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 Boomer
성과급에 관한 논쟁으로 소란에 끼고 싶지 않았던 '나'는 적을 만들지 않는 것, 삼십사년의 교직생활 동안 고수해온 신조대로 그게 뭐 중요한가요, 허허 적당히 대꾸한다.
카풀 메이트인 미술교사 오를 태우고 올림픽 대로를 건너는 동안에도 그녀는 성과급과 조합원인 곽샘의 이야기로 대화를 이어간다.
조합원 사이엔 S등급 받은 교사가 B등급을 받은 교사에게 성과급의 일부분 떼주는 암묵적 틀이 존재 했지만 신임교사 곽샘은 공정한 평가로 지급된 성과급을 왜 나누어야 하냐고 분배를 강요하는 게 진짜 불합리 아니냐며 딱 잘라 거절한 것에 대해 분한 듯 침까지 튀기며 오는 말하였다.
신임 교사들을 무르고 미숙하다고 질타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나는 달랐다’ 젊은 교사들의 유연함과 자유로움을 메리트로 보고 자신을 인정해주고 이해하는 내게 호감을 갖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화자는 ‘그래도 나는 똘레랑스가 있는 사람이었다. 견해가 다르다고 타인을 깍아내릴 필요는 없지’라고 생각한다.
아내와 별거를 시작한 뒤 금촌동 단독주택을 지어 혼자 지내고 있지만 아들이 매달 이틀 정도 묵었다 가고 나름 돈독한 부자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생각한다. 문화 인류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들어간 아들은 ‘페이퍼 앰프’라는 밴드 활동을 하는데 동영상 심사에 제출할 뮤직 비디오를 찍어야 한다고 금촌동 집을 빌리기로 한다.
토요일 오후 세시쯤, 아들의 밴드 멤버들이 인사도 없이 화장실부터 찾는다. 나이키를 입은 녀석은 감사패를 보더니 “전교조” 였냐 묻는다. ‘나’의 감사패는 책장 한 편에 무심한 듯 놓여 있었지만, 틈날 때마다 마른 융으로 닦아 광을 내는 애물이었다.
시나위, 백두산 하는데
“백두산은 북한에 있는 거 아니야?”
“그래도 우리 때는 기라성 같은 밴드였어”
“기라성이요 그건 일본 잔재잖아요. 유도리, 짜라시 이런 말처럼”
삼십사년 국어교사인 ‘나’에게 가르치는 듯한 녀석의 태도에 수모와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어른으로서의 체통을 지키려 애쓰는 ‘나’이다.
그러나 촬영본을 본 밴드 멤버들이 감사패를 빼라는 요구와 나이키가 감사패를 손가락으로 튕기는 모습에서 ‘나는 똘레랑스가 있는 사람이니까’와 인내심은 한계점에 다다른다.
586세대인 ‘나’의 눈에 ‘MZ세대’인 그들은 온통 이해할 수 없는 점투성이나 ‘나’는 그런 그들을 너그러이 이해해 보려 애를 쓴다.
하지만 베지테리언이라며 고기에 치즈까지 뺀 피자를 먹는 것이나 웃어른 앞에서 통성명조차 않고 제 할 일만 하는 모습은 그렇다 쳐도, 자신이 살아온 이력을 대표하는 전교조 상패를 함부로 다루는 모습만은 참을 수 없었던 ‘나’는 결국 그들에게 나가라고 완고히 말하기에 이른다. 그들이 떠나간 뒤 ‘나’는 냉장고에 있던 고기를 몽땅 꺼내서 구워먹는 장면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나에게 그런 상황이 왔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