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주 토요일(8. 22.) 노동전선과 오늘(8. 28.) 노정추 연대조직 대표모임에서 발표한 내용입니다.
그동안 반복해서 주장해온 내용을 압축해서 정리한 상태라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없습니다.
제국주의적 자본독재와 노동자국가
1. 자본독재의 헤게모니분파
1. 1. 소란스러운 민주당 전당대회가 친명의 힘겨운 승리로 끝났다. 당내 분열은 당분간 잠복하고 이재명 정권의 국정운영 방향에 본질적 변화는 없을 듯하다. 개혁이니 의리니 배신이니 하는 빈곤한 철학으로 절반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올린 반명의 저력이 놀랍다. 저력의 주요 원천은 특정 매체들을 중심으로 뭉친 ‘코어’세력의 권력탈환 욕구일 듯하다. 이들이 주도하는 커뮤니티들에서, ‘굴러온 돌’ 이재명은 윤석열과 동급의 반개혁 인사로 취급되곤 한다. 하지만 그 개혁이 노동자민중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실감하기 어렵다. 친명 쪽이 추구하는 바는 대체로 명확하다. 그것은 자본독재의 헤게모니분파 역할을 유능하게 수행하는 것이다. 그 실행방법은 ‘국민통합’의 깃발 아래 중도보수 흡수하기, 친노동 구호로 노동계의 자발적 동의 유도하기, 일부 첨단기술과 차등적 착취구조를 통한 생산력에 의지해 ‘경제영토’ 확장하기, 몰계급적 국가주의로 계급모순 덮어버리기 등이다. 그 성과는 국가권력과 독점자본세력의 유례없이 화기애애한 생화학적 결합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결합을 상징하는 메가프로젝트의 전격 추진은 양극화와 고용불안, 환경재앙과 전쟁위기를 해소하기는커녕 더욱 증폭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1. 2. 반명의 힘은 자본독재의 본질적 측면 한 가지를 시사한다. 개혁과 진보를 자부하는 그들 중 일부는 이해관계의 직접적 당사자이겠지만, 대다수는 특정 매체들의 개혁 구호와 편향적 정보를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신념집단의 일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에게서 친명과 질적으로 구별되는 진보 노선이나 자본독재 극복의 전망을 확인할 가망은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이들 ‘정치 고관여층’은 개혁의 깃발 아래 친명을 향해 혐오의 비수를 날리며 정의감을 불태운다. 일반론으로 비약하자면, 무관심층이나 극우 파쇼만 아니라 선의의 민주 개혁 진보세력조차 매체들의 선동메커니즘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노동좌파는 자유롭다고 자신할 수 있겠는가. 자본독재는 국가권력에서 노동자정치의 존재감을 지워버리는 데에 그치지 않고, 노동자정치의 신경중추까지 헤집어놓는다. 인류문명 절멸 위기의 근본 원인을 자본주의 자체에서 찾는 합당한 문제의식의 싹부터 비틀어 버리는 것이다. 즉 노동자국가 건설의 어려움을 불가능성 혹은 불필요성으로 바꿔치고, 노동과 자본의 적대적 모순이 자본독재 극복의 주요동력으로 발전하는 것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편향적 논리들을 제도교육과 온갖 매체들을 총동원해 무한정 살포하는 것이다.
1. 3. 노동자국가 건설의 불가능성을 선전하는 패배주의는 다양한 형태로 변주된다. 현실사회주의운동의 역사적 현실적 의의를 지워 버리는 무지성적 청산주의, 반자본독재 해방전쟁에서 계급해방의 비중을 1/n로 희석시키고 계급환원론 따위의 낙인을 찍어 노동자정치를 무력화하는 전략부재의 다원주의, 국가권력 자체를 악마화함으로써 자본독재의 한 축인 국가권력의 계급적 본질을 덮어놓는 무정부주의 등을 생각할 수 있다. 이들 이데올로기는 지난 30여 년간 소수 진보이론가들의 연구실에서 숙덕거리고 앉아 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노동자민중의 의식세계를 잠식하여 현장투쟁과 정치투쟁을 분리해 놓고 노동자정치를 의회주의의 늪으로 이끌었다. 타성화된 의회주의를 향해 반성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반성은 이 이데올로기들이 위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 물적 조건에 대한 인식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즉 양극화 속의 서열구조를 뒤덮어 버린 고속경제성장의 효과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자본이 노동자계급 상층부, 특히 이데올로그들에 대한 매수와 계급분열책을 전면적으로 구사하는 가운데, 차별과 서열의 연옥 속에서 노동자민중은 조직적 단결 및 변혁 전망과 멀어진 채 각자도생으로 내몰린 것이다.
