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해안로 해송 가로수 죽어가나
지난해 무리한 가지치기로 잎새 말라·마치 군 입대를 위해 삭발한 모습
기장 일광에서 동해로 향하는 31번 국도는 절경이다. 빼어난 경관으로 추천 드라이브 코스로도 널리 알려져 있으며 동해바다와 소나무 가로수는 언제봐도 일품이다. 특히 해송으로 이루어진 가로수길은 어느고장에서도 쉽게 보지 못하는 품위있는 도로다. 일광해수욕장을 지나면서부터 이동, 동백리, 온정리, 문동리, 월내입구까지 길게 이어진 해송 가로수는 사시사철 푸르름으로 차량들을 맞이한다. 수령도 오래되어 차에서 내려 걸어보면 가로수의 크기와 나이가 한층 더 느껴진다.
이런 해송 가로수에 지난해 가지치기를 한다며 손을 댔다. 처음 가지치기를 한 모습을 보는 순간 마치 장발의 젊은이가 군대를 가기 위해 삭발을 한 듯한 모습이었다. 말쑥함을 넘어 너무 깍아버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과연 저렇게 심하게 가지치기를 해도 소나무 생존에 지장이 없는 지 의구심마저 들었는데 그 결과가 올 봄에 드러났다. 잘려진 가지가 애처롭게 매달려 소나무임을 간신히 알리고 있는 가운데 군데군데 가로수 일부는 잎이 다 말라버렸다. 동백리 근처는 더 심하다. 말라버린 황갈색 잎의 해송 가로수는 그 생명마저 끝난 듯하다.
수 십년을 넘게 나그네를 반기며 동해로 향하는 관문의 수호신 역할을 한 해송 가로수가 무리한 가지치기로 인해 고사될 위험에 놓이게 된 것이다. 언제나 푸른 가지로 반가움을 전하던 그 해송 가로수가 다 말라버린 잎새를 간신히 잡고 있는 모습이 너무 가여워 보인다. 그 사이로 지날 때마다 앙상한 가지의 해송 가로수는 아직도 삭막한 겨울이다.
가지치기 하기 전의 모습