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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명-대구문학
저- 대구문인협회
출- 대구문인협회(2019. 10월호. 310) 145호. 9월호 144호
독정-2019. 10. 9.수
· 꽃핀 딸은 살아 있는 꽃다발!
· 지긋지긋하던 아버지가 저렇게 움트느 새싹처럼 내 장단에 맞춰 아장아장 춤을 출 수가.
· 서로 다른 부류의 고통은 서로 다른 점눈 용어로 불린다 .아픔, 고난, 통증, 트라우마. 고뇌, 상처, 훼손 등
· 아버지에 대한 핍진(乏盡:재물이나 정력 따위가 모두 없어짐)한 기억.
· 가계의 존속을 강조하는 우리의 가족 제도에서 아버지는 대를 어어 온 사암이고 이 가계를 단절 없이 다음 세대에게 이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는 살마이다. 한때 무서운 아버지나 엄격한 아버지느 가족 구성원을 통솔, 가족을 하나의 집단으로 운영하며 존속시켜왔다.
· 배룡나무-아파서 서러운 게 아니라 서러워서 아프다 했지 오래도록 붉어서 오래도록 서러운 여름
·눈 비비지 않으려 용쓰는 나뭇가지나 뛰어내리는 꽃이나 딱히 피어도 핀 게 아니고 지고도 진 게 아닌 꼭 잡 았던 손과 손 슬며시 풀리는 저 경계가 환하다. <능소화>-김창제
속으로 우는 울음은
붉은 꽃으로 피고
어깨를 기대면 단단한 벽이 되고
단단한 모서리가 생긴다
쇠와 사랑은 뜨거워지면
서로가 서로를 녹여 하나가 된다<쇠와 사랑은>-김창제
꽃 붉게 지더라
지는 꽃에게는 말 걸지 마라
꽃술에 부는 바람도 아프다
사랑은 봄처럼 설레게 붉다가
꽃으로 배롱 배롱 지더라<배롱나무> -김창제
· 대패질하는 시간보다 대팻날 가는 시간이 길어야 좋은 대패질을 한다-조지훈
<참외 서리>-김창제
·원두막 참매미가 서두르는 시절
참외밭 지키라고 보낸 논께
그놈이 맨 도둑놈이네
모레 거창 장날 돈 사야 되는 큰 놈만 골라 따서
동네 형들과 실컷 먹고는 동네 서열이 귀족 되는 날
“야, 이노무 자슥아 니가 묵은 것은 안 아까운디
넝출을 다 밟아 놓은께 우짤라 카노
그냥 묵고 싶으면 하나 다 묵고 말지 앞으로 그라지 마래이.“
올해도 내년에도 참외는 주렁주렁 달린다
꾸지람이 마다마디 달린다
첫물은 다 따 묵고 끝물 꽃이 노랗게 맺힌다
“아부지 올해는 우짤라 캅니꺼”<참외 서리>
7,8월이면 참외밭에 참외가 단내를 풍기기 시작한다. 고온을 좋아하는 이 박과의 식물은 뿌리가 자리를 잡고 새로운 줄기를 기르는데 소요되는 기간이 같다. 아버지 꾸중은 서리가 아닌 서리의 방식을 나무람이다. 자식에 대한 정이 농익은 과즙처럼 뚝뚝 떨어진다.
· “니는 시근도 없나. 자라 콧구멍같이 올 보리농사는 우짤끼고”<소꼴 배기>
“짐승 키우고 자슥 키우는 사람 누구도 막말 못 한다. <나락 먹은 소>
“우잘라꼬 꼭 이기야 되노 싸우지 말고 자분자분 지내면 되지 자고 새면 볼 낀대/사람은 선한 끝은 있어도 악한 끝은 없다.”<꾸지람>
·생활을 팔아 예술을 사고 육페를 팔아 영혼을 사던 때의 시가 저렇듯 오기와 절실함으로 펄펄 끓었다면 <능소화지다>는 그늘이 양지보다 뜨거울 수 있음의 역설과 딱히 피어도 핀 게 아니라는 관조를 담고 있다.
·펄떡이는 고기를 그렸다고 자부했는데 천장에 매달린 굴비가 되고, 정물화가 되고 풍경화가 되어 움직임 없는 시로 발목을 잡는다-조명선
·낡은 페타이어에 고추 모종 심거나 버려진 항아리네 꽃 키우며 나름의 미학 구도를 형성한다 흰 윗옷이 아래로 처져 반쯤 벗겨진 채 속살이 훤히 보이는 할머니들이 이 빠진 웃음소리가 깨진 유리 조각의 담당 너머로 들려오곤 했다. 그곳에서 카메라를 들이대며 자신만의 기록물을 찾는 일은 시인의 따스한 애정 없이는 불가능하다.