2. 제국주의적 자본독재
2. 1. 노동자계급 상층부 매수로 인한 노동자정치의 우경화 현상은 제국주의론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문제의식 이다. 이때 매수의 의미를 이권⋅관직⋅명예 등을 통한 뒷거래에 한정할 필요는 없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지배⋅관리효과를 거두는 것이 그 본질이라면, 차등적 착취체계 자체가 매수기능을 수행해온 셈이다. 노동자민중의 단결을 막고 시야를 흐려 투쟁을 파편화하는 것이 그 주요 성과다. 레닌은 매수의 재원으로 제국주의적 초과이윤을 지적한다. 종속국 노동자민중을 상대로 초과이윤을 뽑아내는 것이 제국주의의 핵심 메커니즘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공식적 식민지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레닌에 따르면 ‘형식적으로는 정치적 독립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금융적⋅외교적 종속의 그물에 갇혀 있는 다양한 형태의 종속국들도 이 시대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저개발국 노동자들의 저임금 노동력, 낮은 지대, 관세혜택 등으로 얻어낸 초과이윤을 경제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삼음으로써 제국주의적 착취⋅수탈 사슬의 한 고리로 자리 잡았다. 불균등발전의 위력을 감안할 때, 미중 대립의 틈새에서 한국이 ‘대체불가’ 생산력으로 위상을 한 단계 높여갈 가능성을 미리 배제할 필요는 없다.
2. 2. 이재명 정권은 그 가능성에 명운을 걸고 있는 듯하다. 평화를 외치면서 거리낌 없이 가성비 좋은 고성능 무기의 개발⋅생산에 속도를 올리며 시장개척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메가프로젝트가 몰고 올 국가주의 광풍은 한국사회의 진보의제들을 모두 압도할 기세다. 조선의 거부로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불가역적 평화체제 구축으로 중국⋅몽고⋅러시아⋅중앙아시아로 연결되는 블루오션을 열고, 이를 통해 제국주의대열에 당당히 들어서는 것이야말로 정권과 독점자본이 함께 키우고 있는 소망몽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세계 제국주의의 역학구도 속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현재의 위상에 대한 평가는 유동적이겠지만, 독점자본들의 성장규모나 역동의 측면에서 보면 한국의 자본독재는 대미 종속관계에 머물지 않고 미제와의 공생 및 경쟁을 통해 제국주의적 성격을 꾸준히 키워가고 있다. 미국은 다양한 방식으로 그러한 성장의 발판을 허물 수도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불균등발전은 한국 자본의 독점물이 아니다. 지금 황금알을 낳는 ‘초격차’ 기술들은 언제라도 추월당할 수 있다. 또 경제영토 확장은 갈등과 충돌, 전쟁의 서막이기도 하다. 제국주의적 자본독재를 유지하면서 제국주의 전쟁을 피하기는 어렵다.
