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 노트 64 – 집중은 잠과 함께 있습니다
< 수행 노트는 1996년도부터 미얀마 마하시 명상원의 수행지도 스승과 한국인 수행자들의 수행면담을 기록한 내용입니다. 참고사항은 수행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별도로 보충을 한 내용입니다. >
질문 : 명상을 하면서 졸다가 깜빡 깜빡 놀라서 깨어납니다.
사야도 답변 : 이런 현상이 생길 때마다 놓치지 말고 모든 것을 알아차려라.
< 참고 >
수행은 다섯 가지의 근기가 성숙되어야 합니다. 이것을 오근이라고 하는데 믿음, 노력, 알아차림, 집중, 지혜입니다. 믿음은 앞에서 수행을 이끌고 정작 수행은 노력과 알아차림과 집중이라는 세 가지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 지혜가 나서 오근이 오력이 되어 수행이 발전합니다.
좌선을 할 때 졸음이 오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보통의 경우는 대상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무기력한 상태에서 졸음에 떨어지는 때가 많습니다. 다른 하나는 특이하지만 오히려 집중이 깊어졌을 때 이런 현상이 생기기도 합니다. 여기서 일어난 어떤 현상이나 노력과 알아차림이 부족하기 때문에 생깁니다.
수행은 노력과 알아차림과 집중의 세 가지 요소가 조화를 이룰 때 바르게 할 수 있습니다. 세 가지가 서로 적절한 자기 역할을 하면 알아차림이 지속되어 바른 집중의 상태가 유지됩니다. 그러나 집중이 깊어지면 자연스럽게 노력과 알아차림의 영역이 줄어듭니다. 이때 집중의 힘이 강해지고 노력과 알아차림의 힘이 약해져서 혼침에 빠집니다.
그러나 노력과 알아차림이 집중의 힘에 완전히 무력화되지 않고 얼마간 남아있을 때 ‘깜빡, 깜빡’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때는 집중의 힘과 노력과 알아차림의 힘이 서로 밀고 당기는 상태입니다. 이 상태에서 노력과 알아차림이 집중의 힘에 밀리면 깜빡거리는 현상이 생기지 않고 그냥 잠에 떨어집니다. 하지만 희미하나마 노력과 알아차림을 유지하고 있으면 잠에 떨어지지 않고 깜빡거리면서 수행을 합니다. 이런 때는 노력과 알아차림의 순도가 매우 낮아집니다. 집중이 알맞게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너무 커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은 수행 중에 나타나는 불가피한 일입니다. 수행에서는 이런 상태를 나쁘게 보지 않고 바람직하게 봅니다. 이것은 이런 상태를 유지하면서 잠에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미약하나마 노력과 알아차림이 있는 상태를 유지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화들짝 잠에서 깨어날 때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수행을 할 때 미약하지만 최소의 알아차림이라도 있으면 됩니다.
항상 최적의 알아차림이 유지되면 좋겠지만 처음부터 이렇게 되기를 기대하는 것이 욕망입니다. 수행은 다양한 상황이 있기 마련이고 어느 상황에서나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이 바른 방법입니다. 수행은 모든 것이 단계적 과정을 거치면서 진행되기 때문에 거쳐야 할 부분은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수행의 단계가 향상되어 대상의 시작과 중간과 끝을 알아차리는 힘이 생겼을 때는 완벽한 집중이 이루어져 졸음에 떨어지지 않습니다. 바로 이런 상태에서 지혜가 납니다. 이런 이유로 주석서에서는 깜빡거리는 현상은 수행경험이 있는 수행자가 집중을 하면서 체험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집중과 졸음은 경계가 매우 모호한 상태입니다. 왜냐하면 수행을 하면서 집중을 하면 의식이 잠을 자는 수준의 상태로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잠을 자지는 않는데 뇌의 파장이 잠을 자는 상태의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이런 현상 때문에 명상이 치유능력이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잠을 자지 않으면서 의식이 잠을 자는 상태로 떨어지기 때문에 집중과 잠은 경계가 모호합니다.
잠에 떨어지지 않고 깜빡거리는 현상에서도 미세한 알아차림이 유지되면 어느 순간에 갑자기 졸음이 사라지고 맑고 깨끗한 정신상태가 옵니다. 이때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의식이 희미한 상태에서 갑자기 맑고 쾌청한 상태가 되면 반드시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게 됩니다. 누구나 이런 순간을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러면 즉시 알아차림을 놓치게 됩니다. 그래서 언제 잠에 떨어졌는지도 모르게 잠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때는 맑게 깨어서 좋아하는 마음을 알아차려서 알아차림을 놓치지 않습니다. 이처럼 집중과 잠은 미세하게 붙어있으므로 알아차림을 계속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집중이란 알아차림이 지속되는 상태라서 마음이 고요해야 가능합니다. 바로 이 마음이 고요한 상태가 졸음으로 이르는 상태입니다. 집중을 빨리어로 사마디(samādhi)라고 하는데 고요한 마음의 집중이라는 뜻입니다. 사마디(samādhi)는 집중이 목표인 수행방법 중의 하나인 사마타(samatha)에서 파생된 말입니다. 하지만 위빠사나 수행에서는 사마타에서 사용하는 근접집중과 근본집중이 아닌 찰나집중을 해서 집중이 목표가 아닌 지혜를 목표로 수행을 합니다.
이런 집중의 차이로 사마타 수행과 위빠사나 수행을 구별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수행자는 어느 상황에서나 적절한 집중을 유지해야 합니다. 집중력을 얻기 위한 특별한 방법은 없습니다. 집중이 안 될 때는 앞서 밝힌 조건이 성숙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집중이 잘 안 되는 것을 대상으로 알아차려야 합니다. 잘 안 되는 집중을 억지로 하려고 하면 화를 내고 수행을 포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