· 시조는 시절가조의 준말이다.
·풍화된 시간의 뼈 같은 나무끼리 껴안고 있다.
사진은 허구와 현실, 실제와 환상이라는 경계에 사는 우리 생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무끼리 서로 연대의 어깨를 걸고 유구한 시간을 건너온 저 힘의 원천은 실제와 환상 아니면 현싫과 허구 그 사이에 끊임ㅇ벗이 소통하며 견뎌온 모습이다.
황순원의 소나기나 알퐁스 도테의 별에서처럼 그런 아련하고 고운 사랑의 세레나데가 어찌 그립지 않으랴. 천 년의 세월이 흐른 상림숲에서 만나는 사람도 풀꽃 반지의 예븐 사랑도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둘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그 풀꽃 반지를 뜬금없이 끼고 싶은 이유는 그리움은 늘 손이 닿지 않는 등 뒤에 존재하는 것처럼 지척에 있어도 놓치기 십상.
· 분꽃 필 때 자배기에다 보리쌀 한 됫박 넣고 하얀 팔뚝으로 치대던 얌전한 여인의 모습이 어린다. 한 세대 바뀌어 희미한 자리로 밀려났어도 자배기는 기다릴 수 있어서 반짝인다. 부서지지 않고 버티어 온 것은 찾아 줄 누군가 뜻에 이바지하는 거 떡살 불려 놓으라면 알뜰한 며느리 되고 부레옥잠 품ㄴ으라면 작은 연못 되리니 기다리는 마음은 단정하여라<자배기>김숙이
·24시 편의점에서 채워지지 않는 허기릃 컵라면으로 달래도 뜨끈하게 충전하고 불꽃 같은 희망을 품는 청춘이다-<푸른 별>김영근
·“사랑해” 그 한마디 하고 싶은 마음에 님 오시는 언덕길에 오늘 홀로 피었습니다.<구절초>-김용수
·오르는 산길에 노송 뿌리가 이리저리 엉키어 앙상하게 드러나 바삭 마른 노인의 손등 실핏줄처럼 선명하다. 밟혀서 발등이 다 벗겨지고 신경이 끊어져도 하늘 보고 별빛 보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때때로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내 아픈 발을 쓰다듬어 주었다.<노송>이태석
·속속들이 까인 놈은 멀쩡한데 어쩌자고 깐 놈이 울고 있는지-<양파까기>김영란
·하게체도 경어체도 아닌 응응으로 어정쩡하게 대답하며 손을 마주잡고 웃어 주었다. 치타 운동은 치매 타파 운동을 줄여서 사용하는 용어다. 노녀의 건강관리를 위해 꼭 있어야 할 아름다운 운동이 치타 운동이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환갑을 넘긴 사람들이 적었던 시적이었으니 치매에 걸린 사람이 많지 않았다. 의료 과학의 발달로 평균 수명이 늘어나 치매 환자 수가 7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창조주가 정해 준 내용 연수를 훨씬 초과하여 살아가는 등 유독 인간만 여러 분야에서 신의 섭리를 거역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신이 인간에게 치매라는 무서운 형벌을 내리는<치타운동>김계식
·나한상을 만든 석재는 화강암으로 표면이 거칠고 질감이 투박하다. 겉ㄴ으로 보기엔 모래를 압착한 느낌이랄까. 손으로 만지면 모래의 부스러기가 묻어나 으스러질 것 같은데 보기와 달리 단단하다. 돌에 생명의 혼을 불어넣은 석공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나한상은 입술을 삐죽 내밀고 토라진 표정, 눈꼬리를 늘어뜨리고 배시시 웃는 얼굴, 찡그린 표정 등 어는 것 하나 닮은 것이 없다. 나한상은 투박하고 소박한 뚝배기의 모습 같다. 힘들고 외로울 때 다가가 말을 건네면 이야기를 사심 없이 들어주고 다독여 주며 공감해줄 것만 같다. 훈훈한 정을 담아 돌아서는 나를 나한성이 오래도록 지켜본다. 마치 할아버지 할머니가 고개ᅟᅦᆺ마루에서 내가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던 그 모습으로<창령사 나한상을 보고나서>김영희
<삼베 이불>-김외남
뽕밭도 컸고 누에를 많이 길렀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엄마는 들일 나가고 누에 뽕 주는 당번은 내가 맡았다. 한밤중에 두어 차례씩 거운 잠박을 들어 올리고 내리며 거뜬히 해냈다. 쏴 하며 소나기 오는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넉 잠을 자면 신나게 먹어대던 누에도 뽕잎을 실실 밀치며 목을 휘휘 저으며 섶에 올려야 한다. 푸르딩딩하던 몸이 투명해지고 섶에 올려 주면 실을 뽑아 고치를 만들어 그 낭에서 생을 마감하고 번데기로 탈바꿈한다. 일을 뜸질로 했다 목화만 많이 따놓으면 이불솜도 두둑이 놓아 비단만 씌우면 비단 이불이 되었다. 목화를 창고에 쌓아두고 겨울이면 밤마다 빽빽거리녀 쒜기를 돌려 목화 씨앗을 잇고 읍내 가서 탄 솜 보퉁이를 이고 다녔다. 면은 서늘할 때 더깊게 안쪽으로 하고 까끌까끌한 감촉의 삼베는 한 여름에 덮으면 안성맞춤이다. 모기가 물면 머리끝가지 뒤집어써도 답답하지 않다.