2. 3. 당내 권력투쟁으로 인한 내분, 진보의제들의 해결 지연⋅실패, 양극화와 차등적 착취구조에 대한 노동자민중의 저항, 미제의 파괴적 개입 등으로 이재명 정권은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현재의 주체적 조건을 감안할 때, 정권의 조기 위기는 정권을 진보적인 방향으로 추동하기보다 극우의 발호로 귀결되기 쉽다. 하지만 그보다는 이재명 정권이 몰계급적 국가주의를 앞세우며 헤게모니 전략과 경제적 성과에 의지해 ‘구조적 다수’를 굳혀갈 가능성이 좀더 커 보인다. 이를 위해 진보⋅노동의 요구도 일부 흡수할 수 있겠지만, 이로써 제국주의적 자본독재의 헤게모니분파라는 정권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정권의 성공은 노동자민중의 생존권⋅행복권 확보나 인류의 공존공영과 거리가 있다. 오히려 양극화의 심화와 함께, 한국을 전지구적 갈등과 파국의 중심부로 몰아넣을 위험을 증폭시킬 것이다. 국가권력의 계급적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즉 자본독재 자체를 극복하지 않는 한, 이 흐름이 급속히 진행될 개연성은 압도적이다. 이를 부분개선을 위한 사안별 투쟁만으로 저지할 수는 없다. 변혁적 노동자정치는 제국주의적 자본독재가 초래할 재앙을 예측하고 막아낼 대안사회 건설에 총력을 다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3. 실질적 민주국가, 노동자국가
3. 1. 자본독재의 헤게모니분파인 민주당은 파쇼분파와 대조되면서 민주주의 이념을 독식해 왔다. 당명부터 착시효과를 만들어내지만, 그렇다고 형식적 민주주의마저 파괴하고 한국사회를 무속 왕조시대로 돌려놓으려 했던 파쇼분파와 동일시할 수는 없다. 형식적 민주주의 쟁취를 위해 인류는 오랜 시간 피를 흘렸다. 또 형식적 민주주의는 실질적 민주주의 즉 사회의 절대다수인 노동자민중의 민주주의의 구현을 위해서도 유용하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본뜻대로 인민이 주인인 사회⋅국가야말로 민주사회⋅민주국가임을 인정한다면, 노동자민중이 입법⋅사법⋅행정 등 국가권력의 주요영역에서 전적으로 배제되고 자본의 원리가 삶의 전영역을 지배하는 체제는 본질적으로 자본독재체제다. 자본독재국가도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즉 자본헤게모니를 영속화하며 효율적 착취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익을 부분적으로 존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노동과 자본의 적대적 모순이 첨예하게 드러나는 결정적 지점에서 국가권력이 자본권력과 한몸으로 움직일 때마다 자본독재의 본질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실질적 민주국가는 노동자민중의 민주국가 혹은 노동자국가가 될 수밖에 없다. 노동자국가 건설은 자본독재 극복의 결정적 전환점이다.
3. 2. 노동자국가의 중심 과제는 생산수단의 사회적 소유와 계획적 관리를 통해 사회구성원들 모두의 공존과 공영을 위한 토대, 즉 풍요로운 평등사회 건설의 토대를 만들고, 이에 맞서는 제국주의적 자본권력의 저항을 제압하는 것이다. 또 파리코뮌의 실질적 민주주의를 모델로 ‘국가와 국가기관들이 사회의 종복으로부터 사회의 주인으로 변화하는 것’을 방지할 ‘절대 확실한 방책’을 정착시키는 것이다. 이 기본 과제를 실현할 방법들은 역사적 사회적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특정한 현실사회주의 국가 모델을 한국 사회에 통채로 이식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회주의 운동을 비롯한 해방운동의 역사적 경험들은 오늘의 노동자국가 건설에서 중요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그 긍정적 요소들과 극복해야 할 난제들을 분석⋅평가하여 받아들이고, 아울러 오늘의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자연적 요구조건들을 고려하고 활용함으로써 최적의 모델을 종합해낼 필요가 있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그것은 변혁주체들의 광범하고 치밀한 공동작업을 통해 구현해 가야 할 열린 모델이다. 이 구현 과정은 곧 노동자민중이 제국주의적 자본독재의 사슬을 끊어버릴 사상적 조직적 무기들을 개발⋅검증⋅공유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3. 3. 이 경우 노동자국가의 성패를 좌우할 원칙적 난제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자본권력의 저항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강제력 행사에서 노동자민중이 자신의 개인적 조직적 전투력을 자발적으로 유효적절하게 발휘할 방법이 문제다. 전쟁 전체를 조망하고 평가하여 역량을 적시적소에 배치할 수 있는 전략조직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이들과 대중의 지속적 신뢰관계 구축이 핵심사안이다. 둘째, 생산수단의 사회화 및 계획의 범위나 속도 혹은 방법 등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민중의 적극적 주체적 참여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가 문제다. 이를 위해 현실사회주의 국가들의 여러 사례들이나 여타 계획경제 구상들도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셋째, 소외된 노동을 제거해가고 풍요와 평등을 통일하는 사용가치중심의 생산방식을 노동자민중이 적극 지지할 조건을 만드는 과제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자본독재가 체화시킨 현재의 의식⋅감각⋅욕구를 근본적으로 바꿔낼 새로운 보상체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기본적 문화생활의 사회적 보장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이때 인간의 본성에 어울리는 자연과의 효율적 물질대사를 통해 노동일을 축소함으로써 자유로운 자아실현의 가능성을 넓힌다는 맑스의 구상도 참조할 수 있을 것이다.
