zendaya and Hugh Jackman and Keala Settle and The Greatest Showman Ensemble
13. “You're the One That I Want” – Olivia Newton-John and John Travolta
14. “I'll Be Seeing You” – Jimmy Durante
15. “Make Me Lose Control” – Eric Carmen
16. “You're All I Need to Get By” (with the Royal Philharmonic Orchestra) – Aretha Franklin
17. “Good Riddance (Time of Your Life)” – Green Day
18. “LFG” (Theme from Deadpool & Wolverine) – Rob Simonsen
19. "Like a Prayer" - Madon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