<여름에 빠지다>신형호
건너편 산기슭엔 화선지에 옅은 먹물이 번진 듯 운무가 허리까지 내려와 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들뜬다. 눈앞에 펼쳐지는 초록 들판도 여름을 노래한다. 조각 나무로 만든 산책로에 들어섰다. 같은 못에 있어도 피고 지는 시기는 다르다. 둑 근처 꽃과 조금 떨어진 봉오리들이 조하를 이룬다. 꽃 피는 소리와 함께 절정의 삶을 보러 왔지만 이미 삶을 마감하고 꽃대 위에 연밥만 동그마니 남아 있기도 하다. 펼쳐진 연밭에서 내 삶을 돌아본다. 싱싱한 활짝 핀 잎듫은 아직도 여름을 노래하지만 꽃 떨어진 대는 삶을 갈무리하는 결실로 가고 있다. 오고 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지는 꽃을 보니 간다는 사실이 성큼 눈앞을 흐리게 한다. 한때는 사라진다느 것의 슬픔에 빠진 적도 있었다. 오늘 떨어지는 연꽃을 보며 많은 생각이 앞서 간다. 떠나야 할 때 떠나는 사물의 뒷모습은 한없이 평화롭다. 가지 않으면 정체되어 썩게 마련이다, 영원한 것도 절대적인 것도 없을 것이다. 개망초가 지천이다 이른 앛핌 달맞이꽃은 노랑나비 떼가 춤추는 듯하다. 사실 꽃이 하루 중 언제 피는지, 두두둥 북소리가 울리는 듯한 보름달이 뜰 때 피는지, 아무도 모르게 잠든 시간에 눈 비비는지 알 수 없다.
·어느 날 남편이 입을 귀에 걸고 들어왔다.
·퇴계의 부인은 권질의 딸이다. 권질의 딸은 할아버지가 갑자사화 때 연산군 생모 페비 윤씨를 사사할 때에 승정원 수서로 사약을 받았고 할머니는 자결, 증조부는 국문 받던 중 돌아가시고 종조모는 관노로 끌려가는 것을 지켜보며 너무나 놀라 정신이 온전치 못한 장애를 가지게 되어 퇴계의 전처가 다섯 살 5개월 아들을 죽은 자리에 시집와 제사상에 올린 배를 치마 속에 감추고 해진 도포를 붉은 천으로 꿰매어도 퇴계는 좋은 낯빛으로 부인을 대하는 걸 보고 부부사이가 좋지 않던 제자 이함형이 깨쳐 부부 관계를 회복했다는 일화가 있다.