4. 해방전쟁, 국제주의, 국가사멸
4. 1. 노동자국가 건설이 불가피한 현실적 근거는 자본권력 스스로 무한증식 욕구를 버리지 못하여 노동자민중을 구조적 불행과 재난으로 몰아넣을 뿐 아니라, 인류문명 절멸의 위기까지 초래한다는 데에 있다. 노동자국가 건설은 이 통제불능의 제국주의적 자본독재가 야기하는 전면적 재앙에 맞서 공존공영의 평등사회를 구현하려는 이성적 노력들의 총화 과정이다. 이러한 긍정적 의미 속에는 자본독재에 맞서 노동자민중이 생사를 건 해방전쟁을 감내해야 한다는 현실적 대가가 포함되어 있다. 이 전쟁은 전쟁의 불가피성과 정당성을 개인적으로 자각하는 일부터, 그 자각을 구체적 현실 인식으로 발전시켜 조직적으로 공유해 가고, 이렇게 마련된 이론적 무기들을 통해 자본독재의 기만술들을 폭로하며, 현재의 다양한 사회적 요구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안정책들을 통해 노동자국가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고, 다수 대중이 노동자국가 건설에 참여할 수 있도록 조직하며, 조직적 단결의 힘으로 구체적 성과들을 쟁취함으로써 단결의 수준과 범위를 확대해 가는 등 다층적으로 진행된다. 이 전체상황을 파악하여 전략전술을 구사할 조직의 역량은 결정적 승리를 거두고 이를 노동자국가 건설로 연결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하다.
4. 2. 제국주의적 자본독재에 맞선 해방전쟁의 중심 동력은 노동자민중의 조직적 단결력이다. 단결의 수준 자체가 이미 투쟁의 성과를 보여주며, 분열의 정도는 패배의 지표다. 제국주의적 자본독재가 전지구적으로 얽혀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조직적 단결이 노동자 국제주의로까지 확대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역사적으로 국가이기주의가 국제주의를 무색하게 만든 심각한 사례들도 많지만, 국제주의가 의미 있게 구현된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국제주의는 평등사회를 추구하는 전세계 노동자민중들에게 전략적 의미를 넘어서는 윤리적 원칙이기도 하다. 국제주의적 연대와 동맹은 이주노동자부터, 국제 노동운동조직들, 사회주의 및 노동자당들, 국가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준에서 필요하다. 이때 연대와 동맹의 문제는 특정 국가들을 미래 노동자국가의 모델로서 받아들이는 문제와 구분되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중국식 사회주의 모델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본주의적 요소를 비판하되 그 이행기적 성격에 주목하여 배울 것을 배우는 분석적 평가와, 연대⋅동맹 상대로서 중국의 비중을 고려하는 것은 별개의 사안이다. 이 분석적 주체적 사유방식은 노동자 국제주의운동 내부의 균열을 극복할 실마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4. 3. 노동자국가는 자본권력⋅정치권력 등을 통해 소수가 사회구성원들 위에 군림하는 지배관계와 함께 국가 자체도 불필요하게 되는 평등사회, 즉 국가사멸 상태를 지향한다. 물론 노동자민중을 지배하는 도구인 자본독재국가를 해체하고 해방의 무기인 노동자국가를 건설하더라도, 자본독재세력의 저항을 제압해야 하는 단계에서 당장 국가사멸을 요구할 수는 없다. 또한 높은 단계의 공산주의에서 구현될 국가사멸의 이념에 비추어, 국가권력을 배제한 공동체운동 등으로 노동자국가 건설을 대체할 수도 없다. 그것은 해방전쟁의 결정적 전장과 무기를 모두 제국주의적 자본독재에 일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국가사멸 이념을 먼 미래의 숙제로만 이해할 것도 아니다. 노동자국가 건설 주체들은 건설 과정에서부터 국가사멸 이념을 지표 삼아, 평등의 원리를 세부 차원에 이르기까지 최대한 적극적으로 실천함으로써, 노동자국가가 다시 노동자민중을 억압하는 도구로 변질될 위험을 막고 실질적 민주주의를 체화할 수 있다. 국가사멸 혹은 풍요로운 평등사회라는 미래형 이념은 오늘 평등의 원리를 구현하는 실천 속에서 싹을 길러낸다. 노동자국가 건설을 포함한 우리의 미래 역시 현재의 운동 속에 담겨 있다.
