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우리 아들 건웅에게
우리 아들 잘 지낸다는 전화 받으면, 아빠는 매일 즐겁다. 오늘도 저녁 되면 아들 전화를 기다린다. 유쾌한 아들의 목소리는 아빠에겐 그야말로 산소다. 아빠의 생명을 이어가는 산소 말이다. 아마도 할아버지 할머니도 엄마도 그런 심정일 것이다. 우리 아들은 우리 집안의 싱싱한 산소이다.
아들을 백령도에서 보고 온 지도 2주가 지났구나. 그때 그 순간들이 생생하게 가슴에 남아 있다. 생각하면 참 신나는 순간이었다. 행복한 순간이었다. 먼 백령도에 아들을 보내놓고 걱정이 많았는데, 막상 가보니 그런 걱정이 풀렸다. 생각보다 평화로운 분위기가 좋았다. 주민들의 일상이 우리나라 다른 곳과 크게 다르지 않더구나. 어부는 고기 잡고, 농부는 농사짓고, 장사꾼은 장사하고, 관광지는 해설사가 있고, 군인은 각자 임무를 다하고 있는 모습이 우리나라 어디를 가도 있는 그런 풍경이었다. 그래도 배편이 불편하고, 언제든 달려갈 수 없다는 아쉬움이 남더구나.
우리 아들 덕분에 백령도도 구경했구나. 멋진 두무진의 풍광은 아마도 모두 잊지 못할 것이다. 특히 아침 해 오르는 장면, 가족 모두 아들의 무탈을 빌 때, 일출을 배경으로 어선이 바다로 나가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심청각과 부연해(浮蓮海, 심청이 연꽃으로 떠오른 바다)는 의미를 두니 더 멋진 바다였다. 사곶해변, 연평해전…. 아들과 함께 한 백령도의 곳곳이 추억으로 남는다.
건웅아. 군대에서는 무엇을 이룰 생각보다도 건강하게 무사히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게 가장 좋다. 어쩌면 군대에 자식을 보낸 모든 부모의 마음이겠지. 아빠는 우리 아들 건강을 항상 빌고 있다.
엄마가 필요한 노트와 책을 택배로 부치라고 해서 몇 자 적어 보낸다. 멋진 우리 아들 사랑한다. 아들아 또 보자.
2023년 8월 31일
아빠 이학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