<물찬 제비>정영태
제비는 매번 진흙을 물어 벽에 붙이기를 하다 그만두기를 반복했다. 그 후로 며칠을 아침저녁으로 시끄럽게 지저귀더니 하루는 진흙을 물고 와 집을 만들기 시작했다. 볼수록 신기했다. 나날이 진흙과 검불로 층을 쌓아 올라갔다. 제비집 짓는 과정을 보면 한 번에 완성시키지 않아?ㅆ다. 먼저 쌓은 진흙이 웬만큼 굳어질 때까지 기다린 후에야 다시 층을 올렸다. 그렇게 하기를 이십여일 지나나 진흙은 물어 오지 ㄹ않고 집 전체가 마르기를 기다렸다. 어미 제비가 먹이 사냥을 나간 사이에 내가 푸드덕하며 흉내를 내자 새끼는 어미가 온 줄 알고 똑같은 반응을 했다. 그것이 재미가 있어 심심할 때 제비집 보며 어미 흉내를 내고는 했다. 올망졸망한 세 마리가 민머리를 내밀었다. 기다리던 새끼를 알에서 부화시킨 것이다. 새끼를 보면서 어릴 때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 암컷이 새끼를 품고 있는 동안 수컷ㄹ은 그 주위를 맴돌았다.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면 어디에 있었는지 쏜살같이 날아와 사람에게 달려들었다. 심지어 사람 얼굴로 강하게 날갯짓하며 와 경계를 했다. 그러다가도 제비집에서 멀어지면 다시 다른 곳으로 날아가?ㅆ다. 아마도 새끼를 해롭게 할까 그런 모양이었다. 하루가 들게 새끼 제비는 몸집이 커 갔다 어저께 솜털이었던 것이 벌써 날갯짓하며 비행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날기 전, 며칠 동안 제비 배설물이 계단에 가득하더니 영양 보충을 많이 한 모양이었다. 드디어 비행, 집에서 날자마자 가까운 전깃줄에 올라앉았다. 그사이에 어미는 어디서 물어 왔는지 새끼 입 안에 먹이를 밀어 넣었다. 영양 보충이 되었던지 다시 힘을 모아 퍼드덕 날갯짓하며 제 집으로 들어갔다. 그러기를 서너 번, 이번에는 세 마리가 차례러 ㅓ날개를 펴고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그 후로는 낮에는 어디로 ㅈ비행하며 먹이를 찾는지 저녁이 되어서야 둥지로 왔다. 다음날 아침이면 다시 날아가기를 반복했다. 물 찬 제비, 제비는 다른 새와 달리 사람의 사랑을 받는다. 텃새나 비둘기는 농부가 애써 가꾸어 놓은 곡식을 먹이로 한다. 제비는 곡식이 아닌 곤충을 잡아먹고 산다. 시냇가에서도 다른 새와 구별 된다. 물기 작은 돌 위에 올라앉아 더위를 식히는 새와 달리 속력을 내어 물 위를 질주마면서 날개로 몸에 물을 뿌린다. 이런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물 찬 제비라 불렀다. 두어 달 제비로 행복했다. 알 세 개를 낳아 손실 없이 잘 키워 세상을 향해 날아갔다. 내년에도 자기 집을 잊지 않고 찾아주면 하는 바람이다.
·웃음을 거둔 채 시틋해졌다.
대구문학 9월호 144호
·새, 작박구리가 꺅꺅거리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짝을 불러들여, 둘이 합심해서 깍깍깍깍 고함지른다. 오래 비워 두었지만 내 집이다. 집 지을 때 4층까지 흙 짊어져 올리느라 고생고생하여 정원을 만든 사람은 나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네 눈에 띄기만 하면 쫓아내지 못해 안달이냐. 커텐도 못 열고 햇빛도 못 보고 창문도 못 열고 청소도 몫 한다. 나눔에 물도 못 주고 너의 시야에 얼씬도 못 하게 하면 우리는 같이 못 산다.
금 그어 놓고 같이 살면 안 되겠나. 그러면 소송하자. 그래! 알았다! 네가 산모니까 내가 참을게. 네 눈에 안 ?드이게 숨어서 살게 반말도 안할게... 요-안용하<항복>
·명절을 앞두고 찾아가는 화원 시립희망원 건물 흰 벽에는 해,. 산, 물, 돌, 구름, 솔, 불로초, 거북, 학, 사슴이 아주 희미한 청회색조로 그려져 있고 거기 위탁되어 진료 받으며 살고 있는 모무채색 옷의 환자들처럼 무너가 모자라 희미해진 눈동자들처럼 거기 벽에 그려진 오래된 십장생들도 입이 삐딱하고 팔다리가 휘청휘청 겉놀고만 있다. 이곳의 십장생과 더불어 오래 살고 있는 희망원 가족들은 모두 고향 집에 가서 엄마를 꼭 껴
안고 죽고 싶다고 말하지만 이곳이 오래 머물러야 할 그들의 집인 줄을 차차 알아 가는 그들 케이크를 자르고 콜라를 마시다 말고 이번 설에는 염마한테 꼭 데려다 주세요. 그래 꼭 그렇게 하자. 환자 나이는 벌써 마흔을 넘었다는데 정신 나이는 열 몇 살 옛 그대로다. <희망원의 십장생>박정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