5. 무엇을 할 것인가
5. 1. 현단계에서 노동자국가 건설운동은 다층적⋅다면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운동 전체를 총체적 관점에서 파악하여 노동자민중의 단결된 힘을 효율적으로 적시적소에 배치할 수 있는 전략조직의 부재 내지 취약성으로 인해, 주로 노동자민중의 자연발생적 생존권투쟁이 운동의 불씨를 살려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불씨를 제국주의적 자본독재의 근본모순들에 대한 과학적 인식과 결합하여 비합리적 지배관계를 일소할 폭발적 힘으로 바꾸는 것이 전략조직의 과제다. 이 과제는 내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몇 가지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노동자국가 및 풍요로운 평등사회 건설에 적합한 인간관⋅자연관⋅현실관, 운동의 궁극 목적, 의식⋅감각⋅욕구문제 등을 다루는 철학연구 영역을 생각할 수 있다. 이 영역의 주요 업무에는 맑스주의 고전철학을 비롯한 인류사적 해방전쟁의 사상적 유산들을 오늘의 당면 요구들에 비춰 검증하고 재평가하여 현재화하는 일이 포함된다. 또한 자본독재를 직접간접으로 옹호하는 지배이데올로기들에 대한 근본적 비판도 필수적이다. 그 목적은 복잡한 현상들의 본질을 꿰뚫어보고 해방전쟁 속의 그 의미와 가치를 평가하는 사고력⋅감수성⋅욕구체계를 발전시키는 데에 있다.
5. 2. 실현가능한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대안정책 개발 없이 노동자국가 건설도 불가능하다. 대안정책 개발을 위해 현실사회주의국가들의 정책들만 아니라 자본주의국가들의 모범사례들도 기초자료로서 참조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상으로 현재 한국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당면 과제들, 현장의 요구들, 예상되는 문제들에 대한 현실적 해결책들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해결책도 최종적일 수는 없겠지만 상당한 지속적 타당성을 지니려면 문제들의 본질에 대한 과학적 인식이 전제된다. 또 대부분의 문제들이 사회적 갈등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해결의 방향 내지 당파성이 중요하다. 물론 자본독재의 야만을 극복하고 풍요로운 평등사회로 나아가는 쪽에 절대적 강세를 두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민주적 사회적 통제와 고도 생산력의 결합을 통한 노동일 축소의 현실적 방안, 시장 기능의 활용과 규제의 범위, 환경재앙을 최소화할 물질대사 방식과 욕구의 합리적 상호관계 형성 방안, 이를 위한 교육제도, 새로운 보상체계, 노동자국가 방어전략 등등, 사회 전 분야에 걸친 문제해결 방안들을 체계적으로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이렇게 개발된 정책들은 설득력이 클수록 자본독재에 맞서는 노동자민중의 효과적인 무기로 쓰일 수 있을 것이다.
5. 3. 급변해가는 정세를 기민하게 분석하여 노동자민중의 관점에서 평가하고 대응방안까지 제시하는 활동, 즉 정세판단은 전략조직의 존재근거다. 정책은 대체로 지속적 타당성을 지니는 이론적 성격을 띤다. 효과적인 정책을 생산하고 검증하는 과정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정세판단에서는 적시성이 정책개발에서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그 효과는 대체로 일시적이다. 하지만 정세판단이 정세 자체를 바꾸는 데에 결정적인 변수가 되어 지속적 효과를 낼 수도 있다. 눈앞에 드러난 단편적 현상들을 관통하는 본질적 경향을 짚어내고, 이를 노동자민중의 실질적 요구들과 연결함으로써, 주요 국면들에서 의사결정의 방향타 역할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정세판단이 이런 역할을 해내기 위해서는, 사태와 거의 동시에 산출되더라도, 철학적 훈련과 정책연구를 통해 다듬어진 사고력과 당면 사태 자체에 대한 치밀한 파악이 결합되어야 할 것이다. 결정적인 국면에서의 그릇된 정세판단은 그에 의지하는 주체들의 고립 혹은 불필요한 희생을 초래하여 전선을 무너뜨리고 돌이키기 어려운 패배를 초래한다. 탁월한 정세판단은 노동자민중의 신뢰를 굳히고 전투력을 끌어올려 예상을 뛰어넘는 긍정적 정세를 만들어낼 것이다.
