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스루스루’ 어원은 우리말 ‘슬슬’
언어학자 박병식(73)씨가 일본어의 뿌리가 고대 우리말에 있음을 어원분석으로 뒷받침한 일본어판 어휘사전 ‘야마토말 어원사전’(ヤマト言葉語源辭典•도서출판 바나리)’을 냈다. 박씨는 지난 85년 ‘일본서기’에 나오는 사이메이 왕 때의 동요를 한국어로 풀이한 ‘지금 가야족은 슬프다’를 펴낸 이래 20여권의 관련 저술을 일본어로 출판해 왔다.
특히 ‘만엽집 침사사전’, ‘일본어의 비극’ 등 고대 우리말과 일본어가 한 뿌리임을 주장했던 저술들은 일본 내에서 논쟁을 불러 일으키며 베스트셀러가 됐고, 박씨는 도카이대학, 시마네대학 등에서 강의를 맡기도 했다. 이번 사전은 일본어의 음운변화 법칙을 밝히고 이에 따라 일본어의 원형을 찾아냄으로써 일본의 고대어가 옛 우리말과 같다는 것을 1200여 개의 어휘를 통해 주장하고 있다. 또 품사별로 어휘를 분류, 인칭대명사, 지시대명사, 의문대명사, 의성어, 의태어 등 11개 항목으로 나눴다.
가령 어떤 물건이나 일이 쉽게 끌려오거나 잘 풀리는 상태를 표현한 의태어 ‘슬슬’에 해당하는 일본어는 ‘스루스루(するする)’이고, 무서움에 몸을 떠는 상태를 표현한 ‘벌벌’의 일본어는 ‘부루부루(ぶるぶる)’다. 이런 의태어는 ‘쑥쑥’과 ‘스꾸스꾸(すくすく)’, ‘터벅터벅’과 ‘도보도보(とぼとぼ)’ 등 셀 수 없이 많다는 게 박씨의 주장이다.
그는 또 일본은 가야족이 세운 나라임을 주장하면서 경상도 방언과 일본어의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가령 ‘마’소리를 자주 쓰는 지역 언어습관과 일본어의 ‘마(ま)’를 연결시키고, ‘그러나’에 해당하는 경상도 방언 ‘그래도마’를 일본어 ‘게레도모(けれとも)’와 관련시킨다.
이번 사전은 특이하게 국내에서 일본어로 제작되어 다시 일본으로 역수출되는 형식을 취한다. 박씨는 “일본의 지식인들이 이 사전을 본다면 자신들의 일본어 어원풀이가 95%이상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며 “그동안 모호하게 설명해왔던 고문 해석도 쉽게 풀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