5. 4. 이러한 인식성과들을 광범하게 공유해가는 대중화 과정 없이는 해방전쟁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없다. 현재의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평등사회를 지향하는 철학연구 및 정책개발 혹은 탁월한 정세판단은 전략조직과 유기적으로 결합한 전문지식노동자들의 적극적 노력을 통해 어느 정도는 감당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의 노동조건 속에서 다수의 노동자민중이 일거에 그러한 인식성과들을 공유하기는 어렵다. 이 점에서 그것들의 핵심을 최대한 간명하게 각인해가는 선전활동이 필수불가결하다. 선전의 핵심과제는 노동자민중의 현재 의식⋅감각⋅욕구를 존중하되, 그로부터 자본독재의 근본문제에 대한 통찰로 나아가는 데에 적합한 언어 및 감각자료들을 생산하는 것이다. 일정한 구호를 반복강조해야 하는 특수 상황이 아닌 한, 대부분의 선전은 적대적 조건들을 극복하면서 노동자민중 개개인이 스스로 생각하고 인식을 넓히도록 안내하는 창조적 전투적 활동이다. 다양한 매체들과 교육기구들을 주요 전장으로 활용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토론회, 강연회, 공부모임 등을 통해 정보와 판단의 공유공간을 넓혀가는 과정 또한 그 성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주요 전투로 의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5. 5. 철학연구⋅정책개발⋅정세판단, 그리고 특히 선전활동을 통해 이루어진 의미 있는 의식변화조차 자본이데올로기의 쓰나미 속에서 희석되거나 무효화되기 쉽다. 확장된 인식들은 대체로 반복적인 경험의 뒷받침을 통해서 비로소 기본자세 내지 습관으로 정착되고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노동과 소비생활의 끝없는 반복회로 속에서 가성비 좋은 상품들 자체가 노동자민중의 몸속에 새겨넣는 자본독재의 지배이데올로기에 맞서, 노동자민중이 해방적 경험들을 살려내고 발전시키는 데에는 조직을 통한 긍정적 공동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략조직을 중심으로 생산⋅검증해낸 사상적 이론적 자산들을 매개로 노동조합들을 비롯한 크고작은 대중조직들을 주요 해방거점들로 만들고 연결해가는 것은 노동자국가 건설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심 사업이 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차등적 착취체계로 인한 노동자계급 내부의 분열구조를 극복하고 계급적 단결의 통로를 여는 것도 화급한 과제다. 노동자국가 건설의 전망에 따른 과학적 인식의 조직적 공유 확대야말로 그 일차적 전제조건일 것이다. 그것은 ‘대체불가’ 생산력을 위해 한국 자본이 구사해온 매수와 분할통치 전략을 깨고 노동자국가 건설로 나아가는 결정적 진일보다.
* * *
이재명 정권은 외연확장을 통해 사실상 좌측공간을 노동좌파의 몫으로 떠넘겨놓았다. 진보정당들은 다당제 선거제 등을 통한 의회내 지분확대에 많은 것을 걸어 왔다. 의회내 지분확대는 정당의 존립문제와 직결되기도 한다. 의회와 선거의 전술적 의의를 무시할 이유도 없다. 그러나 민주당의 헤게모니 전략에 흡수되어도 무방할 부분적 요구 투쟁의 틀 속에서는 제국주의적 자본독재에 아무런 타격도 입힐 수 없다. 선거도 전쟁의 일종이며, 승리의 기본조건은 기세다. 기세는 전쟁의 의의와 목적이 대중의 피를 끓게 할 때, 그 속에서 개개인이 떠맡을 주체적 역할이 명확할 때 폭발한다. 국가권력을 발판으로 지배구조 전체를 근본적으로 바꿀 구체적 전망 없이는 대중적 기세와 호응을 만들 수 없다. 눈앞의 전지구적 위기는 이 기세를 만들어내고 또 그 에너지를 일시적인 것으로 흘려버리지 않고 조직화할 노동자정치를 요구한다. 현재의 열악한 주체적 조건을 타개해 나갈 유연하면서 강고한, 무엇보다 유능한 전략조직의 출현을 기대한다. 인류는 제국주의적 자본독재의 폭주로 인한 절멸이냐, 아니면 공존공영을 향한 노동자국가 건설이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와 있다. 이성적 존재들에게 그 답은 명확하지 않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